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4편 - 11권 혈교의 저력
쾅!
거대한 폭음 소리와 함께 무사 한명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장수의 주먹에 날아간 것이다.
“젠장…….”
장수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발각되지 않는 다면 모를까, 발각되면 혈교의 추적을 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수의 위치가 들어나자마자 혈교의 무사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장수는 달려드는 그들을 전투불능으로 만들면서 달려 나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방심해도 너무 방심했다. 서장은 이십년 전의 서장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렇게 추격을 당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 했기에 혈교에 대한 대응방법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주목랑마까지 도달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정일이나 창인 지역까지는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전인 랍살 지역에서 이렇게 들키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
거리가 짧으면 그만큼 대응이 신속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아마 지금쯤이라면 혈교에서는 침입자의 실력을 절정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강력한 무력단체를 보낼 테고 그렇게 되면 장수도 본 실력을 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장수는 어디까지나 혈교가 눈치 채기 전에 빠르게 숨어들어 최대한 피해를 입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혈교에 시간을 주면 대응을 할 시간이 충분히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장수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어렵다.
“장풍을 쓸까?”
장수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무공은 장법이었고 사방에서 달려오는 자들은 장풍으로 충분히 처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장풍을 쓰려면 문제가 생기는데, 그 문제가 장풍을 쓸 수 있는 자가 초절정고수 밖에 없기에 침입자가 초절정고수라 판단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할 게 눈에 안 봐도 뻔했다.
그러면 이번 계획이 실패하는데다가, 장수는 후퇴했으니 다시 올수도 없었다.
마교와 황실, 그리고 무림맹이 전쟁을 치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최대한 빨리 혈교에 피해를 줘야했다.
장오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곧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당장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더라도 장수가 장풍을 쓰는 순간 강력한 무력단체와 출동할 것이 뻔했다.
“이대로 달려가야겠다.”
장수로서는 최소한의 실력만으로도 적들을 격퇴하며 달려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장수는 내공을 운용하여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뒤를 쫓아오던 혈교의 무사들이 점점 쳐갔다.
허나 쫓아오던 무사들을 따돌리는 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어느새 정면에는 혈교의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험한 산 속이었지만 이 지역에 올라온 혈교의 무사 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혈교가 서장에 뿌리를 내리고 가장 먼저 한 것이 추종자를 만드는 것과 세뇌를 통해서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자들을 대량으로 양성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즉각 집결했다.
장수는 눈앞에 무사들이 보이자 바로 옆의 산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쫓아라!”
말과 함께 무사들이 급히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장수가 갑자기 옆 산길로 올라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장수는 옆 산길로 한참을 올라가다가 방향을 바꿔서 무사들이 없는 틈을 타서 속도를 올려서 달렸다.
더구나 보통 무사들이라면 뛰어 오르기 힘든 큰 바위를 쉽게 뛰어 넘어 다녔기에 뒤쫓던 무사들과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속도가 빠르긴 했지만 혈교의 무사들의 숫자가 워낙 많았기에 장수가 가는 길 족족마다 혈교의 무사들이 막고 있었다.
그들은 장수를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고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들이었고 장수가 손을 건드리기만 했는데도 그대로 몸이 뒤집히며 날아갔다. 워낙 수준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고수도 아닌 자들에게는 신묘한 기술을 쓸 필요도 없이 반사 신경만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했다.
같은 방법으로 떨쳐 내는 것으로 방해물이 없어졌다.
장수는 더욱 속도를 높여 달려가면서 무사들을 떨쳐놓기 위해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뒤를 쫓아오던 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전력을 다하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으로 무공이 차이가 있었다. 그랬기에 쉽게 떨쳐 낼 수 있었다.
“진짜 어렵구나.”
식은땀이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차라리 도망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전생에 그런 경험이 특히 많았다.
그냥 아무 곳이나 달려가다 인적 없는 곳에서 은신을 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삼엄한 경계를 피해 혈교로 가야 했기에 일이 복잡했다.
더구나 도와주는 세력도 없었다.
전생에서는 최강의 세력중 하나인 혈교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게 사실이었다. 그 덕분에 임무가 쉬웠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와주는 곳도 없이 혈교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서장에서 잠입을 하려고 하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때 호각소리가 났다.
“이쪽이다.”
“이런…….”
몇 명이 눈 안에 들어오는 순간 뒤쪽에서 혈교의 무사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벌써 따라왔다.
장수는 그대로 달렸다. 괜히 잡히면 시간만 뺏기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어디지?”
장수는 달리면서 방향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쫓기는 중에 방향을 알 수 없었다.
보통은 태양이나 별자리를 보고 위치를 파악하지만 하늘은 어두웠고 한가하게 별자리나 확인 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지금 있는 지형은 산악 지형이라서 앞을 험준한 산맥이 막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랬기에 방향을 안다고 해서 앞으로 전진 하는 것도 힘들었다.
“방향을 알아봐야겠구나.”
장수는 생각을 마치자 더욱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시에 보통 사람은 갈수 없는 험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혈교의 무사들은 장수를 번번이 놓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혈교의 안마당이었기에 혈교의 무사들은 장수를 놓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장수는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다 빠르게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주변을 살폈다. 혈교의 무사들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주변에는 혈교의 무사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한손에는 횃불과 다른 한손에는 도를 들고 있었는데 장수를 찾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던 것이다.
장수는 주변을 보면서 무사들이 적게 모인 곳을 찾았다. 무사를 납치하기 위해서 적은 숫자의 무사들을 찾아야했다.
“저 녀석이다.”
장수는 한 무리의 무사들을 주시했다. 저 정도라면 숫자도 적었고 주변에 무사들도 없었기에 납치한 후 고문하는 것으로 방향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장수는 목표를 정하자마자 번개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장수가 나타나자 혈교의 무사들은 고함을 지르려고 했다.
“여기…….”
하지만 말을 하는 순간 장수에게 제압당했다. 수준차이가 워낙 많이 났기 때문에 발견되는 순간 제압을 당했다.
장수는 제압을 하자마자 그나마 나은 무기를 들고 있는 녀석을 들 처 업었다.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고문을 해야 했고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에 나타났다.”
혈교의 무사들이 장수를 발견하자마자 쏜살같이 달려들었고 장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무사를 업은 채 다시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간 장수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업고 있던 무사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점혈을 풀었다.
점혈이 풀리자 무사는 잠시 상황을 몰라 주변을 둘러보더니 장수를 보자마자 적개심을 나타냈다.
“죽어라!”
“이런…….”
장수는 인상을 썼다. 고문을 할 필요도 없었다.
장수가 제압한 자는 세뇌를 받은 자였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랬기에 덤벼드는 무사를 다시 점혈했다.
“내가 실수 했구나.”
세뇌를 받은 자는 고문이 필요 없었다. 어차피 어떠한 정보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차라리 고문을 하지 않는 것이 시간을 버는 길이였다.
“다시 잡아와야겠구나.”
장수는 점혈당한 자의 사혈을 눌렀다.
그리고 다른 무사를 납치하기 위해 달려 나갔다.
잠시 후 장수는 다른 무사를 데려 왔다. 이번 무사는 세뇌가 되지 않은 자인 것을 확인한 상태였다.
세뇌만 되지 않으면 된다.
그랬기에 일부러 확인까지 하고 데려와야 했다.
장수는 땅에 눕힌 후 아무 말 없이 고문부터 가하기 시작했다.
알고 있던 고문을 무사에게 하고 난 후에 무사는 입을 열자마자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제…제발 그만하십시오. 무엇이든지 말을 하겠습니다. 제, 제발 그만하십시오.”
혈교의 무사들은 인성이 대부분 매우 독했다.
원래 마도의 문파였고 세뇌는 아니더라도 무사들의 상태를 광신도 비슷하게 만들어 놓기 때문에 입을 쉽사리 열지 않았다.
하지만 장수는 고문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자였고, 그 덕분에 무사의 입이 빠르게 열릴 수 있었다.
장수는 이곳의 위치와 주목랑마의 위치를 물었다. 어차피 혈교라고 물을 필요도 없었다. 주목랑마만 가면 혈교를 찾을 수 있다.
무사 역시 혈교라고 했으면 대답을 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가장 큰 산이 어디 있는지 물으니 금세 대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