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편 - 표길량과의 대결
둘 다 장풍을 쓰는 솜씨가 무림일절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림인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뒤로 물러나기에 바빴다. 장풍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고 워낙 먼 거리까지 날아갔기에 잘못해서 맞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더욱 멀리까지 물러났다. 하지만 놀람은 그뿐이 아니었다.
장수는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의번천장을 날릴 준비를 했다. 그러자 표길량 역시 흑룡장을 날릴 준비를 했다.
한순간 숨이 멎을 듯한 적막이 흘렀다. 둘이 최강의 절초를 날릴 것을 직감한 것이었다. 그랬기에 모두들 숨을 죽이며 둘의 공격을 주시했다.
먼저 날린 것은 장수였다. 짙은 노란색의 황금룡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표길량을 향해 날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때를 같이해 표길량의 손에서 검붉은 용이 뛰쳐나왔다.
번천장과 흑룡장이 펼쳐진 것이었다.
두 용은 마치 하늘에서 서로의 힘을 겨루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눈의 착각이었다. 기운이 날아가면서 마치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지 실제로 용은 아니었던 것이다.
두 마리의 용은 비슷한 위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한순간 뒤로 밀리고 말았다. 표길량이 펼친 흑룡장이 월등히 강한 위력을 가졌기에 장수의 번청장을 밀어 붙인 것이었다.
그 순간 장수의 번천장이 터져버렸다. 워낙 강하게 밀어 붙였기에 터져 버린 것이었다. 그와 함께 흑룡장이 장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 사이 장수가 새롭게 번천장을 형성해 날렸다. 그러자 황금색 용이 하늘을 날더니 그대로 흑룡장과 겨루기 시작했다.
“오~~~”
주변에서 구경을 하던 무림인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놀란 표정을 감출수가 없었다. 실로 이야기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마치 용을 소환한 것 같은 결투의 장에 자리를 잡고 있던 무림인들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순간 사방에 강력한 강풍이 불었다. 흑룡장과 번천장이 맞붙어 터지면서 엄청난 압력이 사방으로 날아간 것이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단지 터지는 압력만으로도 이정도 충격을 준다면 얼마나 엄청난 위력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무림에 이름 높은 명숙들은 하나둘씩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이런 대결은 돈을 주고서라도 보는 게 무림인의 속성이라지만 보다가 죽을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멀찍이서 구경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던 것이다.
대결은 점점 위험해졌다. 사방으로 장풍이 날아갔고 빗나간 장풍이 대지를 헤집어 놓았다.
더구나 일반 장풍은 그나마 나았지만 흑룡장이나 번천장이 잘못 날아가면 그 일대가 쑥대밭이 돼버렸다. 원래 번천장은 작은 언덕 하나는 평지로 만들 위력이 있었다. 거기다 장수의 깨달음과 화경의 경지가 더해지자 무시무시한 위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닿지도 않았지만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날아간 무림인도 상당수였다.
장수는 쉬지 않고 장풍을 날렸다. 여력을 둘 수가 없었다. 표길량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랬기에 몸속의 모든 것을 끄집어내야 했던 것이다.
장수는 장풍을 날리다 허점이 보이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번천장을 펼쳤다. 그러면 표길량은 피하던지 아니면 같은 흑룡장을 펼쳐 위기를 벗어났던 것이다. 그 덕분에 장수와 표길량의 싸우는 지대가 점점 낮아졌다. 흙더미가 계속해서 파였기에 주변이 파헤쳐졌던 것이다.
“받아라!”
표길량이 두손을 맞잡은 다음, 흑룡장을 펼쳤다. 그러자 검붉은 용이 하늘을 유영하더니 그대로 장수를 향해 솟구쳤다. 그러자 장수 역시 연달아 번천장을 펼쳐 보였다.
그 순간 표길량이 다시 흑룡장을 펼쳤다. 그리고 그대로 장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장수 역시 양의번천장을 펼친 다음에 두 손에 강기를 형성했다. 그리고 표길량을 향해 수강을 펼쳤다.
그 순간 다시 강기가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수강은 강기의 일종으로 손을 통해 결집된다. 하지만 뼈와 살을 통해 형성되기에 보검을 통한 강기보다 기세나 날카로움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손으로 형성되어지기에 좀 더 자유롭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대방도 똑같은 수강을 형성했다. 그랬기에 싸움은 백중세였던 것이다. 상대방을 압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본신의 실력뿐이었다.
수강을 형성한 채 둘은 계속해서 권법을 펼쳤다. 그러면서 장력을 펼쳤는데 둘 다 장력의 달인이었기에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그랬기에 사방으로 빛이 뿜어져 나갔지만 승부가 쉽게 나지 않았던 것이다.
말없이 지켜보던 무림인들은 혀를 찰 뿐이었다. 평생을 통 털어 이런 진기한 구경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실력이 백중지세인 화경의 고수 둘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기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더구나 워낙 그들의 경지보다 우위에 섰기에 어떤 상황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자신의 경지를 한탄하는 무림인들도 있었다.
시간은 벌써 하루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른 아침에 펼쳐진 승부가 저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워낙 대단한 대가들의 싸움이라서 인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던 것이다. 더구나 누가 이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나이는 표길량이 많았지만 장수 역시 실력이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화경의 고수는 육체까지 강인했고 내공 역시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기에 언제까지 승부가 계속될지 아무도 몰랐다.
더구나 이렇게 싸우다 쉴 수도 없었다. 둘 중에 한명이 끝날 때까지 승부를 봐야 했다.
장수와 표길량은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싸움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구경을 하던 무림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둘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것이다. 둘 중 한명이 패하면 즉각적으로 가서 구하거나 승리를 하면 그 여세를 몰아 적을 공격해야 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 역시 긴장한 채 승부가 어떻게 날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한 방울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더니 잠시 뒤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이런 날씨에 막사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겠지만 적을 눈앞에 둔 채 물러날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대결이 끝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장수 역시 쏟아지는 비 때문에 대결에 방해를 받았다. 장풍계열의 무기는 쓰기 힘들어졌던 것이다. 정확도도 떨어졌고 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바람도 부니 장법을 펼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순수하게 권법이나 장력으로 승부를 펼쳐야 했는데 이는 장수가 생각해도 표길량이 한수 위였다. 그랬기에 권법이나 장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불리하지만 했다.
‘이대로는 안돼.’
밀리다 보면 질수 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밀리지 않고 적을 상대해야 했던 것이다.
‘방법을 생각해야해.’
비가 언제 그칠지 몰랐기에 언제까지 불리한 상황이 이어질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장풍은 장수가 월등히 나았다. 위력은 훨씬 낮았지만 연사속도가 우위에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장풍만 따지자면 승산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체술 면에서는 장수가 떨어졌다. 천마에게 제대로 수련을 받았는지 표길량의 체술이 뛰어난 탓이었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는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천룡장을 써볼까?’
장수는 번천장에 한계를 느꼈다. 번천장 역시 대단한 장법이라 할 수 있지만 위력적인 면에서 열세였다. 장수로서는 더욱 위력이 강해지고 자유롭게 방향을 선회할 수 있는 장풍을 원했다. 그랬기에 수많은 장법들을 생각해 봤고 그중 가장 나은 것들을 조합했던 것이다. 물론 뿌리가 되는 것은 번천장과 혈룡장이었다. 그랬기에 번천장의 천과 혈룡장의 룡을 따서 천룡장이라 이름을 지었다.
천룡장은 위력도 위력이지만 빠른 연사 속도를 가진 장법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성한 게 아니라서 함부로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천룡장의 위력이라면 이런 비속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비바람이 문제였지만 그 정도는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룡장을 쓰자.’
어차피 일반적인 장풍은 비바람을 뚫을 수 없었다. 그랬기에 천룡장을 사용할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천룡장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번천장보다 상위의 무공인데다 아직 완벽하게 익힌 게 아니라서 마음대로 출수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근접전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거리를 벌릴 필요가 있었다.
그때 빗방울 하나가 정확하게 표길량의 눈을 강타했다. 그러자 표길량은 그 순간 눈을 감았고 장수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런.”
표길량은 인상을 쓰더니 다시 공간을 좁히기 위해 다가왔다. 그사이에 장수는 장풍을 모았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장풍의 위력이 살아난다. 거기다 정확성이 떨어질 리가 없었다.
장수가 장풍을 연달아 날리자 표길량은 급히 장풍을 튕겨 냈다. 그리고 수강을 형성해 장풍을 그대로 터트렸다.
엄청난 압력이 표길량의 전신을 강타했지만 그 정도의 피해에 무너질 표길량이 아니었다. 표길량은 그대로 장수에게 달려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