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편 - 강시를 이용하다
장수로서는 놀라운 말이었다. 장수는 사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장수는 소림사의 제자도 아니고 성승과 개인적으로 친분도 없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황실의 연만을 믿고 성승에게 깨달음을 나누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성승이 인지하고 있다면 장수에게 무공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변했다.
무공을 가르쳐 줄 것 같기는 한데, 말하는 것이 꼭 성승이 전쟁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 같았다.
성승이 없다면 마교를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다. 마교에는 화경의 고수가 무려 두 명이나 있다. 물론 한명은 아직 완전한 화경의 고수가 아니었지만 그에 근접해있다. 그에 반면 정파에는 오직 한 명의 화경의 고수만 있는데, 화경의 고수가 천수를 다했다고 하니 황당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의 승산이 아예 없다. 이제 상황은 황당하게 되었다. 혈교가 천하를 장악하는 일은 없어졌다. 마교가 화경의 고수를 두 명이나 가지게 되면서 천하를 정복하는 것은 마교가 된다.
장수로서는 혈교의 의도를 막게 된 셈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무림을 지키지는 못하게 된다는 소리였다. 장수는 마교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마교가 천하를 장악하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있었다.
마교는 힘을 숭상한다. 그랬기에 마교가 천하를 장악하면 천하의 법칙은 힘으로 바뀌게 된다. 힘이 있으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힘이 없으면 모든 것을 뺏길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의 중원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힘이 강한 자가 많은 것을 가지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약자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는 있다.
그리고 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교가 천하를 장악하면 그런 것은 끝이었다.
약자는 노예가 되고 강자만의 세상이 된다.
“후…….”
장수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성승이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가? 뭐가 그리 걱정인가?”
“성승께서 천수를 다하시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됩니다.”
“뭐가 걱정인가? 자네가 있지 않은가? 내가 보니 자네의 오성은 평범한 게 아니라네. 충분히 노력만 하면 혈마나 천마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
“물론 제 자질이 그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륜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들은 몇 백 년 동안을 무공수련에 매진했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그만큼의 시간동안 수련을 하지 못했습니다.”
“뭐가 그리 걱정인가? 무공은 시간만으로 무위가 향상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네. 깨달음이라는 것은 시간에 따라 얻는 것이 아니야, 중요한 것은 마음이지. 천하를 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면 하늘에서는 그만한 힘을 줄 걸세.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그리고 자네가 능력이 되지 않으면 내가 설마 떠나겠는가? 자네가 능력이 될 때까지 남아 있을 테니 자네는 절대 걱정하지 말게나.”
“…….”
장수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성승이 웃으며 장수의 어깨를 두들겼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게. 내가 괜한 말을 한거 같네. 너무 기다림이 시간이 길어 내가 주책을 부렸어. 내가 자네가 원하는 것을 가르쳐 주지. 자네가 원하는 것은 화경에 대한 경지와 화경의 고수가 되면 필요한 무공이겠지. 그것을 가르쳐 주겠네.”
“가, 감사합니다.”
장수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화경의 고수인 성승이 가르침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은 이루어 졌지만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장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성승의 말은 자신 혼자서 천마와 혈마 모두 상대할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천마나 혈마 모두 인세에 다시없을 괴물이었다. 게다가 혈마와는 바로 얼마 전에 싸우지 않았던가? 그래서 혈마가 얼마나 강한지도 알고 있었다.
성승에게 배운다고 해도 얼마나 강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성승이 그들을 상대하는 게 너무 쉽다고 말을 하니 믿을 수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세상 일 이라는 게 원래 순리대로 움직이는 법이야. 그리고 자네도 한번 생각을 해보게. 하늘이 뜻이라는 게 있네. 그러니 마도의 세력에 화경의 고수가 두 명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천하가 태평한거 아닌가?”
성승이 말은 맞는 말이었다.
원래 천마와 혈마 모두 마도의 교주였다. 그리고 그들이 손을 잡고 천하를 노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둘은 서로 적으로서 협조하지 않고 대적하는 존재였기에 오히려 천하가 태평할 수 있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 그런데 뭐가 그리 걱정인가? 자네는 걱정하지 말고 나를 따라오게. 앞으로 배워야 할 게 산더미 같으니 말이야.”
성승이 말에 장수는 뭔가 속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성승이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고 그에게 배우기로 한 이상 그를 따라야만 했다.
성승이 장수를 안내한 곳은 산 쪽이었다.
산 쪽으로 올라가니 작은 건물이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작은 건물 주변에 호위를 하는 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성승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장수를 보며 웃었다.
“원래 호위를 두지 말라고 했는데 맹주의 체면이 있다고 해서 최소한의 호위만을 두고 있을 뿐이네.”
성승은 최소한이라고 했지만 느껴지는 기척에는 초절정고수가 둘이였고, 절정고수가 여섯 명이었는데 그들의 위치가 특별한 진을 형성한 것 같았다.
그것만 봐도 맹주의 보호에 얼마나 철저한지 알 수 있었다.
장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성승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작정을 하고 오면 호위가 소용없겠지만 자잘한 암습은 막을 수 있기에 나도 귀찮음을 덜 수 있었지.”
말은 귀찮다고 하지만 맹주의 직위에 있으니 하루에도 수십 번의 암살 위험을 받았을 것이다.
혈교나 마교뿐만 아니라 다른 마도나 사파의 세력들이 무림맹주이며 정파가 보유한 유일한 화경의 고수를 죽이려는 시도를 그만 둘리가 없었다.
“그렇군요.”
“그래, 사실 맹주라는 직위가 나한테 있어서는 매우 귀찮은 자리이네. 내가 원해서 된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무리를 이끄는 위치에 서게 됐네. 하지만 나는 그저 평범한 부처를 모시는 땡초가 되고 싶었네. 그리고 석가세존을 외치며 열반에 들고 싶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질긴 목숨을 이어 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지.”
장수로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랬기에 예라고만 대답했다.
성승이 넋두리는 계속 되어졌다.
“하아……그래서 후계자를 키웠지만 하늘의 연이라는 게 쉽지 아닌 것이 자질이 뛰어나도 뭐가 부족한지 화경의 경지에 이른 자는 없었네. 그랬기에 나 홀로 고생을 해야 한거지. 화경의 고수가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고생을 하지는 않을 텐데…아미타불……땡초 좀 쉬게 하소서.”
성승은 뜬금없이 불호를 외더니 다시 한숨을 내셨다.
“아 미안하네. 요즘 하도 일이 힘들어서 자네에게 투정을 부렸네. 자네는 모르겠지만 조금 있다가 다시 회의가 있어, 지금 해야 할게 태산이여서 말이야. 각파의 장로들과 여러 가지를 정해해서 무척 골치가 아파.”
말을 하면서도 성승은 건물로 가지 않고 좀 더 안쪽으로 향했다.
장수는 물어볼 수도 없었다.
‘산중에서 수련을 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은 성승이 하는 양을 봐야했다.
성승은 이제 각파의 장로들 험담까지 시작했다. 장로 중 누구는 입 냄새가 고약하다, 누구는 엉덩이가 커서 보기 흉하다, 개방의 거지는 목욕을 하도록 국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등 말을 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장수로서는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각파의 장로들은 직위와 위치는 물론이며 연륜도 있고 최소 절정의 경지는 돌파한 각파의 핵심인재였는데, 그런 자들을 험담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런……시간이 부족하겠군. 자네 속도를 좀 내야겠어.”
“예?”
성승은 장수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장수 역시 경공술을 펼쳐 성승의 뒤를 따랐는데, 장수의 수준을 알고 있었는지 장수가 따라올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달렸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숭산에서도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 올 수 있었다.
성승은 그런 곳에서 아무렇게나 서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장수가 볼 때는 완벽한 자연체라 공격을 할 수도 없을 것처럼 보였다.
장수는 아무생각 없이 성승을 따라왔다.
그리고 이제 그가 무공을 가르쳐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왔는가?”
성승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좋아, 이제 시작해 볼까.”
“알겠습니다. 이제 부터 무공을 가르쳐 주실 생각이십니까?”
장수의 말에 성승은 알듯 말듯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 무공이라고는 할수 없겠군. 자네가 원하는 것은 화경의 경지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혈마나 천마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화경의 경지를 성취해야 했다.
“자네는 화경의 경지가 쉬운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수많은 생사를 거치면 얻는 깨달음 속에 한 가닥 끈을 잡아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것이라네.”
“아……예.”
“그럼 이제 시작하지. 자네가 강호의 후배니 강호의 예에 따라서 삼초를 양보하겠네.”
“예?”
장수는 성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자네는 말을 잘 못 알아듣는가? 보기에는 똑똑해 보이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머리가 나쁜 모양이군. 자네와 나는 지금 부터 생사결을 펼칠 것이야. 그러니 나의 공격에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보게.”
“예?”
장수는 다른 말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공을 배우러 왔는데 갑자기 무슨 생사결인가?
장수로서는 이해 할 수 없었다.
“죽기 싫으면 최선을 다해야 하네. 내 공격을 제대로 맞는다면 온몸이 박살날 것이야.”
성승은 말과 함께 주먹에서 강기가 형성되어졌다.
놀랍게도 노란색 강기였는데 강기는 장수를 향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뻗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