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편 - 서장으로
대장군은 급히 명령을 내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빠르게 준비를 해서 점수라도 따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대장군 역시 황실에서의 영향력이나 직위가 낮은 것이 아니었다. 가문 역시 개국공신이었고 오랜 시간 동안 군대에 있으면서 전공도 많이 쌓았던 것이다. 하지만 권력자에게 잘 보일수록 더욱 좋은 것이었기에 최대한 준비를 서두르려고 한 것이다
대장군이 그렇게 나오자 혜공대사 역시 급해졌다.
“우선 맹호대와 주작대를 먼저 붙여 드리겠습니다.”
절정고수들과 고수들로 이루어진 맹호대와 주작대라면 이동이 빨랐다. 그랬기에 지금부터 준비를 시킨다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무사들을 나중에 보내면 될 듯 했다.
“알겠습니다.”
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구파일방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무림맹의 핵심전력인 맹호대와 주작대를 준비시키려 혜공대사는 서둘러 움직였다.
잠시 뒤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맹호대와 주작대 그리고 일 만의 어림군과 군대 일 만이 출동준비를 마쳤다. 이제 출발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장수는 그들을 보다가 출발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군대가 서장을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
혈마는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교와 무림맹 그리고 황실의 전투는 매우 중요한 전쟁이었다. 그랬기에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더구나 혈마가 신경 쓰는 것은 황실의 애송이가 천마에게 얼마나 타격을 주었냐는 것이었다.
혈마는 갓 화경에 든 애송이가 천마를 이긴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천마의 무위는 혈마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천마역천검을 휘두르는 천마는 무적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런 천마를 쓰러뜨리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었다.
더구나 성승이 죽은 지금은 실질적인 천하제일고수라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혈마는 애송이가 천마에게 큰 타격을 주었으면 했던 것이다.
“중상만 입히면 좋겠는데.”
혈마의 부상은 상당히 괜찮아진 상태였다. 사실 그 정도 폭발에 살아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였지만 무수한 영약과 혈교의 우수한 의료진 덕분에 빠르게 나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앞으로 정상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정도 요양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마교의 부교주가 문제가 된다. 마교의 부교주는 죽지는 않은 상태였다. 중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마교에서 치료를 받으면 언젠가는 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혈마로서는 두 명의 화경의 고수를 상대해야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마교의 부교주가 낫기 전에 마교를 공격하고 싶었다.
그래서 애송이가 천마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혔으면 했다. 부상을 입으면 천마를 죽이기 더 쉬워진다. 마교에는 활강시를 비롯해 폭인과 비밀무기가 남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용하면 천마를 충분히 저세상으로 보낼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천마만 죽는다면 모든 게 끝이었다. 천하를 정복하고 혈마의 천년제국을 세우는 것도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천년제국을 세우면 혈마는 천년동안 지배를 할 수 있었다. 화경의 고수인 혈마였기에 천년을 사는 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연락이 안 오지?”
문제가 생길까봐 전력은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첩자들은 많이 보냈던 것이다. 그랬기에 전쟁터에 있지 않았지만 전쟁의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혈마는 인상을 쓰며 태사의 주변을 왔다갔다 걸어 다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혈마님!”
전령이 다급히 달려오자 혈마의 인상이 펴졌다.
“어서 내놔라.”
혈마로서는 다급한 마음이었기에 어서 빨리 서한을 보았으면 했다.
서한은 전서응이 보낸 암호를 알아볼 수 있게 바꾼 것이었는데 혈마는 서한을 빼앗듯이 받은 후에 빠르게 읽어보았다. 그런데 한순간 혈마의 안색이 안 좋아지더니 굵은 힘줄이 튀어나왔다.
“뭐라고? 천마가 죽어?”
혈마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아니 성승이 죽었다는 말보다도 더 황당한 말이었다. 화경의 경지라면 자신의 수명까지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데 갑작스럽게 죽었다고 해서 의심까지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성승이 죽었다는 것이 거짓일거라는 가정 하에 음모를 꾸미는 중이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천마 역시 죽었다는 말에 혈마는 기쁨보다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말이야.... 천마가 죽다니…….”
천마의 무위는 혈마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천마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더욱 강한 강자였다. 더구나 무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천마가 죽었다는 말에 처음에는 환각을 본줄 알았다.
“설마 아니겠지. 말도 안 돼.”
혈마는 눈을 비빈 후 다시 서한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적힌 말이 바뀔 리는 없었다. 천마는 죽은 것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더구나 애송이에게 죽임을 당했고 지금 이곳으로 쳐들어올 준비를 한다고?”
사실 서장이 공격당한다는 말은 매우 충격적인 말이었지만 천마가 죽었다는 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몇 백 년 동안 숙명적 맞수로 지내온 천마의 죽음은 혈마를 공황상태에 빠뜨리기 충분했던 것이다.
혈마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태사의에 주저앉았다.
화경의 고수인 혈마가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라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혈마는 거대한 망치가 머리를 친 것 같은 고통을 느꼈던 것이다.
혈마는 그대로 멍하니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정신이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혈마는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그러자 대략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물론 급보로 온 것이라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올 것이지만 지금으로서는 대략적인 내용만으로 전체 내용을 파악해야 했던 것이다.
“애송이가 천마를 이길 정도로 강하단 말이야? 게다가 부상도 입지 않았고 말이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혈마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혈마의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공이라는 것이 나이가 많다고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식적으로 필요한 기간이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많으면 그만큼 무공을 익힐 시간도 많고 무학에 대해 깊이 있게 들어갈 시간도 있기에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황실의 애송이는 나이도 어린 듯한데 몇 백 년을 살며 무공에 매진한 천마를 죽인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 괴물 같은 녀석을 어떻게 이긴 거지?”
천마를 죽인 것은 기뻐할 일이였지만 더 큰 문제가 생겨 난 것이기도 했다. 괴물인 천마를 죽일 정도라면 얼마나 더한 괴물이라는 말인가? 더구나 혈마는 부상이 채 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나저나 어떻게 벌써 쳐들어 올 준비를 할 수 있지?”
공격해 들어오는 병력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격해 들어온다는 것이 문제였다. 애송이는 대체 혈교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기에 공격해 들어올 생각을 했는가? 더구나 현재 마교와 전쟁 중이지 않은가? 그런 상태에서 혈교를 건드릴 정도라면 무언가 생각이 있는 녀석이었다.
“어찌되었던 녀석만 해결하면 천하에 나를 막을 자는 없다”
혈마는 일을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더구나 서장을 향해 오는 전력은 미약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그 병력과 함께 화경의 고수를 죽이면 천하를 정복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더구나 무림맹과 황실은 마교와의 싸움으로 많은 전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게다가 마교는 대패를 한 상태였기에 혈교의 적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모은 전력을 천하에 선보일 시기였던 것이다.
“차라리 잘되었구나. 무림맹과 황실의 전력과 함께 있었다면 귀찮아 질 뻔했어. 이번 기회에 천하를 가지겠다”
그동안 모은 힘이라면 충분히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더구나 때 마쳐서 성승과 천마가 죽임을 당했고 마교와 무림맹 그리고 황실 역시 전력이 상실된 상태였다. 그랬기에 혈교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려 생각한 것이다.
“군사를 불러라.”
호위가 혈마의 명을 듣자마자 군사를 부르러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뒤 군사가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혈마는 말과 함께 서한을 군사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군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제 천하를 가질 시간이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모은 전력을 말해 보거라”
혈마의 말에 군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혈교의 전력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강시가 삼천구, 자객이 천 명, 사신대가 이천 명, 일반 무사 십오만 명, 고수급 무사…… 현재 사용가능한 폭인이 다섯 명 그리고 활강시가 여섯 구입니다.”
“그래?”
혈마는 전력을 듣자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절정고수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황실에서 임무가 실패했기에 절정고수를 무더기로 상실했다. 그 때문에 현재 절정고수의 숫자가 삼십 밖에 되지 않았다. 그보다 한 단계 위인 초절정고수의 숫자가 이십여 명인데 초절정고수의 숫자와 비슷한 것이다.
사실 혈교의 전력은 막강했지만 강시나 자객으로 무림을 통치할 수는 없었다. 각 성을 다스리는 것은 초절정고수여야 했고 그 밑을 절정고수들이 보좌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숫자가 너무 적으니 천하를 차지했을 때 제대로 통치를 못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혈마는 아쉽다는 듯이 혀를 쩝쩝거렸다.
“앞으로 절정고수를 아끼도록 해라. 이제 천하를 정복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절정고수들이 활약을 해야 하니 그들을 아껴야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화경의 고수가 된 애송이를 죽일 계획을 짜라. 어떻게 해서든 녀석을 죽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천하는 나의 것이다.”
“알겠습니다.”
군사는 서둘러 계획을 짜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혈마는 기분이 좋은지 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