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편 - 심검
이대로는 방법이 없었다. 천마 역시 날아오는 천룡장을 향해 장풍을 날렸다.
천마 역시 장풍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웬만한 장법가 보다 장풍을 잘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천마가 형성한 장풍과 장수가 펼치는 장풍은 차원이 달랐다. 마치 거대한 황룡과 뱀 정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장풍을 만드는 데는 수많은 노력과 인내 그리고 내공이 필요하다. 더구나 장풍에 대한 깨달음의 차이가 많았기에 이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천마 역시 장풍을 빠르게 형성했지만 장수처럼 연발로 내뿜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천마는 장풍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되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천마는 결정을 내리자 검을 쥔 손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그리고 한순간 천마역천검이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바로 전설에 나오는 이기어검을 펼친 것이다.
이기어검은 의지로 검을 조절하는 것이다. 더구나 강기를 형성한 채였고 손에서 벗어났기에 움직임이 자유로우면서 빨랐던 것이다.
장수는 천마역천검이 날아오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기어검이구나!”
이기어검은 강기를 형성하는 것보다 더욱 고등 무공이었다. 검을 의지로 조절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였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날아다니는 검에 막대한 내공을 공급해 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강기를 형성해야 했고 검이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했기에 소모되는 내공의 양이 일반적인 강기무공보다 몇 배 이상 들었던 것이다.
천마 역시 힘들었는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움직일 경우 내공소모가 더 되기 때문이다.
장수는 마치 빛의 속도로 달려드는 천마역천검을 보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잘못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수는 최선을 다해 피했다. 하지만 미세하게 피하지 못해 몸에 상처가 났다. 그리고 다시 천마역천검이 날아들었고 장수는 피하다 상처를 입었다.
사실 이기어검을 피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주인의 손에 움직이는 것보다 한 가닥 의지에 의지해 날아다니는 게 더욱 빨랐던 것이다. 더구나 강기를 형성했기에 파괴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장수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겨우 피하는 게 고작이었다. 너무 빠른 속도로 움직였고 파괴력 역시 대단했으며 정면에서 봤을 때는 마치 점으로 보일 정도로 작았기에 공격을 할 공간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장수는 피하면서도 계속해서 천마역천검에 장풍을 날렸다. 하지만 천마역천검은 장풍을 그냥 관통해 버렸다. 그리고 통과한 후에야 장풍이 폭발했기에 피해를 입힐 수도 없었다.
‘장풍이 저런데 천룡장 역시 마찬가지겠구나.’
한 점에 집중된 힘은 엄청날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다. 더구나 장풍은 기로 이루어 졌기에 더욱 쉽게 관통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기어검은 장풍을 상대하는데 가장 최적의 수법이었다.
장수는 검을 상대하는 게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상처만 늘어날 뿐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당한다.’
장수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이처럼 강력한 공격은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천마는 왜 지금까지 이 방법을 쓰지 않았지?’
한순간 의문이 들었다. 처음부터 이기어검을 썼더라면 장수는 막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펼치는 이유가 궁금했다.
장수는 전력을 다해 검을 피하면서 천마를 살폈다. 그러자 천마의 칠공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이기어검을 펼칠 능력이 되지 않는구나?’
이기어검은 말도 안 되는 공격이었다. 검 하나가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거기다 강기까지 형성한 채 빠르게 공격을 하는 것으로 장수가 봐도 보통의 내공으로는 펼친다는 게 말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공간을 넘었기 때문에 상당한 공력소모가 이루어 질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공은 이정도로 수준 높은 무공을 펼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공을 익히다 정파의 무공으로 바꾼 장수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정파의 화경의 고수가 이기어검술을 펼친다면 모르겠지만 마공을 익힌 천마가 이기어검술을 펼친다면 마공의 특성상 내공소모가 필요이상으로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처음부터 쓰지 않고 지금에서야 쓰는 것임이 분명했다.
역혈대법으로 내공을 증진시킨 상태에서도 쓰기 버겁고 깨달음도 부족한 상태에서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장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길 방법이 생각났던 것이다.
장수는 피하면서 천마를 향해 장풍을 날렸다.
그러자 천마는 호신강기를 형성해 막아냈다.
펑!
하지만 장수는 그때 천마역천검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장풍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때부터 장수는 전력을 다해 피하면서 천마를 향해 장풍을 날리기 시작했다.
점이나 다름없는 천마역천검을 향해 장풍을 날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지만 서있는 천마를 향해 장풍을 맞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쉬지 않고 천마를 향해 장풍을 날렸다.
천마는 공격을 당하자 처음에는 버티는 듯 했지만 나중에는 천마역천검의 속도가 느려지더니 나중에는 장풍을 천마역천검을 통해 막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천마역천검을 손에 쥐었다.
“이놈…….”
천마는 분한지 이를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기어검술을 펼치느라 내공도 많이 소모된 상태였고 아직 깨달음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기어검술 같은 상위의 무공을 펼치느라 심력도 고갈된 상태였다. 천마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질수는 없었다. 승부사인 천마로서는 어떻게든 장수를 죽일 생각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장수 역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천룡장은 막대한 내공을 소모시킨다. 아무리 화경의 고수인 장수라 할지라도 천룡장을 계속해서 날릴 수는 없었다.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장수는 생각을 하면서도 천룡장을 날렸다. 그러자 천마가 순간적으로 강기를 형성한 후 검막을 펼쳐 천룡장을 분쇄시켰다. 순간적으로 검이 막을 이룰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기에 겉으로 봤을 때는 멋있었지만 무공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자가 봤다면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천마는 처음에는 호신강기로 버텼지만 이제는 호신강기를 유지할 여력도 남지 않은 것이다. 그랬기에 검막을 사용한 것이다.
검막 역시 보통의 무인들은 꿈에서나 바랄 경지였지만 그래도 호신강기에 비해 부족했다. 그런데 그런 검막을 사용한 것을 보면 천마의 내공이 정상이 아니라는 말이었던 것이다.
장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천마가 검막을 사용하면서 내공이 많이 소실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호신강기와는 다르게 검막은 내공소모가 매우 적었다. 그랬기에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검막으로 장수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공인 천룡장을 막았으니 어떻게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장수는 다시 한 번 천룡장을 날렸다. 하지만 천마는 검막으로 다시 한 번 막았다. 그랬기에 장수는 연속해서 천룡장을 날렸지만 그것마저도 검막으로 막은 후 피해 버렸던 것이다.
‘이거 곤란하구나.’
장수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룡장이 안통하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천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공이 거의 소모된 천마로서는 장수에게 달려들 수도 없었다. 괜히 달려들었다가 천룡장이 날아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장수 역시 천마와 근접전을 펼칠 능력이 되지 않았기에 거리를 유지한 채 천마의 상태만을 살펴 볼 뿐이었다. 다행히 시간을 버는 것은 장수가 유리했다. 장수는 전진심법과 선천기공이 지금 이 시간에도 운기가 되고 있었다. 막대한 내공이 지금도 차오르고 있었다. 그랬기에 같은 시간을 쉬더라도 장수가 유리했다. 하지만 시간을 벌어봐야 천마 역시 유리해 졌다. 천마 역시 내공이 찼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골치 아프게 되는 것이다.
‘천룡극음장을 써볼까?’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했기에 천룡극음장을 쓸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내공소모가 많고 펼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다. 하지만 천마가 지치고 내공이 고갈한 이상 가장 좋은 방법일수도 있었다.
장수는 천천히 천룡극음장을 형성했다. 그리고 천마를 향해 날렸다.
펑!
거대한 소리와 함께 천마가 검막으로 천룡극음장을 막아냈다.
하지만 천룡장보다 크기나 위력 면에서 부족했다. 천룡장 역시 대단히 고차원적인 무공이었지만 천룡극음장은 거기다 음의 기운을 넣었기에 더욱 복잡했던 것이다. 거기다 연습도 못했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연습은 지금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공 역시 지금 차는 중이었다.
장수는 약하게 천룡극음장을 펼쳤다. 그러자 천마는 검막을 써서 막아 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천마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천마 역시 생각하는 게 있었던 것이다. 천룡장은 내공소모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검막은 천룡장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내공소모가 적었다. 그랬기에 이렇게 시간을 가다 장수가 내공을 모두 소모했을 때 근접전으로 마무리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힘든 척 하며 장수가 내공을 모두 소모할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장수의 내공은 계속해서 차올랐고 장수는 쉬지 않고 천룡극음장을 시험해 보았다. 그렇게 여러 차례 천룡극음장을 내뿜자 대충 요령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천룡극양장을 써봐야겠구나.'
천룡극음장과 마찬가지로 천룡극양장은 양기의 장풍이었다. 그랬기에 엄청난 열기를 가졌다.
원래 양기의 장풍을 쓰기 위해서는 양기 계열의 심법을 익혀야 했지만 장수는 손에 있는 천지음양수투의 힘을 빌려서 양기를 해결했다. 양의 기운을 천지음양수투를 거치면 양의 기운이 무섭게 늘어났고 강력한 양기를 내뿜었던 것이다.
천룡극양장은 매서운 속도로 천마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천마는 검막을 펼쳤다. 그 순간 천마역천검에 금이 갔다. 그리고 천마는 엄청난 반동을 느끼며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뭐……뭐야.”
천마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신검인 천마역천검에 금이 간 것을 느꼈던 것이다. 게다가 천마역천검 역시 영성을 지녔는지 검명을 울리며 고통을 알렸던 것이다.
장수 역시 황당함을 느꼈다. 음기인 장풍을 보내다 양기인 장풍을 보냈는데 왜 저렇게 충격을 받는가?
원래 천마역천검은 신검답게 웬만한 충격에는 끔쩍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기나 열기에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천룡극음장을 계속해서 맞다보니 천마역천검에 한기가 서린 것이다. 그렇게 한기가 누적된 상태에서 천룡극양장의 열기를 맞자 천마역천검에 엄청난 충격으로 온 것이다.
그 때문에 금이 간 것이었다.
천마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주변의 미세한 기운을 살핀 후에 정황을 추측했다.
“이놈 언제 극음과 극양의 기운까지 가지게 되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