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편 - 11권 혈교의 저력
주술사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뒷걸음 쳤다. 그사이에 장수의 장풍이 주술사를 향해 날아들었다.
장풍은 그대로 주술사를 죽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장풍이 날아드는 순간 무사들이 뛰어 들어 몸으로 장풍을 막았다.
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장풍이 무사들의 몸을 때렸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위력을 가진 장풍이라 할지라도 무사들의 몸을 쉽게 뚫을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주술사는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주술사는 떨리는 몸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앞을 무사들이 막아섰다.
장풍을 쓸 수 있는 초절정고수와 맞설 수 있는 담량을 가진 무사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혈교의 세뇌의 힘은 무서웠다. 그랬기에 무사들은 목숨을 걸고 장수에게 맞섰다.
장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 한 녀석 남았구나.’
주술사 한명만 죽인다면 끝이다. 다른 주술사가 오지 않는다면 강시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랬기에 혈교에서도 주술사의 방비에 대해 단단히 신경을 썼지만 그런 조치들도 초절정고수인 장수를 만나면서 모두 소용이 없게 된 다.
원거리에서 적을 상하게 하는 장풍은 쉽게 막을 수 없다. 그랬기에 무사들이 인간방벽을 세웠지만 소용없었다.
주술사를 해치웠기에 절반은 해결했다고 볼 수 있었다. 피를 본 강시는 흉성이 폭발했고 바로 옆에 있는 혈교의 무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군일 때는 강력하고 든든한 무기인 강시였지만 적으로 돌변한 이상 무사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혈교의 무사들은 강시들을 상대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은 자들은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초절정고수인 장수의 무공은 엄청난 것이라서 일반 무사들이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랬기에 장수의 간단한 동작도 막아내는 무사들이 없었다.
장수의 앞에는 쓰러진 무사들로 산처럼 수북하게 쌓였다.
죽일 필요도 없었다. 장수가 제압을 한 무사는 강시들이 탐욕스럽게 피를 빨아 먹었다.
생기를 섭취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흡혈이었다. 그랬기에 강시는 무사들이 피를 마시는데 주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장수와 강시들이 공격을 받은 무사들은 순식간에 전멸을 해버렸다.
더구나 혈교의 무사들은 세뇌를 받거나 아니면 어릴 때부터 혈교에 맹목적으로 변한 상태였기에 명령이 없는 한은 도망가지도 않았기에 피해가 더욱 커졌다.
그랬기에 겨우 몇 명만이 살아서 도망쳤다.
장수는 인상을 구겼다. 이제 주술사와 무사들은 처리했지만 강시들이 남았다.
강시들은 피를 섭취해서 그런지 더욱 강해진 상태였다. 더구나 이제 남은 인간은 장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도망칠까?’
도망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장수가 전력을 다해 도망친다면 강시는 장수를 따라올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강시들은 피를 찾아 근처 민가로 달려갈 것이고 결국 주민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혈교의 안마당인 서장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면 혈교의 세력을 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수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어.”
서장이 혈교이 안마당이라고 해도 주민 전부가 혈교를 믿는 것은 아니다. 단지 강압에 못 이겨 협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강시들을 주변으로 풀 수는 없었다.
“낮까지만 버티자.”
강시는 밤이나 음기가 강한 곳에서 활동을 하지만 태양빛이 있는 낮에는 움직임이 둔해 질수밖에 없었다. 특히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강시는 태양이라면 잠시도 버티지 못했고 인공적으로 제조한 강시 역시 태양에 견딜 수 있는 처리를 했지만 움직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낮까지만 버티면 좀 더 편하게 상대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주술사도 없는 상태였다. 만약 주술사가 있다면 낮이 되기 전에 강시를 음기가 많은 곳으로 숨기거나 그늘진 곳으로 데려가겠지만 지금은 주술사도 없는 상태였다. 그랬기에 태양빛이 생길 때까지 판단을 못할게 분명했다.
장수는 상대할 생각을 하자 자세를 갖추었다. 강시를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오라!”
강시들은 마치 장수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장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장수는 달려드는 강시들을 향해 권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혈교에서 배운 권법과 무당파에서 배운 권법이었다. 그리고 그중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태극권이었다.
장수는 태극권을 사용하면서 강시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태극권은 강력한 공격기술도 있지만 근본이 되는 것은 상대방의 힘을 이용한다. 그랬기에 장수가 손을 뻗을 때마다 강시의 날카로운 손은 엉뚱한 곳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바로 같은 강시였다.
쾅
굉음이 사방으로 퍼졌다. 마치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약물로 강화된 강시의 몸끼리 부딪히는 소리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장수의 주변에 있던 강시들은 다른 강시를 공격하는 것처럼 되었다.
“크아아악”
강시들은 흉성이 폭발해 버렸다. 이미 주술사도 없는 상태였고 피를 본 상태였기에 광란이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다른 강시가 공격하자 흥분이 되었다.
장수는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공격해 오는 강시들이 공격을 흘렸다. 힘이 집중되는 곳을 가볍게 치는 것만으로도 다른 강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격을 받은 강시는 명령을 하는 주술사가 없기에 피아구별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은 강시끼리 싸웠다.
“캬오오!”
강시는 다른 강시를 물거나 날카로운 손톱으로 갈겼다. 그러자 상대방 강시에게도 상당한 피해가 일어났다.
장수는 싸우는 강시를 내버려 두고 자신을 공격하는 강시가 다른 강시를 공격하도록 공격을 이용하거나 흘렸다. 그러자 점점 서로 싸우기 시작한 강시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강시가 장수를 공격한 것은 아니었다. 겨우 한명의 인간이 모든 강시의 관심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강시들 중 반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마 주변의 민가를 공격할 것이 뻔했다. 장수는 강시들을 상대하면서 바닥의 돌을 주어 흩어지는 강시들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몇 구의 강시가 몸을 돌려 장수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뿐이었다.
“어쩔 수 없구나.”
장수가 상대할 수 있는 숫자는 한정되어 있었다. 더구나 강철처럼 단단한 몸을 가진 강시였다. 그랬기에 한구를 파괴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다른 강시들을 상대할 여유도 없었다. 그저 피해가 없기를 속으로 빌어야 할 뿐이었다.
장수는 다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강시를 향해 태극권을 펼쳤다. 하지만 방금 흩어졌던 강시의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 녀석들을 모두 처리하면 저 녀석들도 처리해야겠구나.”
장수는 생각을 정리한 후에 눈앞에 있는 강시들을 다시 처리하기 시작했다.
* * *
군사가 입을 쩍 벌렸다.
“뭐? 주술사와 무사들 그리고 강시들이 전멸했다고!”
군사의 말에 전령이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아닙니다, 주술사와 무사들만 전멸했습니다. 그리고 강시들은 대부분 멀쩡합니다.”
전령이 말에 군사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손안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전령에게 던졌다.
“그게 그 말 아니냐? 강시를 통제할 자가 없어지면 전멸한 것과 무슨 차이더냐!”
군사의 외침에 전령은 아무 말 하지도 못했다.
“도대체 적은 몇 명이냐? 설마 무림맹의 전투부대가 기습해 온 것이냐?”
군사로서는 믿을 수 없었다. 고수와 무사들이 천라지망을 펼치고 주술사 다섯 명에 강시 이백구가 동원된 일이었다. 그 정도 전력이라면 웬만한 문파 한두 개는 우습게 쳐부술 위력이다.
더구나 강시의 위력은 얼마나 강한가? 강시는 수많은 개량을 통해 현재는 엄청나게 강해진 상태였다. 몸은 강철보다 단단했고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은 무림고수라 해도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다. 그런 개량된 강시를 남목림과 랍살에 배치했는데 강시들이 침입자를 막지 못했다는 것은 절대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침입자 혼자서 상대 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기에, 군사는 침입자 외의 다른 부대와 함께 싸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군사의 말에 전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침입자는 단지 한명 뿐입니다.”
“한명이라고?”
“그렇습니다. 처음에 발견된 자가 무사들을 전멸시켰습니다.”
군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잠시 침묵하다가 무거운 입술을 움직였다.
“대체 그자는 화경이 경지라도 된다는 말이냐? 어떻게 혼자서 강시 이백구와 천라지망을 펼친 무사들을 상대할 수 있느냐?”
피와 살로 이루어진 무사라면 싸우는데 한계가 있다. 아무리 강해도 내공이 한계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지쳐 쓰러질 수밖에 없다.
군사는 말을 하다 인상을 팍 구겼다.
“서. 설마…성승이 왔느냐?”
단신으로 이렇게 빨리 무사들과 주술사 그리고 강시들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오직 화경의 고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원의 화경의 고수는 혈마와 천마 그리고 성승 밖에 없다.
하지만 전령에게 들려온 대답은 군사의 예상과는 달랐다.
“성승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녀석은 장풍을 사용할 수 있는 초절정고수라고 합니다. 그래서 장풍으로 주술사들을 죽이고 의지를 상실한 강시를 이용해 무사들을 전멸시켰다고 합니다.”
전령의 말에 군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초절정고수!”
성승이 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그렇다고 안도한 것은 아니었다.
“안되겠다, 혈마님께 직접 보고해야겠어.”
초절정고수나 강한 무력을 가진 무력단체가 아니라면 혈마께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 서장에는 각 세력들이 첩자가 들어오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는 군사가 해결을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충분했다. 서장은 오랜 기간 동안에 첩자를 해결할 방법이 있었고 보통의 첩자들은 그런 과정에서 모두 죽어버렸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틀렸다. 적이 남목림 까지 내려온 상태였고 초절정고수가 분명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한시라도 빨리 혈마에게 보고를 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