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편 - 11권 혈교의 저력
하지만 혈교에서는 주술사들이 계급이 매우 높다. 그들은 전투 외적으로 매우 강한 힘을 발휘했다.
강시를 비롯해서 세뇌 혹은 악령을 부리거나 폭인을 만든 것은 전적으로 주술사가 담당했거나 깊은 관련이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죽은 자들을 연구하기 때문에 혈교의 전력을 매우 높게 만들어주었다.
주술사 한명으로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만든 시체다.
그랬기에 혈교에서는 그들을 중요시 여겼다.
눈앞에 보이는 주술사들의 숫자는 다섯 명이었다. 그리고 강시들이 숫자는 이백 마리에 가까운 숫자였다.
만약 주술사만 상대한다면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지만, 크나큰 문제는 상대하기 쉽지 않은 강시였다.
더구나 숫자도 문제였다. 이백 여구나 되는 숫자는 아무리 장수가 초절정고수라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숫자였다.
저렇게 많은 강시를 겨우 하위 지부에 준비해 두다니!
“그나저나 자연적인 녀석들은 몇 마리나 되지?”
현재 눈앞에 보이는 강시들은 두 종류다.
자연적인 강시와 인공적으로 만든 강시.
자연적인 강시는 시체가 땅속에 묻힌 후 사기가 뭉쳐 강시가 된 경우다. 그렇기에 육체의 대부분에 살이 없고 백골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근육이 없기에 육체적인 능력은 거의 없지만 주변에 있는 생기를 빨아들이는 능력은 탁월했다. 보통 자연적인 강시는 주술사들이 만들기 보다는 무덤에서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또 다른 종류인 인공적인 강시는 주술사들이 말 그대로 인위적으로 만든 강시였다. 약물에 제련 과정을 거친 강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대신 생기를 빨아들이는 능력은 자연적인 강시에 비해 약하지만, 그래도 힘이 더욱 강했기에 자연적인 강시나 인공적인 강시 모두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눈으로 대충 살펴보니 자연적인 강시는 육십여구, 나머지는 인공적으로 만든 강시였다.
“우선은 주술사부터 죽이자.”
강시를 조종하는 자들은 주술사들이다. 그 외의 무사들은 강시를 조종할 수가 없다. 그랬기에 주술사들만 빠르게 처리를 하면 강시는 그대로 두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주술사들이 오기 전까지 강시가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 것이 분명했다.
주술사 주변에는 호위 무사들이 있었다.
혈교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고수들이 주술사 근처에 있었다. 만약 주술사들이 모두 죽는다면 강시를 조종할 수 없기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호위를 옆에 붙여 둔 것이다. 그들은 주술사만을 호위하는 것이 임무인지 그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강시들에게는 장풍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체였기 때문에 신체의 내부를 파괴하는 장법에 의한 파괴력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술사에게는 틀렸다. 주술사는 연약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장풍을 맞는다면 스쳐도 중상을 입거나 죽일 수도 있다. 그랬기에 장수는 이번에는 장풍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웬만하면 자신의 실력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장풍을 쓰지 않는다면 주술사를 죽이기 힘들 것이고, 더구나 주술사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어서 다른 방법으로 잡기 힘들었다.
장수는 결심을 하자마자 지면을 박차고 주술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장수가 갑작스럽게 나타나자 무사들이 호각과 함께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부우우우-!
“녀석이 나타났다!”
무사들로서는 침입자인 장수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호각소리와 함께 장수를 처치하기 위해서 일단의 무사들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강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인공적으로 만든 강시가 자연적으로 만든 강시보다 빠르게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장수는 눈앞에 있는 무사들에게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단 한방의 주먹을 먹여주었다. 하지만 그 한방의 주먹에도 무사들은 버티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주먹에 담긴 경락 덕분에 내장인지 흔들리는 듯한 큰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아마 장수의 주먹을 받은 무사들 중 반수는 죽고 반수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설사 살아남는다고 해도 정상적인 생활은 할 수 없을게 분명했다.
장수의 주먹에 담긴 경락은 워낙 대단한 것이었기에 일반 무사든 고수든 버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무사들을 상대하던 장수는 눈앞에 강시가 나타나자 경계했다. 강시라는 것이 상대하기 쉬운 호락호락한 존재가 절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생의 장수는 시험을 위해 강시를 상대한 적이 있었다. 강시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장수가 나섰었다. 그 당시 장수의 무위는 절정고수였는데 강시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혈도가 집히지 않았고 웬만한 공격은 막아 냈기에 장수로서도 애를 먹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는 한구의 강시가 아니라 수십 구의 강시가 장수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랬기에 행동을 조심해야만했다.
장수는 내공을 담은 주먹을 강시에게 날렸다.
퍽.
제법 묵직한 소리가 났지만 강시는 충격을 받지 않은 듯했다. 장수의 주먹에 가슴이 함몰 되었지만 움직일 수는 있었다.
강시는 장수를 안기 위해 달려들었다. 강시 입장에서는 장수를 못 움직이게만 하면 되었다.
장수는 잽싸게 피했다. 강시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져 나간다. 그랬기에 필요 이상으로 붙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웬만하면 도망 다니면서 상대를 해야 했다.
장수가 다시 주먹으로 강시를 강타했다. 그러자 맞은 부위가 움푹 들어갔지만 계속해서 움직였다.
‘젠장 전보다 더 단단해 졌구나.’
이십년 동안 어떻게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강시강화가 성공 한 듯 했다. 그랬기에 강시의 피부가 전보다 더 단단했다.
원래라면 장수의 주먹에 부서지지는 않더라도 더욱 크게 함몰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몇 대 더 맞으면 그대로 쓰러져 버려야만했다. 하지만 강시는 장수의 주먹을 여러 대나 버텨냈다.
장수는 인상을 쓰며 다시 한 번 강시를 두들겨 팼다.
파바바밧밧!
순식간에 수십 발의 주먹이 강시의 온몸을 강타했다.
기가 실린 무지막지한 주먹을 맞은 강시는 그대로 허물어져버렸다.
그 순간 다른 강시들이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장수는 강시가 달려들자 다시 빠르게 주먹으로 강시의 온몸을 두들겨 팼다.
그러면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는데 몰려드는 강시들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두구를 파괴했지만 남은 숫자는 이백구가 넘었다.
그랬기에 내공을 최대한 아껴야했다.
장수는 다시 한구의 강시를 부서 버린 다음에 다른 강시를 상대하면서 틈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틈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고 장수가 세구를 더 부순 후에야 틈이 보였다.
장수는 빈틈이 보이자마자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한걸음이라도 주술사들에게 다가가야 했다.
거리만 가까워지면 장풍을 먹이면 된다. 그렇게 되면 주술사의 명령을 듣는 강시들의 움직임을 제어 할 수 있게 된다.
장수가 달려들자 가까이 오는 강시들의 숫자가 더욱 많아졌다. 더구나 인위적인 강시들 외에도 자연적인 강시들이 장수 주변으로 다가왔는데 장수는 갑작스럽게 한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자연적인 강시는 한기를 내뿜었는데 주변의 기운을 뺏으면서 사기로 바꾸고 있었다.
사기는 일방적인 기운에 비해 안 좋은 기운이었다. 일반 사람들이 사기에 노출이 된다면 몸이 약해지고 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랬기에 사기가 느껴지면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장수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자연적인 강시가 내뿜는 사기가 강하자 안색을 굳혔다. 생각보다 어렵게 해치워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몸속에서 황금색 기운이 꿈틀 거리다 싶더니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이게 무슨?’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장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자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확인한 결과 장수는 단전에 위치한 전진심법의 기운과 선천기공의 기운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운기를 하던 기운들이 처음으로 멈춰진 뒤에 몸 밖으로 기운을 내뿜었다.
장수가 내뿜는 기운이 강시들에게는 상극이었는지 강시들이 하나둘 물러나기 시작했다.
장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강시들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강하게 쳐서 함몰시키며 재빨리 주술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말도 안 돼!”
주술사들이 경악과 불신이 담긴 목소리로 소리치는 동시에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도저히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주술사들은 일반적으로 직접 제조한 시체를 강시라 부르고 자연적인 시체가 강시가 되는 것을 도시라고 부른다. 그리고 도시보다는 약물 처리된 강시를 좀 더 상위로 쳐주었다.
더구나 현재 보유한 강시는 혈교의 비전의 술법이 가미된 강시여서 타 방파의 강시들 보다 월등히 강한 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일방적인 강철보다 더욱 단단한 육체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런 강시의 몸이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의 주먹에 부서지다니. 이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술사들이 속으로 생각했다.
절정고수의 검기는 막기 힘들었지만 주먹에 서린 기운은 날카로운 예기가 없기 때문에 강시의 몸을 두 조각 낼 수 없었다. 그것은 강시를 제조한 주술사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여러 구의 강시가 조각조각 나뉘거나 부서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주술사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구나 도시는 강시에 비해 방어력이 약하긴 하지만 풍기는 기운이 강시보다 월등히 강하여 웬만한 고수들이라도 도시가 내뿜는 사기에 닿으면 진저리를 치는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침입자는 그런 도시를 겁내지 않고 맨손으로 잡는 것을 보니 주술사들은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녀석이 아니다. 어쩌면 초절정고수일지도 모른다.”
절정고수라 할지라도 이백구의 강시를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초절정고수의 무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구나 검기보다 월등히 강한 위력을 내뿜는 검사를 내뿜는다면 이백구의 강시라 해도 순식간에 녹을 수밖에 없었다.
주술사의 말에 무사 한명이 급히 뒤로 물러났다. 총단에 지금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보통 녀석이 아니다. 조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