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편 - 강시를 이용하다
그 순간 주술사는 죽음을 느꼈다. 아니.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한순간 뒤에 있던 자가 주술사를 죽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죽은 것은 아니다.
한순간에 품격과 인격. 그리고 인간다움을 벤 것이지 주술사를 죽인 것은 아니었다.
주술사도 그의 부하였기에 아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황실의 고수의 행방이었다. 녀석이 행방을 알아야 그동안의 노력이 헛것으로 되지 않는다.
“사……살려……살려 주십시오…….”
주술사는 사력을 다해 외쳤다. 만약 말하지 않는다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20대의 미남자로 보이는 그의 정체는 바로 혈마였다
“두 번 물어보지 않겠다.”
혈마의 말은 공포 그 자체였다. 주술사는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지렸다.
“저……저쪽…….”
단 한마디였다. 혈마는 주술사를 그대로 땅에 던져버렸다.
“주술사만 아니었어도 네 녀석은 죽었다.”
주술사는 혈교에서도 매우 귀한 자원이다.
그 효율성을 생각해서 함부로 죽이면 안 되는 것이었다. 혈마는 주술사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주술사가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六혈마
장수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고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왜 이러지?”
활강시도 효과적으로 격파했고 포위망도 뚫은 상태였다.
더 이상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장수는 초절정고수라 경공도 매우 빨랐다. 물론 무공이 높다고 해서 경공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신체가 발달하고 내공이 중후해 진만큼 경공술을 발휘할 때 소모되는 내공은 적었고, 내공을 더 투자하여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경공을 전문적으로 배운 자나 무림 십대 경공에 드는 경공술이 아니라면 장수를 따라잡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계속되어졌다.
“멈춰라!”
멀리서 큰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보다 더욱 빠르게 이쪽으로 달려오는 자가 있었다.
‘드디어 혈마구나.’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혈마의 목소리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혈교에서 장수를 상대로 일대일로 맞설 자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혈마였다.
혈마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장수는 방향을 미묘하게 틀었다. 바로 폭탄을 매설한 곳이었다.
다행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동안 모은 폭탄을 매설해둔 곳이 있었다.
혹시나 혈마를 만날 생각을 하고 모은 것인데 써먹게 될 순간이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하지만 폭탄도 제대로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 아예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화경의 고수는 극강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기에 장수가 제대로 대응을 못 할고 죽을 수도 있다.
장수는 지금 상황이 달갑지는 않았다. 장수로서는 혈마를 만날 때 좀 더 몸 상태가 좋고 내공도 충만한 상태에서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서장에 협조해줄 사람도 없었고 엄청난 초장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는 화경의 고수의 움직임을 알 방법도 없었다.
장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 몸도 많이 다치지 않았고 내공도 조금만 더 버티면 많아질 거야. 그리고 근처에 폭탄이 매설된 곳도 있고.’
장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해 봐야 좋을 게 없다.
가뜩이나 무공차이가 나는데 불리하다 생각하면 더욱 불리해 지기 마련, 즉 마음가짐이 중요했다.
장수는 한참을 더 달렸다. 하지만 뒤에서 달려오는 혈마를 인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수는 최선을 다해 경공을 펼쳤지만 화경의 고수는 몸의 구조부터가 틀리고 내공 역시 대해와 같았기에 같은 경공술을 펼쳐도 월등히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기에 점점 거리차가 좁혀 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장수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폭탄을 숨겨 둔 곳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 외에도 폭탄을 매설한 곳이 한군데 더 있었는데 거기까지는 갈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장수가 멈춰 서서 돌아보자마자 혈마 역시 멈춰 섰다.
“크하하하! 드디어 멈췄느냐?”
혈마는 일부러 광오한 웃음 보여주었다.
하지만 장수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천마는 배포가 크지만 혈마는 반대로 배포가 작다. 그리고 치밀한 성격인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았고, 머리까지 좋으니 반심하면 안 된다.
혈마는 무섭다.
“그렇습니다.”
장수의 말에 혈마는 웃음을 우뚝 멈추었다.
“우선 너의 이름을 들어보자.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제 이름은 장수라 합니다.”
“장수라……성이 무엇이냐?”
성을 말하면 가문이 위험해 질수 있었다. 혈교에서 장수에 대해 어디까지 파악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성까지는 말할 생각이 없었다.
“강이라 합니다.”
“강장수라……그래, 너는 네 죄를 아느냐?”
“죄라고요?”
장수가 되묻자 혈마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려 섬뜩하게 웃었다.
“그래. 네 녀석이 죄 말이다. 네 녀석은 무슨 이유로 본교까지 와서 행패를 부렸느냐?”
혈마의 성격상 이렇게 대화를 먼저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장수는 혈마가 자신을 포섭하려는 것을 알아챘다.
‘나를 포섭하려는구나.’
하기야 초절정고수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초절정고수는 뛰어난 자질과 문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도 되기 힘들었다.
더구나 오랜 세월 노력해야 겨우 길이 보인다.
당금 무림에서 초절정고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무림 백대 고수라 불릴 만했다. 그리고 장수 정도의 실력이라면 능히 십대 고수에는 포함될 수 있다. 그랬기에 혈마로서는 장수가 탐이 안 낼래야 안 낼 수가 없었다.
‘녀석을 부하로 삼아야 하는데‘
원래대로라면 녀석을 시체로 만들어 강시로 쓰는 게 가장 좋다. 초절정의 고수라면 능히 최고의 활강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오기 전에 한 가지 정보를 얻었다.
그 때문에 장수에게 부하가 되라는 제안을 했다.
장수는 혈마의 생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자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몸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끌기로 마음먹었다. 혈마와 싸우기 위해서는 몸 상태를 최선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행패를 부린 적이 없습니다. 이곳에 여행을 하다가 겸사겸사 들렸는데, 살마들이 처음부터 나를 아무이유 없이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엄연히 정당방위로 막았을 뿐입니다.”
“뭐?”
혈마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수 때문에 입은 피해는 상당했다. 더구나 초절정고수라면 한문파의 장문인 이거나 핵심인재인데 그런 인재가 적대문파라 할 수 있는 혈교의 앞마당인 서장에 왜 오겠는가? 목적이 있어서 온 것이 분명한데 저런 황당한 말을 믿으라고?
“그렇습니다.”
장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자. 그런데 초절정고수가 왜 여기까지 여행을 하러 왔느냐?”
“여행을 하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장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래, 여행을 하는데 이유가 없지.”
“그렇습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저는 죽을 뻔 했습니다.”
“그럼 지부는 왜 공격했느냐?”
지부라는 말을 들어도 장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지부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장수는 잡아 땠다. 장수가 했다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장수를 쫓느라 서장의 경계는 많이 풀어진 상태였다. 이런 상태였기에 다른 문파의 첩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있었다.
게다가 마교나 무림맹은 오랜 시간 기회를 노렸고 정보를 모은 게 있기에 잘하면 서장의 외곽이라 할 수 있는 곳이 지부를 털 수도 있다.
더구나 장수 혼자서 지부를 털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지부가 당했다.
“……지부 일은 네 녀석이 안했다고 하자. 그런데 네 녀석은 어디에 소속되어져 있느냐?”
이제 본격적으로 영입을 하기 위해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