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편 - 천강시
‘언제 폭발할까?’
중요한 것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피리소리는 기폭장치일 뿐이지 시간까지 정해주지는 않는다. 그랬기에 장수로서는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한명이 터지면 동시에 터질게 분명했다.
‘흡성대법을 사용할까?’
폭인의 몸은 내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내공의 반발력을 이용해 파장을 주어 거대한 폭발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랬기에 내공을 흡수하면 조금이나마 시간을 늦출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혈마는 멀리 도망친 상태였다. 하지만 화경의 고수에게 거리란 무의미 한 것이었기에 언제든지 장수의 앞까지 달려 올수 있었다. 게다가 혹시라도 폭발의 여력이 강하면 멀리 도망칠 수도 있었다.
장수는 혈마를 살피며 폭인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폭인들의 공격이 워낙 빨랐기에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언제 폭발할지 몰랐기에 강하게 공격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바로 앞에서 맹렬하게 공격하는 녀석의 몸이 부풀어 오르고 혈관까지 튀어 오른 것을 보니 이제 얼마 뒤면 폭발할 것처럼 보였다.
장수는 급한 마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폭인의 몸을 잡았다. 그리고 흡성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흡성대법은 상대방의 공력을 가져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내공을 가져오는 마공은 아니었다. 원래는 대자연의 기를 좀 더 효율적으로 몸속으로 인도하기 위해 개발된 운기법이었지만 그것이 변질되어 상대방의 내공을 허락 없이 훔쳐 오게 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장수가 손을 대자마자 나갈 곳을 찾던 내공이 미친 듯이 장수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터질 정도로 가득 찬 폭인의 몸과는 다르게 장수의 몸은 여유 공간이 있었다. 그랬기에 장수의 몸으로 계속해서 흘러 들어갔던 것이다.
퍽, 퍽, 퍽!
장수가 흡성대법을 펼치는 동안에도 폭인들의 공격을 계속해서 맞아야만 했다. 폭인들의 공격은 무자비 했고 매우 강력했는데 장수는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 폭인의 몸속 내공을 자신의 안으로 끌어 들였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폭인들의 공격이 심해지자 자연스럽게 호신강기가 형성되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호신강기가 좀 더 강력해 졌는데 폭인의 몸에서 들어오는 강력한 내공을 쓸데가 없었기에 우선적으로 호신강기를 형성하는데 모두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호신강기를 형성해도 들어오는 내공이 워낙 많았기에 처치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폭인들의 공격이 강해질수록 장수는 시원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폭인의 내공은 끝이 없었다. 더구나 전진심법으로 만들어진 기운이 상당했기에 장수의 전진신법의 성취가 급격히 높아졌던 것이다. 게다가 폭인의 몸속에는 선천지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선천지기는 선천지공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왔기에 장수는 짧은 순간 동안 평생을 모아도 모으기 힘든 내공을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몸에 필요 없는 내공을 폭인에게 건네는 작업을 계속했다. 사기나 마기였는데 덕분에 몸속에 쌓인 탁기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폭인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듯했다. 아마 좀 더 버틸 시간이 있을 터였다.
퍼퍼퍼퍼퍽!!!!!
그러는 동안에도 폭인들의 공격은 계속되어졌다. 폭인들로서는 피리 소리 때문에 몸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랬기에 어떻게 하든 고통을 줄이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수를 향해 힘을 쓸수록 시원한 느낌을 받았기에 좀 더 최선을 다해서 공격을 했다.
하지만 폭인들의 공격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장수가 형성한 호신강기의 위력은 대단했기에 호신강기를 뚫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호신강기에 충격은 줄 수 있었기에 장수가 받는 고통은 상당했다. 게다가 방금 폭인에게 흡수한 내공을 몸속에 쌓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장수는 고통스러웠지만 그대로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폭인은 폭발할거 같았다. 장수는 두 명의 폭인의 몸을 잡았다. 그리고 흡성대법을 시전하였다.
그러자 아까보다도 더 많은 양의 내공이 장수의 몸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 때문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질 것만 같았다.
장수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참았다.
‘살아야해.’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정신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퍽, 퍽, 퍽!
폭인들은 장수를 미친 듯이 강타했다. 그런데 얼마나 강하게 공격했는지 호신강기를 형성한 장수의 몸에 타격이 올 정도였던 것이다.
덕분에 정신을 잃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피해가 누적되었다.
더구나 그런 상황에서도 폭인의 막대한 내공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장수의 몸으로 흘러 들어왔다.
다행이 장수의 혈도가 보통 억센 게 아니었고 화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올랐으며 깨달음 역시 예전에 비해 가일층 진보했기에 이만큼이나 버틸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에 죽었을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장수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랬기에 더 이상 내공을 자신의 몸속으로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폭발이 일어나는 거지?’
단지 내공이 많다고 해서 폭발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장수 역시 폭인에 비해 월등히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장수의 몸은 터지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장수는 폭인이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랬기에 왠지 실마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생각해야해. 생각해 내야 해.’
전생에서는 폭인이었던 자신을 도저히 살릴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애꿎은 스승님까지 피해를 입혔고 자신은 죽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폭인을 살리고 싶었다.
‘스승님은 내가 일으켜야 했던 폭발을 막아내셨어.’
유운이 흡성대법을 익혔을 리가 없었다. 유운은 도사였고 명문정파의 일인이었기에 마공인 흡성대법을 익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폭인이 터지는 것을 막아 냈던 것이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유운의 경지가 화경이었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말이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폭인은 몸속의 내공을 통제 하지 못해서 터지는 것이야. 그러니 통제 시키면 어떻게 될까?’
감당할 수 없는 내공은 없애 버리고 남은 내공을 장수가 억지로 통제시키면 방법이 있을 것만 같았다.
장수는 다른 폭인은 놔두고 상태가 심각한 폭인의 몸을 잡았다. 그리고 내공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장수가 흡성대법을 펼치지 않은 폭인이 한 명 더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았다. 폭인도 불안정한 정도가 있었는데 다른 녀석은 아직 터질 시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장수는 내공을 흡수하면서 기를 안정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되지도 않았다. 흡성대법은 워낙 익숙했기에 쉽게 펼칠 수가 있지만 내공을 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남의 몸을 통제하는 것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실패한 후에야 대충 요령을 알 수 있었다.
내공을 몸에 흩어 놓은 다음에 남은 내공만 단전에 모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할거 같았다.
‘성공했다.’
기적처럼 폭인의 몸을 안정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만약 장수가 폭인이었던 경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분의 내공을 흡수했기에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스승님도 이렇게 하셨구나.’
장수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유운도 장수가 폭인이었을 때 내공을 통제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흡성대법을 익히지 못했기에 여분의 내공을 흡수할 수 없었고 남은 내공이 유운의 몸을 타고 넘어와 단전과 혈도를 망가뜨렸을 것이다.
화경의 고수인 장수도 어렵게 해낸 것을 겨우 초절정인 유운이 얼마나 어렵게 성공시켰겠는가?
장수는 은근한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다른 자들 역시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령을 알았으니 그 다음은 쉬웠다. 남은 세 명은 내공마저 장수가 빼놓았기에 금방 안정화 시켰던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의 폭인이었다.
네 명의 폭인은 무기력하게 서있기만 했다. 간간히 장수를 공격했지만 예전처럼 호신강기를 흔들 정도의 충격을 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몸은 아직도 강철 같았는데 아마 특수한 약물을 발라서 강화시켰기에 단단한 듯했다.
장수는 마지막 폭인을 잡고 나서야 더 이상 내공을 모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하지?’
장수는 급한 대로 터지지 않을 정도만 내공을 흡수하면서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내공을 획기적으로 빼지 않는 한은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여유 공간이 현재 장수의 몸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때 장수는 살기를 느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혈마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피리소리가 나는데 폭발하지 않으니 황당할 것이다. 장수는 모르고 있었지만 시간도 상당히 지난 뒤였다. 원래 폭인 중 두 명은 몸 상태가 무르익은 상태였다. 그랬기에 피리가 울리면 반각 안에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명만 터지면 연쇄적으로 터질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혈마는 단시간 안에 일이 끝날 거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폭인은 터지지 않았고 오히려 흉성이 줄어든 듯하자 어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