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편 - 강시를 이용하다
다행히 장풍은 눈앞에 있는 무사들에게 제대로 적중했다. 그리고 장수는 경공을 최대한으로 펼쳐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쐐액!
자리를 피한 순간 장수가 있던 곳을 거대한 칼날이 지나갔다.
놀라운 속도였다.
더구나 도의 날의 넓이가 널찍하고 날카로웠기에 제대로 베이면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휙
장수는 몸을 반 바퀴 회전시키며 뒤로 물러났다.
“위험했구나.”
눈앞의 부대는 놀랍게도 신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인데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이 거대한 도의 날이 날아온다면 웬만한 무림 고수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다.
장수는 인상을 쓰며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을 살폈다.
잠시 살펴보자 답은 나왔다. 앞에 있던 무사들은 자루만 들고 있었다. 그리고 도신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루에서는 매캐한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는데, 분명 화약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장수가 속으로 생각하며 탄성을 내뱉었다.
“정말 엄청나구나.”
눈으로 봤으니까 알 수 있었지, 만약 이야기로만 들었다면 장수도 믿기 힘들었다.
일종의 암기 인 듯한데 검 자루에 화약을 넣은 후, 무언가의 장치를 넣어 화약을 폭발시켜 도신(刀身 )을 발사 시킨 것으로 추정되었다.
더구나 날 자체가 다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도신의 반 이상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가장 날카로운 부분만 날아갔기에, 지면에는 조각조각 흩어진 철조각들이 무수히 떨어져 있어 함부로 움직이기도 곤란했다.
정말이지 무서운 무기다.
순간적으로 날아오는 무기를 보통 사람, 아니 고수라고 해도 방비할 수 없다.
이 무기는 아무래도 혈교에서도 아껴둔 무기로 보였다. 지금까지 쓰지 않았던 것을 보면 비장의 한수로 숨겨두었던 모양이었다.
“이 녀석들은 폭탄이 아니라 암기를 쓰는 녀석들이구나.”
장수로서는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다고 생각했다.
풍기는 기세가 약해서 틀림없이 폭탄을 두른 놈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암기라니. 하기야 추측이 이렇게 쉽다면 혈교가 최강의 세력 중 하나 일리가 없다.
어쨌든 장수가 녀석들에게 가까이 가는 것은 큰 문제였다. 가까이 가려고 해도 무서운 속도의 도신을 날릴 수 있으니 섣불리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다가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장수는 경계를 곤두세우고 조심조심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저 도신을 발사하는 도의 자루는 하나 정도 챙겨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황실에 이것을 가져다주면 대응책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슥!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놈들이 다가오는 것이 눈 안에 들어왔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미 도신을 발사하고 자루밖에 남지 않은 이들도 섞여있었다.
“이상하구나. 저 녀석들은 공격 능력이 없을 텐데?”
무기를 암기처럼 발사하는 것은 일회용이었다.
한번 쓰면 다시는 쓸 수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왜 다가오는 것일까?
장수는 의아해 하며 주변을 살피다가 서로를 물어뜯고 있는 강시를 보았다.
강시를 보자 장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강시를 이용하면 딱 이겠군!’
장수가 경공을 펼쳐 순식간에 강시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강시의 뒷목을 잽싸게 낚아채더니 한 손으로 번쩍 들고는 그대로 눈앞의 적들에게 날렸다.
휘익!
강시가 허공에 포물선을 그려내며 무사들의 위로 떨어졌다.
쿠웅!
강시의 육체가 그대로 무사들을 깔아뭉갰다.
무사들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났던 일인지라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무사들의 위에 깔린 강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주변에 무사들이 있자 본능적으로 피를 갈구했다. 강시는 그대로 자신의 아래에 깔린 무사의 몸을 손으로 잡더니 서슴없이 이빨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식도 아래로 신선한 피가 넘어갔다.
강시는 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흉성을 발휘했다. 눈이 붉게 물들었고 섬뜩한 눈빛을 뿜어대더니 미친 듯이 무사의 혈액을 섭취하고는 그걸 로는 모자랐는지 주변에 있던 무사들에게 달려가 목을 물어뜯고 탐욕스럽게 피를 섭취했다.
장수가 또 다른 한구의 강시를 붙잡았다.
“너희들에게 죄는 없지만 어쩔 수 없구나.”
특이한 무기를 가진 무사들 앞에 자신이 나서기는 부담스러웠다.
접근을 시도하면 순식간에 칼날에 벌집이 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강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딱한 놈들이구나.’
장수는 그들을 보며 혈교의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눈앞에 보이는 무사들은 이미 의지를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눈빛이 흐리멍덩하고 표정이 변함이 없었다.
딱 봐도 혈교에서 받은 세뇌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된 상태. 그렇다는 것은 치료도 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만약 장수가 혈교의 술법을 알고 있었다면 저들의 세뇌를 일일이 풀어 줄 수 있었겠지만, 장수는 지금도 전생에도 혈교의 술법을 쓰는 주술사도 아니었고, 뒤쪽에 있는 주술사들이 풀어 줄 리도 없었기에 무사들을 편하게 해주려면 목숨을 거두는 것 밖에 없었다.
장수는 다시 다른 강시를 잡아 무사들에게 던졌다.
휘익!
쿵.
아까와 같은 일이 반복됐다.
강시의 몸에 깔려 무사들이 즉사하거나 혹은 강시에게 단번에 물어 뜯겨 흡혈당해 생을 마감했다.
무사들에게 어떤 세뇌를 시켰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사들은 다치거나 죽는 것조차 무서워하지 않았다.
명령만을 듣고 움직이는 무사들을 보면 다시 한 번 혈교의 잔혹함에 몸서리쳤다.
* * *
사신대의 대주는 인상을 구겼다.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눈앞의 약삭빠른 침입자는 사신대원들에게 접근하지 않고 강시를 던졌기 때문에 피해는 주지 못하고 피해만 늘었다.
“돌진해라! 돌진해서 녀석을 잡아라!”
대주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명령에 대원들은 빠르게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초절정고수인 장수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장수가 계속해서 강시를 집어 던졌기 때문에 접근조차도 무척이나 힘들었다.
대주는 인상을 쓰더니 뒤를 보며 소리쳤다.
“주술사님, 강시해결을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출동한 부대는 사신대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부대도 있었지만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 사신대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다른 부대들도 속속히 도착했다.
원래 사신대의 대주는 사신대만으로 충분히 침입자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신대의 전투력은 상식을 초월한 것이기에 웬만한 자는 마주치자마자 제거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시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강철 같은 몸을 가진 강시는 겨우 일반 무사 정도의 무력을 가진 사신대로는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강시를 상대로 폭발하는 도를 쓸 수도 없었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침입자를 제거하는 것이지 강시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었다.
강시는 혈교의 귀한 도구, 그랬기에 강시에게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소, 강시는 나한테 맡기시오.”
하지만 주술사가 끼어들자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흉성이 폭발한 강시였지만 같은 강시끼리 오랜 시간동안 싸우면서 기력이 빠진 상태였다. 서로 엇비슷한 실력이었기에 당연히 기력이 쑥쑥 빠져나갔고, 기력이 빠진 강시를 제압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이런!”
장수의 얼굴에 낭패스러운 기색이 묻어났다.
주술사가 강시를 제압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휙! 휘익!
쿵!
장수는 주술사가 나타나자 강시를 던지는 행위에 좀 더 속력을 가했다.
“괘 힘들구나. 끄응.”
아무리 주술사가 강시를 다룰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 번에 많은 강시를 제압할 수는 없었다.
강시를 조종하는 것과 흉성이 터진 강시를 제압하는 것은 엄밀히 다른 일이었다.
종정하는 것보다 강시의 흉성을 제압하는 것이 훨씬 어려웠다. 그랬기에 순식간에 달려드는 강시가 많아지자 주술사는 어려움을 느꼈다.
‘이상하다.’
장수는 빠르게 강시를 날리면서도 눈앞의 부대를 살폈다.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가 보였다. 도가 없는 녀석이 달려드는 것이 이상했다.
장수는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스스슷!
그때 무사 한명이 강시에 의해 그대로 조각조각 나뉘어 잔인하게 분해되었다.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강시는 무사를 잔인하게 난도질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수의 눈에 이상함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