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부-낮선사람. (32/47)

16부-낮선사람.

나와 화인선을 태운 차는 외곽으로 벗어나고 있었다.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자 화인선은 많이 들뜬듯했다.

"이렇게 둘이 달리니까 너무 좋다."

그녀는 싱긋웃으며 조수석에 몸을 깊이 파묻었다.

"너무 멀리가면 안되겠지?너도 내일 학교가고 나도 출근하니까 말이야."

"응~근데 뭐 이정도면 괜찮을거 같은데?"

날씨가 너무 추워 경치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산책은 할수 없었지만,새벽의 한산한 도로는 나름 운치가 있었다.

'그래..마음먹기에 따라 다른거야.'

누군가 그랬던가?걱정을 바꾸면 희망이 된다고.

양심에서 빚어진 여자들에 대한 나의 죄책감은 깨끗이 사라졌다.

내가 처음에 하숙집에 왔을때에 그녀들은 내 먹잇감일 뿐이었지 않은가.

나는 화인선의 다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괜한 걱정을 했던거야.'

무엇이 걱정일까?그녀들은 나에게 사랑을 준다.

나는 그냥 받아먹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여성편력 하나로 살아온 지금까지도...아무일이 없었으니까.

"잠깐 들렀다 갈까?"

멀리 반짝이는 네온사인이 보인다.

흔히들 그렇듯이 외곽으로 조금만 나서면 모텔촌이 널려있는 경우가 많다.

역시나 밤에도 마치 성화를 달아놓은 것처럼 네온사인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저런데 가본적이 없는거 같아."

화인선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지금 그냥 집에 들어가면 아쉽잖아."

어차피 인선은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마음속에 난 친절한 연인이었으니까.

"오빠는 여자가 많이 따르지?"

불빛쪽으로 천천히 차를 진입시켜는데 화인선이 입을 연다.

"하하..글쎄..왜?"

"나보다도...연애경험도 많고....그냥 그럴거 같아 오빠는.."

"내가 바람이라도 피울까봐?"

"아니..그런게 아냐..뭐랄까 오빠는...여자가 주변에 많을거 같은 생각이 들어."

여자의 직감은 무서운법이다.

하기야 내가 처음 화인선에게 접근했을때도 남들과는 달랐을테니...모르는게 정상은 아닐수도..

"어떨거 같아?내가 만약 너 말고도 여자가 많다면?"

"하하하..당연한거잖아..물론 싫지.하지만.."

"하지만?"

화인선은 운전하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운전을 하느라 앞을 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귀여운 얼굴이 생각나 마치 마주보고있는 느낌마져 들었다.

"그걸 안다해도 오빠가 싫어질수가 없어...이미 너무 좋아져 버려서.."

화인선은 부끄러운지 말을 마치고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빠는.."

한참을 망설인끝에 입을 열었다.

차는 잠시 갓길에 세워둔 상태였다.바로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모텔이었다.

하지만 할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좋은 사람은 아냐. 니말대로 여자를 너무 좋아해."

화인선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지만...좋아하는 여자들 하고 너하고는 달라. 다른여자들을 버려도 넌 버릴수 없어."

어느정도 진심섞인 고백이었다.

사실상 따귀한대 맞을 각오로 뱉은 말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애인에게 할말은 정말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화인선은 웃고있었다.

"난 그래도 기뻐...내가 특별한 여자라는거...그리고..."

살짝 말끝을 흐리는 그녀....나는 화인선을 바라보았다.

"나도..오빠한테 말못할 비밀이 있어."

"비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화인선은 묵묵히 차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은...말할수 없어..대단한건 아니지만..지금은.."

무엇일까..그녀의 고민..아니 비밀은..

나는 묻지 않는 것이 그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되었다.

어느것이던...내가 가진 비밀에 비해 그녀의 비밀은 사소한것임에 틀림없었으니까.

"상관없어. 나도 지금 너없이는 안될거 같으니까.."

내 말에 화인선은 내 손을 꼭 쥐어주었다.

차가운 인선의 손이지만 그것이 더욱 나에겐 자극적이었다.

나는 다시 주행으로 변속하고는 모텔쪽으로 차를 돌렸다.

"들어갈까?"

누가 먼저라고 말할것도 없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우린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코트를 벗겨내고 싶었지만 잠시도 인선의 몸에서 내 몸을 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인선과 키스하며 자연스레 그녀를 침대위로 눕혔다.

"하아.."

그녀의 숨소리가 내 귀를 유혹하듯 간지럽힌다.

나는 그녀의 코트를 벗겨내었다. 너무 서둘러서 마치 강간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거친 행동이었다.

"천천히..오빠..천천히.."

화인선은 마치 제자를 다루는 선생처럼 나를 다독이며 진정시켰다.

나는 그녀의 말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그녀의 니트를 벗겨내었다.

언제봐도 크고 이쁜 가슴. 내앞에서 브라에 쌓여 내 시선을 자극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눈에 띄게 들어간 허리는 그녀가 무용전공임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내 몸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어서 화인선을 범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는 재빨리 옷가지를 벗어 던졌다.

여러번의 섹스에 길들여진 탓일까? 내 자신이 알몸이 되는건 순식간이었다.

"애기같애..서두르는거.."

화인선은 꺄르르 웃으며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귀여운 그모습에 견딜수가 없어 나는 그녀의 치마안에 손을 넣고는 레깅스와 팬티를 같이 내려버렸다.

"아무도 안와 오빠..천천히..."

브라만 입은 그녀의 상체,그리고 팔랑이는 치마 밑으로 하얗게 모습을 드러낸 다리와 허벅지에 나는 이성을 잃을뻔했다.

그녀는 나를 다독이고 있었다.

"나는 오빠꺼야...아무대도 가지않아...급할 필요없어.."

그녀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나를 진정시킨 화인선이 살짝 상체를 일으키더니 손을 뒤로 돌려 자신의 브라 후크를 끌렀다.

가슴을 모아주던 브라가 힘을 잃고 옆으로 던져졌지만 그녀의 가슴은 탄력을 유지한채 모습을 드러냈다.

"왜자꾸 보고 그래 부끄럽게."

얼굴을 붉히는 그녀의 입에 부드럽게 키스를 시도했다,

조금의 거부없이 내 혀는 그녀의 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당연하다는듯이 내 손은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손안에 가득 쥐어지는 촉감.

귀여운 그녀의 얼굴과 몸매. 화인선이라는 여자 하나가 내 마음속에 각인된 크기에 비례하여 나는 어느때보다 흥분하고 있었다.

"으음.."

화인선은 언제나 나와의 섹스에는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 남자를 생각하는 그런 그녀의 마음에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봉사하려 애썼다.

나는 그녀의 가슴에서 내려가 치마 안으로 손을 넣었다.

팬티를 미리 벗긴탓에 그녀의 까칠한 털이 내 손에 잡혔다.

"벌써...?"

나는 놀라서 키스하던 입을 떼고 화인선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보지는 벌써부터 촉촉히 젖어 있었다.

별다른 애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미끈한 보지의 감촉은 내 성욕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부끄러움에 살짝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그녀의 가슴이 보인다.

흰 살결과 대조되는 핑크빛 유두. 난 참을수 없어 한입에 넣어 버렸다.

쪼옥..쪼옥..

젖꼭지를 살살 돌리는 내 혀에 그녀는 살짝 몸을 비틀며 내 목을 잡았다.

여자와 섹스하는 것을 흔히들 비속어로 '따먹는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나는 화인선만큼은 그런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귀여웠고,남자를 녹이는 몸매와 명기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헌신적에 가까운 사랑은 한 남자를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기에, 그런 상스런표현마저 불경스럽게 느껴졌다.

"아아앙.."

내 손가락이 동시에 보지로 파고들자 그녀는 나즈막한 신음성을 흘렸다.

화인선의 다리가 오무려지나 싶더니 보지안에 들어간 내 손가락을 꽉 물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살짝 돌려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비비며 그녀의 보지를 왕복하기 시작했다.

"오빠아..으응.."

그녀의 가슴이 내 타액에 젖어 매혹적으로 번들거린다.

그모습은 음란하긴 커녕 아름답기 까지 했다.

몸을 일으켜 그녀의 날렵한 허리도 혀로 훑어 주었다.

혀와 손가락이 완벽하게 따로노는 내 애무에 화인선은 이불끝자락을 살짝 쥐고는 신음했다.

알몸에 치마만 입은 모습은 묘하게 더 자극적이었다.

그녀의 음부는 보이지 않았지만, 간간히 내 손이 들락거려 치마가 올라가는 통에 거뭇한 털이 보였다.

흰눈위에 난 풀처럼 아름답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오빠...치마..."

이제 그녀의 보지에서는 감당못할 정도의 애액이 흐르고 있었다.

치마를 적실지 몰라 그녀는 내 손을 치마로 이끌고 있었다.

후크를 푸르자 그녀는 친절하게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었다.

다리를 타고 스커트가 내려가고 나자 그녀의 보지가 내 시선을 심하게 자극했다.

깨끗하기 까지 한 그녀의 보지는 수줍게 입을 다물고 진득한 애액을 머금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벌려 보았지만 그녀의 수축력을 입증하듯 손을 놓자마자 바로 오므러들었다.

"하아..아앙.."

나의 작은 애무에도 그녀는 쉽게 반응을 하고 있었다.

사실 화인선은 소명과 승희처럼 애무가 뛰어나지 않았다.

해줘도 그저 키스와 살짝살짝 터치하는게 전부일뿐.

오랄역시 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 몸을 섞고 나면 누구보다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녀의 보지 자체가 나를 엄청나게 자극 하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레 그녀의 몸위에 나를 포갰다.

화인선은 이제 능숙하게 다리를 벌려 내 허리를 감싸주었다,

그녀의 애액이 내 배부분을 살짝 적시는게 느껴진다.

화인선은 흥분이 가득한 얼굴로 내 눈을 바라보고있었다.

"사랑해 오빠."

나와 달리 전혀 거짓이란 없는 사랑고백.

알몸의 그녀는 사랑이란 의미 이상의 것으로 나에게 인식되어 있었다.

그녀의 가슴을 살포시 포개 잡았다.

조금씩 허리를 움직여 그녀의 구멍에 핀트를 맞추려했다.

'헉..'

구멍이 맞자마자 허리를 앞으로 진입도 안했는데 자지의 반이상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역시....화인선의 매력은 침대에서 그 빛을 발한다.

벌써부터 오는 아련한 황홀경에 나는 천천히 자지를 진입시켰다.

"아...오빠아..."

내 등에 그녀의 손가락이 파고든다.

화인선의 조개는 항상 나를 황홀하게 했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입구에 내것을 다 받아줄정도의 탄력이 있단말인가.

게다가 조이는 수준은 마치 손으로 하는것처럼 정교했다.

예린역시 나이가 어린탓에 조이는 힘이 상당했지만,화인선만큼 디테일하진 않았다.

쓰윽...쓰윽...

가슴벅찬 감동을 느끼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밑을 내려다보니 그녀의 보짓살이 내 자지를 덮어버리듯 물어제끼고 있었다.

"하아...하아,,,"

화인선의 귀여운얼굴이 홍조를 띄기 시작했다.

"너 그거알아...?"

내 물음에 그녀는 뭐냐고 묻질 않았다...흥분때문에 말이 안나오는 탓인듯했다.

"니꺼는...너무 ....너무 탄력있어..넌 잘 모르겠지만...진짜 못버틸정도야."

"아아앙.."

그녀는 대답대신 야릇한 신음성으로 화답했다.

내 손에 가득 들어오는 그녀가슴의 촉감을 느끼며 나는 허리운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워낙 세게 조이는 탓에 배와 허벅지가 부딪혀 나는 마찰음은 나질 않았다.

엄청난 조임에 자지가 더디게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나도 좋아,.,.아아...오빠,,,"

그녀가 오빠라고 부를때 가장 매력적이다. 물론 흥분한 상태에서만..

쓰윽..쓰윽..쓰윽..

"으으으.."

나는 절로 신음이 나오는것을 느꼈다.

그녀질속의 수천개의 근육들은 내 자지 곳곳을 압박하고 있었다.

나는 인선의 다리를 들어 옆으로 눕게했다,

엉덩이 밑으로 살짝 보이는 일자로된 틈바구니가 너무 매력적이다,

그녀는 옆으로 누웠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크게 부각되어 육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찰싹..찰싹..

몸을 무리해서 움직이자 비로소 그녀의 질 힘이 조금 풀렸다.

마찰음이 모텔방안을 울리기 시작했다.

"아앙..아아..나,...미치겠어..왜이러지.."

그녀는 절정으로 가고 있었다.

20여분의 피스톤 운동뿐. 애무도 오랄도 받지 않았지만 나 역시 긴장을 풀면 싸버릴거 같았다.

"아앙..."

왜마디 신음과 함께 화인선의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피스톤 운동을 하던 내 자지는 공교롭게도 귀두 끝부분이 그녀의 질조임에 딱 걸려버렸다.

'맙소사.."

마치 여러명의 여자가 혀로 귀두를 핥아주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질근육이 귀두를 자근자근 씹고 있었던 것이다.

"아..안돼는데.."

후회할 틈 없이 사정이 시작되었다,.

잽싸게 자지를 빼자마자 그녀의 질속에서도 하얀 애액이 흘러나왔다.

"하아...하아.."

그녀의 허벅지는 내 정액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안아줘.."

휴지로 닦는 나를 보며 화인선이 두 팔을 벌렸다.

그 모습은 보호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와락 껴안자 인선의 가슴감촉이 땀에젖은 내몸에 강하게 느껴졌다.

"오늘 최고였어..."

내 볼에 입맞추는 유화인선...그녀는 사랑하지 않을수 없는 여자였다.

"룰루루~~"

회사에서도 콧소리가 절로 나왔다.

마음을 바꿔 먹으니 갈등이 없고,갈등이 없으니 고민이 없다.

차예린에 대한 괘씸한 마음도 다 나 잘되면 장땡이라는 다소 양아치적 근성으로 참아 넘겼다.

기획실의 업무도 어느정도 적응이 된듯했다.

장차 사장의 사위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직원들은 가식적이겠지만 참 친절하게 대해주고있었다.

"자자..퇴근합시다. 수고들 하셨어요."

기획실장의 말에 오늘 당직근무자를 빼고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직근무자는 내가 처음기획실에 왔을때 리셉션데스크에 있던 아가씨였다.

"유희씨는 오늘 수고해 주세요,"

"네.다들 들어가세요"

그녀는 활짝 웃으며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유희.

기획실의 홍일점이자 얼굴이었다.

화장을 약간 짙게 하는게 흠이지만 미소가 이쁜 아가씨.

양심따윈 버린 예전의 나로 돌아왔기에 그녀역시 내 작업물망에 자연스레 올라갔다,

"수고하세요."

나는 그녀에게 목례를 하고는 밖으로 나섰다.

역시 칼퇴근으로 유명한 회사 답게 주차장은 벌써부터 썰렁했다.

멀리서 윤민희 차장의 흰색승용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는게 보였다.

'이런..오늘 하루종일 보지도 못했는데..'

왜인진 모르지만 가슴깊이 아쉬운 마음이 솟구쳤다.

"으아...몸이 너무 찌뿌둥하다."

약간의 업무였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예전같지 않았다.

수영할때는 하루 연습량 다 채우고도 쌩쌩했었는데...

'아..그러고보니 수영한지도 오래되었군.'

회사근처에 수영장과 헬스장을 겸비한 곳이 하나 있었다.

직장인들을 위한 종합 휘트니스 센터였다.

거기나 다녀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차를 몰아 집을 향했다.

'아 배고프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배가 고팠다.

그러고 보니 하숙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밥먹은지 꽤 지난거 같았다.

주인누나의 요리솜씨가 너무 그리워지다 보니 엑셀을 밟은 발에 자연히 힘이 들어갔다.

"응?뭐지 저놈은?"

한참을 달려 하숙집에 도착했을때에 나는 집앞에 왠 남자하나가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멀쩡하게 생겼지만 뭔가 음흉한 기운이 감도는 탓에 약간은 수상해보였다.

집앞에 주차라인에 차를 대고는 문을 열고 내리자 그 남자가 나를 쳐다보았다.

"누구시죠?"

나의 물음에 그는 나를 경계하며 쳐다본다.

"누구시냐구요. 저 이집사는데, 저희집앞에서 뭐하는 겁니까."

그는 답답하게도 대답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기..여기가 한영씨 사는 곳인가요?"

그의 입에 나온 단어는 나를 살짝 갸웃하게 했다.

'한영...?'

아무리봐도 모델 기획사쪽은 아니었다. 

정장도 아니고 청바지에 케쥬얼하게 차려입은 남자.

'근데 차는 좋은거 타는군..'

그의 옆에 비상깜박이가 켜있는 차량은 외제 스포츠카였다.

'돈많은 거 하고는 전혀 상관없을거 같은 옷차림인데..'

"네..맞습니다만...누구신지?"

혹시나 한영의 일에 관계된 남자일까봐 내 말투는 약간 공손해졌다.

그는 우리 건물을 살짝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네...한영씨좀 만날수 있을까요?지금 꼭 만나고 싶은데."

"모델쪽 기획사 분인가요?"

"아..아닙니다..한영씨가 이번에 제회사 모델을 하셨는데..개인적으로 할말이 있어서.."

"개인적...이라구요?"

'우리회사'가 아닌 '제회사'라고 하는거 보니 젊어서 성공한 사장인 모양이었다.

한영이 요새 공공연하게 모델로 상승새를 타는 중이라 의류나 화보쪽 광고가 심심찮게 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이라는 단어 자체의 어감이 좋지 않았다.

"그러지말고 전화를 해보시죠.그게 빠를거 같은데요."

"한영이랑...여기...같이 사시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내 말에 남자는 놀라서 까무라칠듯이 눈이 커졌다.

하기야..겉에서 보기에나 구조상으로나 하숙집보다는 오피스텔이다.

나야 그저 하숙집의 개념으로 같이 산다고 했지만, 타인으로써는 오해할 만한 발언이었다.

그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전화를 받지 않아요....애..애인이신가 보군요?"

"글쎄요...바쁜일이 있는가보죠."

"아니요. 한영씨는 오늘 스케쥴이 다 끝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한영의 스케쥴까지 꿰고 있는거 보니 한영의 팬이상을 넘어선 놈인 모양이었다.

멀쩡하니 돈도 많은 녀석이지만 한영을 이녀석에게 주고싶은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럼 제가 전화해 보지요.기다려 보시겠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