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편 - 강시를 이용하다
이번에 만든 활강시는 단순한 명령밖에는 듣지 못한다. 그랬기에 장수를 지정하고 공격하라고 하면 장수가 죽던 활강시가 죽던지 한쪽이 죽을 때까지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랬기에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활강시의 위력이 상당했기에 주술사는 충분히 빠져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술사는 자신이 주술을 믿었다. 실전에서는 쓸 수 없지만 거리를 두고 주문을 외운다면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움직임을 어느 정도는 억제할 수 있고, 그 정도만 해도 활강시가 더 유리해 지진다. 하지만 저렇게 강시를 쉽게 상대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벌써 이십여 구가 넘는 강시를 망가뜨렸지만 장수는 숨 하나 헐떡이지 않았다.
이미 활강시는 명령을 입력 받은 상태였다. 그랬기에 주술사가 마지막 신호를 보내면 활강시는 바로 활동할 것이었다..
이런 상태라면 애써 만든 강시만 낭비하게 된다. 그랬기에 주술사는 활강시를 쓰려고 했다..
주술사는 손짓으로 활강시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일까?’
충분히 장풍을 쓰면 주술사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장수는 주술사를 죽이는 것을 포기했다. 혈교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터며 혈교의 귀중한 자산인 주술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랬기에 우선 눈앞에 있는 활강시를 처리하고 나서 생각을 해볼 문제였다.
‘그나저나 좀 더 지체하면 혈마가 올지도 모르겠구나.’
활강시는 대충 봐도 혈교의 극비중의 극비인무기다. 그런 비밀무기를 보여줬다는 것은 비밀유지를 위해 장수를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마다 보여 줄 수 있다. 그리고 장수를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은 활강시 보다 더욱 강한 무기를 보이거나 혈마가 나타나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것 때문에 장수로서는 혈마가 오는 것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활강시는 장난스럽게 장수의 앞까지 다가왔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강시라는 것을 몰랐다면 강시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교의 무공 중에는 강시신공이나 흑목신공처럼 사람의 몸을 강시처럼 만드는 무공도 있었다. 그것에 비하면 오히려 눈앞의 활강시는 사람처럼 보였다.
장수가 왼손을 내밀더니 장풍을 내뿜었다.
그러자 장풍이 빠르게 활강시의 몸을 강타했다.
쾅!
활강시는 충격을 먹자마자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외관상으로 그대로인 것이 충격을 그리 받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장수는 활상시의 상태를 살피더니 다시 연달아 장풍을 날렸다.
펑펑
장수의 손에서 내 뻗은 장풍은 활강시를 강하게 강타했다. 장풍이 연달아 활강시를 강타하자 활강시는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뒷걸음치다가 그대로 땅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활강시는 그대로 일어나더니 장수를 노려보았다.
“이런, 맷집이 상당하구나.”
일반적인 강시라면 이정도의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 장수의 장풍의 위력은 상당했기에 강철 같은 몸을 가진 강시라 해도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활강시는 틀렸다. 강시보다 몸이 더욱 단단했다.
장수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적은 활강시만 있는 게 아니었다. 활강시를 이긴다 해도 앞에는 남은 강시가 있었고 뒤에는 무사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혈마가 언제 달려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도망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적이 활강시라 해도 내공소모를 극단적으로 줄여야 했다.
장수는 단검에 기를 가득 불어넣었다. 이 정도라면 방금 전 강시를 상대할 때보다 내공이 훨씬 많이 불어넣었다..
일반강시보다는 월등히 강할 것 같기에 그만큼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활강시라 해도 장수보다는 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가 다가가자 활강시는 반응을 했다. 더구나 모습을 보아하니 성이 단단히 난거 같았다. 장수에게 장풍을 얻어맞은 충격이 상당했었다. 그랬기에 흉성이 강해졌다.
장수는 먼저 활강시에게 다가가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단검이 활강시를 여러 번 갈랐다.
하지만 활강시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면서 장수의 공격을 피해냈다.
“뭐야?”
장수로서는 놀랄 일이었다. 초절정고수의 속도는 엄청나다. 더구나 장수는 보통의 초절정고수가 아니었다. 초절정의 경지에서도 극에 달했기에 화경의 고수가 아니라면 장수의 움직임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활강시는 틀렸다. 장수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딱 거기 까지였다. 피하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공격을 할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캬웅!”
활강시는 흉성을 내질렀다. 상당히 고약한 고함이었다. 근처에 있던 강시들은 고함소리가 두려운지 몸을 떨며 물러났다..
‘쉽게 끝나지 않겠구나.’
혈교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한 혈강시가 약할 리가 없었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도 마음을 다시 잡아야 했다.
“와라!”
장수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활강시는 빠르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장수는 검기가 서린 단검으로 활강시를 공격했다.
휙
단검은 활강시를 정확하게 공격했지만 활강시의 피부는 더욱 단단했다. 더구나 미세하게 몸을 비틀며 충격을 최소화 시켰기에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활강시가 장수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
장수로서는 순간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활강시의 공격은 보통의 강시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랬기에 온몸을 비틀면서 공격을 피했기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장수는 필사적으로 피하면서 물러났다. 날카로운 손톱에 당하면 그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 더구나 활강시는 생전의 무공을 기억했다.
물론 쓰는 무공이 혈교에서 고수들이나 익히는 무공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활강시의 속도가 워낙 빠르고 온몸이 무기와 다름이 없었기에 장수로서는 상대하기 난감했다.
활강시는 거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장수는 거리가 있다면 장풍을 쏘면서 더욱 거리를 벌렸렸겠지만, 강시는 거리를 최대한 좁히며 무자비하게 공격을 했다.
게다가 손과 발만이 무기가 아니었다. 활강시의 날카로운 이빨도 상당히 위험한 무기였는데 이빨에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그대로 뜯겨져 나갈 것만 같았다.
활강시가 정상적인 공격을 하지 않으니 장수로서는 미칠 지경이었다. 무공 중에 이빨을 사용하는 게 몇 개나 되겠는가? 그랬기에 상대하는 게 난해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해 줄 수는 없었다. 장수로서는 활강시를 어떻게든 이겨야 했다.
‘별수 없구나.’
내공을 아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잘못하면 활강시에게 당할만한 상황이었다. 활강시의 날카로운 손톱이나 이빨에 당하면 그대로 절명할 것만 같았다. 그랬기에 장수는 최대한 공격을 피하면서 움직이려고 했다.
그 순간 활강시의 입에서 무엇인가가 튀어 나왔다.
장수는 반사적으로 피했다.
치이익
그 순간 땅이 녹는 소리가 들렸다. 강시의 입에서 나온 것은 독성이 너무 강했기에 흙이나 돌을 녹일 정도로 강한 산성을 띄고 있었다. 그랬기에 장수가 맞았다면 그대로 절명했을 정도의 독이었다.
더구나 침만이 아니었다. 강시의 입에서 나는 냄새는 그자체로 독 그 자체였다. 장수는 활강시의 공격을 막으면서 독에 대해서도 대처를 해야 했다.
‘무서운 무기로구나.’
일반적인 강시가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고수도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 강인한 피부에 몸속에는 독액이 있었고 전신을 사용해 공격을 하니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화경의 고수라면 강기를 사용해 단숨에 활강시를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화경의 고수가 옆집 동네 아저씨처럼 흔한 것도 아니고, 천하에 세 명 밖에 없다.
즉, 화경의 고수가 아니라면 활강시는 거의 무적과도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장수는 하염없이 밀려 나고 있었다. 그리고 입고 있는 옷과 피부는 찢겨지고 있었다. 공격을 최대한 피하고 있었지만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갈라졌다.
공기를 가르는 힘이 너무 강했기에 장수로서는 계속해서 큰 피해를 입었다.
장수는 그러는 중에도 활강시를 향해 공격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활강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공격이 올 때마다 힘의 반향을 바꾸었고 피부도 원체 단단했으며 피부위에 덧칠해진 무엇인가가 공격을 반감시켰던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는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구나.’
검의 경지에 오른 자들은 검사라는 것을 쓸 수 있었다. 물론 검사는 검기보다 상위의 단계였기에 막대한 내공소모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 위력은 엄청날 정도였다.
한줄기 실과도 같지만 실에 닿는 모든 것을 잘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