소설리스트

환생고수-314화 (314/398)

314편 - 어의

장수의 말에 수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는 생각을 좀 잘못하고 있네. 사실 혈교를 조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는 마교를 조사하는 게 더욱 중요한 일이네. 마교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고, 그들이 쓴 무기에 당한 병사와 무사들이 부지기수야. 더구나 이번에 등장한 신무기는 국가권력을 전복시킬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네. 상황이 그러니 황제 폐하께서도 마교를 중점으로 조사하시기를 바라셨네!”

사실 등 뒤의 혈교도 위험한 존재지만 당금 상황으로는 눈앞의 마교가 더욱 걱정인 상태였다. 그리고 혈교의 전력보다는 마교의 전력이 높다 생각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니 황실로서는 장수가 마교에 집중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말로 설명을 해봐야 설득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수장도 장수를 봐서 사정을 봐주는 것이었지, 만약 다른 자였다면 강제로 마교 위주로 조사를 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 내가 알아서 하자.’

어차피 조사는 자신이 하는 것이다. 서장에서 조사를 하면서 마교의 흔적이 남았다고 거짓 보고하면 되는 것이다.

마교를 조사한다고 하고 혈교를 조사해도 누가 알겠는가? 거기다 마교의 사정은 대략적으로 아니 크게 문제가 생길 것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니 혈교에 대해 약간의 조사만 하고 바로 마교를 조사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 셈인가? 아직 몸이 정상이 되지는 않은 거 같은데 말이야!”

어의가 장수의 상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를 하고 있었지만 수장은 장수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수장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큰 문제도 없고, 몸 상태는 더욱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장수의 무위는 개세적이라 할 수 있었다. 천하에 적수가 몇 안 되는 상태인 것이다. 도검이 침투하지 않는 신체를 가진 폭인을 상대로 그 정도로 몰아칠 수 있는 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황실에서도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장수의 무위가 황실이 보유한 초절정고수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기대하는 바가 더욱 컸다.

“그래, 어의께서도 자네의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하더군. 그리고 무골이라 칭찬이 자자했어!”

장수의 신체는 환골탈태를 통해 전설의 신체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무공을 익히기에 최상인 것이다.

장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제 실력은 아직도 미약합니다!”

“아니야. 자네 실력이 미진하면 자네보다 못한 나나 다른 사람은 뭐란 말인가?”

“……그게 아니라!”

“아니네, 내 농을 한 거네. 그런데 언제 출발할 셈인가? 자네가 학문을 공부 중이고 그게 중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더 이상 시간이 없네. 우리로서는 자네가 한시라도 빨리 마교를 조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네!”

수장의 말에 장수는 잠시 생각했다.

‘아쉽지만 보던 책만 마무리하고 바로 나가자.’

시간이 너무 없었다. 이곳에서 책을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혈교의 야욕을 막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곧 준비를 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수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 황제 폐하를 만나야 하지만 시간이 급한 관계로 일이 모두 끝나면 그때 보도록 하세!”

“알겠습니다!”

사실 이 정도 일을 하면 황제를 만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것을 핑계로 만나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장수는 알 것만 같았다.

‘내 몸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니 괜히 위험하게 만나게 하진 않겠다는 거구나. 그리고 아직 신뢰 관계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어.’

황실은 아직도 장수에 대해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석가장의 가전무공을 익히고 무당파에서 속가제자를 하면서 지금과 같은 무위를 만들 수는 없었다. 때문에 황실의 여러 관료들이 간접적으로 묻거나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로서는 그냥 열심히 했다는 말만 하니 장수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상황이 급하니 장수와 손을 잡은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면서까지 장수를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자네에게 필요한 것들을 말해 주겠네. 우선 자네도 알겠지만 현재 황궁에서는 초절정고수 두 명분의 자리가 빈 상태네. 한 명은 마인에게 죽임을 당했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고 요양을 하는 중이네. 그래서 내가 그 자리에 올라가게 되었네. 그럼 동창의 수장 자리가 빌 테고, 그 자리를 자네에게 주겠네!”

장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장의 제안은 이미 한번 들은 것이었고, 해야 할 일이 많은 탓에 거절한 일이었다.

“저는 그 직책을 맡을 여유가 없습니다!”

장수의 말에 수장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말게. 임시로 동창의 일을 해줄 자들이 있네. 자네는 동창 수장으로서의 권리만 이용하면 되는 것이야. 어차피 혈교나 마교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많아. 그러니 동창의 수장 자리에는 앉아야 수월하게 자네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야. 그리고 각 관청과 군부대에서 군사 오천 명을 지휘할 수 있는 명패를 주겠네!”

수장은 그 말과 함께 하나의 명패를 건넸는데, 명패에는 하얀 용이 그려져 있었다.

“이 패는 일부러 자네를 위해 만든 것일세. 자네의 별호와 같도록 만들었네!”

“예?”

장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전생에 장수의 별호는 흑룡혈장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알고 이런 패를 만들었단 말인가?

장수의 표정을 본 수장은 크게 웃었다.

“자네는 아직 자네의 별호도 모르고 있었던가? 아니지, 별호야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자네가 모를 수도 있겠군. 허허허. 무림맹의 생존자들이 자네의 무위를 보고 탐복해하며 지어 준 별호가 있네. 바로 백룡장협이네!”

“백룡장협?”

“자네가 펼친 장풍이 마치 하얀 용과도 같다고 해서 백룡장협이라 이름 붙인 것이야. 그만큼 자네의 무위는 압도적이고 경탄스러웠지. 세간에서는 자네가 네 번째 화경의 고수가 될지도 모른다고들 야단이네. 하하하.”

백룡장협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하지만 장수로서는 백룡장협이라는 별호가 낯설지 않았다. 전생의 별호가 흑룡혈장이었고, 장수의 스승인 유운의 별호는 번천장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지게 된 별호는 백룡장협이라니 어쩐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과분한 거 같습니다!”

용이라는 말은 쉽게 들어가는 말이 아니었다. 용은 신수 중에서 가장 최상위 존재로, 황제와 같이 각 분야에서 최고의 존재에게나 주는 별호였다.

하지만 그만큼 장수가 보인 무위는 탄복할 정도였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신경 쓰지 않고 폭인에게 달려든 것은 협객으로서 모범이 되었기에 백룡장협이라는 다소 과한 별호를 준 것이다.

“지금 자네에 대해서 말들이 많네. 황실이 키운 초절정고수라며 황실의 저력에 놀라는 자들도 있고 말이야. 어쨌든 자네가 오래지 않아 화경의 고수가 될 거라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야!”

“그렇습니까?”

“그래. 그리고 자네의 경지는 내가 볼 때마다 달라지는 것이, 발전 속도가 경이스러워. 그것만 볼 때면 자네의 성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 거기다 기본에 충실한 것을 보아 황실로서도 한 명의 화경의 고수를 가지게 되었으니 이제 세력비가 맞는 것이지!”

황실로서도 강호의 일성이마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성이마라는 화경의 고수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황실에는 화경의 고수가 없으니 자존심도 상했고, 황제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화경의 고수가 필요했다. 때문에 황실에서도 예전부터 화경의 고수를 키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이다.

하지만 초절정의 고수도 키우기 힘든 판에 화경의 고수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화경의 경지란 노력이나 문파의 지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늘의 도움이 없다면 화경의 고수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화경의 고수에 가장 근접한 장수를 얻게 되었으니 황실로서도 기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아직 화경의 고수가 아닙니다!”

“그래, 물론 아니지. 하지만 근접한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앞으로 오십 년 안에만 화경의 고수가 되면 되네. 그렇게 되면 황실은 그 뒤 수백 년 동안 화경의 고수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지!”

화경의 고수는 보통 사람보다 오래 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수가 화경의 고수가 되면 몇백 년 동안은 화경의 고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거 완전히 발목을 잡혔구나.’

장수도 이런 것을 걱정했다. 괜히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하긴, 장수 정도의 무위를 가진 자라면 누구나 탐을 낼 수밖에 없을 터. 그랬기에 한번 꼬투리를 잡으면 계속 잡을 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장수가 보인 무위는 경탄할 만한 것이었다. 더구나 연속해서 장풍을 쓰는 것은 화경의 고수가 아니면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것만 봐도 장수의 미래가 기대되었던 것이다.

장수로서도 무공을 어느 정도 감추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상황은 무공을 감추고 말고 할 수가 없었다. 만약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더라면 장수를 포함한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혈교의 공세는 무시무시하고 파격적이었다.

수장은 이어서 말을 계속했다.

“여하튼 이제 자네도 황실에 소속되었으니 소속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 주게. 물론 황실에서도 자네에 대한 노력뿐만 아니라 자네의 가문에도 그만한 혜택을 줄 테니 걱정하지 말게!”

수장의 말에 장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황실의 혜택은 가문이 클 절호의 기회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뛴 것이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그리고 이번에 천하 십대상단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있네. 마교가 이만한 규모의 일을 벌이려면 막대한 재물과 물자가 필요할 테고, 그것을 위해서는 천하 십대상단 중 몇 개는 마교를 도와야만 가능한 일이야. 그래서 십대상단도 조사하기로 했네. 그렇게 되면 떡고물이 많이 떨어질 텐데 그것을 석가장에 몰아주도록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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