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편 - 강시를 이용하다
눈앞에 나타난 혈교의 무사들은 장수를 공격했지만 장수는 웬만한 공격은 요혈만 피한 채 강행돌파 했다. 이곳에서 시간을 뺏기면 계속해서 뺏기게 된다. 그랬기에 어느 정도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치명상이 아니라면 무시할 생각이었다.
장수가 워낙 빠르게 움직이며 동작 하나하나에 상승의 묘미가 담겨 있었기에 일반 무사들은 장수의 몸에 손도대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며 막아서는 부대 세 곳을 돌파하자 드디어 쫓아오는 무사들을 떠돌 릴 수 있었다.
장수가 좀 더 빨리 뛰었기에 못 쫓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사들의 내공은 한계가 있었다. 경공이라는 것이 짧은 순간동안은 유지를 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동안 유지를 할 수 있을 정도로의 심후한 내공을 지닌 무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장수는 겨우 포위를 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이 근방에도 금세 무사들이 들이닥칠 테니 최대한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다.
장수는 방심하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들판이 사라지고 산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목림에서 벗어나 랍살에 들어섰다.
남목림은 들판이 많았기에 목축업이 선행했다. 그 때문인지 들판에는 소 같은 가축들이 많았지만 랍살은 주로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장수는 가던 도중에 방향을 잃어 북서쪽으로 들어섰지만 나무를 단칼에 잘라 나이테를 보고 방향을 잡은 다음에 밤하늘의 별을 보며 위치를 파악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달리다가 장수는 멈추었다.
“이정도면 되겠지?”
현재 있는 곳은 남목림에서 한참은 떨어진 곳이었다. 그랬기에 혈교에서도 장수가 어디로 갔는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사실상 남목림에서 벗어난 상황이었기에 행동반경이 지나치게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정도까지 벗어난 상태라면 수색을 보낼 전력도 부족해진다.
남목림 근처야 혈교 총단 근처였기에 강력한 무력단체가 많았지만 남목림을 벗어나면 각 지역을 방어할 수준의 무력단체만을 보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벗어나서 지역선 까지 가면 더욱 전력이 약화 될 수밖에 없었다. 총단에 가까울수록 비밀 유지가 쉽지만 멀수록 비밀유지가 어려웠다. 그리고 혈교는 마교나 무림맹 그리고 황실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그랬기에 중원과 붙은 곳만 가도 안전했다.
거기다 장수가 있는 곳은 험한 산속이었다. 길이 없고 산세가 험해서 이곳이라면 장수를 발견하기도 힘들다.
장수는 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렇게 쫓기는 생활을 전생에 많이 했기에 샘이 있을 만한 곳을 찾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다행이 샘이 아니라 계곡을 발견했다. 씻기에는 샘보다 계곡이 나은 것이다. 거기다 샘에는 물고기도 있으니 주린 배도 채울 수 있을 듯 했다.
장수는 옷을 모두 벗기 시작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옷 곳곳에 암기가 묻어 있었다. 거기다 옷은 심하게 찢어진 상태였고 오른팔은 상처로 인해 거의 쓸 수 없어 제대로 옷을 벗을 수 없었다. 장수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가까스로 옷을 모두 벗을 수 있었다. 장수는 옷을 한쪽에 고이 간직했다. 이것이 없으면 입고 갈 옷이 없기 때문이었다.
옷을 모두 벗은 후에 장수는 상처부위를 물로 깨끗이 씻었다. 상처가 난 곳에는 흙먼지나 불결한 것들이 많이 묻은 상태였다. 그랬기에 최대한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장수는 그 후 옷 속에 있던 내상약과 외상약을 꺼냈고, 외상약으로 상처부위를 발랐다.
외상약은 황실의 어의가 직접 만든 최고급 약재였다. 고급 약재를 사용했고 최고의 의원이 직접 만들었기에 성능이 무척 뛰어났다.
“끄으으윽!”
상처에 외상약을 바르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온몸에 엄습해왔다. 외상약에서 맡아지는 향기로운 냄새와 달리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장수는 그대로 쓰러지는 줄 알았다. 가뜩이나 체력이나 내공 모두 정상이 아니었고 부상도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닥친 고통은 장수를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다.
장수는 죽을듯한 고통을 겨우겨우 인내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우…….”
이대로 쓰러져 자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쉴 때 쉬더라도 상처에 외상약을 모두 발라야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 할 수 있고, 다시 혈교를 공격할 수 있다.
장수는 고통을 인내하며 간신히 외상약을 모두 바르고. 장수는 옷에 든 것을 모두 꺼낸 후에 이번에는 옷을 빨았다. 대충 핏물을 없애고 난 후에 나뭇가지에 걸친 다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운기 조식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외상도 심각했지만, 독을 더불어 내상이 심각했다.
장수는 내상약과 해독약을 먹었다. 해독약은 보편적인 독만 치료하는 것이었기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었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약을 먹은 후 바로 운기 조식에 들어갔다.
‘이런…….’
몸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안 좋았다. 너무 많은 상대와 싸웠다. 거기다 제대로 치료도 안했기에 상태가 심각했다. 거기다 상처가 심했고 격전 중에 몸에 해로운 게 상처를 통해 많이 들어왔다.
거기다 독에 병장기의 녹까지 몸속으로 들어와 엉망이었고 혈도 역시 지나친 격전 중에 과도하게 몸을 쓰면서 많이 망가진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폭발의 위력은 매서웠다. 격전 중에는 몰랐지만 몸 상태를 살펴보니 혈맥에 터진 부위가 있었다.
거기다 내부가 폭발로 인해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이 상태라면 잘못하면 반신불수가 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상태였다.
장수는 천천히 몸 상태를 관조했다. 잘못되면 상태가 악화가 될 수 있기에 조심해서 운기를 해야 했다. 그랬기에 한참동안 관조하면서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면서 천천히 운기에 들어갔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운기가 되지 않았다. 혈도 상태가 안 좋았기에 천천히 복구를 해야 했다. 다행히 내상약과 해독약이 큰 도움이 되었다.
혈맥이나 혈도를 내상약이 어느 정도 억제해주었다. 회복을 돕기 시작했으니 당분간은 내상이 도지지는 않을 듯 했다. 그리고 독은 해독제가 억눌렀다. 그 덕분에 장수가 당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불안정한 내기였다.
무리하게 내공을 사용했기에 내기가 정상이 아니었다. 장수는 계속해서 내기를 정상으로 돌리려고 꾸준히 노력했고, 그와 동시에 망가진 혈도를 조금씩 복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수가 운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자 전진심법의 기운이 망가진 신체에 기운을 나눠주었는데, 혈도의 상태를 고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선천지공에서 나온 선천지기가 온몸을 감쌌는데, 선천지기는 기운이 막강하여 망가진 신체를 새롭게 바꿀 정도로 그 자체적인 회복력이 대단했고, 그 덕분에 장수의 상태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수 있었다.
“쿨럭!”
운기조식을 통해 한참을 고생하던 장수는 어느 순간 입을 크게 벌리더니 검붉은 피를 뱉어냈다.
운기가 어느 정도 되자 죽은피와 독을 몸 바깥으로 뱉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번 죽은피와 독을 몇 번 뱉어낸 뒤에 전진심법과 선천지공이 기운이 몸 상태를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꾸준이 움직였기 때문인지 장수의 회복력은 박차를 가하며 속도를 높여갔다.
* * *
* * *
혈마는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뭐라고?”
쿵쿵.
혈마의 말에 군사가 머리를 박으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도망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혈마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계획을 그토록 성가시게 방해하던 녀석을 드디어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놓쳤다고? 혈마는 속이 부글부글끓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