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조금 다른 공략법?
"하하하!그래서?그년만 녹녹하지 않다 이거아냐?"
서울에 있는 유일한 친구 상호녀석과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의 주제는 단연 하숙집의 다섯냄비들이었다.
"그러게말이다. 그년 콧대를 납작하게 해 주고 싶은데 말이야."
나는 연신 소주를 들이키며 채승희가 줬던 면박에 이를 갈았다.
최상호.
이녀석역시 여자문제에 있어 도가튼 녀석이었다.
주목할만한 점이라면 녀석이 SMER(SM을 즐기는 사람)란 것 뿐.어찌보면 여자경험이 나보다 많은 그런 녀석이었다.
"내가 한마디만 조언해주지."
조용히 있던 상호의 말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그런 도도하고 남자 싫어하는년들이 태생적으로 남자를 싫어할 거 같냐?"
"글쎄. 뭐 그럴수도 있는거 아니냐? 게이나 레즈도 있는데 뭘."
"쯧쯧..아니야. 게이나 레즈도 어떤일을 계기로 게이나 레즈가 되는거야. 도도하고 남자싫어하는 년도 마찬가지다.
뭔가 남자한테 좆같이 빨린일이 있어서 남자를 싫어하게 된거지."
"어떤일을 계기..로?"
내 되물음에 상호가 앞에 있던 술잔을 쭉 들이켰다.
"그래...덧붙여 말하자면 말이야. 그런년이 남자맛을 다시 제대로 들였을때 노예처럼 부려먹기가 쉽다."
술자리가 있던 이후,난 그녀들과 오래 같이산 친구처럼 친해질수 있었다.
밥먹을때도 모두가 화기애애했다. 단 승희만이 나를 못마땅해하는것이 여전할뿐.
소명은 그날이후로 언제라도 딸 수 있었다.
하지만 2차목표를 승희로 정한이상 거기에 만족할 노릇이 아니었다.
나는 어제밤 상호의 조언을 조용히 곱씹으며 식탁에서 말없이 식사를 했다.
나빼고는 다들 여자들이랑 밥먹는 소리는 시끌시끌 수다의 장이었다.
식사중에 조용히 내 맞은편에 앉은 소명의 허벅지를 발로 살짝 건드려 보았다.
한참 수다를 떨던 소명이 움찔하더니 이내 나를 보며 눈을 살짝 흘겼다.
그러면서도 다리를 살짝 벌려 호응하는 소명을 보다가 이내 승희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긴 생머리...차가워 보이는 외모. 하지만 커리어우먼과도 같은 도시적 외모는 상호말대로 노예처럼 부려먹고픈
정복욕이 일었다.
"오늘은 집이 썰렁하겠네."
"그러게 말이에요 언니. 화인선언니도 저도 오늘은 집에가서 옷이랑 좀 챙겨와야해서..."
주인누나와 한영이 나누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응?집이라니?어딜가는데?"
"아..오빠. 진짜 우리집에 가서 옷좀 가져오려구~ 날씨도 춥고 맨날 같은옷만 입기도 그렇구."
"진짜 썰렁하겠네...나오늘 친구네서 자고 올건데."
"엥?소명이 넌 왜?"
"응...친구부모님이 여행가셨다구 오늘 무섭다고 같이 있자고 하네?"
소명이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가만있자...한영과 화인선이 집으로 간다...집에가면 분명 자고 올것이고..소명이도 오늘 친구네서 잔다라...
그럼 정리하면 오늘 집에는 승희와 나 지혜 그리고 주인누나 뿐이다.
어찌보면 오늘이 바로 그 기회일지도 모른다.
'술을 준비해둬야 겠군...'
"잘들어. 자연스럽게 복종하게 만드는게 가장중요한거야.짐승하고 똑같지. 니가 더 우위에 있다는걸 보여주라고."
'우위에 있다라....'
시계는 서서히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상호녀석이 한말을 천천히 곱씹으며 나는 오늘의 계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승희는 까다로운 여자다.
성공하면야 이룰수 없는 성취감과 함께 다음타겟인 순진녀 현지혜로 넘어갈수 있다.
하지만 실패시엔 하숙생활 1주일만에 짐싸서 나가게 될지도 모르는..나름 중대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주일후에 면접이고, 운수가 닿아 입사한다면? 내가 바빠지게 되면 하숙집 여대생들은 먹기 힘들어질지 모른다.
이주일안에 쇼당을 쳐서 이 집 여자들을 내것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시계가 10시반쯤을 가리켰을때 나는 옆방인 승희의 방에 용기내어 노크했다.
"누구야?"
까칠녀 다운 물음이었다.
"옆방에 서민혁입니다."
"기다려요."
잠시 쿵쿵 하는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끼익 열린다.
꼴에 여자라고 흐트러진거 보이는건 싫은 모양이었다.
"무슨일이죠?"
차가운 표정의 승희가 나타났다.
집이라서 그런지 팔랑거리는 짧은 남색스커트에 하얀 가디건의 편한 차림이었다.
"좀 드릴말씀이 있어서요.들어가도 될까요?"
"여기서 하셔도 될 거 같은데요."
냉기가 풀풀 흐르는 대답에 난 이내 포기한듯 피식웃었다.
"여기서 할말의 성질은 아니지만.."
나는 승희가 눈치채지 못하게 승희의 몸매를 시선으로 훑으며 말을 이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제가 이집에 들어온것이 못마땅하시다는거 잘 압니다."
"잘 알고 계시군요.정확하네요."
'이...건방진년.'
싸가지 밥말아 쳐먹은 듯한 답변에 속으로는 욕지꺼리가 올라왔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말을 이었다.
"이유를 들어봐도 될까요?"
"제가 왜 그 이유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뭐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전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뭐가 문제신지 모르겠군요."
내말에 승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콧웃음을 쳤다.
"그럼 며칠전 옆방에서 끙끙대던 소리는 뭘로 해석해야 하죠? 제느낌으로는 소명이랑 계신것 같던데요."
올커니. 그때 왕게임이 끝나고 소명이와 섹스하던 소리가 역시나 들렸던 모양이다.
"아 그래요? 의외로군요. 그런걸 몰래 듣는걸 좋아하는 취향인지 몰랐습니다만?"
내말에 승희의 얼굴이 갑작스럽게 벌게졌다.
"이..이봐요! 누가 훔쳐 들었다고 그래요! 여기까지 쩌렁쩌렁 울리는걸 그럼 제힘으로 안들을수 있나요?"
나는 최대한 재수없는 비웃음을 지으려 애썼다.
"아..그래요? 전 평소 승희씨가 지내는 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저렇게 티비를 크게 틀고 보셔도 말이죠."
"그..그건.."
"왜 안들리는줄 아십니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엔 승희씨는 싫다고 계속 하시면서 제쪽을 오버해서 신경쓰고 계시는걸로 생각되는군요."
"그..그런 어이없는.."
승희는 뭐라 반박하지 못한채 얼굴만 빨개져 씩씩거렸다.
"승희씨. 전 싸우러 온거 아닙니다. 우리 오해를 풀자구요. 저도 이유없이 미움받고 싶진 않단 말입니다."
"글쎄요.제가 불편한걸 어쩌란 말이죠?"
승희가 표독스럽게 쏘아 물었다.
"술이나 한잔 합시다.하면서 풀자구요.전 어디서 미움받곤 못사는 사람입니다."
"아니 내가 왜 댁하고 술을.."
승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막무가내로 술병이 든 봉지를 들고는 방안으로 침입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사람이?이봐요..지금 이게 뭐하는.."
승희는 짐짓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보았지만 난 신경조차 쓰지 않고 조그만 테이블에 가져온 술과 안주를 놓았다.
"승희씨는 성격상 소주가 어울릴듯 하더군요. 한잔합시다."
채승희는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남자가 막무가내로 자신의 방에 들어와 있으니 어찌할수 없는데다 자존심을 저리 튕겨놓고 낼름 술자리를 함께 할수도 없겠지..
난 승희의 마음을 알아 차리고는 일어나서 억지로 승희를 내 앞에 앉혔다.
"자자 앉아요 앉아."
나는 승희의 입에서 또 뭐라고 불평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술잔을 채워 승희의 앞에 내밀었다.
"뭐해요?안받고? 팔떨어지겠습니다."
승희는 앞에 있는 술잔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만 채념한듯 술잔을 받았다.
"승희씨. 여긴 다같이 사는 건물이잖습니까. 일단 술한잔마시고 오해라도 풉시다. 술자리가 끝나면 제가 이사를 하던지 하죠. 대신 이사를 갈땐 가더라도 미운털박힌 남자새끼로 한사람마음에 남기 싫다 이겁니다.아시겠어요?"
"정말...이사를 갈건가요?"
승희는 반신반의하는 물음을 했다.
"아아 이거참. 속고만 사셨어요? 옆방살고 밥먹을때마다 보는 사람이 제가 죽도록 싫다는데 왜 안나갑니까?나가야지요."
승희는 안심한듯 그제서야 술잔을 비웠다.
물론 거짓말이다. 내가 여길 왜나가나? 이런 먹잇감들이 나 잡아잡수 하고 널린 미인촌에서...
하지만 승희는 내말을 믿어버린듯, 마지막 가는놈인데 술정도야..하는 생각으로 천천히 술잔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나는 술이 꽤 쎈편이었다.
사실상 많은 남자가 공감하는 부분은 모르는여자를 먹을때 술만한 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남자가 갖춰야할 덕목은? 얼굴? 테크닉? 그런것 따위가 아니다.
답은 하나뿐. 여자보다 술이 쎄기만 하면 반은 먹고 가는 게 원나잇이다.
다행히도 승희는 드센 성격과는 다르게 술이 약해 보였다.
내가 쉴새없이 말을 시키며 술을 주는걸 넙죽넙죽 먹더니만, 얼굴이 벌게져서는 살살 혀가 꼬이고있었다.
"서민혁씨...이제보니 그리 나빠 보이는 사람은 아니네?"
술몇잔 들어갔다고 푼수처럼 실실 웃는게 이제 귀엽기 까지 했다.
됐다.이제 반이상은 성공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남자는 왜싫어하게 된거에요? 그렇게 이쁜 사람이,"
이쁘다는 내 칭찬에 승희의 얼굴이 더욱 발그레 졌지만 이내 표정이 굳었다.
"아..실례를 했다면 말 안해도 좋아요. 전그냥..."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어요."
내말이 끝나기 전에 승희의 답이 이어졌다.
말을 꺼내며 승희는 또 한잔을 비웠고 내가 빈잔을 다시 채워주었다.
"유학가더니만 거기에 부자년이랑 눈맞아 결혼을 했다고...이메일로 매너없이 이별통보를 하더군요."
"그랬군요..."
나는 짐짓 같이 시무룩해 진척 했다.
"그때부터 남자란 동물이 싫어졌어요. 그저 이익이라면 4년사귄여자도 버려버리는 그 마음자체가 싫어요."
승희는 술기가 오른듯 연신 술을 부어대었다.
취기가 오르자 조금 편한 자세가 되었고 짧은 팔랑스커트를 입은 채로 편히 앉아 흰 허벅지가 한눈에 드러났다.
더이상 취하는 것은 오히려 악영향이 있을수 있다.
술에 취한상태에서 따봐야 다음날 기억에는 술먹고 져지른 실수 아니면 기억이 안나는 경우.
둘다 장기적인 안목이라고 볼수 없었다.
나는 이제야 작전을 시행할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