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편 - 정보를 나누다
표길랑은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죽엽청을 입에 들이부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표길랑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이 표길랑을 마시는 것처럼 보였다.
장수로서는 이제부터 표길랑에게 정보를 빼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 모습을 일부러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표길랑은 잘 익은 오리 다리를 쭉 잡아 빼더니 입에 넣고 살점을 씹어 먹기 시작했다.
장수 역시 한바탕 힘을 썼으니 시장한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오리구이를 먹으며 추가로 음식을 시켰다.
그렇게 둘은 아무 말 없이 음식을 먹는 데만 집중했다.
상 위로 음식이 여러 차례 쌓이고 나서야 표길랑이 만족한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잘 먹었네. 사정을 보아하니 앞으로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기 힘들 거 같아서 미리 비축을 해 놓았네!”
지금 상황에서 팔자 좋게 무당파에 있을 수는 없었다. 표길랑 역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음식을 잔뜩 먹은 것이다.
장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표길랑과의 일이 끝나면 그로서도 바삐 움직여야 할 곳이 있었기에 아무 말 없이 음식만 먹은 것이다.
“그럼 자리를 옮길까요?”
이제부터 해야 할 말은 매우 중요한 말이었기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그래. 잠깐!”
표길랑은 주인에게 가서 죽엽청과 건량, 그리고 만두와 옷가지를 받아 오더니 장수에게 덜컥 손을 내밀었다.
“자네에게 많이 얻어맞았으니 치료비를 주게!”
무척 당당한 모습이었다.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황실에서 받은 자금을 건네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실 겁니다!”
표길랑은 무게를 대충 가늠해 보더니 말했다.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쓸 수 있겠군!”
주머니를 품에 넣은 표길랑은 주인에게 받은 것도 따로 행낭을 싸서 품에 들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장수와 이야기가 끝나면 바로 떠날 생각인 듯했다.
주점을 나와 간 곳은 으슥한 곳이었다.
장수는 주변을 살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표길랑에게 말을 걸었다.
“대충 상황은 파악하셨습니까?”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모를 수야 없지. 그런데 내가 궁금한 것은 말이야, 자네는 내 신분을 알고 있나? 아니, 언제부터 알고 있었나?”
표길랑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마공을 상당한 수준까지 익혔다는 것밖에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왜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지?”
“대협이 익히신 마공 때문입니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어느 곳에 소속되어 있든지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사실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
“예!”
“음…… 뭐, 그건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지. 그래, 자네 생각이 맞아. 나는 마교의 고수이네. 그것도 상당한 고수이고, 이제 교로 돌아가면 나보다 강한 자는 단 한 명뿐일 거야!”
표길랑이 말하는 것은 천마였다.
원래 이곳에 나오기 전까지도 마교 내의 초절정고수들 사이에서 제법 실력을 인정받는 표길랑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일의 고수는 아니었다. 장법이라는 게 한계가 있고 사용이 어려웠기에 특이한 무공을 익혔다 생각할 뿐이지 특별히 강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운에게 무공을 배운 후 지금은 급격히 강해진 상태였다. 이제 마교에서는 천마 외에 두려워할 만한 자가 없었다.
“그러셨군요!”
장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황실에서 어디까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이네. 물론 머리가 좋은 자네나 자네의 배경이라면 더 많은 것을 알겠지만 말이야. 자네의 말을 들으니 나도 의심이 드는 것이 하나 있네. 마교에도 분명히 그런 시설이 있어. 하지만 시설이 있을 뿐이지 자네가 말한 위력은 없네. 폭발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강시가 떠오르네. 강시도 초절정고수를 상대할 정도는 되지. 하지만 그렇게 강한 강시는 만들기도 힘들고 사용하기는 더더욱 힘드네. 차라리 마교가 공격을 당한다면 쓸 수도 있겠지만 그 외에 가지고 다니면서 쓰기는 힘들어. 신강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그런 모습을 본다면 거부감을 가질 테고 말이야!”
신강에도 농사일을 하는 주민들이 있었다. 그들이 아무리 마교를 믿는다 해도 강시 같은 괴물을 본다면 공포심에 떨 것은 당연지사였다.
표길랑은 이어서 다른 시설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는데, 존재만 할 뿐 이번 일에 쓰일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있다는 게 중요하지 질이나 양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만약 무림맹이 이런 시설들에 공격당하면 바로 증거가 되는 것이고, 그럼 이번 일을 마교가 벌인 것이라 단정 지을 것이다.
천마 역시 설명을 하려고 하지 않을 터였다. 그 역시 무림맹이나 황실과 싸우는 것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황실과 무림맹이 연합해 신강으로 공격해 들어온다면 더 좋아할 것이 분명했다.
장수는 표길랑의 말을 들으면서 대충 상황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것도 파악을 했는데, 표길랑이 말을 하는 것 중에는 다른 시설 같은 것이 부가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표길랑은 자객을 만드는 시설이나 강시를 만드는 시설, 그리고 폭탄을 만드는 시설 등을 말하면서 부연 설명을 했고, 그런 설명만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 과거에 임무 때문에 신강 주변을 돌아다닌 적도 있었기에 장수는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표길랑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 정도야 자네가 조금만 파악해도 알 수 있으니 말을 해준 것이네. 하지만 본교의 무력 사정이나 전력은 말해 줄 수 없네. 특급 비밀이기도 하거니와 적인 자네에게 말을 해줄 순 없어!”
장수로서는 이 정도만 들어도 충분했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는 대부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시설이 있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마 신강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시설은 관리하기 편하게 천산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군수품을 옮기는 마차를 쫓다 보면 대충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황실에서는 마교뿐만 아니라 혈교 역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벌일 수 있는 자들은 마교와 혈교, 두 군데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통적인 강호인 마교에 비해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혈교 역시 무시할 만한 자들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전력이 떨어지는 혈교가 그런 비전력 요소를 더욱 강화시켰을 수도 있었다.
장수는 이어서 그렇게 생각한 바를 이야기했다.
묵묵히 듣던 표길랑도 장수의 말에 수긍했다.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더 잘된 일이야. 혈교 따위는 사실 본교에 비해 손색이 있어. 그리고 천마라면 혈마를 상대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거야!”
그것은 자신감이었다. 마교에서 나고 자란 표길랑으로선 마교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중원 전체와 싸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암수나 쓰는 혈교 따위는 상대도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세간에서는 혈교와 마교가 동급이라 말하지만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표길랑은 마교의 전력이 혈교보다 강하다고 자신했다.
장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가 강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림맹이나 황실과 상대한 후에는 아무리 마교라 해도 전력이 급하락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혈교를 상대하기 힘들 수도 있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방비를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자네에게 들은 것은 그대로 천마에게 전해질 것이야. 그런데 자네의 무공은 어떻게 완성된 것인가? 나와 동등한 실력을 지닌 자가 또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
황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고 해도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이 있을 것만 같았다.
“비결은 딱히 없습니다. 다만 제가 대협보다 유운 스승님을 빨리 만난 것뿐입니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유운 덕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화경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실마리를 얻지 않았는가?
더구나 천하에 다시없을 천재를 황실이 총력을 다해 밀어 준다면 장수 같은 경지에 오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알았네!”
“그럼 이제 마교로 돌아가실 생각입니까?”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지금 본교에 어려움이 닥쳤는데 나 혼자 편하자고 이곳에 있을 수는 없지. 이곳에서 무공을 수련하는 것도 좋지만 교에 은혜를 갚아야겠지. 자네에게 들은 말도 전해 주어야 하고!”
표길랑으로서는 당장에라도 가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대협,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와 나는 황실의 관리와 마인으로 서로 적이라 할 수 있는데 다음에 또 만나면 싸울 수밖에. 그러니 서로 안 만나는 게 좋을 것이야!”
표길랑의 말은 사실이었다. 두 사람은 적이라 할 수 있었기에 다음에 만날 때는 서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참 문제로구나.’
장수는 친구인 표길랑과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비록 지금 대결을 펼치긴 했지만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장에서 만나면 달랐다. 가문과 스승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표길랑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여기서 대결을 펼친 것과 전장에서 만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장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엇을 그리 생각하는가? 전장에서 안 만나면 되지. 다른 곳에서는 서로 소속을 생각하지 말고 만나면 되니 말이야. 그리고 나 역시 이번 일만 끝나면 다시 유운 스승님에게 가서 무공을 배우고 싶네. 아직 배우고 싶은 게 많거든!”
장수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번 일만 마무리 지으면 유운 스승님에게 가서 무공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말이야,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표길랑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자네 실력이 대단한 것은 알겠는데, 자네와 싸우면서 계속 의문이 생겼어. 자네는 마치 내가 펼치는 무공을 아는 것처럼 움직였어. 거기다 장법을 쓰는 고수들과 많이 싸워 본 것처럼 능숙했고 말이야. 또 어떻게 그렇게 장풍을 연속해서 발사할 수 있었지? 그것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나?”�^��p�`�무림맹은 끽해야 백 명의 절정고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다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자객은 절정고수만큼 키우기 힘든 건 아니었다. 만약 그런 방법이 있다면 천마는 물론 교의 장로들까지 합심해서 자객들을 키운 후 중원을 침범했을 것이다.
표길랑이 헷갈려 하는 것은 혈교가 가지고 있는 세력을 조금씩이나마 마교에서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교가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고, 실제로 그 정도 저력을 가진 곳 중 가장 유력한 곳은 마교뿐이었다.
표길랑은 말을 하다가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자네는 그것을 어떻게 아나?”
질문을 하다 보니 절로 납득이 갔다. 장수가 황실의 정보망을 이용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황실에는 여러 가지 정보망이 있고, 또 무림맹의 정보망도 이용할 수 있기에 마교보다 정보의 양이나 질이 훨씬 우수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표길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 주문한 오리구이와 추가로 주문한 죽엽청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