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편 - 12권 - 치료
장수는 집중을 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피하려고 했다. 그렇게 한 번을 피하고 두 번째까지 피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단 한 수에 무너진 장수는 그대로 기절을 했다.
성승은 쓰러진 장수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너무 몰아붙이는 건 아닌가? 휴…… 아직 부족한 시주에게 너무한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휴. 석가세존이시여…….”
성승으로서는 충분히 생각을 하고 벌인 일이지만 쓰러진 장수를 보니 마음이 약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성승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개인을 걱정할 게 아니었다.
성승은 천하의 중생들을 보필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크게 생각해야 했던 것이다.
성승은 잠시 장수를 바라보더니 손바닥을 두 번 쳤다. 그러자 언제 나타났는지 십여 명의 무사들이 급히 장수 곁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신속히 응급조치를 취한 다음에 막사를 향해 데려갔다.
막사로 옮겨진 장수는 다시 의원들이 빠르게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강기에 당한 상처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 몸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는 중한 상황이었지만 장수가 그만큼 단련된 몸이었고 최고의 의원들과 최고의 약재를 썼기에 중상을 겨우 고칠 수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장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보이는 하얀 천장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인가.”
온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성승에게 당한 상처가 너무 심각해 움직일 수 없었다.
장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중상을 당하면 치료를 받느라 그만큼 진도가 느리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장수로서는 지금 하는 수련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리 성승이라 해도 이건 아닌 거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선은 낫는 게 문제였다.
“우선은 낫고 보자.”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다. 어차피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누워 있는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려 했다.
다시 십오 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놀랍게도 전보다 더욱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몸이 강기에 대해 적응을 한 듯했다.
“믿을 수 없구나.”
같은 상처를 치료하는데 저번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겨우 보름 남짓한 시간밖에는 안 걸렸던 것이다. 의원들도 처음에는 몇 달은 걸릴 상처라고 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나으니 놀란 눈치였다.
마음 같아서는 장수의 상태를 연구하고 싶은 듯 몇 명은 몇 가지 조사를 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고 나머지 의원들은 장수를 낫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장수는 어떻게 해서 이렇게 빠르게 나았는지 의아했다. 장수 역시 전처럼 최소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려야 상처가 나을 것 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장수의 몸은 놀랍게도 보름 만에 회복되었다.
“어떻게 된 거지?”
장수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 사이에 자신의 몸이 강해졌을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분명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장수는 몸을 일으켜 다시 수련을 했다. 천천히 준비운동부터 시작해서 기초무공을 펼친 후에 천천히 상승의 무공을 펼쳤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예전에 비해 훨씬 부드럽게 무공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분명 달라진 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연락을 받았는지 급히 성승이 들어왔다.
“오~~ 시주 잘 있었나.”
장수로서는 보기 싫은 얼굴이었다. 성승 때문에 한 달하고도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았던가?
“…….”
장수가 화를 내려고 하자 성승이 먼저 말을 했다.
“시주 신색이 훤하구먼. 더구나 몸도 더 좋아진 거 같고 말이야.”
누워만 있었는데 뭐가 좋아지겠는가? 장수로서는 성승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별로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니야. 자네 정도라면 좋아졌다 할 수 있지. 그래 몸 상태는 어떤가.”
“별로입니다.”
치료를 받아 이제 겨우 몸이 나은 상태였다. 더구나 갓 몸이 나은 상태에서 중상을 입었기에 몸 상태도 별로였고 몸의 근육 량도 눈에 띄게 줄어든 듯했다. 아마 예전의 몸 상태를 만들려면 꾸준히 수련을 해야 할 거 같았다.
“그래. 그럼 됐네. 어서 수련을 하러 가세.”
“예?”
장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벌써 두 번째였다. 중상을 입고 그동안 막사에만 누워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성승은 문병 한번 오지 않았고 나을 만하면 중상을 입혔던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는 더 이상 성승과 수련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왜 그런가? 따라오게.”
“전 싫습니다.”
장수는 분명히 말했다. 차라리 지금 이 시간에 혼자서 수련을 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았다. 괜히 성승에게 무공을 배우다가는 막사에 누워 시간만 보낼 거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천마를 이길 힘을 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한다고 제가 천마를 이길 거 같지는 않습니다.”
성승과의 대결은 장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분명 화경의 고수와 대련을 펼치는 것은 값진 경험이고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얼마 있으면 마교와 전면전을 벌어질 텐데 이렇게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를 믿게 자네는 모르겠는가? 자네는 분명 강해지고 있네.”
“예?”
“나는 분명히 알겠네. 시주의 몸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어. 그것을 나는 정확히 알 수 있었네.”
“…….”
장수 역시 뭔가 늘었다는 기분은 들었다. 하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성승이 늘었다고 하자 조금쯤은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안 돼, 믿으면 안 돼. 분명 다시 대련을 하면 또다시 누워 있을 거야.’
장수는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느새 성승의 손에 이끌려 수련장에 끌려가 중상을 입고 말았다.
“젠장…….”
정신을 차린 장수는 인상을 찡그렸다. 또다시 목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전신이 마비가 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데 의원들은 분주히 장수의 몸을 치료하기 위해 애를 썼다.
‘내가 바보구나.’
또 당했다.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안 당할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장수로서는 성승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강기도 강기였지만 성승은 확실히 장수보다 월등히 강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제대로 반격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감각은 있었어.”
처음에는 성승에게 제대로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몇 가지 초식을 펼치는 시늉만 하다가 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성승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왠지 강기를 쓰는 게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한순간이지만 강기가 장수의 몸에 닿았고 그 덕분에 강기의 흐름을 알 것만 같았다.
“말도 안 되지. 강기가 닿았다고 강기를 쓸 수 있어?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구나.”
장수의 생각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강기에 공격당했다고 강기를 쓸 수 있으면 누구든 화경의 고수에게 덤벼들 것이다. 강기에서 살아 날수 있으면 화경의 고수가 될 수 있으니 모험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였고 누구나 강기에 한번 닿으면 그대로 절명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난 참 운이 좋구나.”
장수는 운이 좋은 경우였다. 무시무시한 강기 공격을 여러 번 당했는데도 살아남지 않았던가?
그뿐이 아니었다. 전생에는 혈교에 소속되어 혈마가 사용하는 강기를 지켜보기도 했고 직접 상대해보기도 했다. 물론 사정을 봐주기는 했지만 그때의 경험이 장수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정말 화경의 경지를 넘어설 수 있을까.”
장수는 강기에 대해서 생각하자 긴가민가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게 성승을 따르면 강기를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야. 이건 정말 아니야.”
장수로서는 고민스러운 일이었다. 차라리 결과가 없었더라면 다시는 수업을 받지 않았겠지만 이건 확실한 결과가 있는 것 같으니 할 수도,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장수는 며칠 동안을 고민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이었다. 어느 순간 장수의 머릿속에는 강기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강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장수는 ‘어떻게 하면 강기를 형성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을 누워서 계속해서 생각했다.
이번에는 1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몸이 나은 장수는 성승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그동안 생각했던 깨달음을 적극적으로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