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편 - 강시를 이용하다
녀석이 펼친 도법은 제법 훌륭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을 녀석에게 선사하려고 했을 때, 그 순간 부대장이 눈을 초승달모양으로 휘며 웃고 있었다.
“네 녀석을 동반자로 하겠다.”
눈빛을 보는 순간 장수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폭탄을 가진 무사들을 지휘하는 부대장이 폭탄을 안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무사들이 있는 상황에서 폭탄을 쓸 줄은 몰랐다. 장수는 재빨리 왼손을 뻗어 부대장이 몸에 장풍을 펼친 뒤에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포위하고 있던 무사들이 장수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지만 장수는 치명적인 공격 이외에는 무시하고 도망쳤다.
“미친 녀석.”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폭탄을 터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더구나 녀석은 세뇌가 아니라 제정신을 가진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목숨을 날릴 생각을 하다니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콰콰쾅!
이제까지와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굉장한 폭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지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시뻘건 화염이 터져 나왔다. 녀석은 부대장이라서 그런지 가지고 있던 폭탄도 다른 자들보다 몇 배나 되었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폭발이 주변을 휩쓸며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장수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온 몸이 폭발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왼발은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처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 비하면 사정이 나았다. 다른 이들은 대부분 죽거나 한쪽 신체가 날아간 상태였다..
장수 역시 위험한 상황이였지만 다른 무사들 덕분에 살았다. 장수의 앞에 있던 무사들이 폭탄의 폭발력을 대신 맞아 주었다.
그 덕분에 폭발의 일부만 피해를 받았지만, 그 정도로도 장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장수는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더 이상 싸워서는 안 된다.
이대로 싸우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무사는 많았다. 이곳은 혈교의 안마당이었고 무사들이 숫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데구르르!
장수는 날카로운 예기를 느끼고 빠르게 몸을 굴렸다.
그리고 장수가 있던 곳에 검 한 자루가 찔러 들어왔다. 검은 괜한 헛수고를 했지만, 개의치 않고 다시 장수가 있는 곳을 찔러갔다.
장수는 급히 태극권을 펼쳤다. 검은 자연스럽게 힘의 방향이 반대가 되어 옆에 있던 무사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다른 무사들이 계속해서 장수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장수는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무기를 다른 무사들이 있는 곳으로 태극권의 묘리를 이용하여 방향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도망치기 위해 발을 멈추지 않았다.
다행히 그 자리는 벗어났지만 장수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임이 그렇게 민첩하지 않았다. 도망치려 해도 다른 무사들에게 따라 잡힐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한손으로 하는 태극권은 한계가 있었다. 태극권은 두 손을 써야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장수는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아무래도 무기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았다. 땅바닥에 떨어진 무기도 생각해 봤지만 길이가 너무 길었다. 오른쪽 손을 못 쓰는 상황에서 짧은 무기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
장수는 단검의 날을 몸 안쪽으로 해서 단검을 쥐었다. 이렇게 해야 상대방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힘을 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장수가 펼칠 수 있는 검법역시 이자세를 취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인데 될까?’
절정고수는 검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장수 역시 전생에는 검기를 사용했었다.
혈교의 무사는 기본적으로 무기에 기를 쓰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장수 역시 세뇌가 된 상태에서 억지로 배웠었다. 그리고 장법이 일정한 경지에 이르자 무기를 잘 쓰지 않았지만 어쨌든 간에 분명한 것은 검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장수는 옛 기억을 되살리며 단검에 기를 불어 넣었다.
검기만 쓰면 상황은 역전된다. 절정고수가 쓰는 검기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한명의 절정고수가 오십 명의 고수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것은 검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이 보검을 쓰지 않는 한 검기가 서린 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더구나 장수는 초절정의 고수였다. 비록 가진 내공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전진심법 덕분에 내공이 모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초절정의 깨달음을 이용하면 검사를 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검사만 펼칠 수 있다면 눈앞의 적들을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단검에 기를 불어넣자 검에서 검명이 울렸다.
웅웅웅
“뭐야 이거?”
뭔가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장수로서는 이외의 상황에 잠시 당황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무사의 도가 장수의 어깨를 스쳐지나갔다. 순간적으로 피한다고 피했지만 제대로 피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불어 넣던 기가 끊겼고 단검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장수는 자신을 공격한 무사에게 장력을 날렸고 무사가 그대로 허무하게 쓰러졌다.
장풍보다 위력은 약하지만 이렇게 약한 무사들을 상대로는 장력으로도 충분했다. 장력 한방이면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검기가 내공 소모는 적었다. 그리고 많은 숫자를 상대로는 장력을 펼칠 수는 없었다.
장수는 계속해서 공격을 피하면서 단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오랜만에 내공을 불어넣어서 그런지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기를 분배하지 못했고 그래서인지 검기를 형성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던 도중에 검에 검기가 서렸다. 아무리 오랜만에 검기를 형성한다고 하지만 장수는 초절정고수다. 그리고 그에 따른 깨달음과 내공이 있었고 검법에 대한 무리와 이론, 그리고 경험이 머리와 육체에 고스란히 베여있었다.
‘이제부터다.’
검기를 만드는 순간에서도 장수는 몇 군데의 공격을 허용했다. 사방이 무사로 가득한데 아무리 장수가 초인적인 반사 신경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 때문에 급소가 아닌 곳은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장수는 검기를 형성한 채로 무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장수가 펼치는 검법은 마치 권법 같았다. 짧은 단검이 팔 쪽으로 나란히 서 있었기에 검법이라 하기에는 힘들었다.
상대방을 마치 주먹으로 때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팔 쪽에 있는 검 날에 서린 검기는 부딪히는 모든 것을 두 조각으로 갈라버렸다.
검기를 형성한 채 싸우자 무사들은 순식간에 나가자빠졌다.
검기를 사용 할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면, 장수의 검기를 받아칠 수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이 자리에는 검기를 쓸 수 있는 자들이 없었다.
거기다 장수의 마음이 더 흡족한 것은 내공 소모가 장력보다 없었다. 장력은 위력이 강하지만 내공소모가 막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검법은 위력은 약하지만 내공 소모가 적었다. 그랬기에 검기를 형성했는데도 불구하고 장수는 부담이 없었다.
더구나 장수가 들고 있는 단검은 뭔가 특별했다.
보통의 검기보다 강력한거 같았고 내공 소모도 적었다. 하지만 막연한 것이었고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더욱 정확한 것을 알려면 검기를 쓰는 자를 상대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많은 수의 무사들을 두 조각으로 만들수 있었다.
초절정고수의 무공에 검기가 더해지자 웬만한 무사들은 버틸 수 없었다. 스치기만 해도 두 조각이 나니 싸움이 금방 끝날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달려드는 무사들보다 두 조각난 무사들이 숫자가 더욱 많아졌다.
더구나 장수는 움직임을 최대한 절제해서 체력을 아끼는 중이었고, 내공 소모도 거의 없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내공은 차곡차곡 단전에 쌓이는 중이었기에 모든 상황이 유리해졌다.
하지만 부상만은 어쩔 수 없었다. 어디 가서 운기조식을 취하고 안정을 얻지 않으면 상처가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리 장수의 신체가 환골탈태를 통해 뛰어나졌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치명적인 상처에 화상까지 입었기에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장수는 몰려드는 무사들을 끝없이 베었다. 베고, 또 베고 계속해서 베어나갔다.
그렇게 쉬지 않고 베자 주위에는 살아 있는 무사보다 죽은 시체로 가득했다. 죽은 시체는 산처럼 높게 쌓여 벽이 되어주었다. 그 덕분에 싸우는 것이 더욱 수월해졌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끄는 짓은 미친 짓이다. 혈교에는 막강한 무기가 많았고 그중 하나만 와도 현재 장수의 상태로는 무리였다. 현재 모인 내공의 양도 형편없었고 체력역시 보잘것없었다. 거기다 오른손을 다쳤고 발까지 저는 상태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장수는 싸우면서도 끝없이 도망을 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리고 노력하는 그 순간 무엇인가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장수는 번개처럼 날아오는 것을 단검으로 쳐냈다.
단검으로 쳐낸 것은 암기였다.
암기를 펼친 자는 서른 걸음은 떨어진 곳에 있었다. 서른 걸음이라면 초절정고수인 장수에게 아무 것도 아닌 거리였지만 현재 다친 상황에서는 서른 걸음은 매우 컸다. 더구나 주변에는 적들로 가득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멀리 있는 무사를 공격 할 수는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암기뿐만 아니라 독도 쓰기 시작했다. 주변의 무사들이 중독되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갖가지 독을 장수에게 던졌다.
어차피 혈교의 무사들은 나중에 해독제를 먹으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독약을 뿌리는데 망설임은 없었다.
장수는 인상을 구겼다. 이대로라면 힘들어진다. 더구나 아군이 있는 상황에서도 폭탄을 쓰는 놈들이지 않은가? 다시 한 번 폭탄이 터지면 장수로서는 버틸 수 없었다.
빙그르르!
장수는 빠르게 원을 돌자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무사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그리고 장수는 그대로 앞으로 달려가서 앞에 있던 무사의 머리를 밟고 뛰어 올라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고도 부족해 땅을 향해 장풍을 쏴서 그 반발력을 이용해 앞으로 엄청난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결국에는 부상당한 다리를 써야 했기에 속도가 느려 질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구나.’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죽느냐 사느냐가 문제다..
장수는 단검을 품에 집어넣은 다음 왼쪽 팔을 땅에 디뎠다. 그리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마치 개처럼 달렸는데 그 모습이 보기에는 웃겼다. 하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아까보다 달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사람은 네발로 걷도록 진화되어지지 않다. 그랬기에 엎드려서 달리다 보니 허리 쪽에 고통이 상당했다.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랬기에 장수는 이를 악물고 뛰기 시작했다.
“녀석을 쫓아라!”
무사들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녀석 하나를 잡으려고 입은 피해도 상당했고, 거의 다 잡은 셈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잡아야했다. 하지만 장수가 조금 더 빨랐다. 추적하는 자들은 고작해야 고수가 다였다. 그랬기에 장수의 움직임을 잡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장수는 달리는데도 내공을 전력으로 상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에 쓸 수 있는 내공의 양도 많았고 환골탈태를 통한 발전된 신체는 엎드려 달리는 상황에서도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을 부여했다.
그랬기에 점차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느새 다른 부대가 나타났다.
아마 연락을 받고 지금에서야 도착한 듯했다.
“이곳은 못 지나간다!”
무사의 말을 장수는 깨끗이 무시하고는 달렸다.
“막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