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편 - 강시를 이용하다
더구나 주술사는 혼자였는데, 혼자서 이 많은 강시를 조정하려면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것만 봐도 우습게 생각할 자가 아니었다.
“누구십니까?”
장수로서는 말투를 바꾸었다. 최대한 눈앞의 주술사에게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격전이 벌어지면 정보를 알아내지도 못하고 주술사 먼저 죽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주술사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 나는 이번에 교에 큰 공을 세운 분이시다. 드디어 주술사들이 염원인 새로운 강시를 완성했기 때문이지, 크흐흐흐.”
주술사가 음산하게 웃었다.
새로운 강시라는 말에 장수는 인상을 찡그렸다.
장수 역시 전생에 혈교에서 여러 종류의 강시를 연구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강시는 그 수량이 매우 적고 위력 역시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거기다 생기가 많이 필요한 것이 단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형강시를 개발했고 그 외에도 혈강시라던가 음양강시, 활강시, 실혼강시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제조는 실패했다. 강시라는 게 쉽게 완성되는 게 아니다. 더구나 보통의 강시도 아니고 그 위력을 몇 십 배나 증폭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였던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는 강시를 대량으로 만든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로운 강시라니? 장수는 호기심이 생겼다..
“새로운 강시라니 그게 무엇입니까?”
주술사는 장수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주술사로서는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름이나 자세한 성능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대략적인 것만 이야기했다.
“본교가 사십년 동안 노력해서 만든 것이다. 기존의 강시보다 몇 배 이상 강한 위력을 발휘하지, 흘흘흘.”
주술사의 말에 장수는 바로 물었다.
“기존의 강시보다 강해지다니 어떻게 하신 겁니까?”
“어떻게 하기는 외형적으로도 강해졌지만 살아 있을 때의 무공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주술사의 말에 장수는 강시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활강시!’
기존의 강시도 쉽게 만들 수 없다.
강시란 기본적으로 음기와 사기가 고도로 뭉치고 사념과 원념이 강해야 만들어진다. 그런데 혈교는 그것을 주술사를 이용해 약물로 강화 시키고 명령에 복종하게 만들었으니 그것만 해도 대단했다.
그런데 활강시는 그런 강시보다 월등히 강했다.
활강시랑 말 그대로 살아있는 강시를 말한다.
원래 강시란 죽은 시체를 이용해 만드는 것인데 활강시는 생전에 고강한 무공을 지닌 자를 살아있는 채로 강시를 만든다.
그랬기에 생전의 무공을 발휘할 수 있는데다가 육체는 강철처럼 단단했기 때문에 더욱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주술사는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계속해서 설명을 했다. 원래 주술사는 육체적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고 연구만 하던 자라서 실전에 대해 잘 모른다.
더구나 혈교에서도 주술사들이 가치를 높게 평가해 위험한 곳에는 잘 보내지 않았기에 주술사는 눈앞에 있는 장수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몰랐고 자신이 이룬 성과를 자랑하기에 바빴다.
장수는 한참을 듣다 더 이상은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주술사가 혈교의 비밀인 강시에 대해 어느 정도 떠든 것은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은 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 상부에서 시간을 끌라는 명령을 받았을 것이 뻔했다.
그리고 장수 역시 어느 정도의 정보가 필요했기에 들었지만 이대로 가면 더 강력한 적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조심해야 했었다.
“그래. 애송아 본교의 회심의 역작이 첫 희생자가 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라.”
주술사의 말에 장수는 웃음이 나왔다. 활강시 한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들이 희생자가 되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장수가 첫 희생자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바로 차렸다.
지금 눈앞에는 강시만 해도 백여 구가 넘었고, 주술사는 십여 명의 호위에게 보호를 받고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주술사를 죽인다고 해도 강시를 조종할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혈교의 중요한 인적 자원인 주술사를 저렇게 장수 눈앞에 내 보이지는 않는다.
장수가 잠시 생각하는 동안 강시들이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강시의 손과 발은 날카로운 무기였다. 웬만한 칼이나 도보다 더 날카로웠기 때문에 살짝만 베여도 위험했다. 거기다 시독이 흐르고 있었기에 조심해야했다.
강시들은 장수를 빠르게 밀어붙였다.
약물로 제련이 되었기에 움직임이 굉장히 재빨랐고, 육체도 강해 무시무시했다.
장수는 순식간에 밀렸다. 강시가 밀어 붙이는 힘은 대단했다.
저번에는 주술사를 죽인 후에 혈교의 무사들을 제거하는 도움까지 얻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혈교에서도 대비를 했는지 무사들은 일정한 거리 이상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있었는데 강시를 제압하는 물건으로 보였다.
거기다 다른 손에는 암기가 있었는데 장수가 다가가면 바로 온몸이 암기를 던질 것이 뻔했다.
이런 상태에서 무사들에게 다가가기가 힘들었다.
장수는 강시에게 장풍을 날렸다. 하지만 강시에게 장풍이 제대로 통할리가 없었다. 일반 무사에게는 절대적인 강함을 보였지만, 강시는 살아있는 것도 아니었고 속 내부까지 단단했기에 장풍은 신체를 미미하게 파손시키는 역할밖에 되지 않았다.
장수는 단검에 내공을 집중했다. 강시의 강도를 알기 위해서였다.
장수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강시를 피하면서 빠르게 단검으로 그었다.
찌르르르르!
그 순간 귀를 찢을듯한 음성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검기가 서린 단검이었지만 강시를 자를 수는 없었다. 강시의 몸이 워낙 단단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장수는 내공을 좀 더 불어넣었다. 그리고 강시를 베자 이번에도 부족함을 느꼈다.
그렇게 몇 번의 시험을 하자 내공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정도면 되겠구나.’
한두 구의 강시를 상대한다면 내공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눈에 보이는 강시에게 번천장을 날려주면 상황이 정리된다. 아무리 강시가 단단하다 해도 번천장의 강맹한 위력을 버틸 수는 없다.
하지만 번천장은 내공소모가 너무 많았기에 몇 구의 강시를 상대하다 보면 내공이 모두 소진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랬기에 검기를 이용해 강시를 상대했다.
강도를 파악한 다음에도 장수는 강시의 신체의 여러 곳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리의 연결 부위나 팔의 연결 부위처럼 다른 부분보다 강도가 약한 부분만을 골라 공격했다.
다리가 없으면 아무리 강시라고 해도 움직이기 힘들다. 거기다 한쪽 다리가 나가면 균형 감각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된 위력을 보여줄 수 없었다.
장수가 주로 공격한 부분은 무릎부위였다.
무릎부위에서도 옆 부분이었는데,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자 손쉽게 강시의 무릎을 벨 수 있었다.
장수는 너무 쉽게 강시를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통의 무인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확하게
물론 목표한 부위를 정확하게 공격하여 자를 수 있는 것은 보통의 무인으로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거기다 최적의 내공이라 하지만 그것도 엄청난 내공이었다.
초절정고수라해도 그 정도의 내공을 감당할 수 없었다. 거기다 장수의 손에 들린 단검의 위력이 대단했다. 그 덕분에 내공소모는 더 적으면서도 손쉽게 강시를 벨 수 있었다.
장수는 베고, 베고 또 베었다. 더구나 움직임이 가히 번개 같아서 강시들은 제대로 장수를 건드릴 수 없었다.
결국 혈교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강시는 무릎을 잃은 채 쓰러져버렸다.
이 상태로는 전장에 나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강시라고 해도 새로 다리를 연결할 수 없었다.
이런 상처를 입는다면 나중에는 결국 폐기처분의 대상이 된다. 차라리 어디가 부서지거나 움푹 파인다는 자잘한 상처는 상관없다. 강시의 원동력은 사기와 피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애써 만든 강시가 순식간에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주술사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술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소리쳤다.
“멈춰라!”
주술사가 말을 하면서 뭐라고 주문을 외우자 강시들이 장수의 곁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릎이 파괴된 강시들은 균형을 잡을 수 없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장수 역시 잠시 주변을 살폈다. 잠시 숨을 돌리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주술사는 장수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사실 강시는 약점이 없었다. 신체 대부분이 동일한 강도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그래도 연결기관이 약간이나마 약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정확하게 무릎만을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검기를 형성한 채 무릎만을 공격하는 것은 검으로 초절정의 경지를 개척한 고수라 할지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장수가 그것을 해낸 것이다.
사실 강시를 동원한 것은 장수의 내공을 소모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혹시라도 주술사를 노린다고 해도 방어할 방법이 있었다. 주술사는 단단한 갑옷 외에도 주술로 갑옷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주술사 옆에 있는 호위들 역시 무력이 상당했기에 호위를 죽이다 보면 내공이 소모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회심의 역작인 활강시를 사용하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