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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350화 (350/398)

350편 - 강시를 이용하다

그 순간을 포착한 장수가 다시 연거푸 장풍을 날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하늘로 솟구쳤다.

그 순간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쾅!

여전히 질겁할 정도의 폭발력이었다.

불꽃이 요동치며 배고픈 악마처럼 탐스러운 혀를 움직이며 이십여 명의 무사들을 휘감았다.

상당한 위력이었다.

장수는 계속해서 폭탄에 주의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폭탄의 직접적인 파괴력도 상당했지만 파괴될 때 주변의 것들이 사방으로 튀기는 것도 상당히 큰 충격이었고, 후폭풍 역시 방심할 할 것이 아니었다.

피부가 타들어 갈 정도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고, 굉음때문에 귀가 앵앵 울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폭탄 하나 터질 때 죽거나 치명상을 입었겠지만, 장수는 몸을 날려 능숙하게 구른 뒤에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지면을 구른 장수가 몸을 일으켰다.

이곳은 적지고, 사방에는 적이 넘쳐난다. 잠시라도 정신을 빼앗기는 것은 자살을 준비하는 짓이나 마찬가지기에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다시 일어나서 주변에 있던 무사를 죽이는데 전력을 가했다.

휘리릭!

장수가 내공을 담아 몸을 한 바퀴 회전하자 주변에 있던 무사들의 몸이 깨끗하게 절단됐다. 피가 허공에 흩날리고 흙먼지 가득한 지면은 붉게 물들었다.

초절정고수인 장수의 공격을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허무하게 죽어나갔다.

동료들이 추풍낙엽으로 죽어나갔지만 무사들은 개의치 않고 꾸준히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지독한 녀석들…….’

장수로서는 혈교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코앞에서 폭탄이 터지고 자신 같은 초절정고수의 검기를 상대하면서도 대부분의 무사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성가신 점은 무공 실력이 하위가 아니었다.

혈교에서는 무공을 아낌없이 지원해주었고 내공이 어느 정도 있는 자라면 역혈심법으로 내공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기에 수준 높은 마공을 장수에게 펼쳤다.

그런 자를 간간히 상대하면서 장수의 내공소모는 점점 늘어났다.

장수는 싸우면서 주위를 살폈다. 틈이 보이면 도망치기 위해서였다.

이 이상 혈교의 무사들을 상대하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중원에서는 고수의 경지에 오르기만 해도 대단하며 한문파의 핵심무사였지만, 마도의 세력은 다르다.

마교나 혈교 모두 고수가 많았다.

아무리 장수가 아무리 많은 고수를 죽인다고 해도 혈교의 전체 전력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장수는 틈을 보다가 한쪽이 유달리 방비가 적은 곳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내 곧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렇게 방비가 적은 곳에서는 자객이 있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고개를 아래로 돌려 힐끗 옆구리를 바라보았다.

아까 전에 빈틈을 발견하고 뛰어들었다가 자객에게 당한 상처였다.

장수 역시 자객이 습성을 알고 있었고 방비도 어느 정도 한 상태였지만, 격전 중에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자객의 습격은 쉽게 막을 수 없었다.

더구나 달려드는 자객은 한명이 아니었다. 보통 세 명에서 많게는 다섯 명까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장수가 아무리 초절정고수라고 해도 감각적으로 급소를 공격하는 자객의 공격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상처를 허용한 이후에는 장수는 더더욱 주의했다.

‘음?’

그때였다.

정면에서 강렬한 화기가 느껴졌다.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니 혈교의 무사 하나가 장법을 구사하는 것이 보였다.

저 손바닥에 닿으면 웬만한 자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서 절명할 것 같았다. 무공 중 파괴력이 센 무공 중 하나가 바로 장법이다.

더구나 눈앞에 있는 무사처럼 일정한 거리가 있음에도 화기가 느껴질 정도라면 꽤 상위의 경지에 역혈심법으로 내공을 두 배정도 늘렸을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깝구나.’

장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같은 장법을 익히는 입장에서 저런 인재를 죽이는 것은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지만, 혈교의 세뇌에 걸린 상태였고 자신을 만났기에 목숨을 빼앗을 수밖에 없었다.

무사가 장수에게 다가왔다.

‘녀석은 장법으로 죽이자.’

장수의 눈에서 서늘한 빛이 뿜어져나왔다.

“화룡장법!”

눈앞의 무사는 자식의 무공명을 크게 외치며 일수를 펼쳤다.

화룡장법은 장수도 아는 무공이었다. 마도의 장법중 상위무공 중 하나였고 흑룡장법처럼 강맹한 위력을 가진 것이 특징이었다.

무사가 화룡장법를 펼치며 손바닥을 쭉 뻗자 장수 역시 왼손을 뻗었다.

콰앙!

화룡장법의 장력과 장수의 장력이 맞닿으며 내공이 충돌했다.

그리고 한순간 팽팽하게 맞서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초식, 깨달음. 그리고 내공이 월등히 앞 선 장수가 밀린다면 이상한 일이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장력은 어느 순간 장수의 장력이 대해와 같은 내공을 뿜어대면서 화룡장법을 박살냈다.

휘익!

쾅!

화룡장법을 펼치던 무사는 장수의 손바닥에 가슴을 정통으로 맞아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장수는 피떡이 된 장법의 고수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자신의 의지도 아니고 세뇌로 목숨을 잃은 그가 불쌍했고, 그에게서 신이 투영되어졌다. 만약 자신도 초절정의 경지에 들어서지 못했다면 세뇌 때문에 저렇게 혈교의 개처럼 살다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 뻔했다.

그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안타까움이 더 컸다.

쐐액!

하지만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거대한 도가 장수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초식은 불안정했다. 도에는 분명 기가 서려있는 것을 보면 상대의 무위가 절정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초식은 절정고수라고 보기에는 어설퍼보였다.

장수는 그가 혈단을 통해 경지를 높은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작심한 듯 장수를 한곳으로 밀어 붙였는데, 방비가 유달리 약한 곳이었다.

도를 든 녀석 말고도 도끼나 검을 든 녀석들도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들 역시 어설프게 검기나 부기(斧氣)를 뿜는 것이 혈단의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선천지기를 통해 내력이 증가된 녀석들은 수명이 짧았다. 그리고 너무 강한 내공이 혈도를 타고 움직이기에 이들은 엄청난 고통을 느낄 것이 분명했다.

이들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장수는 단검에 내공을 좀 더 불어넣은 다음에 오른손을 빠르게 세 번 움직였다.

털썩

그러자 눈앞의 도를 든 무사가 픽픽 쓰러졌다.

다른 녀석들 역시 장수의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자 앞에 무사와 다름없이 목숨을 잃었다.

원래라면 상당히 고생하면서 쓰러뜨리거나 내공소모가 많은 장풍을 연달아 펼쳐야 죽일 수 있었지만, 손에 쥔 단검 덕분에 쉽게 무사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단검에 내공을 불어넣으면 도기가 서린 도라 할지라도 쉽게 자를 수 있었다. 도기가 서린 적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무기만 없앨 수 있다면 상대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신체반응속도나 깨달음 무공의 이치나 초식의 정교함은 장수가 월등히 뛰어났다. 그랬기에 순식간에 쓰러뜨릴 수 있었다.

‘저쪽에 자객이 있구나.’

장수는 자객의 위치를 파악했다.

대충 위치를 생각한 다음에 방비가 약한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몸을 움직인 순간에 멀쩡한 나무와 돌에서 사람이 튀어 나왔다. 극도의 은신술로 숨어 있다가 장수가 다가오자 공격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들은 총 여섯 명이었는데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자객의 암습에 당해서 지금쯤이라면 저승에서 염라대왕을 만났겠지만, 장수는 미리 대비를 해둔 상태였다.

장수는 무서운 속도로 오른손에 들린 단검을 움직였다.

서걱!

단검이 자객의 손에 들린 소검은 순식간에 동강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장수의 왼손이 그들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컥!”

장수의 왼손에 닿은 자객들은 그 상태로 고개를 흔들더니 절명했다.

여섯 명을 죽이는 것은 단 한순간이었지만, 자객과 장수는 그 짧은 순간에 수 십 차례 격전을 벌였다.

하지만 장수가 피해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자객 중 한명이 짧은 순간의 격전 중에 장수의 몸을 베는데 성공했다.

“크윽!”

상처는 그다지 깊지는 않았지만, 자객의 소검에는 독을 바른 상태였다.

그 때문에 최대한 빨리 독을 해독하지 않으면 위험 할 수도 있었다.

장수는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빠르게 움직여야 포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수의 경공술은 매우 빨랐기에 순식간에 혈교의 무사들을 벗어나는 줄 알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느 순간 눈앞에 강시들이 나타나서 막고 있었다.

“이런…….”

장수는 인상을 썼다.

앞을 강시들이 막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더구나 뒤에는 혈교의 무사들이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 한쪽과는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눈앞의 강시들은 일반적인 강시가 아니었다. 혈교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강시들 밖에 없었다.

거기다 눈에 띄는 강시가 한구 있었다. 다른 강시들이 가까이 가는 것조차 두려운 듯이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눈에 들어왔는데, 녀석은 마치 아기 피부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피부가 부드러웠고 탱탱한 것이 강시라는 생각이 들기 어려웠다.

만약 눈앞의 강시만 만났다면 장수는 강시가 아닌 줄 알았을 테지만, 그런데 강시와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새롭게 만들어낸 강시가 분명해보였다.

‘대체 얼마나 강할까?’

일반 강시만으로는 장수를 막을 수 없다. 그것을 혈교가 모를 리 없었다.

더구나 장수는 도망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알면서도 강시를 준비한 것을 보니 뭔가 노리는 게 있는 듯했다.

“크크크. 네 녀석도 이곳이 끝이구나.”

그때 강시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장수가 집중을 하자 늙은 주술사 한명이 무사들이 호위를 받으며 장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강시들 사이에 있는 것을 보니 장수를 두려워하는 듯했다. 거기다가 갑옷을 입고 있었고 거기에 호위들이 수준도 제법 되는 것 같았다.

그것만 보더라도 쉽게 상대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네 녀석은 누구냐?”

장수의 말에 주술사는 어이가 없는 듯이 웃었다.

“네 녀석이라고? 네놈의 할애비라 해도 나한테 할아버지라 불렀을 것이다. 고얀 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라면 최소 백 살은 넘었다는 소리다.

원래 주술사는 자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대신에 나이가 먹을수록 주술력이 강해지는 특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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