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편 - 강시를 이용하다
장수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 낸 후에 다시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혈교의 무사들이 보였다. 대충 봐도 저들이 마지막이었다. 저들만 뚫으면 서장을 벗어났다. 장수로서는 어서 빨리 서장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왔다.”
장수를 본 혈교의 무사들은 무기를 고쳐 쥐었다. 그리고 장수를 상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초절정고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순식간에 장수는 혈교의 무사들을 털어버렸다.
그리고 함정이 있을 만한 곳은 피해서 움직였다.
사실 서장과 청해 경계선에 강한 무력이 있을 수가 없었다. 청해 접견지는 다른 문파가 확인할 수 있었기에 강력한 무력은 보유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장수는 편하게 돌파할 수 있었다.
그때 몇 명의 무사들이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딱 보기에도 몸에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와, 폭탄을 정말 많이 만들었구나.”
지금까지 장수가 상대한 것만 해도 황실이 보유한 화약의 양과 비슷한 규모였다.
그렇게 계산을 하면 혈교가 보유한 화약이 양은 국가 전체의 양과도 비슷한 규모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혈교는 해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막대한 희생을 치뤘을 것이 뻔했다.
“하기야, 강시도 만드는 녀석들인데…….”
강시 역시 대량생산을 한 자들이 바로 혈교였다. 강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 목숨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 그러니 화약과 강시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을지 알 수 없었다.
장수는 이내 고개를 흔들더니 달려들던 자에게 장풍을 내뿜었다. 장풍에 의하여 달려드는 자는 그대로 튕겨져 나갔고, 뭘 잘못 건드렸는지 그 상태에서 몸이 폭발했다.
쾅!
그게 끝이었다.
장수는 허무한 눈빛으로 잠시 그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서장을 벗어나자마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장수는 가까운 관청에 가서 말을 받았다. 그리고 황실이 있는 북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도중에 말을 여러 번 바꾸는 걸 빼곤 잠시도 쉬지 않고 쏜살 같이 달려갔다.
물론 중간에 혈교의 무사로 짐작되는 녀석도 만났고 자객도 만났지만 조심을 하는 장수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가다 보니 날짜가 많이 흘렀고, 어느새 황실이 눈앞에 보였다.
* * *
장수의 모습은 혈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옷은 누더기나 다름이 없었다.
서장에서 장수는 잠시도 쉬지 않고 격전을 벌였고 많은 혈교의 무사를 죽였다. 그랬기에 옷이 버틸 수 없었다.
원래라면 오는 중에 씻을 수도 있었지만 씻다가 자객이 폭탄이라도 들고 달려들면 매우 위험했다. 그랬기에 씻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달려 온 것이다.
경비를 서던 병사는 장수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창을 겨누었다.
“누구냐?”
병사의 말에 장수는 패를 보여주었다.
패를 보여주자 병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들어가시시지요.”
병사가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욕실이었다. 장수 역시 욕실을 보자 씻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씻기 시작했다.
목욕을 하는 것도 일이었다. 하지만 시녀들이 도와주자 빠르게 목욕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급 천으로 만든 관복을 입자 그제야 사람다운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장수는 피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장수의 손에 죽은 자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피 냄새는 지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몸을 씻고 나자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이 풀려서 인지 잠을 자고 싶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배가 고팠다. 생각해 보니 이곳까지 오면서 음식다운 음식은 먹은 기억이 없었 다.
지나가던 풀을 뜯어 먹거나 물이 보이면 물에 고개를 박고 물을 마셨지만 그것은 음식을 먹은 게 아니고 살기위한 생존본능이었기에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의 생각을 짐작한 듯 장수는 음식이 있는 곳으로 안내받았고, 오랜만에 포식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안내된 곳이 바로 전 동창의 수장이 있는 방이었다.
장수가 서장을 다녀온 것은 최소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런데 동창의 수장이었던 자는 그대로였다. 장수에게 동창을 맡겼으니 다른 곳에 파견된 듯 했는데, 모습이 그대로이니 변한 게 없어 보였다.
그리고 현재 동창을 관리하는 것도 실질적으로 눈앞의 수장이 하고 있을 테니 실질적인 수장이라 할 수 있었다.
수장은 미소를 지으며 장수를 맞이했다.
“오랜만이군.”
“예. 대인. 오랜만입니다.”
“고생이 많았네. 그래, 성과는 거두었나?”
현재 황실은 큰 적을 맞이하게 되었다. 원래 황실의 적은 동쪽과 남쪽의 적이 가장 강했다. 특히 동쪽의 이민족들이 강성했는데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기 때문에 황실로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들에 대해서는 일단 배제한 상태였고 선물을 보내 사이가 좋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 황실은 현재 최악의 적을 상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마교였다.
마교는 언제든지 중원을 점령할 생각만 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교주를 신으로 보고 교주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광신도 들이였기에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했다.
“그렇습니다. 혈교와 마교의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왔습니다.”
“오호……그래?”
수장으로서는 장수의 말이 매우 중요한 말이었다. 마교는 이제 얼마 뒤면 시작될 전쟁의 주적이었다. 그리고 혈교 역시 마도의 세력으로 견제해야했다. 그런데 장수는 짧은 순간에 확실하게 파악했다고 하니 수장으로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장수가 말할 차비를 하자 수장이 손을 들었다.
“잠시 기다리게 서기관을 불러야 하네.”
서기관은 대화를 문자로 남기는 자를 말한다. 말을 받아 적는 것은 속필로 적어도 힘들기에 그들만이 암호 같은 문자로 대화 내용을 적었는데, 들어온 자는 한명이 아니라 세 명이었다. 워낙 중요한 말이었기에 세 명이 적어서 서로 비교해 보기 위해서였다.
대화를 받아 적을 준비를 하자 장수는 천천히 혈교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장수는 혈교의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칼이 발사되는 손잡이를 증거품으로 내놓았고 강시나 활강시 그리고 폭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수장은 매우 관심 있는 표정으로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심각한 일이군. 경계를 해야겠어.”
“그렇습니다.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지금 혈교의 전력은 천하를 넘볼 정도로 강성합니다.”
“그래. 그런데 증거는 있나?”
“예?”
“자네 혼자서 보고 온 것은 증거가 되지 않네. 아무래도 자네 말을 뒤받침 하려면 증거가 필요하겠어. 활강시나 그 신형강시, 그게 아니더라도 폭탄을 증거로 가져왔어야지.”
장수로서는 황당한 말이었다. 장수 스스로 보고 왔다. 그런데 그게 증거가 아니라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하, 하지만…….”
“자네마음은 이해하네, 하지만 자네 말이 맞기 위해서는 꾸준한 조사가 필요하네. 그래서 사실로 확인 해야만 하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책 역시 만들어야하네, 하지만 자네가 말한 수치는 터무니 없어. 일개 세력이 그 정도의 화약이나 강시를 만들 수는 없어. 그리고 자네가 직접 본 것은 그중의 일부이지 않은가? 자네 눈으로 확실하게 조사하지 않을 것을 어떻게 안건으로 올리겠나? 하지만 자네가 직접 보고 온 것은 문제가 있어,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책도 구해야 할 것이야.”
장수는 계속해서 자신의 보고 온 것을 이야기 했지만 실제로 장수는 혈교의 몇 개 지부만을 보고 왔을 뿐이지 생산시설을 보고 온 게 아니었다. 만약 생산시설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장수는 수장이 자신이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수장이 관심 있는 것은 마교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럼 마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게.”
마교라는 말에 장수는 표길량에게 들은 바를 그대로 이야기 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에 알고 있던 사실과 직접 가봤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서 이야기했다.
수장은 장수가 마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매우 관심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마교는 현재 황실이 가장 강력한 적이며 적대 세력이었다. 그리고 황실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국가 세력이다. 황실이나 황제는 마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을 했고, 이번 기회에 소탕할 생각까지 했다. 그랬기에 장수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었다.
더구나 서기관도 이야기를 적는 것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