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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393화 (393/398)

393편 - 천강시

군대는 수이산에 머물러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군대를 재정비해야 했던 것이다. 더구나 강시나 혈교의 무기들을 황실로 보내야 했기에 할일이 많았다.

장수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언제 혈마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혈마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상태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혈마가 어떤 행동을 해 올 텐데…….”

군대가 대승을 일궜지만 이곳은 혈교의 앞마당이었다. 그랬기에 이정도 피해는 크다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만약 혈마가 직접 오면 어떻게 하지?”

저번에는 혈마와 대결을 직접 펼쳐야만 했다. 그러다 잘못하면 죽을 뻔했다. 그만큼 혈마의 실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일이였다. 지금은 장수가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발전한 장수의 무위라면 이제 무서울 게 없었던 것이다.

“지원이 와야 하는데…….”

서장에는 서장을 지배하는 가문들이 있었다. 그들은 혈교의 수뇌부를 이루고 있어 하나의 왕국과도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합심해서 장수를 공격하면 버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장수라 해도 인해전술은 힘들었다.

죽이고 또 죽여도 바다처럼 밀려오는 무사들을 어떻게 이기겠는가? 장수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게다가 혈교 수뇌부들의 실력은 초절정고수였다. 그리고 그들이 합심을 한다면 장수 역시 당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하루라도 빨리 무림맹과 황실의 지원이 오기를 기다렸다.

무림맹과 황실에서 고수들을 보내주면 초절정고수들의 숫자가 밀리지는 않는다. 그럼 장수는 혈마를 제거하는 데만 신경을 쏟아 부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도중 온 피부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등줄기에서 한줄기 한기가 올라오는 것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정도 기운이라면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 아마 혈마가 나타난 듯했다.

“혈마와 활강시가 함께하는 모양이구나.”

활강시도 한 두 구가 아니었다. 그리고 장수가 천마를 죽인 것을 혈마가 아는 이상 혼자 올 리가 없었다. 동원할 수 있는 패를 모두 동원할 것이 뻔했던 것이다.

“폭인이나 혈교의 수뇌부들도 왔을까?”

수뇌부들은 각 가문의 수장들이였다. 그들은 초절정고수들로 상당한 실력을 지닌 자들이었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장수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장수의 생각처럼 한쪽에 혈마가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9명이 서있었는데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폭인과 활강시구나.”

활강시나 폭인이 9개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마 반이 활강시이고 반은 폭인일 것이다. 그리고 9개면 그것이 현재 혈교가 동원가능한 모든 개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았다. 9구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생명이 들어갔을지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더구나 따로 있다면 모를까 한 번에 상대하는 것은 장수라 해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는 먼저 혈마에게 달려갔다. 군대 옆에 있으면 그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먼저 달려 간 것이다.

혈마는 장수가 가까이 오는데도 움직임이 없었다. 아니, 마치 충격을 받은 듯했다. 눈앞에 나타난 녀석은 자신에게 큰 중상을 입힌 녀석이었던 것이다.

“네 녀석은…….”

혈마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절정의 경지였었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화경이라는 지고의 경지에 도달했는가? 거기다 천마까지 꺾을 정도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노야.”

장수의 말에 혈마는 기가 막혔다.

“네 녀석이 황실의 화경 고수였다니…….”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무위란 쉽게 올릴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설마 장수가 화경의 고수가 되어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노야 덕분에 경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혈마에 대한 원한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빠르게 화경의 경지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혈마에 대한 복수심이 장수의 빠른 성취의 비결이었다.

하지만 장수의 말을 혈마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의 대결 덕분에 벽을 깬 것인가? 어쨌든 네 녀석은 보통 녀석이 아니었다. 겨우 초절정의 경지에도 나를 애먹이더니…….”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천마는 어떻게 쓰러뜨렸느냐?”

“운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천마도 나이가 있어서인지 기력이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화경의 고수가 기력이 약해질 리가 없었다.

“천마가 약해졌다고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지, 네 녀석의 실력이 무섭게 상승했나 보구나.”

“그건 겨루어 보면 아는 이야기 입니다”

“하나만 묻겠다. 누가 너를 도와주었느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수의 말에 혈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누군가 너를 도와주지 않고는 네 녀석이 본교에 이 정도의 타격을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어느 가문의 수장인지 말해 보거라.”

혈마는 혈교의 수뇌부 중 몇 명이 장수를 도와주었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외부인인 장수가 혈교에 이 정도의 타격을 입힐 수는 없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네 녀석은 어떻게 본교의 비밀을 그리 많이 알고 있느냐?”

혈마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지었다.

“혹시 장삼이라고 알고 있습니까?”

“장삼? 장삼이라니 어떤 장삼을 말하는 것이냐?”

“흑룡혈장 장삼을 말하는 것입니다.”

“흑룡혈장? 네가 그를 어떻게 아느냐?”

“그가 모든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혈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능성이 있는 말이었다. 절정고수였다가 초절정고수가 되면 세뇌가 풀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자들 중 간혹 가다 혈교에 불만을 가진 자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혈교에서 제공하는 향락에 빠지지만 반항하는 자도 있었던 것이다. 아마 장삼이라는 녀석도 죽기 전에 모든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한 듯했다.

“장삼…… 이놈을 그냥…….”

혈마의 말에 장수는 미소를 머금었다. 장삼이 바로 장수였다. 다시 환생했기에 모든 것을 기억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복수를 꿈꾸었고 이제야 성사 직전까지 온 것이다.

“더 할 말이 있습니까?”

장수가 눈앞에 있자 다친 무릎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우선 장수를 꺾고 나서 대화를 해야 할 듯했다.

혈마는 크게 외쳤다.

“쳐라!”

단 한 마디였다. 혈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활강시들이 장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활강시 한 구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네 구가 한꺼번에 공격하는 것은 막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이들만 상대하면 되는 게 아니라 혈마와 폭인도 상대해야 했기에 힘 안배를 잘해야 했다.

장수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활강시 네 구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검사를 사용하니 약간 밀리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장수는 예전의 장수가 아니었다. 화경의 경지가 되었고 거기다 성취가 계속해서 증가했기에 지금은 엄청날 정도로 빨라졌던 것이다.

검사를 사용하다 중요한 순간에는 검강을 사용했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강기의 힘은 활강시라 해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활강시들은 점점 망가져 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자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활강시들이 너무도 허무하게 부서져 버리자 혈마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활강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가? 더구나 활강시를 만드는 데는 은자도 많이 들었지만 사람의 생명이 필요했다. 그랬기에 고생을 많이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활강시가 지금은 겨우 내공이나 빼앗는 역할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혈마는 아까움을 느꼈다. 활강시라면 초절정고수 한 둘은 문제없이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이내 떨쳐 버렸다. 지금은 눈앞의 적을 제거하는 데에만 집중해야 했던 것이다.

“가라!”

말과 함께 폭인 다섯 명이 장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폭인의 힘은 엄청날 정도였다. 그랬기에 공주가 습격당했을 때에도 폭인 한명을 상대하는데 세 명의 초절정고수가 달려들었고 그 중 두 명이 중상을 입지 않았던가? 그런 폭인 다섯 명이라면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폭인은 장수를 향해 미친 듯이 공격해 들어왔다.

폭인은 단지 폭탄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었다. 터지기 전까지 상대방을 강력하게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수 역시 폭인을 상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워낙 빨랐고 재빨랐으며 덩치가 매우 컸기에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때 사방에서 피리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폭인들의 몸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았다.

폭인들이 터질 준비를 하는 것이다. 5명의 폭인들은 몸이 심하게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속도는 그대로였기에 그들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여전히 힘들었다.

‘큰일이구나.’

폭인의 폭발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랬기에 정면에서 타격을 받는다면 아무리 화경의 고수인 장수라 해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공격력 역시 엄청난 것이다. 폭발하기 전까지는 무위가 초절정고수 네 명은 거뜬히 상대할 만 했던 것이다. 게다가 몸이 철판처럼 단단했기에 쉽게 상대할 수도 없었고 잘못하다 터질 수도 있었기에 조심해서 상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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