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편 - 강시를 이용하다
몽둥이 같은 것이 무사의 등 부분에 달려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몽둥이가 등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갑옷이면 전신을 가리는데 쓰겠지만 등에 몽둥이가 있는 것이 이상했다.
장수는 다른 무사들의 등을 살폈다. 혹시 해서 살폈는데 다른 무사들의 등 부분도 유난히 튀어나온 것이 보였다.
듀 유심히 살펴보자 무사들이 등에 뭔가가 있어보였다.
“등이구나.”
처음이 생각했던것이 맞았다.
녀석들의 등에는 폭탄이 존재했다.
모습을 무사처럼 꾸미고 거대한 도를 암기처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등에 짊어진 폭탄으로 상대를 제거하는 녀석들이었다. 혈교의 치밀한 수법에 절로 혀가 차였다.
장수는 상황을 파악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난입하지 않았지만 녀석들이 암기 밖에는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폭탄을 쓰는 녀석이니 생각이 바뀌었다.
폭탄에 한번 휩쓸리면 그대로 절명할 수밖에 없다. 눈앞의 무사들이 가진 폭탄이 어느 정도 위력인지는 모르겠지만 폭탄이란 모이면 모일수록 강한 위력을 낸다. 그 때문에 대여섯 명이 달라붙는다면 아무리 장수라 해도 죽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장수는 더욱 각별히 조심해야했다.
장수의 눈 안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폭탄이 들어왔다. 강시가 시신을 분해하고 폭탄만이 남은 거였다.
장수는 곁눈질로 폭탄을 살짝 바라본 다음에 그대로 장풍을 날렸다.
폭탄에 장수의 경락이 담긴 강맹한 위력의 장풍이 닿았다.
콰앙!
장풍이 폭탄에 닿으면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폭발과 함께 튀어나온 화염이 넘실거리며 근처에 있던 다른 무사들을 탐욕스럽게 삼키며 그들의 등에 들고 있던 폭탄도 폭발을 일으켰다.
쾅! 콰앙!
파스스슷!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흙먼지가 일어났다.
장수는 천천히 폭발이 일어난 부분이 얼마나 파였는지를 살폈다. 폭발력을 알기 위해서였다. 살펴본 결과 성인이 반 정도 깊이로 지면이 깊게 파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무사들이 죽지는 않았다. 무사들은 의도적으로 조를 편성했는데 교묘하게 진을 짰기에 조마다 거리가 있어서 다른 조는 폭발의 영향력에 벗어나 있었다.
어느 정도 피해는 봤지만 같이 연쇄적으로 터지지는 않았다.
아마 이것도 혈교에서 교묘하게 계산을 했을 것이다. 화약이 많은 것도 아니고 폭탄을 운반하는 무사들 역시 훈련을 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였기에 만약의 사태를 연구하고 이런 진을 짰었다. 그랬기에 겨우 하나의 조를 몰살시키는 것밖에 성과가 나지 않았다.
장수가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 대주 역시 상황을 파악했다.
“흩어져라.”
이미 사신대가 폭탄을 가진 부대라는 것을 눈치 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랬기에 부대원에게 흩어지라고 명령했다.
대주의 명령을 받자 부대원들은 빠르게 흩어졌다.
이제 연쇄적으로 폭발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장수 역시 상황이 유리해 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사들이 뭉쳐 있을 때는 들고 있는 암기가 한꺼번에 터지기에 장수 역시 쉽게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다면 그만큼 거리차가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암기가 터지지 않는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는 좀 더 안전해진다.
대주는 어느 정도 흩어지자 다시 외쳤다.
“달려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신대의 대원들이 다시 미친 듯이 장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장수 역시 무사들을 상대로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 조금만 방심해도 암기에 당하거나 폭발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신경을 써서 조심해야하는 데다가 어떻게 해야 폭발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기에 등 뒤에서 장풍을 날려서 맞춰야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사들은 정면으로 달려들어서 등 뒤의 장풍을 맞추는 게 어려웠고,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가면 폭발에 휘말릴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했다.
장수는 연달아 장풍을 쓰면서 뒤로 물러났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가슴을 명중시켜 죽여나갔다.
고수라 할지라도 장수의 장풍을 맞는다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고수도 아닌 무사들이 장수의 장풍을 버티기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곤란 한 것은 장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풍은 내공소모가 엄청났다. 게다가 한발을 쓰는 것과 달리 연달아 쓰는 장풍의 내공 소모는 엄청났다.
장수는 계속해서 물러나면서 연달아 장풍을 내뿜었다. 그런데 그때 눈앞의 무사 한명이 등을 보인 채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장풍에 맞아 원래는 뒤로 넘어져야했지만, 뒤에 있는 다른 무사에 부딪혀 앞으로 엎어지며 쓰러져있었다. 장수는 등에 보이는 폭탄을 향해 다시 장풍을 내뿜었다.
쾅!
장풍이 폭탄을 가격하면서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폭발의 무시무시한 위력에 휘말려 주변에 있던 무사들도 같이 날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수 역시 그 자리 근처에 있었기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오른팔을 왼팔로 붙잡은 채 고통그로 일그러진 얼굴을 지었다.
오른팔에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급한 마음에 거리도 신경 쓰지 못하고 장풍을 날려버려 몸을 빼내는 것을 깜빡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근처에 있는 다른 무사들의 폭탄도 연달아 폭발하여 범위와 위력이 강해져있었다.
장수는 인상을 썼다.
이정도 피해를 입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구나 상대해야 하는 적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큰 상처를 입고 싸운다면 자칫 잘못해서 죽어버릴 수 있다.
장수도 자신보다 무공의 고수에게 죽는다면 혈교의 큰 손실을 주어 그래도 뜻 깊은 행동이었겠지만, 이런 식의 죽음을 장수 역시 원하지 않았다. 이런 죽음은 개죽음이나 다름없다.
이정도의 피해로는 혈교가 입은 피해가 경미하다. 무사들이야 널려 있었고 폭탄은 은자만 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도 다행한 점은 현재 상황이 폭탄을 가진 무사들이 숫자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그 덕분에 한 팔은 쓸 수 없어도 상대하는 것이 그다지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쐐액!
장수에게 생각의 틈을 줄 생각이 없는지 자루에서 빠져나온 도신이 장수를 향해 매섭게 날아왔다. 아직도 도신을 자루에 낀 상태의 무사들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장수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서슴없이 도신을 날렸다.
휘익!
장수는 내공을 운용하여 가까스로 피해냈다. 하지만 몸이 정상이 아니었기에 애석하게도 완전히 피해내지는 못했다. 팔을 스쳐지나간 날카로운 도의 날때문에 갈라진 피부 사이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장수의 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차라리 도에 의한 상처면 나았겠지만 폭탄에 당한 상처는 참혹했다. 거기다 폭발의 여파로 인해 끔찍한 화상까지 입었다.
장수는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장풍을 내뿜었다. 하지만 오른손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이기에 연달아 장풍을 날릴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한명을 제압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장풍을 날리는 식으로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장수는 겨우겨우 마지막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겨우 장수 혼자로 전투부대를 전멸시켰다.
사신대의 대주는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자신이 부대가 무사 한명을 쓰러뜨리지 못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모를 일이었다.
단지 세뇌가 된 일반 무사 백 명뿐이었지만 그들을 무장시킨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다. 그들의 등에는 값비싼 폭탄이 메어져 있었고 가지고 다니는 도 역시 무게의 열배에 해당하는 금을 줘야 만들 수 있는 돈 덩어리다.
그런데 그런 대원들이 전멸을 당했다. 그것도 침입자에게는 한 팔에 상처를 주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사신대의 대주가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다른 부대의 대주가 소리쳤다.
“녀석은 지쳤다, 쳐라!”
대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상황을 지켜보던 무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굉음이 터지고 폭발로 인해 무사들이 갈기갈기 잔인하게 찢겨지거나 화염에 녹아내렸지만 혈교의 무사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이들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세뇌와 암시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장수로서도 무사들이 달려오자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을 칠 수는 없었다. 지금 땅에는 터지지 않은 폭탄들이 가득하다. 혈교의 무사들에게 폭탄을 내줄 수는 없기에 가만히 둘 수는 없다.
장수는 우선 땅에 떨어진 도의 자루를 품에 넣었다. 다행이 자루만 남았기에 큰 공간은 차지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루를 품에 넣다가 문득 손바닥을 보니 깨끗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격전으로 다른 곳은 누더기가 되었는데 손부분만 깨끗했다.
‘어떻게 된 거지?’
장수는 순간적으로 황실무고가 생각났다. 거기서 얻은 수투를 손에 끼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너무 자연스러워 수투를 끼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보통 물건은 아니구나.’
생각을 해보니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의 몸으로 강철같이 변한 강시를 부수고도 멀쩡한 게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무고에서 얻은 단검은 어떨까?’
장수는 잠시 호기심이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혼전이 벌어질 텐데 익숙하지 않은 단검을 쓸 필요는 없었다.
장수는 달려드는 무사들을 향해 자세를 펼쳤다. 지금 몸 상태로는 최선을 다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무사들이 근처까지 온 것을 본 장수는 빠르게 왼손을 뻗었고, 손바닥에서 내공이 담긴 장풍이 뿜어져 나왔다.
퍼엉!
뿜어져 나온 장풍은 쓰러진 무사의 등에 있는 폭탄을 정확히 맞췄다.
쾅!
폭음과 함께 지면을 달리던 무사들이 폭발에 휘말려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절명 했다.
한 번에 십여 명은 단순에 죽은 듯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장수는 쓰러진 사신대의 대원들의 몸을 낚아채서 공중으로 집어던져 장풍을 뿜어내 등에 있는 폭탄을 맞춰 폭발시켰다. 그러자 무사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만약 장수 혼자라면 큰 피해를 입힐 수 없었을 테지만, 장수의 장풍과 폭탄이 합쳐지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여 많은 수의 무사들이 죽거나 다쳤다..
장수는 다가온 무사들을 상대하면서 폭탄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가오는 무사들 중의 일부는 폭탄을 회수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능숙하게 폭탄을 제거한 후에 품에 넣었는데, 그 모습이 이런 일에 대비해 훈련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폭탄을 품에 넣은 채로 장수에게 재빨리 달려들었다.
장수는 다가오는 무사를 살피다 그대로 장풍을 날렸다.
쾅
장풍을 날린 순간 달려오던 무사의 몸은 그대로 공중에서 분해되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무사들도 폭발의 여파에 휘말렸다.
실로 무서운 광경이었다.
폭음이 사방으로 퍼지자 일순간 무사들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고수라 할지라도 지척에서 폭탄이 떨어지면 충격으로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장수는 그사이에 다른 폭탄에 장풍을 내뿜으면서 움직였다.
그런 식으로 빠르게 움직이자 어느새 눈에 보이는 폭탄은 모두 터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폭탄을 제거 할 수는 없었다. 어떤 자가 폭탄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나타난 무사들이 숫자가 너무 많았기에 나머지 폭탄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장수는 폭탄은 신경 쓰지 않고 눈앞의 무사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고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갈수록 커져갔다. 거기다 내공의 고갈도 컸다. 너무 많은 내공을 일순간 쏘아 냈기에 내공도 부족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장수가 폭탄을 살피는 순간에 장수의 주변에 무사들이 포위를 끝마쳤다.
그 때문에 장수는 도망칠 수도 없었다.
장수는 빠르게 움직이며 주변의 무사들을 상대했다.
무사들은 쉬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고, 장수는 초인적인 반사 신경으로 무사들을 하나둘씩 제거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내공도 그렇지만 체력소모도 만만치 않았다.
장수는 결국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도망가자.’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우선은 여기서 도망을 치는 게 나았다. 그리고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오는 것이 나을 듯했다.
장수는 생각을 마치자 자리를 뜨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제법 강해 보이는 자가 공격을 펼쳤다.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상대한 자들은 겨우 일반 무사의 수준이거나 고수의 수준이었는데, 눈앞의 녀석은 고수에서도 제법 실력이 있는 녀석으로 보였다.
“너 때문에 내 모든 것이 무너졌다!”
장수는 녀석의 목소리를 듣자 녀석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아까까지 폭탄을 가진 녀석들을 명령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부대원들과는 틀리게 제법 무공을 익힌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장수가 오른손을 다쳤다고 하더라도 초절정의 고수다.
겨우 고수에 불과한 자에게 밀리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