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편 - 강시를 이용하다
그리고 혈교의 저력이라면 충분히 천하를 재패할 수 있었다..
혈마는 이미 장수를 부하로 삼았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길게 했다.
“우선 네 녀석에게 부교주의 자리를 주겠다. 본교에는 부교주의 자리가 없지만 네 녀석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부교주의 지위를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화경의 경지에 올라야한다. 그래야 수뇌부의 반발을 물리칠 수 있어. 듣자하니 마교에서도 표길량이라는 녀석이 화경이 경지에 거의 다다랐다고 하더구나. 마교같이 천박한 녀석들도 부교주가 화경에 올랐다면, 본교 역시 부교주로 화경의 고수를 선임해야 어느 정도 격식이 맞겠지. 그러니 네 녀석은 무조건 화경의 경지에 오르거라. 내가 익히 생각해둔 방법이 있으니 너는 화경의 고수를 오르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혈교의 흡성대법을 이용한다면 자질과 깨달음이 충분한 장수라면 충분히 화경의 고수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혈마로서도 마교에 꿀리지 않는다.
사실 마교에 화경의 고수에 가까운 자가 나타난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화경의 고수는 쉽게 되는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백년에 한번 나타날까 말까한 인재였다.
현재의 화경의 고수는 세 명이였지만 그들 역시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괴다. 그리고 그들이 화경이 고수가 되기 위해 흘린 피와 노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데 마교에서 또 한명의 화경의 고수가 추가된다면 혈마가 생각하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혈마는 최대 두 명의 화경의 고수까지 상대할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세 명의 화경의 고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다.
말 그대로 하늘을 부수고 바다를 가르는 저력으로 그 힘은 혈교로서도 감당할 수 없다.
그 때문에 혈교도 또 한명의 화경의 고수를 키우고 싶었다. 물론 과시욕도 있었다. 마교가 한 것을 혈교에서 못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림은 성승을 천하제일 일인자로 생각하고 그다음 실력자를 천마로 보고 그 밑을 혈마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혈마는 생각이 달랐다. 성승은 몰라도 무식한 천마보다는 머리가 뛰어난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천마에게 묘한 자격지심이 있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화경의 고수를 가지고 싶었다. 만약 그게 아니면 진작에 장수를 잡아 활강시로 만들었다..
혈마는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장수는 아무 말 없이 그 말을 듣기만 했다.
‘이거 하늘이 돕는구나. 조금만 더 있으면 내공이 차겠구나.’
혈마의 헛소리를 듣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몸이 회복되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수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강시를 상대하느라 소모된 기운이 상당했지만 워낙 혈마가 시간을 벌어주었기에 거의 다 회복되었다. 하지만 내공을 회복했다고 해도 혈마를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저나 표길량이 화경의 고수가 되어 부교주가 되었다니……왠지 그럴 것 같았지만 씁쓸하구나.’
장로와 부교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화경의 경지가 가지는 의미는 상당했다. 아마 아직도 표길량이 화경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 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화경의 경지는 지고한 경지였고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세상에는 또 다른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장법의 화경의 고수를 말이다.
원래 장법으로 화경의 경지에 가장 가까운 자가 바로 번천장협 유운이었다. 하지만 혈교의 음모 때문에 무공의 태반을 잃었고 이제 장수가 그에 근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표길량이 먼저 올라갈 줄은 몰랐다. 물론 아직도 화경의 고수라 칭하기에는 부족했지만 표길량이 유리한 상황임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분명 대련하기 좋아하는 천마가 매일 같이 수련을 시켜주고 마교의 풍부한 지원을 받으면 화경의 고수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교주가 되었으니 다시 보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본다고 해서 좋을 게 없었다. 마교의 부교주를 만나게 되는 것은 전쟁터 인데 장수는 황궁의 장군으로 나설 것이기에 만나봐야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느냐? 본교에 오는 것이 싫으냐?”
장수의 표정을 보고 혈마가 인상을 쓰자 장수는 표정을 고쳤다.
“그게 아닙니다. 단지 마교에 또 다른 화경의 고수가 생겨났다고 하니 놀라워서 그렇습니다.”
“하기야 네 실력이라면 상대가 될 자가 화경의 고수밖에 없는데 그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가 나타났다고 하니 두려울 수밖에 없겠구나.”
각 경지에서는 위의 단계를 실력으로 이길 수가 없다. 쓸 수 있는 무공이 차이가 있었기에 때문이었다.
이번에 화경의 고수가 되었다지만 화경의 고수는 강기를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초절정고수의 극에 달했다 해도 쓸 수 있는 무공은 겨우 검사가 다였던 것이다. 그랬기에 초절정고수가 몇이든 화경의 고수는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혈마가 지레짐작을 하자 장수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혈마는 똑똑하다. 그 덕분에 혈교를 이정도로 키울 수 있었고 화경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전력을 지금까지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장수는 혈마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혈마는 장수를 오늘 처음 봤기에 제대로 파악을 할 수 없었기에 장수의 말에 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혈마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충분히 쉴 만큼 쉬었다. 이제 최선의 실력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혈마는 형성하고 있던 강기를 도로 회수했다. 지금까지 무력시위를 위해 강기를 형성했지만 혈교의 부교주가 될 인재를 단칼에 두 조각으로 낼 수는 없었다.
장수는 혈마가 강기를 회수하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현재 장수로서는 강기를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강기란 닿는 모든 것을 베는 강한 힘이 있었기에 감히 장수가 상대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강기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강기뿐이다. 혈마의 강기를 상대하려면 장수 역시 최소한 수강은 형성해야 상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수는 그 정도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다.
혈마는 도 역시 도집에 넣었다. 맨손으로 해도 장수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와라!”
혈마로서는 장수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는다고 해도 여유가 있었다. 호신강기 때문이었다.
호신강기를 믿고 장수의 수준을 볼 겸 백초식 정도는 양보해 줄 생각이었다. 혈마가 비록 음흉한 심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 역시 무인이기에 순수하게 장수의 무공을 견식하고 싶었다.
혈마의 말에 장수는 최선을 다해 혈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힘을 비축하는 것 따위는 없었다. 최선을 다해도 부족함이 없는 상대이기에 번천장을 뺀 모든 방법을 써서 혈마에게 공격했다..
퍼엉!
스스슥!
왼손에서는 장풍이 나갔고, 오른손에 쥔 단검은 검사를 펼친 채 끈임 없이 혈마를 공격했다. 하지만 어떤 공격도 혈마를 제대로 공격할 수 없었다.
혈마가 손바닥을 움직이기만 하면 그 순간 공격이 헛수고가 되었다.
장수는 계속해서 장풍을 내뿜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사실 뒤로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일이었다. 화경의 고수를 상대로 밀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장수는 생각이 있었다. 장수가 물러나는 방향은 바로 폭탄이 매설된 곳이었다. 폭탄이 있는 곳에 가서 방심하고 있는 혈마를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계속해서 밀리는 척 연기를 하며 혈마를 상대했다.
혈마 역시 기분이 좋은 표정을 지었다. 장수는 곳 자신이 부하가 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랬기에 부하의 무공이 이외로 강하니 기분이 좋았다.
장수가 강하면 혈교의 전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그랬기에 혈마는 웃으며 장수가 내뿜는 장풍을 해소 했다.
강력한 위력을 가진 장풍이었지만 혈마의 손바닥을 뚫지 못했다. 의지가 있는 곳에 기운이 생기는 경지였기에 손바닥에 얇게 핀 호신강기가 장풍을 가볍게 막아냈다.
혈마는 장수의 공격을 막으면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정도로 장풍을 쓸 줄 알다니 생각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구나.”
장풍은 공력소모가 엄청났다. 게다가 연발로 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초절정고수도 장풍을 쓸 줄 알아도 실전에서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게다가 상대방을 정확히 명중시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적에게 장풍을 맞추려면 한 수 앞을 내다봐야한다.
거기다 피할 것까지 생각하며 움직여야 했기에 장풍을 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한방만 제대로 맞는다면 밀리는 전황도 유리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장수는 그런 장풍을 그리 어렵지 않게 연발로 발사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사실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장풍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라 격전 중에 뒤에서 장풍을 쏘면 웬만한 고수들은 방비도 제대로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암기인 활이나 단검은 맞는다고 해도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풍은 틀렸다. 장풍을 맞은 자는 몸속의 혈도로 파고드는 내기를 감당해야했었다.
그리고 내기를 감당하지 못하면 내장이 파열되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초절정고수가 내뿜는 장풍에 저항할 수 있는 자는 사실 매우 드물었다. 그랬기에 멀리서 장풍을 연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적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힘이 너무 부족했다.
혈교가 보유하고 있던 초절정고수인 장삼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했다.
“장삼의 흑룡장이 제대로 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