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편 - 12권 - 치료
장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 여기는…….”
보이는 것은 하얀 막사뿐이었다.
그제야 장수는 성승과의 대결이 기억났다.
“…….”
성승은 강하다든가 약하다는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아예 차원이 다르기에 비교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깨달음이나 내공, 초식의 이해, 무공의 깊이, 그리고 수련의 정도 등 모든 면에서 성승은 장수를 압도했다.
장수로서는 감히 상대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아니, 공격을 시도할 수도 없었다. 매 초식마다 생명의 위험을 느꼈고 죽기 바로 직전까지 간 기억만 있었다.
장수는 자신이 상태를 보기 위해 목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목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윽…… 어…… 어떻게 된 거지?”
목이 고정되어 있었다. 아마 붕대 같은 걸로 목을 고정시켰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랬기에 얌전히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누워 있는데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승이 어떻게 공격했더라?”
장수는 천천히 성승이 공격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강기가 떠올랐다.
노랗고 선명한 강기가 보이는 순간 장수의 어떠한 방어도 소용이 없었다. 너무 강력한 위력을 가졌기에 충격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혈마와 싸울 때와는 또 차원이 달랐다. 혈마는 부상 중이었고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데 성승은 마치 장수를 죽일 듯이 공격해 들어왔던 것이다.
장수는 천천히 성승의 공격을 떠올려 봤다. 그리고 강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도 강기를 형성할 수 있을까?”
강기는 화경의 고수만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강기를 형성하면 무적과도 같은 힘을 가질 수 있었다.
성승이 강기를 쓸 수 있다는 것부터 장수가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체의 움직임이나 깨달음, 무학의 이해 등이 차원이 달랐기에 장수로서는 어떻게 손을 써 볼 수도 없었다.
장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성승의 무위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는 성승과의 대련을 생각해 보고 다시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성승과의 대련은 너무 짧은 순간 일어난 것이었다. 성승의 공격한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공격에 시작 했기 때문이다@(문맥의미 파악이 힘듦).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느끼는 게 많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동안 누군가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의원이었다.
“깨어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다행히 이상은 없습니다. 아마 이주일 이내로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강기에 당한 상처를 이주일 내로 고친다는 것은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그것만 봐도 이곳에 있는 의원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무림맹에는 전쟁을 대비해 황실에서 날고 긴다는 의원들이 파견되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상처는 나을 수 있었다.
의원의 말에 장수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이 움직이지 않는 부상을 입고도 이주일 정도 누워 있으면 낫는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그렇게 위험한 대결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수로서도 마찬가지였다. 화경의 고수인 성승을 일대일로 싸우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우선 수준 차이가 많이 났다. 게다가 봐주는 것 없이 대결을 펼쳤기에 장수로서는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약을 드십시오.”
장수는 의원이 주는 약을 군말 없이 마셨다. 그런데 약이 너무 썼다. 목구멍이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빨리 낫기 위해서는 먹어야 했다.
그 다음에 의원은 진맥을 하더니 침을 놓기 시작했다. 그 후 고인 피를 뺀 후 다친 부위에 어떤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다른 치료 도구를 써서 치료하는데 치료시간이 매우 길었다.
장수로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보통 이곳의 의원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치료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의원은 오랜 시간 동안 정성껏 치료를 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른 의원이 들어오더니 같은 일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각기 다른 의술을 발휘하는데 장수로서는 즉시 효과를 느낄 정도로 훌륭한 치료가 많았다. 거기다 약도 쉬지 않고 마셔야 했다.
그런데 약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것을 보면 보통 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영약인 듯했다.
장수로서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정도로 투자를 하면서까지 자신을 왜 치료하는 것인가?
의원에게도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위에서 시키는 데로만 할뿐이라고 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몸이 나았다.
“드디어 몸이 나았구나.”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은 썩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그나마 최고의 의원들이 최고의 방법을 써서 치료했고 장수 자체도 선천기공과 전진심법 덕분에 회복이 빨랐던 것이다.
장수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동안 무공수련도 못했기에 손해만 봤다는 생각을 했었다.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더구나 워낙 중상이라 누워만 있어야 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는 최대한 빨리 수련을 하고 싶었다.
장수는 일어난 뒤에 몸을 풀었다.
준비운동을 마치자마자 장수는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련을 하지 못해 너무 하고 싶었던 참이었다. 그랬기에 천천히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무공을 하다 점점 어려운 동작으로 넘어갔다. 그러면서 몸을 천천히 이완시켰다. 하지만 무리한 동작은 하지 않았는데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서였다.
그렇게 한참을 수련하고 있는데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막사로 들어온 것은 바로 성승이었다.
장수로서는 놀랄 일이었다. 바로 장수를 이렇게 만든 게 바로 성승이었기 때문이다.
“시주 잘 지냈는가.”
“…….”
성승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장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장수로서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당사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하고서는 중상을 입혔기에 상대도 하기 싫었다.
“얼굴을 보아하니 건강한 거 같군.”
장수로서는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성승이니까 참는 거지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으면 안 참았을 것이다.
장수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자 성승이 웃으며 말을 했다.
“건강한 거 같으니 다행이야. 시간이 없는데 바로 준비해도 되겠어.”
“예?”
장수는 성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무엇을 준비하라는 말인가?
“왜 모르는 척을 하는가? 자네가 나에게 와서 화경의 경지에 들고 싶다하지 않았나.”
성승의 말에 장수는 잠시 생각을 했다.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는 했지만 화경의 고수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던 것이다.
사실 성승 정도 되는 무술의 달인이 무공을 가르쳐 준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겠지만 이건 무공을 가르쳐 주기는커녕 죽기 직전까지 패는 것이니 장수로서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게…….”
장수는 거절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맞는 게 두려워서 하기 싫다는 말은 안 나왔다.
장수는 무인으로 자존심이 강했고 화경의 고수인 성승이 무엇인가 생각이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장수는 섣불리 거절할 수 없었다.
성승은 장수가 고민하는 표정을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시주, 뭐하시나 몸도 풀린 거 같으니 어서 준비를 하게.”
“…….”
장수로서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면 안 되는데…….’
장수로서는 성승과 대련을 하느니 그 시간에 수련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느새 성승에게 끌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성승은 막사 앞에 널찍한 공간으로 장수를 데려갔다. 그리고 편하게 자세를 잡더니 장수에게 말을 했다.
“얻은 것은 있던가.”
“예?”
“나랑 싸우면서 뭔가 깨달은 게 있을 거 아닌가.”
장수로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 죽을 뻔한 상황에서 무엇을 느꼈겠는가? 그저 성승에 대한 적대심만 늘어났던 것이다.
장수가 아무 말 없자, 성승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번에는 무엇을 좀 느끼게나.”
성승은 말과 함께 기세를 올렸다. 그 순간 장수는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성승의 기세를 정면에서 받자 온몸이 굳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성승의 두 주먹에서는 강기가 형성되어졌다.
천하에서 무엇이든 부술 수 있는 강기 덩어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형성한 성승은 그대로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잘 보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