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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319화 (319/398)

319편 - 표길랑과의 대결

장수는 고개를 숙인 다음에 말을 이었다.

“그리고 스승님, 제가 잠시 도우님과 함께 갔다 올 데가 있으니 스승님께서는 먼저 들어가십시오!”

장수의 말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가 할 일이 있다는데 방해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 알겠다. 집에 가 있을 테니 그리로 오거라!”

“예. 알겠습니다, 스승님.”

유운이 가자 장수는 표길랑을 향해 말했다.

“대협, 무슨 일이십니까?”

“우선 나를 따라오게!”

표길랑은 중후한 표정으로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표길랑이 안내한 곳은 한적하고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숲이 우거져 있었는데, 마교의 장로인 그였기에 사람이 없고 어두운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이리로 안내한 듯했다.

표길랑은 주변을 살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래, 무공은 많이 늘었는가?”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게…… 약간의 성취가 있을 뿐입니다!”

약간이라고 하지만 엄청날 정도의 성취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몸조차도 환골탈태를 하면서 화경의 경지에 가까이 접근했다. 이제 몸속의 내공을 통제하고 무공에 대한 깨달음과 지금 익히고 있는 심법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언제든지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더구나 무공에 대한 폭넓은 관념이 생겼다.

무엇보다 고정관념이 사라진 게 매우 중요했다. 그 덕분에 장수의 발전 가능성은 한계가 없게 되었다.

장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표길랑이 웃으며 답했다.

“그래, 축하하네. 사실 아까운 일이야. 자네 정도의 자질과 노력, 그리고 품성이면 높은 경지에 오를 수도 있었는데 무공을 익히는 게 너무 늦어서 경지에 오르지 못했지 않은가. 사실 자네 나이라면 절정의 경지에도 충분히 오를 수 있네!”

스무 살에 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보통 천재라 불리는 각파의 후기지수들이 개정대법과 속성으로 영약을 복용하며 경지를 올려도 스무 살 때는 고수의 경지이거나 절정의 초입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세월의 벽은 쉽게 깨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표길랑은 마교의 장로였다. 어렸을 때부터 마교의 혹독한 무공을 익혔기에 스무 살 때 절정의 초입에 들어갔다.

장수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표길랑조차도 겨우 들어간 경지를 상가의 소장주가 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웃긴 일이었지만 묵묵히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까?”

“그래. 자네는 못 믿겠지만 나는 자네 나이에 절정의 경지를 깨달아 무림을 종횡했네!”

장수는 놀란 표정을 연기했다.

“그러셨습니까?”

“그래! 그래서 그런지 자네가 매우 아까워. 훌륭한 스승에 자질도 훌륭하고, 품성도 훌륭한 데다 열심히 노력까지 하는데도 불구하고 무공의 경지가 너무 낮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도 표길랑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내 자네가 남 같지도 않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무공을 전수해 줄 생각이네!”

“예?”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네. 내가 가르쳐 줄 무공은 상승무공은 아니지만 자네가 배워도 충분히 절정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거야. 만약 절정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힘을 악용하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써 주게!”

‘개뿔, 너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써라!’

장수로서는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뭐라고 말도 못하니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이럴 때는 전진심법을 익힌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전진심법을 익히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서 풍기는 기도를 보고 절정이나 초절정에 달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전진심법 때문에 보통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괜찮습니다. 저는 스승님에게 배운 무공이면 충분합니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부담 없이 배우게. 자네라면 이 무공을 제대로 익힐 수 있을 거야. 이 장법의 이름은, 음…… 흑, 흑…… 흑마심법이라는 것이네!”

표길랑은 흑룡심법이라 말하지 못하고 대충 이름을 갖다 붙였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흑마열왕대였기에 흑마심법이라 그런 것이다.

‘흑마심법(黑馬心法)? 그게 뭐지?’

장수로서도 모르는 심법이었다. 차라리 ‘黑魔心法’이라면 생각나는 게 많았지만 무슨 마공의 이름에 말마 자가 들어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말이 심장을 빼앗아 익히는 무공인가?’

표길랑이 정상적인 무공을 가르쳐 줄 거 같지는 않았기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흑마심법과 더불어 배울 것이 흑마장법(黑馬掌法)이네!”

‘흑마장법?’

심법은 몰라도 장법에 대해서는 장수의 지식도 얕은 편이 아니었다. 더구나 장법과 심법이 하나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무공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설마 이 녀석이 흑룡장법을 가르쳐 주려는 것인가?’

장수의 예상은 적중했다. 표길랑이 가르쳐 주려는 것은 흑룡장법이었다.

표길랑이 천천히 구결을 말하기 시작하자 장수는 기가 막혔다.

‘이 자식이 미쳤나? 정파의 한가운데서 마공을 전수하면 어쩌자는 거야?’

장수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가르쳐 줄 게 있고 없는 게 있었다. 표길랑이야 초절정이라는 범인은 오르기 힘든 높고도 높은 경지에 오른 데다 외모 자체가 마인처럼 생기지 않았지만 보통 사람이 익힌다면 초반에는 몰라도 어느 정도 경지를 쌓은 뒤엔 마공이라는 것이 들킬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인생을 망치는 것인데, 그것을 알면서 그러는 건지 궁금했다.

‘이 자식, 흑룡심법을 가르쳐 준 후 제자로 데려가려는 속셈이구나.’

표길랑이 악인은 아니었다. 마공을 익힌다고 해도 타고난 성정이 순후해서 마인 같지 않은 자들이 있었는데, 표길랑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도록 마공을 익히면 성격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표길랑은 성격 하나는 좋았던 것이다.

아마 흑룡심법을 핑계로 장수를 마교로 데려가 제자로 삼을 속셈인 듯했다.

‘이거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구나.’

장수는 표길랑의 정보를 빼내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려 주는 게 먼저인 듯했다.

“외웠느냐?”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한숨을 쉬었다.

“저에게는 필요 없는 무공인 거 같습니다. 저는 유운 스승님이 가르쳐 주신 무공이면 충분합니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미소를 지었다.

“스승님의 실력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속가제자로서 상승의 무공을 배울 순 없지 않느냐? 무인에게 무공이란 날이 선 무기와 같다. 하지만 네가 쓸 수 있는 것은 이쑤시개로나 쓰일 나무젓가락 하나와도 같다. 그러니 내 말을 믿고 내가 가르쳐 주는 것을 배우도록 해라!”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씨익 웃었다.

“괜찮습니다!”

“아니, 상승무공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데 그게 싫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저는 유운 스승님이 가르쳐 주시는 무공이면 충분합니다!”

표길랑은 잠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생각에 잠겼다.

‘이 자식, 버릇을 고쳐 주어야겠구나.’

그는 장수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랬기에 자신의 성명절기인 흑룡심법과 흑룡장법을 가르쳐 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장수를 데리고 마교로 돌아가 자신이 후광을 보내면 장수의 무공은 충분히 자신의 뒤를 이을 정도가 될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반항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표길랑으로서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어느 정도나 손을 봐줄까?’

표길랑은 초절정고수였기에 잘못하면 장수가 죽을 수도 있었다. 그는 장수를 제자로 삼고 싶은 것이지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단순히 팔다리를 부러뜨리는 것으로 끝을 내야 할 것 같았다.

표길랑은 장수에게 다가가 간단한 동작을 펼쳤다. 하지만 그 속에는 초절정고수의 심득과 움직임이 담겨 있었기에 같은 초절정고수가 아닌 한 피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더구나 최근에 얻은 깨달음 덕분에 초절정고수라 해도 낭패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수는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거침없이 피해 냈다.

표길랑은 장수가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피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럴 수가! 내 실력이 줄어들었나?’

표길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자신의 실력은 늘어난 상태였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고수도 안 돼 보이는 자를 상대로 헛손질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초절정고수와 일반인은 신체 능력 자체가 다르다. 더구나 초절정고수는 움직임 하나조차도 깨달음이 담겨 있는 무공의 정수였다.

그러니 표길랑이 의도하지 않은 이상 실수를 할 수도 없었다.

표길랑은 연거푸 손을 뻗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표길랑의 손을 장수가 너무도 쉽게 피해 냈기 때문이다.

“녀석, 어디서 얄팍한 수를 배웠구나!”

무공이 아닌 다른 일이었다면 표길랑도 이렇게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표길랑에게 있어 무공은 신앙이자 모든 것이었으며, 삶 그 자체였다. 새파란 애송이 하나 잡지 못하자 점점 화가 치솟아 오를 수밖에 없었다.

표길랑은 점점 거칠게 장수를 낚아채려 했고, 나중에는 몸속의 내공까지 사용하더니 차츰 더 많은 내공을 사용하게 되었다.

“잡혀라!”

표길랑의 손이 장수를 낚아챌 거같이 움직였지만 결국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장수 역시 보통의 움직임이 아닌 탓에 표길랑의 손은 번번이 장수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수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표길랑은 말을 할 여유라도 있지, 장수는 말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표길랑의 손을 피하는 것만도 생각보다 힘들었던 것이다.

‘이 녀석, 실력이 많이 늘었네?’

장수는 표길랑의 간단한 손길에도 상승무공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실력은 전생에서 알고 있던 것보다 월등히 높아져 있었다.

‘만약 내공이 급증하지 않았다면 위험할 뻔했다.’

창피하게도 표길랑의 손에 낚여 버렸을 것이다.

그동안 장수의 무위가 증진되었기에 표길랑의 우악스러운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상대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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