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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부-부서이동,그리고 밀회 (31/47)

15부-부서이동,그리고 밀회

"헤헤..오빠~~"

사장은 몇번 본적이 있었다.

그의 취미가 부서별로 돌아보며 군시절 대대장처럼 순시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근데 왜 나는 캐치하지 못했을까?

그 사장이 예린과 어딘가 모르게 조금 닮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얼이 빠져 연신 브이질을 하는 예린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키도 훤칠~하니 잘생겼구만."

사장은 배가 약간 나온 전형적인 인상좋은 중년이었다.

그랬다.

우리 사장은 다름아닌 예린의 아버지였다.

'내 회사를 알아낼 거라고 하더니...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되다니..'

이건 단순히 예린이 회사앞에서 기다리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애초에 말이 안된다 생각했었다.

기계쟁이인 내가 기획실에?경영에 경자도 모르는내가?

"아예..감사합니다."

"그치 아빠?잘생겼지? 내미래에 신랑이야 ."

예린이 아빠앞에서 온갖 여우짓을 하며 생글생글 웃는다.

기획실장도 여직원도 그 모습에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맞춰주고 있었다.

"여기 앉아."

"아..네.."

상석에 사장...아니 예린의 아버지가 앉고 나자 나는 자리에 앉았다.

예린은 내옆에 털썩 앉더니 내 팔짱을 꼈다.

"자네 올해 나이가 몇인가?"

"아네...스물 일곱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네?"

"이녀석 졸업하면 바로 데려갈 껀가?"

이것은 분명 계산착오였다.

아니...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리도 구체적일 줄이야..아니 우리회사일줄이야!

예린이 싫진 않았지만,그녀와는 결혼을 생각해 본적 없었다.

"아...그건...제 맘대로 막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장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딸의 부탁이라면 달나라에 집이라도 지을, 부성애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직 고등학생인 우리딸이 애인이 있는건...뭐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차라리...거절을 해줬으면..'

나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랬다.

"인석이 내 유일한 외동딸이야.민혁군도 알지?"

"네..들었습니다."

"예린이가 이렇게 간청하는거 보면 자네가 제대로된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 이녀석은 사람보는눈이 있거든."

"헤헤~우리아빠 최고~~"

예린은 내 어깨에 얼굴을 비벼대며 연신 싱글거린다.

사장은 예린을 보고 한번 씩 웃더니 말을 이었다.

"기왕 내 사위가 될거면...경영부터 배워야 하지 않겠나?"

"사장님..저는..."

"1년이야 1년. 1년후면 예린이가 졸업을 하고 수영특기로 미국대학을 가게되지."

그건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미국에 같이 결혼해서 가려면 어느정도 회사경영은 그안에 다 배워둬야 하지 않겠나?"

눈앞이 캄캄해졌다.

뭐라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이제와서 '아니요'라고 하는 용기따윈 없었다.

어떻게 취업한 회사인데....여기서 한달일하고 짤리는 경력은 갖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선뜻 대답하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내인생이 달린 문제 아닌가.

'나는 예린이를 사랑하는가'

당연히 이 대답은 No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었다.

그녀는 예쁘고,발랄했지만 나는 사랑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니...사실 사랑이란거 자체를 내가모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저는...지금 제 일이 좋습니다 사장님."

나는 묵묵히 입을 열었지만, 예린과 사장은 내 말에 눈이 커졌다.

"게다가 경영쪽 공부를 해본적도 없구요...지금 제일에 만족하고 싶습니다."

"흠..."

"왜에~~오빠 얼굴에 실장정도는 해야 어울리지~젊고 멋진 실장."

예린의 말에 뒤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기획실장이 깜짝 놀라 물을 뱉는것이 보였다.

"그래서...기술지원부에 남겠다?"

"네.밑에서부터 배우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신입인데 사람을 관리한다니요...너무 이릅니다."

"아빠~ 그럼 우리여보 기술...거기 짱 시켜줘!"

예린은 5살난 아이처럼 사장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기술지원부 담당자가 누구지?"

"네. 윤민희 차장입니다 사장님."

사장의 물음에 기획실장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아..그친구를 다른부서로 보내고 자네가 기술지원부 맡아 볼란가?"

무대포도 이런 무대포가 없었다.

아무리 금지옥엽의 딸내미지만 어쩜 이렇게 휘둘릴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회사의 유능한 차장을 고딩딸내미의 조름때문에 갈아치우다니 말이다.

"당치 않습니다...저는 그냥.."

"에이~이사람...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예린이가 싫은거 아닌가?"

사장은 손사레까지 쳐가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럴리가 없지! 그치 오빠?"

옆에서 졸라대는 예린과 더 철없어 보이는 사장때문에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쉴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제가 기획실에 있겠습니다. 대신 일반 사원으로 있겠습니다..윤민희차장은 뛰어난 분입니다. 그분이

기술지원부에서 나가느니...차라리 제가 기획실일을 배워보겠습니다."

"음...알았네. 윤차장은 좋은 부하직원을 뒀구만."

사장은 씨익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두손을 모아 악수를 했다.

"잘해보자구 미래의 사위."

".....네...."

나는 아무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아빠 최고최고!"

예린이 아빠의 볼에 마구 뽀뽀를 하고 사장은 껄껄웃으며 예린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보였다.

"기획실장. 이 친구 자리하나 만들고 경영에 대해 잘 가르쳐봐.앞으로 엔에스 이끌 인재아닌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네."

"네."

"양가 상견례는 예린이 졸업하면 하도록하지."

"아..알겠습니다."

고향에서 팬션을 하며 살고계신 우리 엄마아빠가 이사실을 안다면 어떨까.

생각도 하기 싫은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일하게.쇠뿔도 단김에 빼라잖아."

하루종일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만큼 빨리 지나갔다.

"아...민혁씨.."

기획실에서의 첫 업무는 바로 그날 진행되었고, 나는 퇴근길에 오르면서 주차장에서 윤차장을 만났다.

"차장님.."

"어찌 된건가요."

어떻게 대답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의 차분한 눈빛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내게 보여줬던 웃음. 그리고 전혀 저항없이 이루어진 섹스.

내가 흠모하는 그녀에게 실망이란 단어를 안겨주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모르겠습니다..저를 좋게 보신건지...기획실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가요..."

윤민희 차장의 두눈엔 아쉬움이 담겨있었다.

"거절할수가 없었습니다...기술지원부에 남고 싶었는데도.."

"왜 거절을 하려했죠?"

윤차장은 머리를 살짝 쓸어넘겼다.

'차장님이 있으니까..'

수백번 목구멍에서 맴돈 말을 난 차마 꺼낼수 없었다.

"제가 할줄아는 일은 기술지원쪽 업무니까요."

"그래요...그거 뿐이군요.."

"차장님."

"즐거웠어요 민혁씨."

차장의 하얀손이 내 앞에 올라와 멈춰선다.

"이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면 그저 회사내의 같은 사원관계로만 남는건가요?"

"그럼 어떤 관계를 원하는데요?"

"친해지고 싶습니다. 차장님과 사원의 관계이상으로."

"그건 두고봐야할 일이겠죠. 팔아픈데 안잡아줄건가요?"

나는 천천히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부드러운 손은 다시 떼고싶지 않을만큼 매력적이었다.

"두고보시더라도...저는...저는 차장님을 계속 찾아올겁니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차문을 열고 있었다.

잠시후 윤민희 차장은 차에 타려다가 다시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래주세요...제가 민혁씨한테 느낀 좋은 생각이...잘못된 생각이 아니란걸 꼭 증명해줘요."

어떻게 집까지 왔을까?

복잡한 머릿속과는 별개로 내 몸만 따로 운전을 해온것 같았다.

술생각이 간절했다.

지금은 뭐라도 부어넣고만 싶었다.

'나는 어찌해야 할까?'

내가 정말 제대로 된 놈이라면?

예린에게 이야기해야한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노라고...그리고 회사도 그만둬야 한다.

하지만 빌어먹을 욕심이란 녀석은 내게 그런용기가 생길 틈을 주지 않았다.

회사를 관두면 윤민희 차장은? 나의 미래는?

머리가 정신없이 복잡해졌다.

-니가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그래서 존나게 파란 말이야.-

며칠전 상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누구일까.'

대답없는 정의였다.

나도 내마음을 알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라.

가장먼저 반사적으로 윤차장이 떠올랐다.

이어서 화인선과 생긋웃는 지혜. 그리고 한영이 떠올랐다.

나는 침대에 깊이 내몸을 묻었다.

-오빤...나 사랑해?-

-오빠가 좋아하는 한명의 여자가 되기위해 노력할거에요-

화인선의 물음과 지혜의 말이 내 머릿속에 애코처럼 울려퍼졌다.

"으아아아악 젠장!"

나는 사춘기때도 해본적 없는 고민때문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오빠 뭐해?"

문을 열고 들어온것은 화인선이었다.

지금 막 학교에서 오는 모양이었다.

연습을 막 하고 온 그녀는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귀여운 용모덕분에 더욱 순수해 보였다.

"인선아.."

"회사에서 누가 스트레스 줬어?"

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손으로 내 얼굴을 만져주었다.

편안한 느낌이 온몸으로 퍼진다.

"누가 그랬을까..우리 오빠를"

"아니야...스트레스는 무슨..그냥 답답해서.."

"왜 답답해?나 못봐서?"

화인선은 귀엽게 싱긋 웃었다.

"그래..너 못봐서그래..너무 바쁘잖아 너."

"미안해...개강이잖아 오빠...그리고 나는 발표회나 이런것도 준비해야 하구."

화인선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술먹고 늦게가도 화인선에게 미안하단 말을 한적이 없는데..

그녀는 늘 술취한 나를 밤늦게까지 기다렸다가 내가 침대에 눕는걸 보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내가 고작 그녀에게 주는 거라고는 뒤늦은 죄책감뿐이었다.

"역시 너일까?"

"응?"

화인선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내 인생에서 선택해야 할여자...'

나는 차마 맘속에 있는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뭐가 나라는 거야?"

"드라이브할까?"

"지금?"

뜬금없는 내 말에 화인선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너무 늦었는걸.."

"맨날 너무 늦는 시간에야 우린 몰래 데이트 했었잖아."

"그럼 나 씻고 올게.연습해서 온통 다 땀 투성이야."

화인선은 싱긋 웃더니 내 엉덩이를 손으로 툭 쳐주었다.

"힘내 민혁오빠.내가 있잖아..30분안에 준비하고 나갈게.밖에서 만나~"

나는 문을닫고 나가는 화인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민을 하는 이유엔.....너도 포함되어 있어....'

담배를 피워 물었다.

언제까지 나는 이런 의미없는 고민을 계속해야 할까.

언제나 결과는 섹스로 끝나버리고 빌어먹을 후회감만 밀려오는 이 짓을.

나는 언제까지 계속해야만 할까.

그녀들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두 나에겐 너무나 소중했으며 보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나란 놈은 쓰레기인건가.'

내 머릿속은 딱 다섯가지부분으로 순식간에 나뉘어졌다.

예린,윤민희,화인선,지혜,한영으로 말이다.

'뭘 망설이는가....그동안 나는 이렇지 않았어.'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될때까지 가보자. 어차피 수습불가의 상황으로 간다면...그냥 밀어붙이자.'

어차피 죄책감은 그때뿐,나는 또 욕정으로 움직이는 짐승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렇다면 뭐하러 죄책감과 후회를 하는가?

나는 독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고개를 들어 내안의 다섯명의 그녀들을 떨쳐버렸다.

'처음 하숙집에 올때 난 이러지 않았어.'

다시금 생각을 고쳤을때는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지는게 느껴졌다.

'사랑은 내게 있어 사치일뿐이야..그리고 한명을 고르는거 역시...나에겐 할수 없는 짓이야.'

약속했던 30분이 지났다.

화인선은 래깅스를 신고 팔랑이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날씨가 추운탓에 위에는 코트를 입었지만,세련된 옷차림도 그녀의 귀여움을 도도함으로 바꾸진 못했다.

"어디로 갈꺼야?"

그녀는 눈을 동글동글 귀엽게 뜨며 웃으며 물었다.

안전벨트를 해주면서 나는 화인선의 볼에 입을 맞춰 주며 대답했다.

"어디든지. 너랑 있으면...난 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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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평가도 해주시고...의견도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로멘스물로 기획했다가 돌아선지라...심리적갈등이 많다고 봅니다

원래는 비극결말로 한 15편쯤에서 완결하려고 했는데...

많은 분들이 원치 않으셔서 스토리 수정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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