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편 - 표길량과의 대결
장수는 치료를 받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표길량이 손에서 뜨거움과 차가움을 느꼈다고 했어.’
장수는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분명 천지음양수투 때문에 그렇게 된 거 같은데?’
똑같은 구결로 장풍을 시전 했기에 차이가 있을 수 없었다. 장수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지만 구결이 왼손에서 이루어지느냐? 아니면 오른손에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장풍이 양기를 띄거나 음기를 뛸 이유는 없었다.
심법 중에 운기행공의 혈도에 따라 극양을 띄거나 극음을 띄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장수가 익힌 심법은 전진심법과 선천기공으로 극양이나 극음과는 상관이 없었다. 그랬기에 장수가 의심하는 것은 손에 끼고 있는 장갑이었다.
‘양의 기운과 음의 기운이라 이걸 써 먹을 수 있겠는데?’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더구나 만년화룡과 만년빙룡이라는 게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투를 끼고 있으면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을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이용하면 장풍의 위력을 더 세게 만들 수도 있었다.
장수는 장법 중에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을 가진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장법 중에는 극양이거나 극음의 기운을 쓰는 장법도 있었다. 태양교나 북해도에 있는 북해빙궁은 심법 자체가 극양이거나 극음이기에 장법 역시 그에 따라갔던 것이다. 그래서 장법을 쓰면 뜨겁거나 차가운 장법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장법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더구나 장수는 두 가지 기운을 모두 쓸 수 있지 않은가?
‘이름은 천룡극양장과 천룡극음장으로 정해야겠구나.’
장수는 이름부터 정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사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천지음양수투는 어떻게 보면 장수에게 절실히 필요한 물건이었다. 박투술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음과 양을 분리해 쓸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물건이었던 것이다. 아마 이 정도의 기진이보는 천하에도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천마를 만나기 전에 어느 정도 쓸 수 있게 만들어야겠구나.'
장수가 북해빙궁이나 태양교의 태양장을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황실무고에서 그와 유사한 장법들을 보았기에 비슷하게나마 흉내를 낼 수 있었다. 더구나 극음과 극양의 기운을 낼 수 있는 보물이 장수의 손에 끼어 있지 않은가? 그 때문에 크게 어려울 거 같지는 않았다.
장수는 오랜 시간동안 장법에 매진했다. 거기다 흑룡장과 번천장에 대해서는 극성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장법에 관련된 수많은 장법서도 보았기에 장법에 대한 이해가 극에 달할 정도였던 것이다. 더구나 선천기공과 전진심법의 놀라운 공능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가 될 거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원래 한 가지 무공을 창안하기 위해서는 달인이라고 해도 평생을 노력해야 한다. 그랬기에 천마를 만나기 전에 완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제 얼마 뒤면 천마를 만나야 한다. 그랬기에 시간이 문제였다. 천마를 만나기 전에 완성하느냐 못하느냐가 문제였다.
장수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수련에 열중했다. 잠자는 시간이나 음식 먹을 시간도 아껴야 했다. 그 시간동안 수련에 집중해야 했다.
그렇게 치료를 받고 있는데 대장군이 장수를 찾았다. 전쟁이 마무리 되었기에 총사령관인 장수에게 보고를 위해 달려 온 것이다.
“총사령관님 대승입니다.”
대장군은 격동에 찬 표정을 지었다. 대장군 역시 무에 뜻을 두고 평생을 단련한 자였다. 그랬기에 보는 안목이라는 게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장군에게 장수는 무술의 신으로 보였다. 사람이 용을 소환하지를 않나 하늘을 걸어 다니고 천지를 뒤흔드는 위용을 발휘했으니 보통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기에 장수를 대하는 태도도 변해 있었다. 전에는 계급차이로 장수를 대했기에 딱딱하기 그지없었는데 지금은 환하게 웃으며 장수에게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장수와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평범한 보통사람이 신을 만날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오늘 장수가 보여준 무위는 대장군의 가슴에서 평생도록 남을 정도의 것이었기에 그의 우상으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그랬기에 공손한 표정으로 장수를 대했다.
대장군은 장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현재 마졸들은 대패하여 천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소규모 지역 전에서는 아직도 일진일퇴의 공방이 일어나고 있지만 전쟁의 핵심인 본진이 대승을 거두었기에 현재로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할 수 있습니다. 각 부대의 피해는…….”
대장군은 피해상황이나 적의 예측행동 등을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사실 그런 것은 숫자놀음일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장수와 천마의 대결이었다. 다른 승부에서 모두 이겨도 천마와의 대결에서 패하면 패하는 것이고 모든 싸움에서 져도 천마와의 싸움에서 이기면 이기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장수는 고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그럼 다음 보고를…….”
“죄송하지만 그만 듣겠습니다. 저한테 매우 중요한 일이 있어서 들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해해주십시오.”
장수는 명목상 총사령관이었다. 그랬기에 실제로 이런 보고를 들을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장군 역시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대장군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뒤로 물러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장수는 대장군이 나가자마자 바로 무공에 대해 생각을 했다. 잠시도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장법에 대해 깨달아야 했던 것이다.
그때 막사 밖을 지키던 호위가 크게 외쳤다.
“무림맹주가 찾아 왔습니다!”
말과 함께 혜공대사가 들어왔다. 무림맹주로서 그 역시 장수의 무위를 보고 감탄한 상태였다. 더구나 장수는 장법을 썼기에 그 무위가 더욱 탁월해 보였던 것이다. 진짜 용을 소환한 듯한 박력에 혜공대사는 꿈을 꾸는 듯 했다. 마치 이야기에 나오는 신화경의 신선들의 싸움을 보는 듯 했기에 감회가 새로웠던 것이다. 더구나 아직 장수가 애송이라 걱정도 많이 했는데 그런 걱정도 사라진 상태였다.
혜공대사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이 붉게 변한 상태였다. 그 역시 장수를 우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랬기에 흥분한 상태에서 빠르게 말을 이었다.
“시주님 대승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무림맹의 피해사실을 알려드려야 할 거 같아서 이렇게 왔습니다.”
무림맹주가 직접 찾아와 보고를 하는 것은 황제라도 못 누릴 호사였다. 그만큼 장수의 존재감이 대단했고 그의 활약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니 나가십시오.”
“예, 시주님. 소림사에서는…… 예?”
나가라는 말에 혜공대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림맹주인 혜공대사가 이런 일을 언제 당해 봤겠는가? 하지만 장수의 무심한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시주님 그럼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미타불!“
혜공대사가 나가자 그제야 조용해 졌다.
장수는 밖을 향해 크게 외쳤다.
“아무도 들이지 마십시오. 누구의 면담도 거절하겠습니다.”
“예.”
장수는 그제야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무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
천마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뭐라고?”
천마의 분노를 정면에서 받은 전령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부교주님이 패하셨습니다.”
“…….”
천마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젠장, 내가 땡초에게 졌구나.”
천마는 성승과 여러 번 격돌했다. 그리고 비겼지만 사실 성승이 봐준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을 절실히 느낀 것은 혈마 때문이다. 천마는 혈마보다 한수 위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혈마가 어디있는지만 알면 단숨에 두 조각 낼 자신도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같은 화경의 고수라 하지만 급이라는 게 있었다. 재능도 천마가 뛰어났고 천년마교의 우수한 마공은 혈마가 익힌 마공을 월등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물론 혈마도 뛰어난 점이 있었다. 혈교를 저렇게 키운 것이나. 사술에 능한 것 그리고 신기한 괴물들을 잘 만드는 것은 혈마의 뛰어난 점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화경의 고수끼리의 다툼에서 하등 필요도 없는 것들이었다.
천마로서는 혈마가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쓰니 무공이 약하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