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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고수-398화 (완결) (398/398)

398편 - 혈마의 최후+대단원

장수는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혈마를 잡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장수의 뒤를 쫓아 혈강시가 따라붙었다.

인간을 넘어선 혈마와 장수, 혈강시는 매우 빠르게 혈교 총단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워낙 빨랐고 서로 목숨을 걸었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혈마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는데 장수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사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하를 다투던 최강자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 중 두 명이 목숨을 잃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혈마는 자신이 도망 다닌다는 생각에 황당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혈마는 눈앞의 괴물들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혈마가 멈추자 장수가 따라왔고 그 뒤를 이어 천강시가 쫓아오고 있었다.

“괴물 같은 놈들!”

혈마는 인상을 찌푸렸다.

도저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어디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장수는 기가 막히게 혈마를 알아챘다.

전진심법을 익힌 장수였기에 마공을 익힌 혈마를 쉽게 잡아내는 것이지만 혈마로서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도망가면서도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기에 혈교 총단까지 오게 된 것이다.

혈마는 총단을 향해 소리쳤다.

“전투 준비!”

이미 전투 준비는 끝난 상황이었다. 군대가 출전한 이상 언제든지 상대할 준비를 하라고 한 것이다. 그랬기에 혈마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무사들은 싸울 준비를 끝냈던 것이다.

“돌격!”

혈마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각 전투부대는 혈마가 가리키는 것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세뇌를 당한 자들이기에 생각이라는 게 없었다. 오직 명령만을 따랐는데 죽이라면 죽일 뿐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혈마는 품에서 호각을 꺼내 불었다.

그러자 무사들이 주저 하지 않고 품에 있던 약을 꺼내 먹었다. 바로 혈단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소비하는 대신 막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혈단을 먹은 무사들은 장수와 천강시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장수가 날린 장풍에 무사들은 그대로 날아갔고 나머지는 천강시가 목내이로 만들었던 것이다.

혈마는 공들여 키운 무사들이 떼죽음을 당하자 비통한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귀하지는 않았다. 그랬기에 연달아서 출전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장수와 천강시를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장수와 천강시는 마치 아군처럼 보였다. 천강시야 어려운 상대인 장수를 잠시 방관하며 먹기 쉬운 무사들을 먼저 먹은 것뿐이지만 멀리서 볼 때는 둘이서 혈교의 무력단체들을 박살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때 혈마를 향해 수뇌부들이 달려 왔다. 서장의 유력한 가문의 수장들이였다.

전쟁 때문에 가문을 벗어나 혈교에 온 자들이었는데 혈마는 그들을 보자마자 외쳤다.

“적이 쳐들어왔다!!”

“혈마님, 적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가문의 수장들은 초절정의 경지에 있었다. 그리고 세뇌에 당하지 않았기에 생각이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평소에 혈마에게 불만이 많았기에 이리 되물었던 것이다.

“잔말 말고 당장 나가서 싸워라!”

“싸우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수장은 직접 나가서 싸우지 않는다.

초절정고수라는 막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지만 따로 각 가문의 수장들이었기에 잘못돼 죽는다면 문제가 심각했기에 혈마의 싸우라는 명령도 곧잘 거부했던 것이다.

그런 것을 혈마 역시 잘 알고 있는데 이제와 싸우라고 하니 수장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가문의 수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말을 나누는 동안 장수는 직선으로 무사들을 뚫고 혈마를 향해 나아갔다.

워낙 무력 차이가 났기 때문에 일직선으로 뚫은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리고 그 뒤를 천강시가 뒤따랐는데 두 손으로 사람을 낚아채서 피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장수는 각 가문의 수장들을 향해 천룡장을 날렸다. 그러자 그것으로 수장들은 목숨을 잃었다. 만약 진형을 짰다면 장수에게서 어느 정도 버텼겠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에 싱겁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장수는 혈마에게 연속해서 천룡장을 날렸다. 그러자 혈마는 호신강기를 형성했지만 더욱 강해진 천룡장을 막아 낼 수 없었다. 그랬기에 그대로 나가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장수는 멈추지 않았다. 괴물 같은 혈마를 상대하는 일이었기에 조금의 방심도 없었던 것이다.

장수 주변에서는 천강시가 눈치를 보며 무사들의 피를 빨아 먹고 있었다. 우선은 눈앞에 보이는 무사들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우선은 무사들부터 잡아먹고 장수를 먹을 생각을 한 것이다.

장수는 연속해서 천룡장을 날린 다음에 혈마를 낚아챘다. 그러자 혈마가 축 늘어진 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내가 이렇게 되다니…….”

졌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대결을 펼친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몰리다 잡힌 거니 뭐라 할 말도 없었던 것이다.

“드디어 잡았습니다.”

장수는 드디어 혈마를 잡았다.

장수는 혈마를 잡자마자 점혈을 했다. 이제 장수가 점혈을 풀어주지 않는 이상 풀려 날 수 없었던 것이다.

“졌다, 정말 철저하게 졌구나. 천마나 성승이라 해도 이렇게 철저하게 나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천마가 장수의 무위를 가졌다면 이미 천하는 천마의 것이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장수의 무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다 하늘의 뜻입니다. 제가 강해진 것도 당신이 진 것도 말입니다.”

“휴, 나를 어떻게 할 것이냐?”

혈마의 말에 장수는 천강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혈마는 장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장수는 천강시에게 혈마를 넘길 생각을 한 것이다.

“아, 안 돼…… 말도 안 돼…….”

강시에게 피와 기를 빨려 죽는 것은 너무도 비참한 일이었다. 하지만 장수는 한 점 망설임 없이 혈마를 천강시에게 던져 주었다. 그러자 천강시는 들고 있던 무사들을 던져 버리고 혈마를 덥석 잡더니 피를 미친 듯이 빨기 시작했다.

화경의 고수의 몸이었다. 그러니 어떤 산해진미 보다 더욱 먹고 싶을 것이다.

“무…… 무사로서 죽게 해 달라!”

혈마는 처절하게 애원했다. 화경의 몸이었기에 쉽게 죽지도 않았다. 그랬기에 더욱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더구나 이런 식으로 죽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강시에게 먹혀 생을 마감하다니.

“그대가 죽인 자들도 그런 식으로 죽고 싶은 자는 없었을 것입니다.”

마현우는 혈마의 명령에 의해 천강시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천강시가 혈마의 피를 먹고 있는 것이다.

잠시 뒤 혈마는 목내이가 되어 버렸다. 피와 정기를 모두 빼앗긴 것이다.

천강시는 탐욕스럽게 장수를 바라보았다. 이제 장수의 피만 빨면 되는 것이었던 것이다.

장수는 천강시를 향해 연달아 천룡장을 날렸다. 하지만 천강시는 싸우면서 더욱 강해지는지 천룡장을 쉽게 파훼했다.

그리고 장수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장수는 천강시를 상대로 강기를 형성해 싸웠지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천강시의 손톱은 호신강기를 무력화 시켰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장장 세 시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장수는 모든 무공을 펼쳤지만 천강시를 이길 수가 없었다. 한순간 목이 잡힌 장수는 그대로 천강시에게 피를 빨리게 되었다.

“윽……!”

피를 빨리자 급속도로 몸속의 내공이 천강시에게 빨리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력이 고갈될 것이다.

장수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해.’

이제는 지키고 싶은 게 있었다. 석가장의 사람들과 스승님 그리고 그 외에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던 것이다. 모두를 구하고 싶었다. 그리고 상인이 되어 천하를 유랑하고 싶었다.

‘살고 싶어.’

장수는 어떻게든 살려고 했지만 도저히 천강시를 벗어날 수 없었다.

‘방법이 없을까?’

장수는 방법을 생각했다.

‘나도 같이 흡성대법을 펼쳐야겠다.’

장수는 천강시의 몸에서 내공을 뺏으려고 했다. 하지만 천강시의 몸에서 내공을 빼앗을 수가 없었다. 마치 대나무와 같아서 내공이 단전에 없었다. 강시가 보통 사람들처럼 단전에 내공을 모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장수는 순간적으로 낙담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만 이 녀석은 내공을 어디다 보관하지?’

위치만 알면 상황은 나아질 거 같았다.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장수는 천강시의 몸속을 살폈고 덕분에 대충 어떻게 보관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천강시는 온몸의 외곽에 내공을 보관했던 것이다. 더구나 내공으로 가득 찼기에 전신이 충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랬기에 장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차라리 온몸의 기운을 보내볼까?’

장수의 몸속에는 수많은 내공뿐만 아니라 폭인에게서 얻은 내공 역시 전신에 퍼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선천지기 역시 무한하다 할 정도로 많았던 것이다.

생각이 들자 의지가 움직였다. 그리고 장수의 몸속에 잠재된 기운들이 미칠 정도로 빠르게 천강시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것이다.

“크아아아악!!”

천강시는 기운이 밀려들어오자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장수의 몸속에는 화경의 고수가 가질 수 있는 양보다도 월등히 많은 내공이 들어 있었다.

더구나 천강시는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내공이 얼마인지를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 그랬기에 내공이 들어오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였지만 몸이 터질 것처럼 팽창하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계속해서 장수의 몸속 기운이 천강시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천강시의 몸은 점점 부풀어 올랐다.

너무 많은 내공이 천강시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조절해 줄 주술사도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천강시는 이상함을 느끼고 장수의 몸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장수가 놓아주지 않았다.

“더 줄 테니 어디 한 번 끝까지 먹어 보시지!”

천강시의 몸속에는 이미 예전에 얻은 막대한 내공이 있었다. 그리고 폭인 여섯 명 분의 내공이 있었고 화경의 고수인 혈마의 내공도 얻었다. 거기다 장수의 내공까지 얻으니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천강시는 터지기 직전에서야 장수를 몸에서 떨어뜨렸다. 그리고 멀리 물러났다.

장수는 아쉬움을 느꼈다. 조금만 더 내공을 불어 넣었으면 천강시를 죽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 그렇지 못했다.

천강시는 흉성을 들어내고 혈교의 건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띄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야 내공이 소모되고 정상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구나.”

어떻게든 천강시를 죽여야 했다.

그 순간 장수의 머릿속을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았던 한 가닥 깨달음이었다.

장수는 깨달음을 얻자 그대로 두 손을 모았다.

“천룡태극장.”

음과 양이 만나면 태극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힘은 미증유의 힘과 같아서 모든 것을 파괴할 정도이다.

장수의 손에서 뻗어 나간 천룡태극장은 그대로 천강시의 몸을 강타했다. 그와 함께 엄청난 폭발과 함께 장수의 몸도 날아가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폭음과 함께 혈교가 있던 자리는 송두리째 사라졌다. 폭발의 여력에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와 함께 혈마와 주술사들이 만든 강시나 시설들도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음…….”

장수는 정신이 들자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그저 보이는 것이라면 거대한 구덩이뿐이었다.

마치 지옥과도 닿은 듯한 깊이는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변 지형을 살피고 나서야 이곳이 바로 혈교가 있던 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혈교가 완전히 박살이 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천강시를 물리친 것이다.

“정말 다행이구나.”

장수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끝난 것이다.

드디어 천하를 구한 것이다.

장수는 앉아서 운기조식을 취했다. 그제야 자신의 몸속에 남은 내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정도만 해도 초절정고수에 근접하는 양이였지만 무한할 정도의 내공을 가졌던 장수로서는 약간 아쉬움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내공이 필요 할일도 없었다. 화경의 고수는 표길량을 빼고는 모두 죽었고 표길량 역시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표길량의 성격이라면 다시는 중원을 침범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장수는 천천히 걸어갔다.

이제 모든 게 끝난 것이다.

*   *   *

상단이 표행길에 나서고 있었다. 그런데 마차는 무려 네 개에 수레가 열 개였지만 표사는 겨우 열 명이였다. 그리고 쟁자수의 숫자도 열 명뿐이었다. 이 정도라면 사실 거의 구색이나 겨우 맞춘 것에 가까웠다.

이를 보고 산적들이 충분히 노릴 만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단은 이번 표행길에 한 번도 산적을 만나지 않았다. 아니 삼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산적을 만난 적이 없었다.

도리어 산적들은 상단의 깃발만 봐도 도망가기에 바빴다. 상단의 깃발은 석가장의 것이었다.

“오늘도 한가롭구나.”

마차에 누워 있는 자는 천하제일 상단의 주인인 장수였다. 마교와 혈교가 사라지고 난 후 천하는 놀라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화경의 고수이자 천하제일고수인 장수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금을 통틀어 최고라는 의미로 무신이라는 명호를 붙여 준 것이다.

무신 석장수는 고금을 통틀어 고금제일인이며 고금제일고수이며 게다가 고금제일장법인 천룡태극장을 만들기까지 했다. 더구나 천하십대상단의 상권을 모두 흡수해서 천하제일 상단이자 고금제일 상단인 석가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황제가 무림황제라는 명호를 내렸고 황친으로 인정하기까지 했다. 더욱이 공주와의 결혼도 허락했다. 거기다 무림맹은 장수에게 무림맹주의 직위와 무림제일가문을 선사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수는 그 모든 것을 과감히 거부했다. 장수는 평범한 상인이 좋았던 것이다.

“녀석, 일 좀 하거라.”

장수의 옆에는 유운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무당파를 나와 장수에게 신세를 지고 있었다. 물론 무당파는 유운의 하산을 반대하려 했지만 고금제일인인 장수의 부탁을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말년에 장수와 같이 천하를 유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이야 열심히 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하하하 녀석도 참!”

유운은 기분이 좋았다. 그가 원하던 천하를 유랑하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직접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니 참으로 행복한 일이였다. 더구나 자신의 제자가 고금제일인이며 고금제일장법을 만들었으니 행복함이 끝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가 달려왔다.

“또 저들인가?”

장수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달려오는 자들이 누군지 알았던 것이다.

한쪽은 놀랍게도 무림맹주인 혜공 대사였다. 마교와 혈교가 사라진 이상 천하에서 가장 한가한 사람이 바로 혜공 대사였다. 하지만 그도 나름 바빴는데 화경의 고수인 장수에게 무림맹주의 직위를 넘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또 다른 무리는 바로 황실의 사자였다. 황제의 친서를 가진 사자는 장수에게 황제의 명령을 가져왔던 것이다.

장수는 더 이상 무림과 관계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이루고 싶은 것은 다 이루었던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유운과 함께 이렇게 천하를 유랑하며 상단 일이나 하며 지내면 그만이었다.

그때 뾰족한 음성이 들렸다.

“흠!”

공주의 목소리였다.

황실제일미에서 이제는 천하제일미로 불리는 공주가 장수를 새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더구나 세월이 흘러서인지 이제는 가슴도 제법 튼실해 졌던 것이다.

“어이구, 공주님 오셨습니까?”

“무엄하도다! 또 어디를 그리 가느냐?”

“상인이란 원래 천하를 유랑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니 공주님께서 이해해 주십시오.”

“돈이라면 내가 줄 테니 황실로 가자.”

“아닙니다. 돈이란 제가 직접 벌어야 돈이지, 남이 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짐 덩어리입니다.”

“오라 했다.”

“하하하, 이해해 주십시오.”

고금제일인인 장수였지만 공주에게만은 꼼짝도 못했다.

전생에서는 공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만 새롭게 나서 많은 것을 봐서 그런지 가치관이 달라졌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수는 공주가 여자로 보였던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엉덩이와 가슴에도 살이 제법 붙었기에 더욱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공주와 결혼하면 부마로서 행동에 제약을 받으니 그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흠!”

“하하하, 그럼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장수는 삐친 공주를 뒤로 하고 상단을 움직였다.

거래를 마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그랬기에 무림맹주나 황제의 사자라 해도 오랜 시간 만날 수 없었다.

장수의 말에 혜공 대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황제의 사자 역시 땀을 흘렸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공주가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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