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편 - 유운을 만나다
물론 오래지 않아 쓰러졌지만 처음에 비하면 버티는 시간이 월등히 늘어났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7일 만에 몸이 나았고 그다음에는 6일, 5일 이렇게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성승에게 당하고 하루나 이틀만 지나면 몸이 낫기 시작했다.
더구나 대결을 펼치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형편없이 당했지만 이제는 반각 정도는 성승을 상대로 선전을 했다. 물론 결과는 중상으로 끝이 나지만 장수의 발전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천하는 조용했다.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정과 마는 큰 다툼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하지만 마교와 무림맹 그리고 황실은 조용한 가운데에서도 전력을 모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번 전투는 존망이 걸려있는 중요한 전투였다. 그랬기에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했고 엉뚱한 일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마교는 방어준비를 거의 끝냈고 황실과 무림맹 역시 신강으로 떠날 원정준비를 끝냈다. 그랬기에 이제 전쟁이 일어날 상황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혼란한 시기에 다비식이 벌어졌다. 존경 받던 불자가 생을 마치면 화장을 하는데 그것을 다비식이라 부른다. 하지만 전시상황이라 보통은 규모를 크게 하지는 않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규모를 엄청나게 크게 한 것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번에 임종을 맞이한 스님은 민가에서뿐만 아니라 무림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무림맹주인 성승이었기 때문이었다.
무림맹주인 성승이었기에 그 죽음은 더욱 특별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것이다.
장수 역시 멀리서 성승이 다비식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황당하구나.”
장수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냈다. 매일같이 치고받으며 싸웠기 때문이었다. 처음에야 오랜 시간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나중에는 크게 다치고도 이, 삼일이면 낮게 되었던 것이다.
어떤 중상을 입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렇게 강기에 부상을 당하다 보니 어느 날 불현듯 강기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한계에 달하는 대련 때문인지 아니면 성승이 어떤 수법을 썼는지 그것도 아니면 때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설프게 강기를 형성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깨달음을 통해 얻은 것을 성승과의 대련에 쏟아 부었던 것이다. 그때부터는 장수가 성승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성승과의 대련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한 시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 번의 환골탈퇴를 거치고 난 뒤 완전한 화경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 덕분인지 강기를 형성하는 게 더 자연스럽게 되었고 위력 역시 나날이 강해져 갔다.
그 덕분에 장수는 자신을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마교에서 표길량이라는 화경의 고수를 가져 두 명의 화경 고수가 있다고 하지만 정파에도 성승과 함께 장수가 화경의 고수가 되어 전력이 비슷해졌다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산이었다. 성승이 천수를 다할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장수가 받은 충격은 더욱 심했다. 1년 동안 같이 있었지만 실제로 대화는 없었다. 대련만 했지 그 외에 사적인 이야기는 할 시간이 없었다. 대련을 하거나 아니면 누워 있거나 그게 아니면 성승은 바쁜 업무를 하러 갔었다.
그랬기에 대련 외에는 성승과의 추억이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다 현재 장수의 상황이 너무 애매했다. 성승에게 무공을 배웠지만 제자의 신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소림과도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장수는 어디까지나 황실 소속의 관리로 이곳에 왔기에 다비식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참여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다못해 스님이라도 되었다면 가까이에서 다비식을 지켜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멀리서 보는 게 최선이었다.
현재 천하에 유명한 고승들이 숭산으로 모여든 상태였다. 그리고 그들은 성승이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거기다 일반인들도 몇 만이나 몰려들어 성승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나저나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성승이 죽었으니 정파의 전력은 확실히 줄어든 것이다. 정파를 떠받들고 있던 기둥 하나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천마는 누가 막을 것이며 새롭게 화경의 고수가 된 마교의 부교주는 누가 막을 것인가?
새롭게 무림맹의 맹주를 맡은 자는 소림의 혜광 대사였다. 원래는 무당파에서 맡아야 하지만 워낙 갑자기 성승이 명운을 달리했기에 이번 전쟁을 끝날 때까지만 혜광 대사가 맹주직을 맡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 태산 같았다. 혜광 대사도 무림에서 유명한 초절정고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경의 고수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교나 혈교의 화경의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같은 화경의 고수만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무림맹에서도 근심이 가득했다.
게다가 어떤 자들은 전쟁 그 자체를 반대하기도 했다. 화경의 고수는 화경의 고수로 막지 않으면 막을 수가 없었다. 화경의 고수는 강기를 형성하기 때문에 일반 무림인들은 감히 막을 방법이 없다. 초절정고수가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었다. 강기가 번쩍이는 순간 시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오랜 시간 준비해온 전쟁을 그만두자는 자들도 있었지만 무림맹과 황실의 의지는 강력했다. 거기다 성승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제자에 대해 소문이 난 상태였다.
장수와 성승의 대련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벌어졌다. 그리하여 성승과 대등한 실력을 지닌 속가제자로 보이는 자에 대해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 뿐만 아니라 정파 전체가 장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있었다.
장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구나.”
방법이 없었다. 이미 전쟁이 일어나기로 결정이 된 상태였기에 장수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정파가 너무도 쉽게 허물어져 버리면 마교나 혈교에 대항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는 마교를 상대로 정파의 세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혈교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하자. 어떻게 해야 할까.”
장수는 천천히 생각을 해보았다.
“표길량에게 무의미한 소모전은 하지 말자고 해볼까?”
전쟁이라는 것이 개인의 의사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니다. 마교가 지던 정파가 지던 패배자에게는 가혹한 현실이 닥칠 것이다. 그런 상황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아무리 부교주가 되었다고 해도 표길량 혼자서 전쟁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모르겠구나. 우선은 무공을 키워야겠어.”
장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상황에서 장수가 할 수 있는 것은 무공을 늘리는 것밖에 없었다.
장수는 천천히 무공을 수련할 준비를 했다.
장수는 그동안 성승과의 대련 덕분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단시간에 너무 많은 깨달음을 얻었기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었다. 그랬기에 이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장수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손에서 강기가 형성되어졌다. 바로 수강이었다.
화경의 고수만 가능한 강기무공인 수공은 장법이나 권법이 궁극의 경지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장수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장수는 오른손에 맺힌 강기를 그대로 내뿜었다. 그러자 강기가 앞으로 날아가더니 잠시 뒤 그대로 사라졌다.
“휴…….”
장수가 하려는 것은 손에 맺힌 강기를 장풍처럼 내뿜으려고 하는 것이다.
바로 번천장처럼 강기를 날릴 수 있으면 그 위력은 엄청날 것이다.
그뿐 아니었다. 장수는 번천장과 양의심공 그리고 흑룡장을 합쳐서 새로운 장법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이대로는 천마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양의번천장이 아니라 그냥 번천장만 시전해도 내공소모가 엄청났다. 거기다 흑룡장 역시 내공소모가 엄청난 무공이었다.
그런데 그 두 가지 무공을 합치려고 하니 내공소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던 것이다. 거기다 일반적인 기운이 아니라 유형화된 강기 덩어리를 내뿜는 것이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해내야 했다.
그래야 마교를 막고 혈교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잠시도 쉬지 않고 수련을 했다.
그렇게 다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장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제 떠나야겠구나.”
이제 전쟁이 시작 되려면 몇 달 남지 않았다. 그전에 유운 스승에게 가서 장법에 대해 더 배울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동안은 성승의 다비식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곳에 있었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