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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321화 (321/398)

321편 - 표길랑과의 대결

장수는 표길랑의 공격을 빠르게 막아 갔다.

표길랑의 공격을 막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우 빠르고 강력한 공격이 거의 시간차 없이 들어왔던 것이다. 더구나 표길랑의 주먹은 매우 강력했으며 기가 맺혀 있었기에 한 방이라도 허투루 상대할 수 없었다.

표길랑의 두 주먹은 두 개의 강력한 검기가 서린 검과도 같았기에 장수 역시 최선을 다해서 막아야 했다.

장수가 쓰는 무공은 태극권이었다. 그동안 황궁에서 배운 서적이 도움이 되었는지 장수는 태극권에 담긴 오의를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만으로도 표길랑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장수는 사량발천근의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에 막강한 내공이 담긴 표길랑의 주먹을 가벼운 손동작으로 피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표길랑이 사용하는 내공의 절반도 안 되는 내공을 사용하면서도 표길랑과 막상막하의 싸움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이다.

타다다다다다닥!

찰나의 시간에 수십만의 주먹이 오고 갔다.

표길랑은 사지뿐만 아니라 머리를 비롯한 온몸을 쓰며 마치 권법의 교과서와도 같은 동작을 수십 개나 펼쳐 장수를 압박했다.

장수 역시 가벼워 보이는 손놀림으로 맹공을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둘 다 권법을 썼기에 최대한 붙어서 싸웠다. 그 덕에 주변으로 피해가 가지 않아 소리 역시 그렇게 크게 나진 않았다.

하지만 장수와 표길랑이 발하는 강력한 전의에 놀란 숲 속의 동물들이 사방으로 도망치면서 삽시간에 주변 소리가 고요해진 탓에 둘이 펼치는 소리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표길랑은 자신이 익힌 권법을 하나도 빠짐없이 펼치겠다는 각오를 다졌는지 조금도 쉬지 않고 권법을 펼쳤다.

원래 무공을 펼치는 것은 내공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내공과 함께 육체가 가진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표길랑은 잠시도 쉬지 않고 권법을 펼쳤으며, 조금도 지치지 않았다.

그것만 보아도 평상시 수련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더구나 권법과 권법을 펼칠 때 조금의 틈도 없는 것을 보아 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장수의 실력 역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표길랑이 펼치는 수많은 마공을 단지 태극권만으로 해소하는 것을 보아 그의 실력 역시 예전에 비해 월등히 상승한 것으로 보였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에 비해 둘의 접전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초반보다 더욱 빨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실제로 그들이 사용하는 내공은 처음보다 월등히 많아졌다. 서로 내공을 조금 더 많이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상당한 내공을 쓰지 않으면 대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장수와 표길랑은 서로를 상대하는 것이 너무도 재미있었다. 이와 같은 경지를 지닌 자를 언제 만나 보겠는가? 세상에 몇 없는 호적수를 만난 것이다.

그러니 표길랑이나 장수 역시 최선을 다해 상대하면서도 온몸이 환희로 가득 찼다.

그렇게 매서운 공격들을 날리다가 표길랑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장수 역시 허공으로 몸을 돌리더니 뒤로 빠져 우뚝 섰다.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표길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단하다. 아니, 믿기지 않는다. 네 실력은 최고다!”

그 말과 함께 표길랑은 주먹을 올리더니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네가 최고라는 뜻이었다.

표길랑의 말에 장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실력도 대단합니다!”

“믿기지 않는다. 이런 곳에 너와 같은 실력자가 있다니. 무당제일검이라 할지라도 너 정도의 실력은 아닐 것이다.”

무당파가 자랑하는 초절정고수의 실력도 그리 높은 게 아니었다. 그리고 너무 늙었기에 표길랑의 상대가 되기는 힘들 터였다.

그에 반해 장수는 체력이나 깨달음, 그리고 무공의 경지가 모두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표길랑은 순수하게 장수에게 감탄한 것이다.

“과찬이십니다!”

장수의 무위가 상승하고서 만난 초절정고수는 동창의 수장과 표길랑밖에 없었다.

동창의 수장 역시 장수로서는 충분히 상대할 만한 자였고, 표길랑 역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표길랑의 무공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강했다.

원래 마공이란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무공 자체가 깨달음보다는 막강한 내공을 발산하는 쪽으로 치중했기에 파괴력이 강한 대신에 초식은 정파 무공에 비해 단순한 쪽으로 발전했다.

더구나 장수는 마공의 가장 큰 약점을 알고 있었다. 위력이 엄청난 대신 반동이 강하다는 것이다. 무슨 무공을 펼치든 간에 마공은 뒷감당이 어려웠다. 그랬기에 이기고도 혈도가 파열되어 죽는 경우가 상당했다.

애초에 절제력 없이 막강한 내공만을 사용한 탓에 공력의 통제력이나 깨달음이 부족해 상승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표길랑은 그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표길랑의 무공은 과거에 비해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마인답지 않게 내공을 효율적으로 쓰고 통제력 역시 대단했다. 더구나 깨달음까지 서려 있었기에 장수가 사용하는 사량발천근의 묘미를 흩트려 놓을 때도 있었다.

표길랑의 변화는 모두 유운 덕분이었다. 표길랑은 유운과 일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련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고, 그 덕에 무공이 진일보했다.

뿐만 아니라 걸레질이나 빗자루질은 표길랑에게 있어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신묘한 일이었기에 그 속에서 느끼는 깨달음이 있었다.

걸레질이나 빗자루질은 매우 적은 힘만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세밀하게 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표길랑은 그것을 무공에 접목시킨 것이다. 그 때문에 빗자루질을 하거나 걸레질을 하면서도 표길랑의 무공은 측량할 길 없이 상승했다.

그 덕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낭비되는 기운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고, 과거에 비해 월등히 강해졌다.

장수 역시 어느 정도 느끼는 게 있었다. 자신의 스승인 유운에게 배우면서 표길랑의 무예가 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마교의 장로이자 흑마열왕대의 대주이며 초절정고수인 표길랑이 적이라 할 수 있는 무당파의 중심지에서 왜 떠나지 않고 계속 이곳에 있었겠는가? 유운의 가르침이 이곳에 있는 위험도보다 월등히 높았기에 그랬던 것이다.

그 덕분에 표길랑은 그동안의 정체를 끝내고 서서히 화경의 경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장수만 발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표길랑의 성취 역시 장수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생각을 하자 새삼 스승인 유운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미 완성되어 더 이상 발전이 없는 데다 마공을 익힌 마인의 무공을 한 단계 더 위로 상승시키다니, 스승의 위력에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두 명의 대단한 무도가를 만든 스승을 무당파에서는 이렇게나 이용하지 못하다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무당파가 유운을 믿고 전폭적으로 밀어 주었다면 아마 모르긴 해도 무당파에 초절정고수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화경의 경지에 오른 절대자도 생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당파는 스승에게 속가제자들이나 가르치라고 했을 뿐, 제대로 이용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답답한 일이었다. 지금이라도 유운 밑에 제자를 두고 지원해 준다면 마교나 혈교는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수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표길랑이 말했다.

“정말 대단하구나. 내가 이제껏 싸워 온 상대 중에 너만 한 자는 단 한 번밖에 없었다. 바로 장삼이다. 내 친구 장삼을 상대할 때 외에는 이처럼 격렬하게 싸운 적이 없는 거 같구나!”

표길랑은 어느덧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무나도 홀가분하고 기뻤기 때문이다.

장수는 완벽한 호적수였다. 표길랑의 실력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데다 무의 깊이가 같았기에 큰 기쁨을 느꼈다.

자신이 날린 공격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그것을 상대할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그런 상대와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것은 또 얼마나 큰 기쁨인가.

표길랑으로선 오래전에 잃었던 감각을 새롭게 찾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권법과 장법을 쓸 줄 아는 완벽한 호적수를 만났으니 감흥이 새로웠다.

과거의 호적수였던 흑룡혈장 장삼을 상대했을 때의 쾌감을 느끼며 표길랑의 눈은 붉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장수 역시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몸속의 내공을 모두 쏟아 붓고 펼칠 수 있는 모든 무공을 펼쳐 표길랑을 상대하고 싶었던 것이다.

장수가 두 주먹을 올리며 말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대일로, 서로의 주먹으로 말을 하는 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즐거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서로의 실력이 비슷하다면 그것은 천하에 다시없을 시합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합을 구경하는 것은 주변의 나무들밖에 없었다.

표길랑이 미소를 짓더니 장수를 향해 말했다.

“조심해라!”

그 말이 끝이었다.

표길랑은 빠르게 장수에게 다가가 급하게 손바닥을 펼쳤다.

장력이었다.

장력은 장수를 부술 것같이 달려들었다.

장수 역시 표길랑의 손바닥에 담긴 장력을 느꼈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강력한 철판이라도 뚫을 것 같았기에 나약한 인간의 육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었다.

장수는 급히 몸을 비틀며 손바닥을 뻗어 표길랑의 손에서 뻗어 나오는 힘을 상쇄시켰다. 그러면서 왼손으로 장풍을 펼쳤다.

장풍이 날아오자 표길랑은 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손을 뻗어 급히 막아 냈다. 하지만 장풍의 위력을 모두 해소시킬 수는 없었기에 무려 세 걸음이나 뒤로 물러나야 했다.

표길랑은 인상을 찡그리더니 장수를 바라보았다.

“제법이구나!”

그 말과 함께 다시금 장수를 향해 장풍을 펼쳤다.

표길랑이 펼치는 장풍은 느린 대신 그 위력이 강했다.

장수 역시 연달아 장풍을 펼쳤다.

쾅! 쾅!

장수가 연거푸 날린 장풍이 자신이 날린 장풍을 해소하자 표길랑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한 번에 두 번이나 장풍을 날리느냐?”

표길랑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장풍을 시간차 없이 두 번이나 연속해서 날리다니!

장풍을 쏘기 위해서는 구결에 맞추어 진기를 돌려야 했고, 그렇게 해서 모인 기운을 손바닥 밖으로 밀어내야 했다. 만약 한 번 쏘고 나서 다시 연달아 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구결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한 번에 두 개의 구결을 운기하지 않는 이상 장풍을 두 번이나 날릴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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