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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333화 (333/398)

333편 - 서장

의아함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본 산적은 멀지 않은 곳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여기로 와!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매우 간단한 일을 맡은 동료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수레만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럴 일은 없었다.

서장은 혈교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산적들 역시 혈교의 영향을 받았기에 명령을 위반하면 다른 산채에서도 안 받아 주었다.

그러니 도망을 갈 리도 없었다. 더구나 한두 명도 아니고 백여 명에 이르는 인원이었다. 어딘가로 갔다면 반드시 흔적이 남아야 했다!

산적들도 어느 정도 추종술을 할 줄 알았다. 그랬기에 근처를 뒤지다 거품이 있는 누런 액체를 발견하게 되었다.

혈교에는 특수한 약물이 있다. 그 약물은 주로 무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간혹 산채에도 약물을 받은 자들이 있었다.

그 약물의 특징은 시체를 녹여서 액체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산적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액체의 양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최소 몇십 명 이상을 약물로 녹여야 가능한 양이었다.

“적이 침입했다!”

적이라는 생각이 들자 산적들은 잔뜩 겁을 먹었다.

분명 상인은 혼자라고 들었다. 더구나 그를 포위한 자는 백여 명에 달했고, 그중에는 고수들과 고수에 가까운 자들도 상당수였다.

만약 그들이 몰살당했다면 적의 능력은 자신들이 상대할 만한 게 아니었다.

산적은 품에서 나팔을 꺼내 힘차게 불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나팔 소리가 울렸다.

나팔 소리가 한곳에서 나지 않는 것은 위치를 파악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여러 곳에서 응답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소리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졌고, 잠시 후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색깔이 있는 연기는 상당히 멀리서까지 볼 수 있었다.

연기가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였다. 상당한 고수로 생각되는 자가 나타났다는 뜻이었다.

소식은 쌍방향으로 움직였다.

우선 혈교를 향해 움직였고, 다른 쪽은 적이 나타난 곳이었다.

적에 대한 모든 정보가 필요했기에 적이 나타난 곳에 있던 밀정들이 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적을 것이고, 그렇게 모인 자료는 다시 혈교로 날아가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하면 적에 대해 좀 더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잠시 뒤, 나곡에 위치한 혈교 지부는 갑작스러운 보고를 받았다.

바로 상당한 고수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적이 나타나다니!”

지부에 소속된 무사는 빠르게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더니 두 개로 나누었다. 하나는 혈교 총단에 보낼 거고, 다른 하나는 지부장에게 올릴 것이었다.

상대가 누구든 위치부터 파악해야 했다. 그러려면 지부장도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잠시 뒤, 지부장에게 서한이 날아왔다.

지부장은 서한을 보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침입자를 놓치면 상부에서 질책이 내려오기 때문이다.

급히 참모를 불러들였다.

“참모!”

“예, 말씀하십시오!”

“침입자를 찾아라. 보통 실력은 아닌 듯하니 우선 찾는 것에 집중하고, 녀석을 죽이는 것은 총단에 맡겨라!”

고수가 포함된 백여 명을 죽였다면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지부장은 녀석을 찾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한 것이다.

어차피 지부에는 강력한 무력이 없었다.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특별한 무력을 보유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방에 총단이 있었기에 총단에서 강력한 무력을 동원할 것이니 상관없었다.

지부장의 말에 참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무사들을 풀겠습니다!”

급히 물러나 작전실로 간 참모는 조장들에게 명령했다.

“침입자를 찾아라. 대략적인 용모를 숙지한 후 최대한 녀석의 흔적을 빠르게 찾아라!”

참모의 말에 조장들은 급히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 움직였다.

각 지부에는 수많은 무사들이 존재했다. 서장을 지배하는 혈교의 영향력은 엄청났기에 지부에 존재하는 무사들의 숫자 또한 많았고, 근처 마을에서 사냥개와 사냥꾼도 동원할 수 있었다.

금세 추격대가 편성되었다.

추격대는 침입자의 흔적을 찾기 위해 산을 뒤지기 시작했다.

워낙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기에 웬만한 자들은 금세 잡을 수 있었다.

* * *

장수는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혈교의 영향권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도망쳐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도망만 가면 안 된다. 움직이면서 흔적 또한 남겨서는 안 되었기에 흔적을 지우면서 움직이느라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흔적을 남기면 혈교로 접근하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움직이는 동선이 파악되어지고, 일차로 혈교로 가는 길목이 모두 차단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수히 많은 무사들을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물론 장수의 실력으로 무사들을 상대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장수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혈교의 전력을 전부 이길 수는 없었다.

혈교의 전력은 엄청난 것이어서, 장수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었다. 거기다 잘못하면 혈마가 나타날 수도 있었기에 조심해야 했다.

그렇게 조심을 하며 가던 장수는 문득 달리던 것을 멈췄다. 앞에서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젠장!’

그토록 조심했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여기까지 무사들이 나타난 모양이었다. 물론 장수가 여기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고 인근 지역을 수색하다 우연히 만난 것일 터였다.

만약 무사를 죽이면 바로 다른 사람에게 연락이 갈 것이다. 각 무사들은 정해진 호각 소리가 있었기에 시간에 맞춰 호각 소리를 내지 않으면 들키기 마련이었다.

더구나 각 무사들이 전부 정해진 동선으로 움직이는 탓에 어떻게 조작을 할 수도 없었다.

만약 장수가 무사를 죽인 후 호각 소리를 낸다고 해도 장수는 다시 이동을 해야 하고, 그럼 정해진 시간 후에 들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은신술을 발휘해 벽으로 숨어든 장수는 심장박동 소리를 줄인 후 체온을 낮추었다. 그리고 무사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왈!

그 순간 개 짖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 돼!’

장수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장수가 아무리 추적술이나 은신술이 뛰어나다 해도 한계라는 것이 있었다. 냄새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랬기에 자객 일을 할 때나 임무를 수행할 때는 항상 사냥개를 제압할 방법을 생각하며 움직이곤 했다.

물론 사냥개가 한두 마리면 문제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냥개가 한두 마리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서장은 혈교의 명에 따라 사냥개를 전문적으로 키운다. 그리고 특수한 훈련을 시키는데, 그 덕분에 은신술을 익힌 자객들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예민한 후각을 가진 사냥개를 피하는 것은 사실 매우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한두 마리가 아니었기에 애초에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냥 통과해야겠구나.’

위치가 들통 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선은 이곳에서 벗어난 후 멀리까지 이동한 뒤에 다시 혈교에 접근해야 할 듯했다.

마음을 먹은 장수는 그대로 상황을 살폈다.

잠시 뒤, 사냥꾼이 사냥개를 이끌고 주변을 수색하는 게 보였다.

“이쯤인 거 같은데!”

사냥개는 냄새를 맡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랬기에 근처에 없으면 모를까, 있다면 알 수밖에 없었다.

사냥개들이 미친 듯이 짓고 있었기에 분명 근처에 적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냥꾼들은 지시대로 호각을 꺼내 불었다.

지금 신호는 적이 있을 수도 있다는 호각 소리였다.

만약 나중에 정해진 소리를 내지 않으면 이곳으로 무사들이 달려올 것이다.

호각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고 나자 사냥꾼들은 천천히 장수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장수가 뛰어나왔다.

장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냥꾼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적이다!”

그 말과 함께 장수를 상대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냥꾼들이 무기를 꺼내려는 순간 이미 장수에 의해 점혈된 것이다.

장수는 사냥꾼들을 점혈한 뒤 사냥개들은 그대로 죽여 버렸다. 사냥개가 있으면 자신의 종적이 들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후 호각을 꺼내 들었다.

이곳에서 내는 호각 소리를 장수가 알 리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해야 했기에 아까 사냥꾼이 분 것처럼 호각을 불고는 다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어 봐야 흔적만 들키기 때문이다.

* * *

총단에는 무수히 많은 정보가 들어오고 있었다.

천하를 노리는 혈교였기에 해야 하는 업무 또한 많았다. 문사들이 쉬지 않고 일을 처리해도 계속해서 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때 전서구를 확인하던 문사가 인상을 썼다. 아직도 침입자를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더구나 침입자의 흔적이 랍살 근처로 이어졌다.

랍살 지역이라 해도 총단까지 오려면 멀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침입을 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원래 혈교는 오랜 시간 첩자를 잡기 위한 대비책을 세워 놨기에 무림맹이나 황실에서 보내는 특급 첩자라 해도 랍살 근처까지 오기 전에 모두 잡아낼 수 있었다.

서장에 사는 주민들이 이방인들을 감시했기 때문에 조금만 행동이 이상해도 금세 첩자라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나곡 지역에서 침입자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수상한 한족은 당분간 죽이라는 명령 때문에 발견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침입자라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총단까지 뚫릴 뻔했다.

더구나 침입자의 흔적을 번번이 놓치고 있었다.

원래 침입자에 관한 것은 군사에 보고하는 것이 아니었다. 군사는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았기에 나중에 정규 보고 시간에 같이 보고를 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만큼 혈교는 체계적으로 되어 있어서 아무리 뛰어난 첩자라도 오는 도중에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 도망 다니는 첩자는 예외였다. 당장이라도 군사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다.

급히 일어나 군사에게 간 문사는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군사는 문사의 말에 인상을 썼다.

“뭐라고?”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첩자가 발견된 순간 이미 총단에서 급파한 고수들이 녀석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인 상태였다. 하지만 침입자의 정확한 움직임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강한 고수들이라 해도 소용이 없었다.

군사가 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떻게 랍살까지 왔는데 발견을 못할 수가 있느냐!”

랍살은 서장이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사천성이나 신강 경계선보다 더욱 경계가 삼엄했다. 더구나 외지인이라면 지형을 몰랐기에 헤맬 수밖에 없었고, 인근 주민들 역시 혈교에 협조적이라 도망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게…… 보통 녀석이 아닙니다. 더구나 무위 역시 보통이 아닙니다. 최소 절정고수는 되는 걸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뭐?”

군사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절정고수는 흔한 게 아니었다. 각 문파마다 몇 명 없는 것이 절정고수였다. 희귀한 만큼 무력 역시 월등히 강했던 것이다.

그런 절정고수를 첩자로 파견하지 않는 것은 첩자 같은 소모품으로 쓰기에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절정고수는 각파의 장로급이며 핵심 수뇌부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자들이 죽을 위험이 있는 첩자 일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침입자의 무력이 절정고수라니 흥미가 갈 수밖에 없었다.

“설마 황실에서 눈치를 챈 것인가?”

황실에도 절정고수가 흔한 건 아니었지만 황실은 현재 감찰단이 전멸에 이른 데다 공주가 죽을 뻔한 상황이었다. 만약 혈교에 대해 의심이 든다면 절정고수라도 파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군사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쨌든 이번 일은 보통이 아니구나. 경계 태세를 이급으로 올리고 무력단체 두 개를 보내도록 해라. 그리고 녀석을 산 채로 잡아 오도록 해라. 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군사의 말에 문사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문사가 나가자 군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혈마께는 보고하지 않는 게 낫겠지?”

혈마는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았다. 그랬기에 겨우 절정고수 한 명 때문에 보고를 할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정규 보고 시간에 같이 보고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녀석이 어떻게 랍살 지역까지 왔지? 고지대에 지형이 복잡해 혼자서는 헤맬 수밖에 없는데?”

군사로서는 의아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황실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한 게 분명해 보였다.

“녀석이 잡히면 그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추궁해야겠구나!”

원래 완벽한 방어책이란 없는 것이다. 항상 주의를 하고 개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랬기에 군사는 이번 일만 끝나면 감시체계를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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