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편 - 전쟁의 시작
“그래 앞으로는 어떻게 지낼 생각이냐? 보아하니 얼마 뒤에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있기 힘들 거 같구나.”
정마대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문파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파의 핵심인 구파일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의 공격에 방비를 해야 했기에 거의 봉문과 같은 생활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속가제자인 장수가 이곳에 있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장수에게는 여러 개의 패가 있었다. 모두 황실의 신분증으로 낮은 패부터 높은 패까지 있었다. 아무리 무당파라 해도 황실의 관리를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임무가 있다고 하면 오히려 도와줄 것이 뻔했기에 이곳에 어느 정도는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동안 해온 일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머무르는 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 말이다.”
“예. 스승님.”
장수와 유운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다른 신병잡기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하다 이야기가 무공 쪽으로 흘렀다.
“그래. 무공수련은 잘되고 있느냐.”
장수에게 가장 중요한 말을 유운이 해주었다. 사실 화경의 고수인 장수가 이곳에 온 것은 장법에 대해 유운에게 깊은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랬기에 어서 빨리 장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예. 스승님 그런데 장법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장법 내용이 나오자 장수는 열을 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운 역시 마치 젊은 날의 열정을 가진 것처럼 얼굴이 붉어진 채 장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게 바로 장법이란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장법 중에…… 이런 수법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구결 중에 궁금한 게 있습니다.”
장수와 유운사이에 수준 높은 고차원의 무학이론이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유운이 비록 폐인이라 하지만 예전에는 초절정의 경지까지 오른 무학의 대가였다. 게다가 장수는 화경의 고수였다. 그랬기에 장법의 극한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둘은 서로 맞장구도 치고 반박도 하며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닭울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북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아침이 온 것이다.
장수와 유운은 반나절 동안 무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장수는 그제야 상황을 깨달았다.
유운은 아침 수련에 나가야 했다. 속가제자라면 모를까, 가르치는 입장인 유운으로서는 빠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장수 때문에 잠을 못 잤으니 큰일이었다.
“스승님. 수업시간입니다.”
“괜찮다. 다음 수업은 전쟁이 끝난 후란다.”
“아…….”
그제야 장수는 전쟁 때문에 유운의 수업 역시 없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도사님들도 수업을 안 하십니까?”
“정규수업이야 하지. 더구나 이제 얼마 뒤면 실전이지 않느냐? 그래서 실전 무학을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단다. 그리고 속가제자들 중에서도 실력이 되고 전쟁에 참가한 자들에게는 따로 수업을 하고 있단다.”
유운의 말에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운 역시 장법 스승이었지만 수업 배정이 없었다.
장수는 그것을 눈치 챘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예. 스승님.”
“그래. 오랜만에 같이 식사나 하자꾸나.”
“예, 스승님. 모시겠습니다.”
오랜만에 스승과 식사를 마친 장수는 유운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 덕분에 장수는 그동안 쌓였던 무학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장수의 머릿속에 스승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무학의 대가로 생각되어졌지만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장수에 비해 많이 떨어졌던 것이다.
거기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들을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장수의 무학의 이해나 깨달음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장수는 스승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더구나 장수는 성승의 죽음 이후에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장수 정도 되는 거목의 뒤를 받쳐줄 만한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유운은 달랐다. 마치 대해와도 같았기에 장수로서는 유운의 품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유운과 장수의 생활은 비슷하게 바뀌어졌다. 식사준비를 하고 무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녁이 된다. 그럼 유운은 잠을 청하고 장수는 그동안 깨달은 것을 몸으로 취득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장수는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운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평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물론 무학 상의 진보나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다. 유운의 무학에 대한 지식은 장수에 비해 월등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수는 유운에게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스승님 저는 떠나겠습니다.”
“그래. 너 역시 이번 전쟁에 참가한 것이구나.”
“그렇습니다.”
“그래. 잘 갔다 오거라.”
전쟁에서 승리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잘 갔다 오라는 말뿐이었다. 유운 역시 도가의 수행자였고 사람을 죽이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잘 갔다 오라는 말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다음에 또 오거라.”
“예, 그럼 스승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장수는 말과 함께 무림맹을 향해 달려갔다.
무림맹에 도착하기 전에 장수는 관에 들어가 병사의 옷을 입었다. 신분을 위장하기에는 병사의 옷이 최고였다.
그런 뒤 무림맹으로 들어갔다.
무림맹에 도착하자 혜공대사가 맨발로 뛰쳐나왔다. 다급한 마음에 신발 신는 것도 잊어버린 것이다.
“시주님 오셨습니까.”
“그렇습니다.”
혜공대사의 얼굴은 반쪽이 된 상태였다. 무림맹주라는 직위가 보통일이 아니었고 게다가 전쟁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무리를 한 것이다. 더구나 유일한 화경의 고수가 연락조차 되지 않으니 마음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얼굴도 반쪽이었고 몸도 뼈에 가죽만 남은 상태였다.
혜공대사가 나타나자마자 다른 장로들이 나타났다. 게다가 소식을 들은 각파의 장문인들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화경의 고수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아니 그동안 연락 한번 안 해준 게 말이나 됩니까.”
혜공대사는 안색을 굳히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사실 장수의 위치가 위치이니 만큼 혼자 몸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곳에 모인 자들은 모두 장수 때문에 모인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화경의 고수인 장수가 없었다면 전쟁은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정파의 전력이 강하다 해도 화경의 고수가 없이는 마교를 상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화경의 고수인 장수가 사라졌기에 모두들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안부 인사를 하고 왔습니다.”
장수는 자세한 사정은 말하지 않았다. 말을 해봐야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혜공대사는 장수의 행동에 대해 여러 말을 했지만 장수는 듣기만 하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혜공대사는 한숨을 쉰 후 장수에게 말을 했다.
“황실에서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얼마 안 남았으니 신강으로 움직이셔야 합니다.”
장수는 모르고 있지만 이번 전쟁에 대해 말이 많았다. 이미 전쟁을 선포했지만 성승이 죽었기 때문에 전쟁 자체를 포기하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제 유일한 화경의 고수가 된 장수 역시 행방이 모호한 상황이었기에 전쟁을 포기하자는 의견이 강했던 것이다.
사실 화경의 고수가 된 지 얼마 안 되는 장수를 믿을 수 없었다. 더구나 천마는 화경의 경지를 오래 전에 개척했기에 장수가 상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마저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공표한 상황이었고 장수가 돌아왔기에 다시 전쟁을 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장수는 대답을 한 후 황실의 관리를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안내를 받고 간 곳에는 황실의 관리가 장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대인.”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