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편 - 강시를 이용하다
웬만한 석학이라 해도 상대할 정도의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황실 석학들과 학사들이 아낌없이 자신들이 지식을 전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지만, 장수로서는 또 다른 경지에 들어서기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하게 되었다.
그리고 몸 상태 역시 예전보다 한 단계 더 나아진 상태였다. 어의가 보통 어의가 아니었는데, 천하에 손꼽히는 의술을 가진 자가 바로 어의였다.
어의는 황실의 비전을 써가면서 장수의 몸 상태를 최적의 상태로 바꾸었고 수많은 영약을 동원해서 몸을 최고로 만든 것을 모자라 내공으로 충만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장수는 화경에 가까운 내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몸도 되었고 지식 또한 충분해졌다.
이제 강기에 대한 가르침과 화경에 대한 깨달음만 얻으면 완벽하다.
장수는 모든 준비가 되자마자 숭산으로 떠났다.
성승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八성승을 만나다
숭산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북경에서 가장 빠른 말로 달리기 시작하자 얼마 되지 않아 숭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준비된 관원의 안내를 받으며 무림맹으로 향했다.
무림맹 역시 매우 바쁜 상태였다. 황실과 마찬가지로 마교를 치기 위한 준비로 한창이었다.
무림맹에 소속된 문파에서 무사들을 지원받고 무림맹에 소속되지 않은 문파나 가문에서도 무사들을 지원받아야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은 마교를 치는 일이였고, 황실이 주관하는 일이였기에 무사를 보유한 문파나 가문은 무조건 무사를 지원해 줘야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역적에 준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랬기에 무림맹에 소속되지 않은 문파들도 어쩔 수 없이 무림맹에 무사들을 보내야했다. 그러면서 무림맹은 소속 문파의 숫자를 늘릴 수 있었다.
무림맹으로서는 한층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였지만, 문제가 있었다.
각파의 무사들을 정리하는 것과 나누어 배치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림맹에 반감을 가진 문파 역시 매우 많았기 때문에 그들을 처리하는 것도 일이었다.
우선은 황실의 명이라 어르고 달래보았지만 무림인 중에는 황실에 반하는 자들도 상당했다. 게다가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는 무사들에게 명령하는 것도 일이었다.
어쨌든 무림맹으로서는 늘어난 업무로 괴로워하는 상황이었다.
장수는 천천히 무림맹에서 가장 큰 건물로 향했다.
가장 큰 건물에는 성승이 각파의 장로들을 모아두고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요즘 들어 문제가 많았기에 틈만 나면 회의를 해야 했다.
관원은 장수를 보며 말을 걸었다.
“기다리시겠습니까? 이미 말은 전했으니 회의가 끝나면 바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무림에서의 위치나 무공으로 치나 연륜으로 치나 장수가 기다리는 것이 맞았다.
성승은 천하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고, 나이 역시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더구나 무림맹주가 바로 성승이었다. 게다가 장수가 부탁이 있어서 왔으니 기다리는 것이 정상이다.
“기다리겠습니다.”
장수의 말에 관원은 한쪽의 방으로 안내했다.
“이곳에서 기다리십시오.”
“알겠습니다.”
장수는 방에서 기다리면서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천하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분에게 무공을 전수받게 된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는 설레는 마음이 생겼다. 무인에게 있어서 무공이란 마약과도 같았다. 무공을 배울 수 있으면 살인이라도 불사하는 것이 무인이었기에 새로운 무학을 가르쳐 줄 성승 때문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후우……정신을 차리자…….”
사실 장수의 신분도 상당히 높았다.
장수는 황실의 대장군이었으며, 동창의 수장이었다.
관직으로도 매우 높은 관직의 자리에 있다.
그 덕분에 웬만한 문파는 장수의 눈길만으로도 박살이 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장수는 기본적으로 오천 명의 병사를 상시 모집할 수 있는 권력이 있었다.
장수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머릿속에 들어간 지식들을 곱씹어 보기 위해서였다.
지식이란 흐르는 물과도 같았다. 없어도 그만이었지만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양분이었고 흐르는 물속에 잠겨 있으면 그 속에 동화 되어 자신을 잃게 된다.
장수는 지금까지 배웠던 지식들을 생각하다 보니 누군가 말을 거는 것이 보였다.
“이보게, 시주. 많이 피곤한가 보군.”
장수의 눈앞에 보이는 자는 매우 평범하게 생긴 노승이었다.
아무런 기도도 느껴지지 않았고 대머리에 불인이 9개 박혀 있었는데 긴 수염에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허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키만 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봤으면 실소를 터트릴 것 같은 노승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피부가 굉장히 탱탱하고 매끈매끈했다. 주름살이 하나도 없었다.
길게 기른 수염이나 머리를 보면 나이가 제법 들은 거 같은데 주름살이 없어서 매우 괴이하게 보였다.
“누구십니까?”
장수의 말에 노승은 미소를 띠우며 대답했다.
“아미타불……자네가 찾는 사람이네.”
“네? 설마……성승이십니까?”
장수의 말에 노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늙은 땡중에게 너무 큰 이름을 주었지. 내 이름은 혜광이라고 하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성승이라 부르니 성승이 맞을 것이야.”
장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생각한 성승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장수가 생각한 성승은 키가 무척 크고 몸집도 상당한 괴물을 생각했다. 실제로 혈마나 천마와 맞상대가 될 만한 자는 그 정도 신체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장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장수의 표정을 본 성승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자네가 보기에도 내가 성승이라는 과분한 별호를 받을 자격이 없어 보이겠지. 이 늙고 병든 노승은 언제 불존의 부름을 받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현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중책을 맡고 있다네. 허허허”
성승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허리를 두들겼다.
실제로 아픈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정정해 보였고 또한 화경의 경지에 이른 무인이었기에 아파보이지는 않았다.
“아닙니다. 아직도 정정하신 듯합니다.”
“끌끌, 겉으로는 그렇겠지. 하지만 화경의 경지에 이른다고 해도 몸의 노쇠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자연을 역행하는 것 같지만, 내가 불존의 곁에 간다면 악의 세력을 막을 수 없어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네. 하지만 그것도 얼마나 갈지는 모른다네.”
성승은 말을 하면서도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피곤함이 느껴졌다.
성승은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휴식도 못하고 무림을 지켜왔다. 만약 혈마와 천마가 없었다면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것 같은 공허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맡은바 책임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무림맹주로서 무림을 지켜왔다.
장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림을 지킨 거인의 말에 뭐라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런……내 정신 좀 보게.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할 말 안할 말을 다 한거 같아, 하지만 자네를 보니 이제 내 소임은 다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네. 자네라면 안심하고 뒷일을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아.”
“예?”
장수로서는 황당한 말이었다. 처음 보는데 무엇을 맡긴단 말인가?
장수의 말에 성승은 미소를 지었다.
“이 나이가 되면 천기를 어느 정도 볼 수가 있지. 그리고 사실 자네 같은 인재를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왔네.”
성승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림에 낀 먹구름을 갤 영웅이 나타날 때가 되었다는 말이야. 그리고 나도 너무 오래 살았어. 이제는 쉴 때가 되었으니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내 역할을 맡아줘야지.”
성승이 말은 이상한 데가 있었다.
“설마 성승께서는 천수를 다하신 것입니까?”
장수의 말에 성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수야 이미 오래전에 넘겼네. 지금은 악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지. 사실 이제라도 가야할 때가 된 것 같은데 허욕 때문에 버티고 있는 거라네.”
장수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성승이 천수를 다했다는 말은 생각도 못했다. 성승이 바로 무림의 중심이었고 기둥이었다. 그리고 성승이 있기에 천마와 혈마가 무림을 노리지 못했다 성승은 무림의 거인이었다. 그런데 천수를 다해서 떠나야한다니, 장수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럼…….”
“그래. 사실 나는 전쟁이 시작될 까지도 버티지 못할 것 같네. 그런 상황이라 걱정을 했는데 자네를 보니 안심이 되는군.”
“…….”
“자네도 알겠지만 황실에는 내가 직접 보기 전에는 무공을 가르칠지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제 제대로 된 내 대답을 들려주겠네. 자네에게 내 모든 것을 전해주지.”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