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부-예린과 지혜. (35/47)

19부-예린과 지혜.

며칠동안 내 일상은 똑같이 반복되었다.

기획실의 업무는 점점 손에 익어갔고, 점점 능숙해지고 있었다.

일의 특성상 이유희와 대화하는 날도 많아졌고,자연스레 장난도 치는 정도의 사이도 되었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회사에서 간혹 밀애를 나누던 강하루를 만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언제 봐도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그녀지만,상담원이 상당수 짤리는탓에 잠시의 짬도 허락치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기획실 입성의 첫 수확으로 강하루를 위해 상담원들의 연봉인상 방안을 내놓았다.하하하.

인사과가 기획실안에 있다보니,자연히 사원들의 연봉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와....역시 윤민희 차장이구나.'

호기심에 기획실 공유폴더를 열어 사원 연봉테이블을 본 나는 탄성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연봉은 전체 여사원중 단연 탑이었고,임원들 중에서는 세번째로 높았다.

아쉽게도 기획실로 옮겨버린탓에 내 연봉란은 빈칸으로 되어 있어서 확인이 불가능했다.

"곧있음 월급인데...민혁씨는 첫월급으로 뭐할거에요?"

유희가 내게 따뜻한 커피를 건내며 물었다.

"흠...글쎄요..아무래도 부모님을 좀 드리고 저축하는게 좋지 않을까요?유희씨는?"

내 물음에 그녀가 또 싱긋 웃었다.

"전...요새 펀드하고 있어서...재테크 시대잖아요?하하"

"오..일등 신부감이네요."

"에이~무슨말씀을."

시간은 오후 한시에 가까워 오고 있었다.

원래는 주5일제인 회사지만,토요일인 오늘 출근한 이유가 바로 기획실의 업무정산 때문이었다.

"자자.토요일시간 뺏어서 미안했습니다. 모두 퇴근하세요."

기획실장이 모두를 격려하며 정장상의를 입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유희를 보며 살짝 웃어준후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핸드폰을 확인했다.

-오빠...오늘 토요일인데 일하느라 힘들죠ㅠㅠ 저랑 밥먹어요.-

-회사앞에서 기다릴게요~-

지혜의 문자가 두개 와있었다.

흠....그러고보니 배가 많이 출출했다.

1시 업무 종료를 하는 탓에 점심을 거르고 쭉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탓이었다.

-여보세요-

"응.지혜야."

-회사앞이에요 오빠!-

엘레베이터를 타며 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아...저기 보인다! 그래 거기 있어."

-네~~-

투명 엘레베이터인탓에 밖의 경관이 아주 잘 보였다.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탓에 토요일을 즐기는 사람으로 붐볐지만,작고 귀여운 한 소녀를 금방 발견할수 있었다.

"오빠아~~~"

회사밖으로 나온 나를 보자마자 지혜가 뛰어왔다.

파스텔톤의 귀여운 옷과 털모자를 쓴 지혜는 마치 아기같은 모습이었다.

"에구..또 와서 기다린거야?"

살짝 모자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는 나의 말에 지혜는 내 허리를 팔로 감고 매달렸다.

"네!오빠 배고프죠?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가요.내가 사줄게요."

"하하하.학생이 무슨 밥을 사줘"

"저 용돈받았다구요~"

지혜는 뭐가그리 좋은지 싱글싱글 웃으며 내 손을 꼭 잡아끌었다.

근처에서 밥을 먹는게 좋을거 같아서 일단 회사쪽에 차를 두는게 좋을거 같았다.

"뭐하는거야 오빠!?"

갑작스런 외침에 나도 지혜도 소리난 곳을 쳐다보았다.

블랙바디의 아우디.

문옆에 서서 우리에게 소리친 여인은 차 옆에서 팔짱을 끼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고,흰색의 세련된 정장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미니스커트 밑으로 하얗고 잘빠진 다리.그녀는 얼굴에 쓰고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심통궂은 표정으로 우리를 쏘아보는 그녀는 차예린이었다.

한개 한개의 방이 미닫이로 되어 있는 고급정통 일식집.

나는 당황스러운 이 상황에 연신 담배를 피워물수 밖에 없었다.

방안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내 왼쪽 옆에는 지혜가 있었고,오른쪽에는 차예린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서로 다른 외모와 성격의 두 여인. 하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둘이 서로를 잡아먹을듯이 쏘아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말해봐 오빠.길에서 말하기엔 복잡하데서 일루 온거잖아."

예린이 지혜를 쏘아보며 내게 재촉하고 있었다.

"본대로야. 여긴 지혜고. 나랑 같은 건물사는 동생."

"그게 다에요?"

지혜의 저런 무서운표정은 생전 처음보는 성격의 것이었다.

"그리고....내 애인."

지혜가 원하는 대답이 이거였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입을 쭉 내밀고 예린을 노려보고있었다.

"오빠애인?하하하하하하하"

예린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지혜쪽을 바라보고는 머리를 쓸어 뒤로 넘겼다.

"뭐가 그렇게 웃긴거에요?"

지혜의 물음에 예린은 얼굴에 웃음기를 띄었다. 확실한 비웃음이었다.

"그냥 오빠가 한번 놀아준 모양이지? 저런 촌스런 여자가 애인인거 보니."

"뭐라구요?"

지혜는 발끈했지만 예린은 조금의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듯 말을 이었다.

"난 이해해 오빠. 내 남자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건 당연하거든."

예린이 내 볼을 살짝 만지며 말했다.

지혜의 얼굴이 주체불능으로 빨개졌다.

이미 음식은 다 나왔지만,나는 이 상황에 치여 음식을 먹을 생각따윈 할수 없었다.

"댁은 누군데 민혁오빠볼 함부로 만져요?"

"나?미래에 결혼할 사이지.댁같이 하루놀고 버릴 여자가 아니야.알아?"

예린은 당돌하게 지혜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루놀고...?결혼할 사이..?"

지혜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나는 지혜가 울음을 터뜨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찬 예린이를 순댕이 지혜가 이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울지 않고 있었다.

"오빠~그치?우린 결혼할 사이지?"

예린이 지혜의 시선을 무시해버리며 내 팔짱을 끼고 파고 들었다.

지혜역시 내 대답을 기다리는듯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 혼자 결정해 버린 일이잖아."

"오빠~왜그래잉~아직도 회사 찾아간거 땜에 삐진거야?"

내 대답에 예린이는 여우처럼 베시시 웃으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지혜는 내 답변에 조금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들해 이제.지혜도 예린이도."

"그렇게 못해요,"

당돌한 지혜의 대답에 깜짝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린이를 보는 지혜의 눈은 날카롭기 까지 했다.

"지혜야..."

"뭐에요 도대체...저여자 뭐냐구요..."

"말했잖아.미래의 와이프라니깐?기억력이 나쁘신가?"

"너한테 물어본거 아냐."

예린의 말에도 지혜가 무섭게 쏘아붙였다.

"지혜야..이건.."

"나도 알아요.오빠가 주변에 여자많다고 했고..어느정도 각오는 했어요."

아...저주스런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한단 말인가.

한숨이 푹푹나오는게 느껴졌다.

"그치만...저런 버릇없는 여자가...오빠옆에 있는건 싫어요.싫다구요."

"뭐??버릇없는 여자? 이게 정말!"

예린이가 발끈하며 코트를 벗었다. 지혜의 말에 열받은 모양이었다.

그녀의 딱 붙는 브라우스는 탱탱한 가슴덕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이봐! 나랑 민혁오빠는 갈데까지 간 사이야!가슴도 작은게.."

"누군 안그런줄 알아?그리고 반말하지마."

이건 확실히 지혜의 대발견이었다.

마구 쏘아붙이는 예린의 말에도 조용히 할 말을 하며 받아치고 있었다.

'미치겠다.'

생각같아선 지혜도 예린이도 뿌리치고 나와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회사생활도,하숙집생활도 종칠게 뻔했다.

"흥.하루 민혁오빠가 자줬다고 조선시대 여자처럼 달라붙기는."

"그러는 너도 그래 보이는데? 너야말로 큰 착각하고 있는건 아니고?"

"뭐야?이 절벽이."

"내세울건 가슴밖에 없는 모양이지?"

지혜와 예린의 공방전이 일식집 방안을 시끌시끌 메우고 있었다.

한방씩 폐쇄되어 있는걸 하늘에 감사해야할 일이었다.

아니..더 감사해야 할건 지혜와 예린밖에 없다는거 아닐까.

나와 엮인 여자들이 모두 이방에 있으면 대 혈전이 일어날게 뻔했다.

'헉!'

내 입을 덮치는 예린의 입술에 나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너...너..."

지혜의 눈이 두배는 커진게 느껴졌다.

"넌 민혁오빠가 키스나 해줘?난 이렇게 원할때마다 할수 있는데.."

예린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지혜를 쳐다보았다.

지혜를 바라보는 순간 지혜의 몸이 내게 덮쳐오는게 느껴졌다.

달콤한 허브향이 났다. 지혜는 두눈을 꼭 감고 있었다.

"너..너 우리 자기한테 안떨어져!"

예린이 내 입술에 강제로 키스를 하는 지혜에게 덤벼들었다.

'아...꿈이었음 좋겠다..'

점점 시끌시끌해지는 그녀들의 공방전에 머리가 터질듯이 조여오는게 느껴졌다.

"그만..."

내 중얼거림은 그녀들의 실랑이 사이에 묻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쾅!

주먹으로 테이블을 한차례 거세게 치자 그녀들의 고함소리가 뚝 그쳤다.

그 바람에 내 앞의 빈 접시가 밑으로 몇개 떨어졌다.

"그만들하라고 하는 소리 못들었어?"

"하지만 오빠.."

"그만!"

예린과 지혜는 쭈뼛쭈뼛 몸이 굳어져 내 눈치를 살폈다.

"지혜야."

"네에...."

"지금 뭐하는 거야.이해한다면서 내앞에서 그렇게 싸워야겠어?"

"하지만....."

"니 심정은 알지만 이게 뭐하는 거야.너답지 않게.넌 순수한 애잖아."

"자..잘못했어요...오빠.."

지혜가 고개를 살짝 떨궜다.

"헤헤~~거봐라~~민혁오빠는 내 편이라고 했지?"

예린이 지혜를 보며 히죽거렸다.

"차예린."

"응 오빠아~~~"

"너 내가 니 멋대로 하는성격 고치라고 했지."

내 말에 예린이가 급격하게 당황했다.

"그...그치만 저게 오빠 한테 키스를.."

"그런거 말하는게 아니잖아!"

내 고함에 예린이가 입을 삐죽 내밀며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지혜는 너보다 언니야.앞으로 이렇게 막무가내로 철없이 굴면..너 안볼거야.알았어?"

"아..알아쪄.."

예린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밥들먹자. 그리고 이게 뭐야 불편하게,"

셋이 테이블 한쪽에 같이 앉아 있으니 당연히 불편했다.

나는 건너편으로 건너갔고 예린과 지헤는 또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밥먹고...지혜는 집으로 들어가.차예린너도."

"그..그치만 오빠랑 데이트 하러..."

"집에가서 이야기하자.그리고 차예린너도,회사건에 대해 나중에 이야기해."

"알았어..."

한동안 말없는 어색한 식사가 이어졌다.

예린이 지혜를 보며 중얼중얼 거렸지만 지혜는 내 말을 잘따르는 여자답게 아무대꾸도 하지 않았다.

'슬슬 나오고 있는거야..우려했던 상황이...'

두여자들 다 나를 사랑하는 여자들이었다.

그리고 두명은 내 직장생활과 내가 사는 집에 연루되어 있었다.

어느 한명도 소흘히 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내 이익을 떠나서 어린 그녀들을 상처주는건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지금 이들중 한명이 한영이나 강하루였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시끄러운 공방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화인선이나 윤민희차장이 아닌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예린은 여전히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깨작거렸고,지혜역시 지금 이상황탓에 제대로 먹고 있지 않았다.

'이 두명의 애기들은 나중에 한명씩 따로 만나서 구어삶는 수밖에...'

대략적으로 생각을 정리한 나는 벌떡 일어섰다.

"오빠 갈거야?"

"응.밥먹을 기분도 안나고...지혜너는 집에서 이야기하자."

"알았어요 오빠.."

지혜가 다소곳이 대답하며 옷을 챙겨 입었다.

'집에서'라는 말에 예린이의 표정이 심술투성이 얼굴로 변했다.

"오빠 어디갈건데! 난 뭐야..오빠 보고싶어서 왔단말이야.."

예린의 두 눈이 촉촉해 지는게 보였다.

약해져서는 안된다...예린이는 나이만 어렸지 여우같은 아이였다.

내가 감싸줌으로써 지혜에게 자신의 한수 위라는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게 뻔했다.

"너도.나중에 이야기해.지금 셋이서 말해봐야 니들싸움만 볼게 뻔하니까.연락기다리고 있어.알았어?"

"힝..알았어...근데...미워...오빠미워.."

예린이 훌쩍거리며 코트를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못바래다 줄거 같아.미안해.오늘은 좀 혼자 있을게."

"마..많이 화났어요?나땜에?"

지혜는 울상을 지으며 미안한듯 고개를 숙였다.

"그런거아냐. 화난건 맞지만 너때문은아냐.너도 어서 집에 들어가있어.오빠 오늘은 좀 혼자 있을게."

"알았어요..."

밖으로 나가자 창밖으로 예린의 차가 쏜살같이 빠져나가는게 보였다.

나는 예린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토라진게 아니었다.

남자의 관심을 끌려면 어떻게 하는지 잘알고 있는 여우같은 아이였다.

'페이스에 말리면 안돼...하지만 너무 소흘히 하진 말자.'

가능하다면 두마리 토끼가 아니라 열마리의 토끼라도 모두 잡고 싶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자 핸드폰의 문자음이 울렸다.

"머..먼저 갈게요 오빠."

"그래.못바래다줘서 미안해.이따 집에서 이야기하자."

"네."

지혜는 아직도 내가 자신때문에 많이 화났다고 생각하는지 힘없이 가게문을 나섰다.

문자메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얌마.뭐하냐. 오늘 이 형이랑 재밌게 놀아보자. 어디야?-

그것은 상호의 문자메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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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리플들과 추천에 힘을 입어 감기가 쾌유증세를 보입니다.

밑에 끄적님의 글을보니 상당히 공감하는 코멘트를 써두셨더군요.

저같은 경우에도 악플은 아니지만 의도를 알수 없는 쪽지가 자주 옵니다.

어제같은 경우엔 

'처음엔 재밌다가 점점 재미없다.글이 X같아 진다.'

라는 쪽지가 오더군요.

사실 그렇습니다.

저를 포함한 연재자분들이 돈받고 하는것도 아니고(뭐 저는 돈받을 실력도 없지만)

그저 한분한분 리플과 추천보면서 흐뭇한 그맛에 쓰시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의 구성상 어색하다거나 ,혹은 맞춤법이나 문법이 틀리다면 지적환영입니다만.

저런 원색적인 비난은 그냥 제 글을 보지 않는걸로 대신해주셨으면 합니다.

소라회원분들 한주 잘 보내시고...다음 게시물연재때 뵙겠습니다.

아참...모두 감기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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