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332화 (332/398)

332편 - 서장

산적의 말에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랬지. 두목께서 반드시 수레를 확인하라고 한 것을 내 잠시 잊고 있었구나!”

대장은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수레에 다가가 안에 든 것을 확인했다.

“이런, 식량이잖아!”

대장은 수레에 든 것을 확인하고는 안색이 변했다.

‘무슨 일이지?’

장수로서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물건도 아니고 어디서나 쉽게 팔 수 있는 식량이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장은 머리를 흔들더니 장수를 보며 말했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네.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상인을 만나 기뻤는데 운 나쁘게도 식량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

“예? 호걸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수로서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모두 해결되었는지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마침 산채에 식량이 떨어졌거든. 그래서 상단이 가진 것이 식량이면 모두 가져가기로 했네!”

장수는 한숨이 나왔다. 산채에 식량이 떨어져 다음에 만나는 상단의 식량을 모조리 가져간다는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재수 없게 장수가 걸린 것이다.

장수는 두 손을 빌며 말했다.

“아이고, 호걸님, 제발 봐주십시오!”

어디까지나 상인답게 굴었다. 그냥 수레를 줘 버리면 의심을 살 수 있었기에 최대한 뺏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하네만 어쩔 수 없네. 우리도 귀찮은 건 싫거든. 게다가 자네만 봐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히 산채에 필요한 식량이 아직 많이 부족해서 자네 뒤를 이어 식량을 가져오는 자들도 같은 일을 당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호걸의 말에 장수는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호걸님. 이번에는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대장은 안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장수를 쳐다보았다.

“미안하지만 다음 기회는 없을 것이네. 사람들이 보호비까지 낸 상인의 화물을 뺏었다고 하면 우리를 뭐로 보겠는가? 당연히 안 좋게 보겠지. 그렇게 되면 문제가 생기니 자네의 목숨을 빼앗을 수밖에 없네!”

대장은 그리 말하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도를 꺼냈다.

“미안하네만 어쩔 수 없네. 자네의 운이 없는 것을 탓하게!”

장수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최대한 저자세를 취했는데도 자신을 죽이려고 하니 더 이상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호걸님,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애원하지 말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니 말이야!”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장수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들을 모두 죽여야 했다.

‘이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지?’

대충 살펴보니 실력이 제법이었다. 대충 고수 정도는 되는 듯했다. 앞의 대장이라는 녀석은 확실히 고수는 되어 보였고, 나머지 녀석들의 수준도 그에 못지않은 것이 보통 산적은 아닌 듯했다.

‘이들을 전부 처리해야겠구나.’

고용한 무사들과 함께 싸우면서 하나씩 죽이면 쉽게 처리가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마교로 가는 것이 좋을 듯했다.

장수는 고용한 무사들을 보며 말했다.

“무사님들, 저들이 우리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같이 싸워 주십시오!”

장수의 말에 무사들은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왜 싸워야 하지?”

장수로서는 황당한 말이었다. 분명 은자를 주고 고용했는데 갑자기 이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무사들은 차가운 표정을 짓더니 산적들과 함께 서 있는 대장을 향해 말했다.

“장 형, 저희들은 옆에서 구경만 하겠습니다!”

“그래, 강 아우. 자네들은 구경만 하게나. 그리고 일이 끝나면 같이 죽엽청이나 마시세!”

그 말과 함께 무사들과 고용인들이 한쪽으로 물러나는 게 보였다. 이제 보니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던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 원래부터 장수를 죽일 생각을 가지고 있던 듯했다.

“이거 어쩌나? 당분간 한족으로 보이는 자는 무조건 죽이라는 명이 내려왔네. 물론 특별한 분들은 빼고 말이야!”

대장은 웃고 있었다. 지금까지 장수를 가지고 논 것이다. 애초부터 죽일 속셈을 가졌기에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장수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사정한 게 우습게 느껴졌다.

“이럴 수가!”

“너무 원망은 하지 말게. 자네처럼 한족이라고 죽은 자들이 한둘은 아니니까. 아마 저승에 가면 자네를 반겨 줄 이가 많을 걸세!”

장수는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일이 복잡하게 된 것이다.

하긴,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혈교에서 첩자가 들어오는 것을 대비하지 않을 리 없었다. 무림맹과 황실에서 들어올 첩자를 대비해 아예 새로 나타난 한족은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장수는 몸속에 내공을 모았다. 이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알겠다. 원망은 하지 않겠다. 대신 너희들도 원망하지 말거라!”

장수는 그 말과 함께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갔다.

그렇게 나아가는 모습이 무척 당당했다.

장수가 갑자기 당당하게 나서자 산적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쳤냐? 아니면 돌아 버렸냐? 그냥 얌전히 있으면 어련히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 줄까? 그렇게 하면 고통스럽게 죽는다!”

대장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도를 만지면서 히죽 웃기 시작했다. 이미 주변 사람들은 전부 같은 편이었다. 이 정도 인원이 나약해 보이는 상인 하나 잡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장수는 더 이상 대장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장수에게 있어 눈앞에 있는 자는 겨우 고수일 뿐이었다.

주변에 있는 자들 역시 고수에 가까운 자들이었지만 그뿐이었다. 일반 무사들이면 상당히 난처할 만한 인원이었으나 장수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하나, 둘, 셋.’

장수는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이왕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주변에 보이는 자들은 모두 죽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흔적이 남게 되고, 그럼 더 많은 무사들이 몰려와 더 많은 사람들을 죽여야 할 수도 있었다.

벼락같이 대장에게 달려든 장수는 손을 뻗어 장력을 내뻗었다.

이내 장력이 대장의 몸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고, 고수의 경지에 이른 대장은 반격 한번 하지 못한 채 불귀의 객이 되어 버렸다.

그것이 신호였다.

장수의 빠른 움직임에 산적들은 어떻게 할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장수는 빠르게 손을 뻗어 산적들을 하나둘씩 죽여 가기 시작했다.

장수는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사정을 준다고 해도 살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신을 본 사람은 하나도 빠짐없이 죽여야 했다. 그랬기에 빠르게 움직이며 산적들을 죽여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산적들을 절반 이상 죽인 장수는 남은 자들도 죽이기 위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원래부터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었다. 초절정고수인 장수와 겨우 고수 수준인 산적들이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얼마나 많은 자들이 도망에 성공하느냐였다.

장수는 빠르게 움직여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죽여 나갔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고용인들과 무사들이 도망치기 위해 달려 나갔지만 소용없었다. 장수는 이미 산적들을 모두 죽인 후였기에 빠르게 달려들어 무사들부터 차례로 죽였다.

아무래도 무사들은 경공을 익혔을 확률이 높았기에 도망을 간다면 제대로 잡을 수 없는 탓이었다.

그에 반해 짐꾼 대신 고용한 자들은 무공을 익히지 않아 빠르게 도망가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남은 자들이 너무 많았다.

장수는 더욱 빠르게 움직이며 장풍을 발사했다.

펑!

한 번에 두 방씩 나가는 장풍에 고용인들도 하나둘씩 죽어 자빠졌다.

그렇게 마지막 고용인을 죽인 장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

장수로서는 무공도 모르는 자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했기에 이들을 죽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장수는 급히 산적들의 몸을 뒤졌다.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을까 해서였다.

그렇게 한참을 뒤진 후에야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시체를 없애는 약물이었다.

산적들에게 이런 약물이 있을 리 없을 테고, 혈교의 지원을 받는 무사들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가지고 있던 듯했다.

급히 시신을 모은 다음에 약물을 붓자 시체가 녹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야 흔적이 남지 않는다. 자신이 무슨 무공을 쓰는지도 모르게 해야 했던 것이다.

대충 흔적을 지운 장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흔적을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구나!”

지금 상태에서는 최대한 빨리 혈교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식량이나 필요한 물품은 미리 준비해 둔 게 있었다.

이제부터는 마을에도 함부로 갈 수 없다. 마을이든 도시든 전부 혈교의 영향권이라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장수를 발견하면 바로 혈교에 알릴 것이고, 그럼 싸워야만 했다.

장수는 이내 다른 곳으로 향했다. 길로 가면 잡힐 수밖에 없기에 길이 아닌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장수가 사라지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산적들을 찾기 위해 다른 산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서장에 위치한 산적들은 체계가 잡혀 있어 무슨 일을 하든 신호를 보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나와 확인을 하게끔 되어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이 자식들, 놀고 있는 거 아냐?”

이번 임무는 매우 간단했다.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대로 상인 하나를 등쳐 먹으면 되는 것이다.

원래 오 일 전부터 혈교에서 전해진 임무는 랍살 지역으로 들어오는 혈교 소속이 아닌 한족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죽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서장에도 한족이 많았지만 대부분 현지인이었다. 그리고 외지인은 잘 돌아다니지 못하게 했다. 더구나 현재는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당분간은 조심을 하자는 뜻이었다.

혹시라도 감찰단을 공격한 것이 혈교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황실에서 첩자를 보낼 수도 있으니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외지에서 온 상인은 자신이 고용한 무사들부터 짐꾼까지 모두 적이라는 사실을 마지막에 가서야 알게 될 테고, 그에 충격을 받은 상인을 간단하게 죽인 뒤 물건만 뺏어 오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 임무가 오래 걸릴 리 없었다.

산적들에게 이 근방은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심심하면 주변을 둘러보았기에 근방 지리에 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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