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편 - 전쟁의 시작
장수의 직책은 황실에서도 상당히 고위 관료였다. 더구나 화경의 고수가 되었으니 황실로 돌아가면 출세는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황실은 오래 전부터 화경의 고수를 영입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다. 그런 상황에서 얻은 화경의 고수였기에 잘해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온 관리 역시 상당한 고위 관료였지만 장수를 대하는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대인께 황실 총사령관의 직책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총사령관의 직위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직위에 한꺼번에 봉해졌다. 그것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장수는 이야기를 듣다 손을 저었다. 황실 총사령관이 된 것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이제 마교를 해결하면 총사관의 자리를 이용해 혈교를 공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총사령관은 황족이 맡는 게 당연했지만 장수는 그동안 쌓은 공이 있었고 게다가 화경의 고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된 복장을 착용하시고 군대를 이끌어 주십시오.”
관리의 말과 함께 시녀들이 장수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고급스러운 무복 위에 갑옷을 착용시키는 것이다.
장수는 옷을 입혀주자 얌전히 있었다. 옷을 어떻게 입는지를 몰랐기에 얌전히 있어야 했다. 그리고 갑옷 역시 입히는 것을 방관 했는데 사실 장수 정도의 무위라면 갑옷을 입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장수가 입는 것은 의장용이었다. 싸우기 위해 입는 게 아니라 병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입는 것으로 군사들의 사기를 위해 입는 것이었다.
게다가 어차피 천마나 표길량을 만나지 않는 한은 싸울 일도 없었기에 입히도록 내버려 둔 것이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출발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황실의 군대는 이미 신강 접견지에 주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동맹군과 무림인들 역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따라오십시오.”
장수는 천천히 관리를 따라 갔다. 그러자 천 명으로 이루어진 부대가 장수를 맞이했다.
총사령관의 행차였기에 그만한 준비가 필요했다. 그랬기에 천 명이나 되는 병사들을 준비해둔 것이었다.
관리는 말을 장수 앞에 대령했다.
“이 말을 타시면 됩니다.”
말은 상당히 좋은 명마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덩치가 좋았고 갈기가 멋지게 돋아난 것이 예사로운 녀석이 아닌듯했다.
하긴 황실 총사령관의 말이었기에 신경을 썼을 게 당연했다.
장수가 말을 타고 가려고 하자 혜공대사가 뛰어왔다.
“시주님 어디를 가십니까.”
혜공대사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장수가 갑작스럽게 장군의 복장을 입었기 때문이다.
혜공대사로서는 무림맹의 무사로 참여해 주었으면 했지 군대의 지휘관으로 장수가 참가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더구나 장수는 성승에게 무공을 배우지 않았던가? 그랬기에 장수가 그 정도는 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관리가 혜공대사를 막았다.
“총사령관님, 먼저 가십시오.”
총사령관이라는 말에 혜공대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총사령관이 되서는 안 된다. 장수는 무림맹의 무사이며 성승의 후계자로 이번 전쟁에 참가해야 했던 것이다.
혜공대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장수는 신경도 쓰지 않고 말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병사들과 함께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숭산 무림맹에서 신강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게다가 장수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병사들과 함께 움직였기에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전쟁이 바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고 장수가 신강 주변에 가도 얼마정도의 시간은 남았던 것이다.
장수는 가는 길에 말에서 내려 마차를 구해 탔다. 그리고 무공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아까운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한시라도 무공수련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무공수련에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신강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강 접견지에 도착한 장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접견지가 막사로 가득했던 것이었다.
사방이 막사였고 사람이었다. 그 정도로 많은 병사들과 무사들이 이번 전쟁에 동원된 것이었다.
대충 숫자를 세어 보니 몇 십만은 우습게 넘을듯했다.
더구나 한족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세외부족들도 이번 전쟁에 참가한 듯 했다.
장수는 주변을 살피다가 총사령관이 머무는 막사로 향했다.
막사는 가장 큰 곳이었다.
막사에 들어가자 총사령관을 마중 온 수많은 장군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눈에 익은 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장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총사령관님 오셨습니까.”
상당히 나이가 많은 노장군이 장수에게 고개를 숙였다. 눈으로 보기에는 대장군으로 보였는데 그가 실질적으로 군대를 이끄는 자로 보였다.
장수는 어디까지나 명예직이었다.
실제로 군대를 이끌어 보지 않은 장수가 수많은 병사나 동맹군을 다룰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명예직으로 총사령관직을 주고 실제로는 대장군이 군대를 이끌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장수 또한 그게 편했다. 군대를 지휘해보지 않은 장수가 병사들을 이끌 수는 없었다.
“그렇습니다.”
대장군은 장군들을 장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장수 역시 유심히 기억했는데 오랜 시간 함께 해야 했기에 이름을 기억하는데 주력했다.
그렇게 소개가 끝나자 현재 상황이나 여러 가지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장군들이 나와 부대에 대해 이야기를 이거 나갔다.
부대소개만 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장수로서도 매우 중요한 이야기였기에 열심히 들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자 대장군이 전략과 계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신강에는 수많은 부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북부 지역과 남부 지역을 통해 습격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비단길을 지키던 마적들 역시 이번 전쟁에 참가시킬 테니 그들을 서부에서 막고 본대는 기다렸다가 천산을 향해 돌격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장수는 작전을 듣다 의구심이 드는 것은 물어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던 대장군은 동맹군으로 온 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동쪽의 부족인 거란족, 돌궐족, 여진족이 이번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그들은 말과 활을 잘 쓰는데 그들의 임무는 동북쪽 지역을 공격하며 천산산맥까지 길을 뚫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동맹군은 그들 외에도 많았다. 그렇게 설명을 모두 들은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장수가 할일은 없었다. 황실과 무림맹은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계획을 짰다. 그랬기에 완벽하다 할 수 있는 작전을 짰고 그 사이에 장수가 나설 곳은 없었다.
“예. 총사령관님. 그리고 총사령관님이 나서야 하실 때는 마교의 부교주인 표길량과 천마가 등장했을 때입니다. 그 둘이 나타나면 총사령관님이 나서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자가 바로 표길량과 천마였다. 장수 역시 현재로서는 표길량과 천마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회의가 끝나자 장수는 아픈 머리를 지그시 감싸며 막사로 돌아갔다. 설명을 들으니 머리가 아파왔던 것이다.
하지만 쉴 시간은 없었다. 장수는 바로 수련에 돌입했다. 처음 맞닥뜨릴 자는 바로 표길량이었다. 그리고 표길량을 상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준비를 해야 했다.
장수가 변견지에 도착하고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모든 준비가 끝났지만 황실은 공격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모든 첩보나 상황을 계산해서 명령을 내리는 것이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장수 역시 한달 동안 열심히 수련을 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