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355화 (355/398)

355편 - 강시를 이용하다

만약 장수가 절정고수라면 우선 제압을 하고 주술사에게 맡기면 끝이었다. 그럼 주술사가 세뇌를 통해 또 다른 충실한 수하를 만들면 된다.

하지만 초절정고수이기에 자의로 움직이게 해야 했다. 고독으로 제압을 해도 되지만 고독은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양고를 먹은 자를 음고로 죽일 수 있을 뿐이었기에 혈마로서는 장수가 충성을 맹세하게 한 다음에 은밀히 양고를 먹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음고를 이용해 장수를 죽이고 시체를 강시로 재활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이용을 해보려면 충성을 맹세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처음에 잘해주어야 혈교의 명령을 따를 것이다.

“저는 어디에 매여 있지 않습니다.”

장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장수로서는 황궁 역시 계약에 의한 관계 일 뿐이었고 무당파 역시 유운스승님 때문에 잠시 계약을 맺은 거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지금도 무당파의 속가제자로 있었다.

장수의 말에 혈마의 표정이 좋아졌다. 아무 곳에 매이지 않았다면 혈마로서는 매우 좋은 상황이었다. 혈교로 끌어들여 부교주의 지위를 내리면 녀석은 금세 권력의 맛에 푹 빠질 것이 뻔했다.

세상에 권력 안 좋아할 사람은 없다.

게다가 혈교의 무고에는 상당한 양의 무공서와 영약도 많다. 장수가 혈교로 들어오면 아낌없이 지원을 해줄 생각이었다.

혈마가 몇 가지 더 물었다.

“네 녀석이 황실과 관계를 맺은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황실이라는 말에 장수가 웃었다.

“황실은 저를 키우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황실이 절 키웠다면 제 무공은 황실의 무공 이어야합니다.”

황실무공은 일반 무공이랑 차이가 분명히 있었다.

장군들의 무공은 실전 무학이었고 두꺼운 중갑을 사용하기위해 개발되었다.

황실 관리의 무공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내시에 맞게 만들어져서 괴이하고 쾌(快)를 중시한 무공이다.

하지만 장수의 무공은 그 어떤 것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고 황실에서는 장법을 싫어했다. 장법은 파괴력이 큰 대신에 소리가 무척 컸기에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관리들이 싫어했다.

“그럼 왜 그들을 도와주었느냐?”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저는 귀금속을 받았습니다.”

장수의 말에는 여러 어수룩한 점이 있었지만 혈마로서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황실에 대한 것은 대충 넘어갔다.

“그런데 네 사문이 무당파는 아니냐? 네 무공을 보면 무당이나 도문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군.”

장수가 즐겨 쓰는 무공이 바로 태극권이다.

그리고 장풍에도 역시 도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원래 중원의 무학이 기본은 도문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무공은 도문과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래전에 우화등선한 신선의 무학을 우연히 얻어 지금까지 수련을 했습니다.”

“우화등선한 신선이라…….”

중원에 우화등선한 신선은 매우 많았다. 전설로만 내려오는 신선의 숫자만 해도 각 산에 대여섯 명은 되었다. 그랬기에 그중에 한명이 고강한 무공을 가졌을 수도 있었다.

장수의 말을 듣던 혈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장수의 말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부하로 삼고 권력을 준 다음에 고독을 써서 반응을 살필 생각이었다.

“그래. 너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장수는 잠시 생각하다 싶더니 대답했다.

“저보다 강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세상에서 일성과 쌍마라 부릅니다. 그중 성승은 숭산에 있고, 천마는 신강에 있으며, 혈마가 서장에 있으니 제 짐작으로는 혈마님이라 생각됩니다.”

장수의 말에 혈마가 흡족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내가 바로 혈마다.”

혈마는 말이 끝남과 함께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댔다.

장수는 어깨가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더 강해졌구나.’

이십년 전보다 좀 더 강해진 느낌이었다. 아마 이십년 동안 수련을 하며 깨달음을 얻게 되어 경지가 오른 것이 틀림없어보였다.

장수는 난감했다. 예전에도 괴물이었는데 지금은 더한 괴물이 되었다.

상대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장수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 사실 전생에는 자주 봤기에 장수가 혈마를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초면이었기에 몸이 살짝 떨리는 연기를 해줘야했다.

“그렇습니까?”

“그래.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내 밑으로 들어오겠느냐?”

혈마는 말을 하면서 강렬한 눈빛으로 장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장수를 단칼에 일도양단 해버리겠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혈마는 장수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어떻게든 산채로 제압을 한 뒤에 시험용으로 쓰면 되었기에 신체를 되도록 훼손하지 않으려고 했다.

혈마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스르릉!

혈마는 아무 말 없이 허리춤에 꽂아둔 도를 꺼내들었다.

도의 이름은 지존도. 금빛의 용이 손잡이에 붙어있었고 휘황찬란한 보석들로 치장을 했는데 도의 날은 혈교 최고의 명장이 이십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최고의 보도였다..

지존도는 천하 십대무기 중에서도 수좌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일위는 천마가 사용하는 천마역천검(天魔逆天劍)이었다

장수를 상대하는데 지존도를 친히 꺼낼 필요는 없었다. 지존도를 상대는 성승이나 천마정도다.

겨우 초절정고수를 상대로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위압감을 주기에는 지존도 만한 것이 없었다. 혈마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장수를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진정 후회가 없겠느냐?”

혈마가 작게 으르릉 거리자 장수가 몸은 심하게 떨었다.

물론 연기였지만 혈마가 봤을 때는 공포에 질린 것처럼 보였다. 혈마는 말을 하면서 도에 강기를 씌었다.

유형화된 강기가 지존도의 날을 감싸더니 마치 검붉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저도 남자인데 싸우지도 않고 굴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혈마께서는 제가 섬길 수 있는 분이라는 증거를 보여주십시오.”

장수의 말은 싸우자는 말이었다. 하지만 부하가 될 여지를 남겨 손속에 사정을 얻으려는 말이었다.

정식으로 붙으면 당연하지만 장수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화경의 고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해나 마찬가지다. 지나가는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부술 수 있으며 눈에 거슬리는 것은 단숨에 없앨 수 있기에 장수는 최대한의 머리를 굴렸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장수는 잠시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생에 장수는 혈마와 여러 번 대련을 했었다.

혈마는 장풍을 쓸 줄 알았고, 수만 명의 무사를 보유한 혈교였지만, 장풍을 쓸 줄 아는 고수는 오직 장수 하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장풍에 대해 적응하기 위해 장수와 자주 대련을 했었다.

물론 혈마는 본신의 실력이 아니라 초절정고수 정도의 기운만 쓰고 장수를 상대했지만 장수는 혈마를 제대로 공격할 수 없었다.

혈마는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깨달음 역시 대단했기에 장수의 무공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더구나 장수의 최강 무공인 흑룡장역시 혈마에게는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극성의 흑룡장이라 해도 혈마의 호신강기를 뚫을 수 없었다.

하지만 거듭되는 대련 덕분에 화경의 고수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화경의 고수는 호신강기라는 극강의 방어막이 있었기에 방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더구나 신체능력이 인간을 뛰어 넘었기에 웬만한 공격은 약간의 움직임으로 피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오만함이 있었다.

혈마를 상대할 유일한 방법은 오만함과 방심이었다. 그것 외에 혈마를 상대할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장수는 혈마를 죽이려는 게 아니고 부상이라도 입히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혈마에게서 살아남는것이었다.

여기서 죽는 것은 너무 허무한 일이었다.

혈교에 대한 복수와 살아서 유운스승님에게 못 배운 무공을 배우려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했다.

장수의 말에 혈마는 껄껄 거리며 웃었다.

“남자라면 그 정도의 기개는 있어야지, 허락하겠다!”

원래의 혈마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혈마 역시 생각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내가 이기면 네 녀석은 군말 없이 내 밑으로 들어 오거라. 그럼 너에게 천하를 정복하고 이인자의 자리를 주겠다.”

혈마는 자신의 내심을 어느 정도 내비췄다.

세상에 누가 천하를 정복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말하겠는가? 미쳤거나 덜 떨어진 놈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혈마는 자신이 있었다. 이미 황실과 무림, 그리고 마교를 서로 싸움을 붙인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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