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헤비 레인-100화 (100/101)

#100

한참을 그의 팔목을 쓰다듬던 라일이 고개를 숙였다. 뜨거운 입술이 천천히 흉터를 따라 내려앉는 걸 보는데 피부가 무척 뜨겁다. 간질간질한 감각이 너무 지나쳤다. 저도 모르게 팔을 빼내려는 순간 라일이 좀 더 조심스럽게 그걸 제 쪽으로 당긴다. 그리곤 슬쩍 이를 세워 툭 불거진 뼈 근처를 잘근잘근 자극했다.

“으, 그거…….”

하지 말라는 소리가 목구멍에 턱 막혀서 튀어나오질 않았다. 기이한 기분에 해진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호기롭게 충동을 펼치고 나서야 자신이 제대로 된 경험은 한 번도 없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늘 견디고 아프기만 하던 행위를, 또 하게 되는가.

살짝 히트에서 벗어난 정신이 차가워졌다. 그러길 무섭게 라일이 다시 팔을 따라 길게 입술을 움직였다.

“해진.”

“으…….”

옷 사이로 파고들어 맨 허리를 감아 오는 손이 무척 자극적이었다. 맨살에 손길이 닿는 것이 이리도 간지러운 기분이었다는 걸 해진은 새롭게 깨달았다. 슬쩍 몸을 일으킨 라일이 해진의 품으로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 여전히 올려다보는 자세로 그는 해진의 턱과 코에 순서대로 입을 맞추었다.

“정말 괜찮겠어?”

조금씩 라일이 그에게 싣는 체중이 늘어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해진은 풀썩 침대로 쓰러졌다. 그나저나 아까는 그리도 다른 곳으로 가지 말라고 해 놓고, 왜 자꾸 이런 걸 묻는단 말인가.

아직도 그 속에 남아 있는 희미한 불안감을 읽은 해진은 몸을 조금 뒤틀었다. 괜히 저를 골리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괜찮, 다니까요…….”

“해진.”

“……해 주세요.”

그 순간 라일이 입술을 허겁지겁 붙여 왔다.

“흐…….”

뜨거운 혀가 여태껏 얌전하게 군 게 다 내숭이었다는 듯 거칠게 입안을 헤집었다. 앞니의 끝을 희롱하는 듯하더니 금방 불쑥 들어와 천장을 긁어 댄다. 갑자기 빨라진 그 움직임에 해진은 속절없이 허덕였다. 아까부터 잡혀 있던 손목이 머리 위로 들려 올라갔다.

잠깐 입을 떼고 숨 쉴 시간을 주던 라일이 그대로 해진의 팔을 위로 쑥 잡아당겼다.

“흣……!”

불쑥 침대 위에 제대로 눕는 자세가 된 해진은 달아오르는 열에 몸부림쳤다. 주변을 메운 라일의 페로몬이 이제는 입자 하나하나까지 느껴질 정도로 몸이 민감해진다. 하나하나 거대한 애정과 욕망을 가진 페로몬이 수천 개의 손가락처럼 그의 온몸을 어루만졌다. 그에 호응하듯 해진에게서도 진한 히트 사이클 페로몬이 새어 나왔다.

“해진.”

끝이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라일이 해진을 애타게 불렀다. 때로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때로는 어딘가 자제하듯 눈가를 찡그린 얼굴로.

그 사이 옷 사이로 완전히 침범한 손이 도드라진 갈비뼈를 따라 뭉근하게 가슴으로 올라간다. 누군가가 거길 만질 거라는 생각을 못 하고 살던 해진이 화들짝 몸을 움찔거렸다.

아까 잠깐 스쳤던 걱정이 무색하게 낯선 감각투성이였다. 라일은 마치 해진의 몸이 솜사탕이라도 된 양 조심스럽게 다뤘다. 그리고 그 달콤함이 못내 탐난다는 듯 입을 한시도 가만두지 못했다. 아프기는커녕 간지럽고 또 애타는 움직임이었다.

“하, 흐, 이상, 이상해요…….”

“응.”

착실하게 대답은 하는데 영 들어주는 눈치는 아니었다. 혼몽한 정신 사이로 어느새 상의가 사라진 걸 발견한 해진이 고개를 틀며 베개를 움켜쥐었다.

그 사이 가슴의 유실을 잔뜩 탐하던 라일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제 밑에서 헐떡이는 해진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 사람처럼.

손가락을 넣어 바지를 내리는 그 감촉에 해진은 아래에서 무언가 왈칵 솟는 기분마저 느꼈다. 이상하게 딱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간 이런 몸의 변화는 늘 좋지 못한 결과를 이끌어 내곤 했으니까 말이다.

걱정에 해진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라일은 기어코 속옷까지 전부 벗겨내었다. 집요한 시선이 그의 분홍빛 성기로 똑바로 향했다.

“하, 읏, 보지, 마…….”

당장이라도 라일이 화를 내며 나갈 것만 같았다. 맨 처음 그의 히트를 맞았던 날처럼 한껏 인상이라도 쓸까 두려웠다. 갑자기 서러운 감각이 휘몰아친다. 그때의 일이 하나둘 떠오르며 해진은 잘게 몸을 떨었다.

그 순간 성기에 축축한 감촉이 들었다.

“읏……! 으흑!”

크게 놀란 그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금빛 머리가 제 가랑이 사이를 파고드는 모습이 이 이상 선정적일 수 없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쾌감에 해진은 마구 두 다리를 버둥거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 허벅지를 양손으로 움켜쥔 라일이 시선만 들어 해진을 마주했다.

새파란 두 눈을 마주 보며 잠깐 굳은 사이 강한 압력이 느껴졌다.

“하……!”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해진은 전율했다. 이 뜨겁고 축축한 쾌감에 몸이 정신없이 반응한다. 그가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그 높은 코가 불쑥불쑥 아래의 체모를 침범했다.

골반을 슬쩍 오가는 큰 손도 자연스럽게 가슴 근처를 맴도는 손가락도 하나하나 다 자극이었다. 결국 해진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아흑, 흐……!”

그 순간 아래쪽에서도 왈칵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진한 빗물을 받아 마시듯 라일은 탐욕스럽게 그걸 다 삼켜냈다. 멍한 얼굴로 그 장면을 고스란히 바라보자 다시 눈물이 펑펑 솟았다.

이게 바로 진짜 몸을 섞는 감각이었구나. 새삼 스스로의 무모함을 깨달은 해진이 아직도 남아 있는 쾌감의 여파에 다리를 떨었다.

“해진, 울지 마. 싫었어? 응?”

분명 저번 히트 때는 좋아했는데.

해진과는 다르게 그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라일이었다. 그때와는 또 다른 해진의 반응에 초조해진다. 조심스럽게 입가를 훔치는 제 손가락을 해진이 경악 서린 얼굴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흐, 너무, 이상, 이상했, 어요, 읏…….”

발갛게 볼을 붉힌 해진이 팔을 어디에 둘지 모르겠다는 사람처럼 침대 위를 헤맸다. 그 행동에서 묶여 있던 두 손을 떠올린 라일이 애써 쓴웃음을 감추며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옷가지도 훌훌 털어버린 그가 이제야 완전히 해진의 위로 덮치듯 올라갔다.

“이상했어? 어떻게?”

“아, 아래가, 뜨겁, 흣, 거기도, 이상…….”

귀 끝을 잘근잘근 깨물며 묻자 해진이 다시 이상하다며 몸을 뒤틀었다. 도망가는 그 어여쁜 목선을 추적하듯 라일은 계속 입술에 힘을 주어 해진의 피부를 맛보았다. 계속 어색하게 이불이나 움켜쥐는 두 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라일은 자연스럽게 녀석의 두 팔을 들어 제 목 뒤에 둘렀다.

“잡아. 내가 아프게 하면, 확 긁어버리고.”

“으응, 거기, 아, 아픈데.”

자국이 남도록 쇄골을 빨아올리자 목 뒤에서 꼼지락대는 손가락이 느껴졌다. 그게 너무 사랑스러운 나머지 라일은 쿡쿡 웃음을 흘리며 계속 희롱하듯 자국을 남기는 데 열중했다.

하나둘 붉은 자국이 해진의 하얀 몸에 내려앉을 때마다 정신이 하얗게 나가 버릴 만큼 커다란 충족감이 느껴졌다. 라일은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페로몬을 부드럽게 조절했다.

“으, 흐…….”

다만 이 거친 욕망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했는지 날것의 음탕한 심정이 조금 새어 나간 모양이었다. 히트 사이클인데다가 우성의 페로몬을 민감하게 느낀 해진이 조금씩 눅진하게 아래에서 흐물거렸다.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로 헐떡이는 그 모습이 무척 자극적이었다.

“아래, 이상, 해요. 아래가, 흣, 간지러워…….”

아까부터 깨닫지 못한 모양이지만 해진은 라일의 목을 두르고 있던 팔에 계속 힘을 주었다. 꼭 라일을 제게 끌어당기려는 것처럼. 그의 허벅지에는 아까부터 흥건하게 새어버린 애액이 묻어났다. 당장이라도 그를 삼켜낼 수 있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구멍을 덧그린다. 그 움직임에 따라 움찔거리는 몸을 예민하게 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안으로 진입했다. 히트 사이클의 오메가답게 이미 받아들일 준비가 끝난 아래쪽이었다.

이러니 라일도 해진도 더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녀석의 귓가를 진득하니 핥으며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흉흉하게 일어난 성기 끝에 촉촉한 입구가 닿았다. 그 순간 정신을 놓아버릴 뻔하다가 가까스로 까득 이를 악물었다. 조금의 저항 끝에 안쪽으로 불쑥 성기가 진입하는 순간엔 아무래도 고비가 찾아온다. 뇌에 있는 모든 신경이 하얗게 타 버린 기분이었다.

“하…….”

“아……, 너무, 크, 잖, 흐읏!”

성기를 물어 가는 해진의 아래쪽이 그를 잡아먹듯 잡아당겼다. 다소 성급하게 들이치는데도 도리어 기껍다는 듯 오물오물 그를 집어삼켰다. 온 정신이 해진에게 함몰되는 기분이었다. 아니, 사실 내내 이렇게 해진에게 잠식된 상태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아……!”

이윽고 라일의 거대한 성기가 다 들어차는 순간 해진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굳어 버렸다. 히트 사이클의 정욕에 휩싸인 와중에도 빠듯하게 들어차는 성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배꼽 근처까지 올라온 그 무겁고 뜨거운 감각에 숨도 쉬기 어려웠다. 아까부터 끈적한 정염을 띤 라일의 페로몬은 자꾸만 아래에서 이상한 게 울컥울컥 쏟아지게 했다.

분명 익숙해야 할 행위가, 이리도 낯설 수가 없었다.

“흐, 윽……. 라일.”

“응.”

거칠게 숨을 들이쉰 라일이 꼭 거대한 짐승처럼 상체를 웅크렸다. 해진이 그를 끌어안기 쉽도록 한껏 고개를 숙인다.

놀란 그 마음을 위로하듯 입꼬리에 촉촉 옅은 입맞춤이 내려앉았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물이 펑펑 솟아났다. 꼭 라일의 성기가 해진의 안에 가득 차 있던 빗물을 전부 밀어 올린 것처럼.

“움직여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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