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329화 (329/398)

329편 - 석가장

* * *

표길랑이 마교로 돌아오자 천마가 급하게 표길랑을 찾았다.

표길랑은 천마를 향해 달려갔다.

천마는 표길랑을 보자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이놈! 어딜 갔기에 연락도 없었느냐?”

천마의 말에 표길랑은 미소를 지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중원의 정보를 모았습니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왜 소식 한번 전하지 않았느냐?”

천마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숙였다.

“천마시여, 소식을 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원에서 어떻게 본교로 소식을 전하겠습니까? 더구나 중원의 야비한 정파 놈들이 눈치는 번개 같아서 제가 어떤 행동을 하든 간에 들켰을 것입니다!”

표길랑의 말에 천마는 답답함을 느꼈다. 문제를 일으키라고 보낸 녀석이 숨어 다녔다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표길랑에 대한 소문 또한 한 번도 나지 않았기에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 호기심이 들었다.

“그래, 우선 한번 들어나 보자!”

천마는 표길랑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안 돌아왔으면 모를까 돌아왔으니 무슨 말을 하든 속 시원하게 한바탕해야 속이 풀릴 듯했다.

하지만 그 전에 표길랑에게서 변명을 듣고 싶었다. 자신이 손을 쓰면 손속에 사정이 없기에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죽는다면 다시 살려 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것을 잘 알기에 평소엔 말보다 주먹이 먼저였지만 지금만큼은 표길랑에게 말할 기회를 준 것이다.

천마의 말에 표길랑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장수에게 들은 것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천마와 군사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천마는 처음에 얌전히 듣기만 했다. 무슨 말을 하든지 들을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표길랑의 말이 끝나지 않는 것에 놀라움을 가졌고, 나중에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장수에게 들은 모든 내용을 자신이 얻은 정보인 양 말한 표길랑은 말을 멈춘 후 천마를 쳐다보았다.

천마는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나서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뭐라고!!!”

천마는 그 말과 함께 강렬한 기를 사방으로 내뿜었다. 그 때문에 바로 옆에 있던 군사는 그대로 벽에 처박혀 쓰러졌다. 만약 천마의 기가 조금만 더 강했어도 그대로 절명을 했을 것이다.

군사 역시 예사 무공이 아니었지만 화경의 고수인 천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랬기에 강렬한 기의 방출만으로도 졸도를 한 것이다.

천마는 그대로 사방으로 기를 발산했다.

장풍도 아니었다. 그저 힘을 사방으로 발산한 것인데 그 정도 위력만으로도 주변의 것들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친 천마는 심호흡을 한 뒤에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참 어처구니가 없구나. 뭐, 폭인에 자객들이라고? 처음 듣는 말이구나. 그것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있느냐?”

표길랑으로서도 장수에게 들은 것 이상을 알지는 못했다.

“더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그래, 초절정고수 세 명을 상대하고 흡성대법을 사용하는 데다 마지막에는 폭발을 한다니 정말 물건이긴 물건이구나. 본교에 그런 게 있었으면 진즉에 천하를 정복했을 텐데, 너무 아쉽구나!”

천마로서는 진정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폭인이라는 게 있으면 마도천하를 진즉에 이룰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봐, 군사, 자네는 지금 들은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천마의 말에도 바닥에 널브러진 군사는 대답이 없었다. 기절을 했기에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천마는 군사가 쓰러진 채 게거품을 물고 있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사라는 녀석이 이렇게나 약하다니, 어이가 없구나!”

천마가 직접 다가가 깨우자 군사는 잠시 뒤 깨어났다.

“그래, 군사, 어떻게 생각하나?”

정신을 차리자마자 천마가 직접 물어보자 군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기절에서 갓 깨어났기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혈교가 무섭게 강해진 듯합니다!”

“그래, 맞는 말이야. 혈교가 무서울 정도로 강해졌군. 정말 흥미로워. 절정고수의 위력을 내는 자객이라든지 폭인이라니, 모든 게 내 흥미를 끄는군. 특히 폭인의 위력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시험을 해보고 싶어. 나에게 얼마나 타격을 주는지 보고 싶어!”

폭인이 무서울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화경의 고수에게는 큰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화경의 고수는 호신강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신강기는 천하에 부술 수 없는 게 없는 강기마저도 막을 수 있는 위력을 가졌기에 강한 폭발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러니 천마로서도 공포보다는 흥미를 가진 것이다.

“그렇습니다, 천마시여. 폭인이 아무리 대단한 위력을 가졌어도 천마께는 어떠한 피해도 주지 못할 것입니다!”

“그거야 나도 당연히 알고 있지. 천하에 무엇이 나를 다칠 수 있게 하겠느냐? 그런데 그 위력이 궁금하구나. 군사, 우리도 그런 것을 만들 수 있겠지?”

“예?”

군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폭인을 만들 수 있는 세력은 혈교와 본교뿐이다. 그리고 혈교가 성공했다면 본교 역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그게!”

“왜, 못하겠느냐?”

“못하겠다는 게 아니라 전에 말했듯이 무슨 일이든 충분한 기술 축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폭인에 대한 연구 자료가 전혀 없는 이상 폭인을 만들 순 없습니다!”

“이런, 답답한 녀석! 그럼 폭인 말고 자객이나 폭탄은 가능하겠느냐?”

천마의 말에 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폭탄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자객은 아직까지 불가능합니다. 기존 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잠력을 폭발시키는 것에 대해 좀 더 연구를 해야 합니다. 제정신이라면 누구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군사의 말에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래. 목숨을 걸고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없지. 하지만 정말 매력적이구나. 고수 정도 되는 자객이 절정급 무위를 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야. 혈교가 이번에 준비를 많이 했구나!”

“그렇습니다. 이번 일로 혈교에서도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책은 세웠느냐?”

“예?”

군사는 지금 듣고 바로 분석할 정도의 머리는 없었다. 나중에 참모진들과 상의를 해야 그럴듯한 대책이 나올 듯싶었던 것이다. 더구나 정보가 너무나도 모자랐기에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게…… 자객은 도망만 가면 됩니다. 어차피 자객이 잠력을 쓰면 그 이후에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거와 같습니다. 아마 단환으로 역혈대법과 비슷한 효과를 내게 만든 거 같은데, 내공의 증진도 아니고 원래의 무위 그 이상이 되게 하려면 그만큼 무리를 해야 합니다. 그러니 큰 문제는 없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적이 나타나면 도망가면 된다는 말이냐?”

“그, 그게 아니라…… 피하는 것도 병법의 일종입니다. 상대방이 강할 때 싸우는 것은 하책입니다. 그러니 적이 약해질 때를 노리자는 겁니다!”

군사의 말에 천마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좋다. 그것은 그렇다 치고, 다른 대책을 말해 봐라!”

“폭탄 역시 생산량을 늘리면 됩니다. 어차피 기존 시설이 있으니 증산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고,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폭탄을 쓰는 것도 별문제가 못 됩니다. 우리도 폭탄을 쓰면 되는 것입니다. 폭인이라는 것도 강시의 일종인 거 같으니 그에 상응하는 강시를 만들면 됩니다. 어차피 장로님의 말에 의하면 무림맹과 황실이 연합해서 신강을 공격할 거 같은데, 그때 얻게 되는 양질의 시체를 통해 상급의 강시를 만들면 될 거 같습니다!”

천마는 군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미 혈교의 계책은 알고 있으니 문제없다. 모르고 당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제 혈교의 위험을 알게 되었지 않느냐? 그러니 주의만 하면 된다. 혈교가 이번에 머리를 잘 썼어. 전면전으로는 본교를 상대할 수 없으니 우선 차도살인지계로 무림맹과 황실이 본교와 붙은 후에 세력이 약화되면 정규전이 아닌 비정규전으로 공격하려는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만약 몰랐다면 큰 피해를 봤을 것이야. 하지만 그에 대한 대비를 하게 되면 문제 될 것은 없겠지!”

“그렇습니다. 이미 놈들의 수법을 알았으니 이제 더 이상의 문제는 없습니다.”

“그 문제는 군사에게 일임하겠네. 그러니 알아서 해결책을 만들어 오게!”

“알겠습니다, 천마시여!”

군사로서는 매우 머리 아픈 문제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고민은 그가 할 게 아니었다. 그의 밑에는 우수한 참모들이 있었기에 그들을 쥐어짜면 대충 계책이 나올 듯싶었다.

천마는 고개를 돌려 표길랑을 바라보았다.

“그래, 수고했다. 이 정도 정보를 얻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겠다!”

표길랑이 얻은 정보는 상당한 양질의 정보였다. 모두 장수가 생생하게 현장을 겪어 보고 전생에 혈교에서 보아 온 것을 말로 표현한 것이었기에 오히려 무림맹이나 황실이 가진 정보보다도 더욱 세밀한 게 많았던 것이다.

표길랑의 정보 덕분에 마교로서는 앞으로 대책을 세우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감사합니다, 천마시여!”

“그건 그거고, 그래도 책임은 져야겠지!”

“예?”

“그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니야?”

천마는 말을 하면서 씨익 웃었다.

원래부터 표길랑이 돌아오면 제대로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 들고 온 정보와 상관없이 진즉에 손을 보려고 했던 것이다.

표길랑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정보를 얻어 오지 않았습니까?”

“그래, 그랬지. 그래서 내가 잘했다 칭찬하지 않았나? 하지만 내가 명한 것은 마교의 전투부대를 이끌고 정파 세력에게 마교의 무서움을 심어 주라는 것이었네. 이런 정보를 알아 오는 것 따위가 아니고 말이야!”

“후!”

표길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한 번은 부딪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천마도 크게 화가 오르진 않은 모양이었다. 그거면 되었다.

천마가 화가 난 상태에서 대결을 펼치면 상대방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사용하는 강기는 모든 것을 부수는 파괴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얻어 온 정보 때문인지 상당히 기분이 좋았기에 어느 정도 살 가능성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늘어난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화경의 고수이자 천하제일고수를 논하는 고수와의 대결은 표길랑에게 있어 꼭 필요한 일이었다.

안 그래도 표길랑이 먼저 부탁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천마가 먼저 말해 주었으니 거절할 필요도 없었다.

“좋습니다!”

표길랑이 담담히 말하자 천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쭈, 실력이 제법 늘었나 본데?”

“가자!”

그 말과 함께 표길랑이 앞서 달려 나가자 대원들이 표길랑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흑마열왕대의 대원들은 곧바로 근처 마을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마을의 음식을 거덜 낸 후에도 먹는 것을 끝내지 않고 또 다른 마을로 갔다.

그렇게 몇 개 마을의 음식을 바닥낸 후에야 배가 불렀다.

대원들의 입을 만족시켜 준 표길랑은 그 길로 바로 천산 마교로 달려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