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326화 (326/398)

326편 - 석가장

유운의 말에 장수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승은 장수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으면 곤란할까 봐 제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장수에겐 유운의 그런 마음이 저절로 느껴지는 듯했다.

스승의 사랑은 무한했다. 장수로서는 그 큰 사랑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이만 가보도록 해라!”

유운은 그 말과 함께 손을 저었다.

장수는 그런 스승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한시가 바빴다. 더는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급하게 접수하는 건물로 향한 장수는 유운의 이름으로 얼마간의 자금을 기부했다.

기부금을 냈으니 유운 스승에게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줄 것이다.

장수로서는 유운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이런 것밖에 없었다. 더는 시간이 없었기에 가지고 있는 자금으로 때워야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스승에게 직접 봉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다음으로 미루고 급하게 무당의 문을 나섰다.

무당을 나온 장수는 바로 석가장으로 향했다.

석가장으로 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거리가 거리이니만큼 말을 타고 빠르게 달렸음에도 며칠이 지나서야 석가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석가장에 와서인지 장수는 새삼 석가장이 다르게 보였다.

어린 시절을 이곳에서 보냈을 때는 항상 똑같아 보였는데 바뀐 부분이 많아서인지 신기함마저 든 것이다.

석가장은 매우 큰 가문이었다.

때문에 담도 매우 컸는데, 그렇게 큰 건물에 예전보다 월등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보였다.

더구나 문 앞을 지키는 무사의 숫자도 많아졌다.

현재 석가장의 위세가 예전에 비해 훨씬 커진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장수는 천천히 문지기에게 갔다.

문지기가 길을 막더니 그런 장수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문지기는 매우 절도 있게 말했다.

그것만 봐도 석가장이 무사들의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알 수 있었다.

“저는 석가장의 소장주입니다!”

장수의 말에 문지기는 잠시 생각했다. 장수가 한 말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서였다.

“소장주님이시라고요?”

“그렇습니다!”

“이, 이럴 수가!”

문지기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바로 옆에 있는 종을 울렸다.

이내 무사들이 급하게 뛰쳐나왔다.

“무슨 일이냐?”

“저, 저기에…… 소, 소장주님이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뭐? 소장주님?”

무사가 놀란 눈을 하더니 장수를 바라보았다.

“누, 누구십니까?”

그 무사 역시 장수로선 처음 보는 자였다. 아마 이번에 급격히 늘린 무사 중 하나인 듯했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내공이 보통이 아니었다. 대충 고수의 수준은 되어 보였다.

물론 장수의 실력으로는 단 한 방이면 골로 보내 버릴 정도로 약한 존재가 바로 고수의 경지였지만 이런 상가에서 고수의 실력을 가진 무사를 지닌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더구나 상황을 보니 고수가 한 명이 아닌 듯했다. 대충 둘러봐도 몇 명 더 보였고, 그에 밀접한 자들도 여럿이었다.

가문이 성장했으니 이런 고수들도 고용할 수 있지, 그렇지 않다면 힘든 일이었다.

사실 석가장은 거듭된 사업의 성공으로 그 위세가 막강했다. 더구나 황실과의 교역을 성공함으로써 점점 세력이 커졌기에 고수들도 여유 있게 고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가문이 성장하니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자들도 많았고, 석가장에 소속되어지기를 원하는 자들도 많아졌다.

이렇게 조금의 시간만 더 지나면 천하에 영향을 펼칠 수 있는 상가로 발전할 것이다.

장수가 주변을 살피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늙은 무사 한 명이 나왔다.

늙은 무사는 장수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이럴 수가……. 소장주님인 거 같은데…… 그런데 살이 너무 빠졌어!”

과거의 장수는 돼지라 할 수 있었다. 매우 뚱뚱했기에 보는 사람의 진이 다 빠졌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적당히 살이 빠진 상태였다.

비록 폭인에게 공력을 흡수하면서 다시 약간의 살이 붙긴 했지만 그 정도는 양호했다.

그런 상황이니 장수를 아는 무사가 와도 장수의 체형을 이상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무사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부모님은 안에 계십니까?”

“그, 그렇습니다!”

“그럼 장주님에게 안내 부탁하겠습니다!”

소장주가 장주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사는 다시 한 번 장수를 살펴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다른 무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미리 가서 장주님에게 상황을 얘기하라는 뜻이었다.

눈짓을 받은 무사 한 명이 급히 장주를 향해 달려갔다.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동안 장수의 앞에 있던 무사가 장수를 보며 말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리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장수 역시 상황을 이해한 상태였다. 갑자기 나타난 자가 아들이라고 하니 확인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더구나 장수의 몸은 예전과 달랐다. 예전에는 돼지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기에 다시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장수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렸을 때 보던 것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저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어린 시절에는 어디도 제대로 돌아본 기억이 없었다. 항상 집에서 수련만 했던 것이다. 내공을 모으고 그걸 해결할 방법을 찾다 보면 시간이 많이 지나가곤 했다.

거기다 후계자 수업에 상인에게 필요한 수업까지 받다 보니 어디를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니 석가장 밖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이렇게 내부엔 추억이 서린 곳이 많았다.

장수는 걷다가 크게 자란 나무를 쳐다보았다.

어린 시절 자주 보던 나무였다. 그때는 별 관심도 없었지만 지금 보니 매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반갑구나.’

장수는 나무에 인사를 한 후 주변 경관을 살피며 과거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누군가가 헐떡이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달려온 자는 총관이었다.

그는 급히 달려오더니 장수를 향해 말했다.

“저, 정말 소장주님이십니까?”

총관은 장수에게 달려들어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예전과 너무나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살핀 총관이 분노하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소장주님의 식사에 신경 쓰라고 했거늘!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셨으면! 그 좋던 풍채는 어디 가고 뼈만 남았는가!”

상가에서 살던 집의 후광과 상인으로서의 덕을 말하는 것이었다. 상인이라면 풍채가 당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창 잘나가고 있는 석가장 소장주의 체격이 어디 가서 피죽도 못 먹은 것처럼 말라 있으니, 총관으로서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소장주의 살 때문에 석가장에서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던가. 위풍당당한 체격을 만들기 위해 식사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를 신경 썼는데, 그것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총관은 양번의 단주를 시작으로 함께 파견 갔던 요리사에게까지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욕하더니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졌는지 그제야 장수를 보며 말했다.

“소장주님,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그간의 업적은 잘 들었습니다. 소장주님 덕분에 석가장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소장주님에게 그런 상재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손대는 것마다 대박을 치는 것을 보고 다른 가문에서 본가를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총관으로서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가문의 후계자들은 가문의 가업에 대해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인데 장수는 혼자서 여러 가지 큰 사업을 만들어 내기까지 한 것이다.

더구나 황실에 큰 연줄까지 만들었으니 앞으론 성공하는 일만 남았다.

이대로라면 호북의 상권뿐만 아니라 천하에서도 석가장의 위세를 떨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 호북 제일상가의 영광이 아니라 천하 십대상가에도 들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나가기만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원래 황실과 연을 만나면 급격한 사업 확장이 가능해질 수 있다. 그랬기에 가능성을 내다본 것이다.

총관은 끝없이 말했다.

총관 역시 상인으로서 입심 하나만큼은 타고났기에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했던 것이다.

장수는 계속해서 총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변한 게 없구나.’

총관의 빠른 말도 오랜만에 들으니 웃음이 나왔다. 거기다 너무 빨리 말을 해 숨은 어떻게 쉴까? 하고 살피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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