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고수-369화 (369/398)

369편 - 유운을 만나다

장수는 승려에게 떠난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승려는 보고를 하기 위해 어딘가로 향했다.

장수는 천천히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걸었다. 하루라도 빨리 유운을 만나 장법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렇게 정문으로 향하는데 한쪽에서 십여 명의 승려들이 장수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장수는 집중을 해서 보니 바로 무림맹주인 혜공대사와 무림맹의 장로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일이지.”

장수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지만 무림맹주인 혜공대사가 달려오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랬기에 잠시 기다렸다.

잠시 뒤 혜공대사는 달려오자마자 놀란 표정으로 장수에게 외쳤다.

“시주님 어디를 가십니까.”

혜공대사는 급한 용무도 내던지고 달려왔다. 그만큼 장수에 대한 일은 중요했기에 다른 일들보다 우선순위였다.

“어디를 갈 때가 있습니다.”

혜공대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디를 가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제 얼마 뒤면 마교와 전쟁이 벌어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디로 떠나시겠다는 것입니까.”

혜공대사의 말은 당연한 말이었다. 현재 정파의 유일한 화경의 고수는 장수였다. 그리고 모든 전략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장수가 전쟁이 벌어지기 얼마 전에 떠난다는 말을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가족들을 보러 갔다 오겠습니다.”

“가족을요?”

장수의 말에 혜공대사로서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지금은 대의가 중요합니다. 가족들은 언제든 만날 수 있지만 이번 전쟁은 천하의 향방을 바꿀 중요한 전투입니다. 그러니 전투가 끝나고 만나십시오.”

혜공대사의 말에 장수는 한숨을 내셨다.

“이번 싸움에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가족들에게 안부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장수의 말에 혜공대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설득을 했지만 장수는 가족을 만나겠다는 말만 계속했다.

“그럼 가족을 이리로 데리고 오십시오. 아니 무림맹에서 사람을 보내 가족들을 데려 오겠습니다.”

혜공대사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거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가족들과 다른 분들도 두루 뵙고 올 생각입니다.”

장수의 말에 혜공대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생사가 걸린 일이였기에 가족을 만나고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장수가 가지는 의미는 실로 중요했다.

혜공대사 역시 얼굴을 본지 1년 밖에 안 되었고 황실과 관련된 관리라는 것만 알지 그 외에는 잘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황실이 보증을 했고 성승의 후계자였으며 정파의 유일한 화경의 고수였으니 함부로 움직이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가족을 만나는 사소한 일도 만류할 수밖에 없었다.

혜공대사 뿐만 아니라 장로들 역시 장수를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혜공대사가 한숨을 내쉰 후에 말을 이었다.

“그럼 호위를 붙이겠습니다.”

말은 호위였지만 적을 물리치기 보다는 장수를 관찰하겠다는 의미가 컸다. 천하에 누가 있어서 화경의 고수를 호위하겠는가?

장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실 거 없습니다. 오히려 호위가 있으면 비밀유지가 안됩니다. 만약 제 가족이 어디 사는지 안다면 적들이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수는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비밀로 유지했다. 그 덕분에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만약 장수의 신분이 알려진다면 큰일이었다. 마교나 혈교가 그것을 이용할 것이 뻔했던 것이다. 아무리 장수의 사문이 구파일방 중 한곳인 무당파라 해도 소용이 없었다. 마교나 혈교가 작정을 하면 무당파라 해도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 뻔했던 것이다.

호위도 안 된다고 하자 혜공대사는 장수를 잡고 늘어졌다.

“제발 사정을 좀 봐주십시오.”

혜공대사로서도 다급한 상황이었다. 갑작스럽게 무림맹주가 되었기에 해야 하는 일도 많았고 더구나 얼마 안 있으면 정마대전이 일어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파의 유일한 화경의 고수가 떠난다고 하니 다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장수의 말에도 고개를 저었다. 날짜만 맞춰서 오면 안 된다. 화경의 고수가 해야 할일은 많았고 화경의 고수가 정파의 중심인 무림맹에 있어야 상징성도 컸던 것이다. 더구나 장수는 정파 출신도 아니고 황실 출신이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정파 쪽으로 넘어오도록 하거나 아니면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장수의 움직임 하나에도 예민하게 군것이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장수는 이대로 있다가는 시간만 뺏기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기에 혜공대사를 뿌리치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화경의 고수가 된 장수의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그 덕분에 무림맹을 벗어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추적자가 있구나.”

무림맹에서 추적에 능한 자를 보냈다. 하지만 추적에 관한 것은 장수가 훨씬 잘 알았고 그 덕분에 추적자의 동향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초절정고수들과 살수로 보이는 자들 그리고 개방의 고수로 보이는 자들이 장수를 찾아 나왔지만 장수가 숭산 근처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추적을 따돌릴 수 있었다.

“이제 가야겠구나.”

장수는 무당파로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스승인 유운에게 무공에 대한 가르침을 받을 생각이었다.

장수는 무당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무당파에 도착한 장수는 먼저 옷부터 갈아입었다. 이곳에 오면서 세 번째 갈아입는 옷이었다. 흔적을 끊었지만 옷차림이나 얼굴생김새로 파악할 수도 있기에 일부러 신경을 쓴 것이다. 무림맹의 추적도 추적이었지만 이런 곳에도 혈교의 첩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랬기에 움직임에 조심을 해야 했다.

도복으로 갈아입은 장수는 천천히 무당파 정문으로 들어갔다.

정문에 들어가니 예전보다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더구나 신규로 속가제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혹시나 첩자가 들어올 수 있기에 방비를 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존에 있던 자들은 양해를 해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무공을 가르치지는 않고 정마대전에 참가하라는 말뿐이었다.

무당파도 상황이 시급했기에 속가제자들이라도 모집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속가제자들에게 몇 가지 준비를 갖추게 하면 일반병사들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게 된다. 거기다 고수의 경지에 이른 속가제자라면 상당한 전력이 되었기에 참가를 종용했던 것이다.

장수 역시 정문에서부터 정마대전에 참가하라는 말을 받았다. 다행히 병사의 신분을 뜻하는 패를 가지고 있었기에 더 이상 참가를 종용받지는 않았다.

그렇게 정문을 나선 장수는 유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유운은 언제나처럼 홀로 길가를 쓸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꼭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신선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해 보였다.

장수는 스승을 보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드디어 스승을 만나게 된 것이다.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그리고 배워야 하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해야 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장수는 유운 앞으로 뛰어 들어가 바로 절을 올렸다.

난데없이 장한이 뛰어 와 절을 올리자 유운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장수라는 것을 알자 유운 역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 왔느냐.”

“그렇습니다. 스승님.”

“그래. 잘 왔다. 식사는 했느냐.”

“예. 스승님.”

장수의 눈에서는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장수의 등을 유운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쓸어 주었다.

“그래. 고생이 많았구나. 어서 들어가자꾸나.”

“예. 스승님.”

장수는 천천히 유운을 따라 처소로 향했다.

유운이 사는 곳은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장수의 처소가 보였다.

장수의 처소도 누가 살고 있지는 않았지만 깨끗이 관리가 되어 있었다. 표길량이 떠나고 나서 아무도 살지 않았지만 유운이 시간을 내서 정리를 한듯했다.

“그래, 어떻게 지냈느냐.”

유운의 말에 장수는 천천히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많이 각색해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유운은 장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관심 있게 들었다.

사실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장수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유운이었기에 이야기의 내용이 사실인지 허구인지도 파악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이 나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돌아 왔구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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