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357화 (357/398)

357편 - 강시를 이용하다

혈마는 흑룡혈장 장삼을 매우 아꼈다. 그 이유는 바로 천마를 상대할 비장의 수로 생각했었다. 천마와 혈마의 무공은 백중지세였다. 그랬기에 정식으로 붙으면 오랜 시간동안 대결을 펼쳐야했다.

그럴 때 멀리서 흑룡혈장 장삼이 흑룡장을 제대로 먹여주면 천마에게도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혈마에게 상황이 유리해진다.

하지만 장삼은 흡성대법의 부작용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혈마는 아쉬워했었다. 가장 화경의 경지에 가까웠던 번천장협 유운을 죽이는데 사용했었다.

혈마로서는 장삼을 키우는데 애를 썼기에 아쉬움을 느꼈다.

더구나 천마 대적용으로 생각했기에 다른 자를 장삼처럼 키우려고 해봤지만, 키울 수 없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알맞은 인재가 떡하니 나타났으니 기뻤다.

무엇보다 눈앞의 장수는 자질이 뛰어나 화경의 경지에도 도달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모자란 파괴력은 다른 무공을 익히게 해서 높이면 그만이었다.

혈교에는 강한 위력을 가진 장법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혈마로서는 장수를 만난 게 천하를 정복하라는 하늘의 계시로 생각했다..

혈마는 여유를 부리며 장수를 생각했다. 더구나 이곳은 혈교의 안마당이나 다름없었다. 그랬기에 암습 따위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거기다 장수가 물러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혈마를 상대하다 힘이 부쳐 밀려나는 것처럼 보였기에 한쪽으로 이동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못했다.

혈마는 장풍을 막으면서 계속해서 장수를 압박했다. 가벼운 주먹에도 여러 가지 상승의 묘리가 담겨 있었기에 장수가 막기가 버거웠다.

그렇게 한참동안 장수와 혈마는 대결을 펼쳤다. 사실 눈으로 봤을 때는 백중지세라고 할 수 있었다. 강맹한 위력을 가진 장풍을 쏘며 뒤로 물러나는 장수나 가벼운 손동작으로 장수를 궁지에 몰아넣는 혈마도 보기에는 비슷한 실력으로 보였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보면 달렸다. 장수는 아직 비장의 수법인 양의번천장을 숨기고 있었고, 혈마는 강기무공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양의번천장이 천하에 손꼽히는 무학이라 하지만 강기를 사용하는 혈마를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장수는 혈마를 상대로 알고 있는 무공은 총동원해 발휘하고 있었다. 장수가 아는 무공은 끝이 없을 정도였다. 전생에 알고 있는 무공도 많았지만 황궁무고에 가서 익힌 것도 상당했고 유운에게 배운 무공도 상당했다.

그랬기에 장수는 혈마를 상대로 다양한 무공을 선보일 수 있었다.

혈마 역시 장수가 계속해서 새로운 무공을 펼치니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혈마 정도라면 힘으로 상대를 물리칠 수 있지만 무공을 보고 즉석에서 파훼법을 만들 수도 있었다. 파훼법은 무공을 펼치기 직전에 미리 제압을 하는 수를 펼치는 것을 파훼법이라고 한다.

그랬기에 무공의 경지가 비슷하더라도 상대방이 자신이 익힌 파훼법을 익히고 있다면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혈마에게 같은 무공을 펼치는 것은 무의미 한 짓이었다.

같은 무공을 펼친다면 순식간에 제압당할 수 있었다.

혈마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장수가 초식을 펼치면 즉석에서 파훼법을 만들지만 장수가 계속해서 다른 무공을 펼치니 만들어 둔 것을 써먹지 않았다. 그리고 기회를 보며 장수를 압박했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었다. 어느새 혈마가 식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정도면 된 것 같다. 나한테 맞아서 뻗은 채로 끌려가겠느냐? 아니면 두발로 서서 나를 따라오겠느냐?”

혈마로서는 장수의 사정을 많이 봐준 것이다. 그것도 마교에 새로운 화경의 고수가 탄생했기에 이정도로 대우를 해준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끌려갔을 것이다.

혈마로서도 장수와 싸우는 것은 경험을 쌓는데 좋지만 이렇게나 오래 싸우는 것은 오히려 손해였다. 그나마 장수의 값어치가 솟았기에 이정도로 기다려 준거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기다려 주지 않았다.

장수 역시 충격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혈마가 이정도로 강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장수 역시 전생의 장삼 보다 월등히 강해졌다 자신했었다. 하지만 혈마에게는 소용없었다. 혈마가 강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혈마는 혈마였다. 혈마의 경지나 내공, 그리고 깨달음과 무학 등 장수는 감히 범접할 수 없었다.

‘이제 조금만 남았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그랬기에 장수는 무력감을 일부러 떨쳐내려 노력하며 다시 혈마에게 달려들었다.

혈마는 잠시 인상을 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좀 더 놀아 주마. 어차피 이곳까지 왔는데 조금 더 놀아주는 것도 괜찮겠지.”

혈마로서는 크게 선심을 쓴 것이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무공을 펼치는데 좀 더 과격해 졌다. 장수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주먹을 휘두르면 장수의 요혈을 강타했고 사혈이외의 요혈을 중점적으로 타격했다..

혈마가 본격적으로 공격을 가하자 장수로서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주먹 하나하나가 강맹하고, 위협적이었다. 장수는 감히 대적 할 수도 없었다.

장수는 급히 물러나려 했지만 어느 순간 머리에 혈마의 주먹이 내리 꽂혔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러면 안 돼!’

장수는 정신을 강하게 먹었다. 이제 폭탄이 매설된 장소에 거의 다 왔다.

쐐액!

그 순간 혈마의 다리가 장수를 걷어찼다.

파앙!

장수는 스무 걸음 이상을 튕겨져 나갔다. 이번에는 혈마도 강하게 손을 썼다. 죽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라면 골병이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혈교에는 우수한 의원들이 있고, 강시도 만들 수 있는데 일반인의 부러진 다리를 고치는 것은 일도 아니기에 아예 다리가 부러지라고 강한 일격을 날렸다.

다행이 장수의 다리는 부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통으로 인해 잠시 동안 서 있을 수 없었다.

장수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는데 시선은 혈마의 다리를 향했다. 이제 별로 남지 않았다. 혈마가 조금만 더 오면 폭탄이 매설된 곳에 서게 된다..

‘준비하자.’

양의번천장으로 연달아 장풍을 두 방 쏜 후에 폭탄이 터지면 아무리 혈마라 해도 피해를 입는다. 물론 폭탄으로 혈마를 죽일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면 충분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리고 혈마가 드디어 그렇게 고대하던 목표지점까지 다가왔다.

장수는 그 광경이 눈 안에 들어오자 시점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 몸 안에서 심후한 내력을 끌어 모았다가 일장을 날렸다.

단전에서 활화산처럼 분출된 내공력은 손바닥에서 빠져나와 용의 형체를 가지고 입을 쩍 벌리고는 혈마에게 대기를 찢어발기며 날아갔다.

콰아앙!

믿을 수 없는 파괴력이었다.

아무리 혈마가 호신강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번천장의 위력은 상식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아무리 호신강기를 운용하고 있던 혈마 라고 해도 모두 다 막지는 못했고, 흔들리는 충격까지 고스란히 혈마가 당해내야만했다.

“이……이게 무슨 짓이냐?”

혈마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막강한 공격을 장수가 쓸 줄은 상상도 못했다. 화경의 고수를 상대로 초절정고수가 남겨둘 수 같은 것은 없다.

최선을 다해도 화경의 고수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에 여력 따위는 남기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장수가 감춰둔 한 수를 가지고 있었다니! 혈마의 눈이 부릅떠졌다.

혈마가 장수를 곁눈질했다.

이렇게 강력한 공격을 지금까지 왜 숨겨두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틈을 장수는 용서치 않았다. 다시 태산과 같은 내력을 끌어올려 연거푸 번천장을 날렸다.

“이, 이런……!”

혈마는 반사적으로 막으려고 했지만, 번천장의 용의 형상을 띤 심후한 내력은 혈마가 아닌 바로 아래의 지면을 쳐냈다.

빗나갔다. 원래 강한 공격은 실수할 때도 있는 법. 게다가 이정도 장풍은 장수 같은 초절정고수가 다룰 만 한 것이 아니고, 연달아 펼치는 짓은 정말 미친 짓이다.

혈마는 놀이를 이제 그만 접으려고 했다. 놀이는 어디까지나 놀이다. 이제 이정도 놀아주었으면 해줄 만큼 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까지 놀아주었는데 장수가 혈교에 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시체라 해도 혈교에서는 충분히 전력으로 만들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마교의 애송이 화경의 고수 정도는 계략을 써서 충분히 죽일 수 있었기에 더 이상 장수를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때 땅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와 함께 뜨거운 열기가 부글부글 끓다가 지면을 스멀스멀 피어올라왔다.

“뭐, 뭐냐!”

혈마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장풍을 쓴다고 해서 갑자기 불이 튀어 나온단 말인가? 장풍은 장풍이다. 설사 극양의 장풍이라해도 장풍 자체가 뜨거울 뿐이지 땅에 닿은 후에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는 괴사였다.

무엇보다 땅이 꺼지면서 엄청난 압력이 새어 나오는 것을 알아채자 혈마는 호신강기를 극도로 끌어 올렸다. 허나, 땅에서 솟구친 기운은 경천동지할 정도였다.

콰아아아아아앙!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폭음과 함께 사방이 새빨간 화염의 폭풍으로 휘몰아쳤다.

장수가 폭탄을 가져온 지부는 십여 개. 그리고 그 폭탄 중의 반 정도를 이곳에 묻어 두었고, 서로 간에 연쇄폭발을 일으키며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일으켰다.

장수의 피부에 뜨거운 열기가 닿았다.

번천장을 날리고 나자마자 장수는 전력을 다해 도망쳤지만, 폭발의 위력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장수가 받은 피해는 혈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