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331화 (331/398)

331편 - 서장

장수는 그 말과 함께 말 위에 올라타 다시 서장을 향해 달렸다.

* * *

사천성을 지나자 드디어 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장은 사천성과는 확연히 다른 곳이었다. 주민들부터가 한족보다는 다른 민족인 짱쪽이나 뤄바족이 주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물이나 기타 다른 것이 모두 달랐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서장에 도착했으니 이제부터는 조심해야 했다. 사천성 역시 혈교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서장은 완전한 혈교의 영향권이라 할 수 있었기에 주민들 중 혈교의 눈과 발처럼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더구나 서장에서부터는 관청이나 군대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만약 필요하다면 사천성이나 청해성에서 군대를 끌고 와야 했다.

하지만 군대라고 해봐야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장에서 군대를 끌고 와봐야 혈교의 정예 무사를 상대할 순 없는 것이다.

장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부터 진짜 조심해야 했다. 전생에 혈교의 무사였을 때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지금은 문제가 많았다. 이방인이라 할 수 있었기에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장수가 눈치채지 못하게 감시를 당할 것이 뻔했다.

의심되는 자가 있다면 자객을 불러 처리한다. 그리고 만약 살아난다면 더 많은 무사를 보내 어떻게든 죽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혈교였다.

장수 역시 그것을 잘 알기에 최대한 조심하려고 했다.

“우선 옷부터 사고 언행을 조심해야 해!”

서장은 특유의 어투가 있었다. 그랬기에 웬만하면 대화 역시 서장 특유의 어투를 쓰고 서장 사람들이 즐겨 쓰는 단어를 써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마을에서는 그렇게 넘어가면 되지만 혈교와 관계있는 시설에 갈 때는 문제가 더욱 심했다. 암호도 알아야 하고 함정도 파악해야 했다.

만약 암호를 안다고 해도 얼굴을 보고 파악하는 데다 이중 삼중으로 검사를 했기에 조심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크게 만들 수도 있었다.

문제를 만들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중원에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이곳은 혈교의 세력권이었다. 절정고수는 물론 초절정고수나 자객, 폭탄 같은 것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혈마라는 존재를 조심해야 했다.

혈마는 인간이 아니었다. 가히 신이라 불릴 수 있는 존재였다.

혈마가 중원이나 신강에 가지 않는 것은 동급인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괜히 상대방 영역에 가서 공격을 받으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다른 영역에 가진 않지만, 만약 자신의 영역권이라 할 수 있는 서장에 적이 나타나면 어느 지역이든 직접 달려갈 수 있었다.

화경의 고수인 혈마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기에 조심하지 않는다면 혈마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혈마를 상대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살아날 방법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장수로서는 주의, 또 주의를 해야 했다.

장수는 서둘러 서장에 사는 사람들이 입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말투 역시 한적한 곳에 가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자주 썼던 말이지만 이십여 년이 흘러 다시 쓰려고 하니 헷갈렸다. 하지만 목숨이 달린 일이었기에 조심해야 했다. 장수로서는 어떻게든 연습해서 서장에 사는 주민처럼 보여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연습하니 과거의 말투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었다. 이곳은 혈교의 세력권이었고, 아무리 장수라 할지라도 포위를 당하면 살 수 없었다. 거기다 이십 년 동안 혈교에서 어떤 괴물을 준비했을지 모르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다.

“이제 가야겠구나!”

장수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대한 현지인처럼 보여야 했기에 움직임 역시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각 마을마다 연락 체계가 잡혀 있으니 이제부터는 한 번을 움직일 때도 생각을 하면서 움직여야 했다.

“우선은 혈교에 가야겠지?”

혈교가 위치한 곳은 비밀이었고, 각 무사들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무수히 노력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마교나 황실, 그리고 무림맹은 혈교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장수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혈교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었다.

혈교가 위치한 곳은 바로 정일 지역이었다.

천하에서 가장 높은 산인 주목랑마(珠穆朗瑪) 지척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랑마는 천하최고봉이었다.

보통은 주봉이라 하며 장족 언어로 대지지모(大地之母)라 불렸고, 워낙 큰 탓에 신으로까지 숭배되었다.

마교의 천산 역시 크기로 따지면 엄청나게 컸지만 주목랑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만큼 컸기에 숨을 곳이 많아 혈교로서는 은신처로 만들기 좋았던 것이다.

혈교는 주목랑마 곳곳에 시설을 만들었다. 하지만 주로 행사를 하는 곳은 정일 지역이었다.

때문에 보통 혈교의 무사들은 정일 지역에 위치한 곳이 혈교의 중심지라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것마저도 위장막이었다.

혈교는 항상 본거지를 옮길 준비를 했다. 그랬기에 정일 지역에 위치한 곳에는 중요한 것들을 놔두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목랑마 곳곳에 위치한 제이, 제삼의 시설에 은신시켜 온 것이다.

장수는 우선 혈교로 가서 상황을 살피려고 했다. 하지만 가는 것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고, 혈교에서 다른 시설에 대해 살피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더욱 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조심하며 천천히 서장에서 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도를 지나 정청, 파천에 도달하기까지는 무수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구나 중간에 상인으로 위장하기 위해 수레와 하인들을 샀다. 장수는 원래 상인이었기에 상단을 조직하는 게 자연스러웠기에 다른 사람의 의심을 피해서 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게다가 이익까지 남기며 움직였다. 만약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면 혈교의 의심을 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상인은 이익을 내기 위해 상행위를 하는 것이고, 산적을 만나거나 기타 다른 재해를 만나지 않는 이상 손해를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손해를 본다면 진짜 상인이 아니고 큰 문제가 있는 자들일 수도 있기에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장수는 능숙한 상인으로서 장사를 매우 잘했다. 물건을 싸게 사서 다른 지역에 가 비싸게 파는 것을 수월하게 했고, 흥정 역시 상인답게 잘 해냈기에 누가 봐도 상인다웠다.

하지만 일부러 큰 이익은 내지 않았다. 적정선에서 이익을 차단했던 것이다. 너무 많은 이익을 내면 산적들의 관심을 사게 된다. 그런 것은 장수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아무 이상 없이 혈교가 있는 지역까지 가는 게 목적이었기에 이익 역시 적당히 조절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곡까지 가서 문제가 생겼다. 이것은 장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행을 하다 보면 산적들을 만나기 마련인 것이다.

산적들은 상인을 골라서 터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자를 털었다. 더구나 장수처럼 한족처럼 생긴 자들을 우선적으로 털었기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다섯 개의 수레에 이십 명의 고용인, 그리고 삼십 명의 무사를 고용해 이곳까지 왔다.

그런데 그 앞을 사십 명의 산적들이 막아선 것이다.

“이봐, 남의 길을 지나가면 통행료를 내야 할 거 아니야?”

산적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거칠게 돋은 수염을 만지며 장수를 향해 위협적으로 말했다.

산적을 본 장수는 속으로 열불이 치솟았다.

‘한 방이면 죽을 녀석들이……!’

장수의 무위는 놀라울 정도였다. 초절정고수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기에 산적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장수가 마음만 먹는다면 가운데에 장풍을 써서 놀래 준 다음 다시 장풍을 써서 순식간에 전멸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적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산적질을 하는 자들은 모두 혈교의 영향력에 있는 자들이었다. 이렇게 산적질을 하는 것도 혈교에 허락을 받고 한다는 말이었다. 그랬기에 이들이 만약 전멸한다면 혈교에서는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바로 원인을 파악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장수의 존재가 드러날 터였다.

혈교가 의심하는 순간, 서장 전체의 감시 상황이 몇 배로 증가한다. 가뜩이나 침입이 어려운 서장의 감시 체계가 높아지면 아무리 장수라도 안 들키고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장수의 족적을 발견하는 순간 혈교의 막강한 무력단체들과 전력들이 장수를 향해 달려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장수는 도망을 치든가 아니면 혈교의 손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장수는 웬만하면 산적들과 타협을 하려고 했다.

“호걸님들, 당연히 제가 성의 표시를 해야지요. 저는 전부터 호걸님들에 대한 명성을 듣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이렇게 재물을 바치러 이곳에 온 것입니다!”

장수는 말을 하면서 연신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이 진정 상인다웠다.

그리고는 품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내 들었다.

원래 산을 지나기 위해서는 산적들에게 일정량의 보호비를 내야 했다. 더구나 장수는 상행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심을 피하기 위해 상단을 조직했기에 좀 더 신경 써서 주머니를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보호비라는 것이 너무 많아도 의심을 살 수 있기에 이 또한 조심해야 했다.

장수가 주머니를 바치자 대장은 미소를 지었다. 장수가 말하는 품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사실 장수의 모습은 영락없는 상인이었다. 장수는 오랜 시간 동안 상인 일을 했기 때문에 상인으로서의 자세가 몸에 익어 있었다. 거기다 일부러 옷 속에 옷가지를 집어넣어 체격을 뚱뚱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까지 해서인지 원래 체격보다 좀 더 뚱뚱해 보였다.

대장은 주머니를 보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이 정도면 성의 표시는 되겠어. 그리고 우리를 향해 공경을 표하는 것을 보니 기본적인 자세가 되었어. 그래!”

대장은 주머니만 받고 끝내려는 것 같았다.

사실 산적으로서도 상단을 터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었다. 만약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나면 이 길을 이용하는 자가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얌전히 보호비를 내는 자들은 웬만하면 그냥 보내 주는 것이 예의였다.

대장이 몸을 돌려 그냥 보내 주려고 할 때, 산적 하나가 급히 대장을 향해 말했다.

“대장님, 그래도 상행에 무슨 물건이 들었는지 확인은 해야 하지 않습니까? 만약 상행으로 고가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미리 처리를 해야 합니다!”

산적은 조용히 말했지만 장수에게는 모두 들렸다. 그랬기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리 중요한 물건이 아니었다. 수레엔 식량만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서쪽 지방에 식량이 모자란다고 했기에 당연히 상인으로서 식량 위주로 샀던 것이다.

식량은 그리 비싼 것이 아니다. 더구나 마을에 꼭 필요한 물건이지 사치품이 아니었기에 산적들도 그냥 넘어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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