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부-비밀속의 또다른 비밀
"할 이야기라니...뭔데?"
누나는 싱글 웃으며 내옆에 다시 누웠다.
그녀는 마치 남편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는 어린신부처럼 내 가슴에 살짝 손을 비벼보였다.
"이 하숙집애들..분위기가 이상하지 않나요?"
"응?"
그녀는 나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그냥...서로 친하지 않은것 같아요...아니 어찌보면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거 같기도 하고.."
내 말에 주인누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사실 그랬다.
어느정도 비밀이 지켜지는게 지금 이상황에서는 더 어이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원룸식으로 나뉘어져 있다지만,화인선과 지혜는 자신이외의 다른 여자들이 나와 몸을섞었다는것을 모른다.
"글쎄...그건 애들이 서로 맘이 안맞어서 일수도 있는거고.."
"아니요.그렇지는 않아요.뭔가 있는거 같아요 여기."
"난 잘 모르는일이야.."
누나가 얼굴을 휙 돌리는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무언가를 피하고 있었다.
마치 치부를 숨기고 있는 국회의원처럼..그녀는 대답을 회피하려 애쓰는것처럼 보였다.
"근데 민혁군 아까 보니 얼굴이 좀 상처가 있는데.."
"누나...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줘요.전 정말 알고 싶어요."
"흠..."
누나는 가슴언저리를 이불로 가렸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가 생각났다. 벗어놓은 바지를 뒤적거리자 누나는 종이컵을 살짝 내밀었다.
"여기 재털이 대신..."
"아..고마워요."
나는 누나의 대답을 기다리며 담배불에 불을 붙였다.
"사실...우리집에 예전에 있던 사건때문에 분위기가 그렇게 된거야."
"어떤...사건이죠?"
소명에게 듣다만 이야기가 있었기에 서두는 알고 있었다.
누나는 약간은 우울한 표정으로 이불을 턱까지 끌어 올렸다.
"여대다 보니 여긴 예전부터 여학생들만 살았어...남자는 민혁이가 처음이지.."
나는 묵묵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경청했다.
"내겐 남동생이 있었어...정확히 말하면 사촌 남동생이지..그녀석이 여름에 놀러왔었어."
"그랬군요..."
여기까지가 소명에게 들었던 이야기 였다. 중요한건 다음구절이었다.
나도 모르게 담배재가 떨어지는지도 모르고 누나를 바라보았다.
"몹쓸짓을 저질렀지...그놈이...우리집에 당시에 쌍둥이자매가 살았어...아주이쁘고...순수한 아이들이었는데.."
나는 뒷통수를 맞는 충격을 느꼈다.
내 예상이 맞다면....
"강간인가요."
"....응..."
치지지지...
마지막으로 담배에서 강하게 빨아드리는 소리가 나며 허공에 연기가 뿜어졌다.
"쌍둥이 자매중 언니를 강간했고....그 언니는 자살했어....완전히 망가졌어...그 망나니 같은놈 하나로...당연 우리집은 장사를 못할 정도가 되었고..."
"그..그랬군요.."
"당시에는 우리집에 소명이랑 인선이..승희가 있었어. 그 아이들역시 충격을 받았었지..너무 많이 힘들었어.."
누나의 눈에 살짝 눈물이 맺히는것으로 보아 그때 누나는 많은 심적 고통을 겪은 모양이었다.
"힘들었겠군요,,.누나도 아이들도.."
"이 집에 사는것들은 모두 당했다...더러운년들이다라는 소문까지도 감수하며 아이들은 지내왔어.."
그거였구나....하숙집에 그런 일들이 있었어...
"우리집의 오해받는게 싫어서..나는 다른 방침을 세웠어. 철저히 개인생활이 보장받도록 원룸형으로 다시 집을 개조했지. 그리고 왠만하면 친구끼리나 자매끼리 오는 아이들은 받지 않았어."
"그...그런.."
사실 누나가 취한 방법은 극단적이고도 단순한 방법이었다.
아이들끼리의 마음을 가로막은 철문.
그리고 지혜나 한영은 그 사실을 모르기에 아이들끼리의 교류를 주인누나는 제한한 것이다.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그때의 상황을 몰라서 그래...그런 극단적인 방법아니면...어찌할수가 없었으니까.."
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하지만...화인선이 말한 자신의 비밀은 뭘까.
화인선의 비밀은 하숙집의 비밀속에 숨겨진 판도라의 상자같은 것일까?
아니면...아니면...
"혹시...그 쌍둥이자매 중 동생이 지금도 여기 살고 있나요?"
만약에 만약을 더한 가설이었다.
하지만 주인누나는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맞는 모양이군요...."
누나는 말을 꺼낸거 자체를 매우 후회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결심한듯 일어나 몸에 타월을 둘렀다.
충격에 젖어 있는 나를 보며 그녀가 한마디를 더 추가해서 던졌다.
"그래...그 쌍둥이의 동생이....화인선이야.."
내 차는 여대생들이 낑낑대며 올라가는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내가 퇴근한 시간인 6시이후로도 연습실에서 있는 화인선을 데리러 가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오늘은...한영의 방에서 말했던 바로 그 특별할 날이었다.
-오늘 학교로 데리러 오겠어?데이트하고싶어..-
그녀의 문자를 받은 1시부터 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는...
강간을 당한 언니의 자살.
그리고 이유는 모르지만 끔찍할수도 있는 그 집에서 다시 살게된 화인선.
그녀는 어쩌면 그때의 기억이 섹스기피증으로 올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겐 언제나 헌식적이고,침대에서는 나를 항상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그녀..
상처를 안아주고 싶었다.그리고 무엇보다...
'화인선의 비밀은 그게 다가 아닐지도 몰라..'
주인누나의 말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한영에게 비밀을 감추고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한것도 걸리는데다가, 그녀가 겪은 일은 말하기싫은 악몽이었지만,내게 말못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몸이 더럽혀진 사람은 자신이 아닌 죽은 쌍둥이 언니였으니까..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내 차는 어느덧 화인선의 무용과 건물에 다다라 있었다.
계단에서 화인선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한영에게 빌렸다고 들었던 옷은 예상외로 매우 여성스러웠다.
드레스 계열의 검은색 스커트,그리고 검은색의 코트.
그녀의 긴 머리칼은 정갈하게 묶여 있었고,화장기 없던 평소와는 달리 약간은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평소의 귀여움보다는 '예쁜'이미지에 가까운 화인선의 모습에 가슴이 설렜다.
쪽!
어느새 내 옆에 탄 화인선이 내 볼에 입을 맞춰 주었다.
한없이 밝은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졌다.
"많이 기다렸어?춥지?"
"아니야 오빠.하나도 안추웠어."
"연습하러 왔다면서 왠 화장에...그 공주 옷차림은 뭐야 하하"
"칫...맘에 안든다는거야?오빠 만나려고 과실에서 다 세팅하고 온건데."
"아니..그 반대야.너무 공주같고 평소보다 이뻐."
내 진심이 읽힌 것인지 화인선은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나 배고파..오빠."
"아..그럴줄 알고 예약해뒀어."
"오..어딘데?"
"가보면 알지요."
나는 화인선에게 안전벨트를 해주고는 차를 움직였다.
사실 이 날이 무슨날인지도 몰랐지만,어느정도 준비는 해둬야겠다는 생각에 유명한 해물뷔페식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뒀었다.
그 레스토랑도 고급레스토랑 아니면 알지도 못하는 예린에게 주어들은 것이지만..
"와아!여기 비싼곳인데!"
그리 멀지 않은탓에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화인선은 연신 생글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늘은 왠지 비싼거 사주고 싶더라구."
"우리 자기 최고야!"
내 팔에 감아들어오는 인선의 팔짱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가자.서버가 나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예약된 자리로 안내했다.
"뷔페식으로 이용하시면 됩니다.좋은시간 되십시오"
담당서버의 간략한 설명을 듣자마자 인선은 신이나서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유명레스토랑 답게 생천처음보는 산해진미가 즐비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시미나 초밥,그리고 비프요리까지..
화인선은 음식하나도 꼼꼼하게 접시에 담에 자리에 돌아왔다.
맛있는걸 보고 신이나서 입술을 오물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미칠것만 같았다.
"많이 먹어 인선아."
"있잖아 오빠.."
"응?"
화인선은 포크로 접시위에 있는 셀러드를 살짝 뒤적이며 말을 걸었다.
"사실..오늘 말이지..."
"응.."
드디어 궁금증중 하나가 풀리는건가?매우 소소한 것이긴 하지만.
"오늘 우리 사귄지 50일이야!"
"에.....에엥?"
나는 잠시 멍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한마디로....아무날도 아니잖아..........
"엣!뭐야 그 표정은..."
화인선은 표루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아니..사실 내가 연애를 제대로 많이 안해봐서 그런지...50일은 생각도 안했었어.."
화인선이 실내가 더운지 살짝 코트를 벗었다.
몸에 쫙 붙는 폴라티 위에는 내가 사준 자수정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붙는 제질인 탓에 어디있어도 눈에 띌만한 가슴굴곡과 잘록한 허리의 윤곽이 드러났다.
"음,,,나도 사실....사귈때도 그런거 염두에 안뒀었어...그런데..오빠하고는 모든걸 다 챙기고 싶어.사소한거 하나까지.."
"인선아.."
미친듯이 키스하고 싶었다.
그녀의 속사정을 듣고나서,나에대한 태도를 보았을때는...화인선은 더 큰 존재로 내게 부곽되어 있었다.
흡사 예전 야근때 윤민희 차장에게 느꼈던 그 감정하고 비슷할지도 모른다.
아니..확실하진 않지만 그 이상일것이다.
"감동받으면 안되는데?헤헷."
화인선은 귀엽게 웃으며 과일을 한입 베어물었다.
"오빠두 이런거 부터 먹어.이런데선 과일부터 먹는거랬다구."
"그래그래..."
사시미를 한조각 입에 넣었지만 아무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녀를 안고만 싶었다.
나따위 인간으로 그녀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오늘만큼은 남편이상의 존재도 될수 있을거 같았다.
화인선은 연신 내 앞에서 조잘거렸다.
친구이야기,무용이야기,그리고 같은 학교에 자신에게 대쉬했던 어리숙한 남자애 이야기..
나는 음식을 먹는것도 잊고 나도 모르게 멍하니 화인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잘조잘 말하는 그녀의 눈은 호수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그 눈에서 슬픔과 비밀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을수 없었지만...
"아아 배부르다."
"응 그러네."
인선은 행복한 표정으로 싱글거렸다.
"우리 자기 덕분에 내주제에 이런것도 먹어보고 말야..히힛."
"근데 인선아."
"응~"
"그동안 니 가족이야기를 들은적이 없었는데...넌 외동딸이야?형제는 없니?"
내 질문에 화인선의 입가의 웃음이 단숨에 가셔버렸다.
"우리집은 딸만 세명이야...언니는 있었어...죽었지만..."
"미...미안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녀를 위해 슬픈척을 해야만 했다. 그게 매너니까.
"아냐~예전일이고...난 다 잊었어.오빠가 있으니까."
"고마워.인선아."
'그런데....딸이 셋이라면...세 쌍둥이였나..'
"언니는 나랑 쌍둥이였어.그리고 연년생 동생이 하나있고...아참.동생은 쌍둥이 아니야,하하."
"너와 쌍둥이라면....언니도 엄청 이뻤겠다."
"하하하."
생각하기가 무섭게 화인선이 답을 주었다.
화인선의 동생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녀의 얼굴로 미루어 보건데 틀림없이 미인일 것이다.
"나...집안 이야기 하는거 별로 안좋아해."
"미안해.생각없이 물은 거였어.그때 나한테 말했던 비밀도...언니에 관한거니?"
사실 이 질문을 위해 화인선의 아픈추억을 건드렸던 것이었다.
화인선은 대답없이 오렌지 쥬스를 빨대로 한모금 들이켰다.
"아니야...그게 다는 아니야 오빠. 나중에...오빠가 나와 결혼할 맘이 생겼을때...그때 말할게."
"결혼...?"
화인선은 결혼을 전제로 나를 만나고 있었던건가...? 그녀의 나이는 시집갈 나이이긴 하지만..
'나는....최악의 남편감이야...'
예린의 장래 사위를 빙자해 기획실에서 편하게 업무를 보고 있는나..
그런것도 모른체 회사에서 내 능력을 알아준거라고 기뻐했고,또 그런 나를 자신의 낭군으로 찍고 있는 화인선...
마치 악마와 천사가 사랑에 빠진 것처럼 전혀 조화가 맞지 않는 조합임에 틀림없었다.
"오빠는...그런거 싫어?"
"아니야...나도...결혼한다면 인선이 같은 애랑 하고싶어..하지만...지금 내 상황이 복잡해서.."
화인선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겁이나...지금 너한테 행복한거보다 불행을 줄거 같아서..."
"기다릴게 오빠."
"응?"
"오빠가 나한테 프로포즈 할때까지...오빠만 보면서 기다릴거야."
"인선아.."
화인선이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부드러운 여자의 손길에 이토록 설레여본것은....엄청 오랜만이었다.
그때...윤민희 차장에 이어 두번째로..나는 인선에게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 내시선의 의미는 화인선에게 다르게 작용하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낮게 속삭였기 때문이었다.
"자고...갈까?"
쏴아아아...
뜨거운 물을 맞으며 알몸의 나와 화인선은 서로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화인선의 몸전체에 입맞춤을 해도 지금은 분이 풀리지 않을거 같았다.
"오빠...침대로..."
그녀의 젖은 알몸이 내 심장을 더욱 요동치게 만들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아주 당연하게도 우리의 몸이 얽혔다.
그녀의 순백색의 알몸은 마치 옥을 제련해 만든 하나의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난다.
"하앙.."
뜨거운 그녀의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인선의 몸을 아무리 더듬어도...내 심장박동은 멈추질 않았다.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더듬어 찾았다.
달콤한 솜사탕맛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입술은 너무도 달콤해 미칠 지경이었다.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그녀에대한 애정으로 간신히 붙잡았다.
내 자지가 그녀의 중심부로 빨려들어갔다.
너무도 익숙한,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조임과 압박감에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화인선의 감겨있는 두 눈은 내게 모든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벌어진 다리가 내 허리에 감겨 들어왔다.
화인선의 가슴을 꼭 움켜쥐었다.
평소의 욕망의 섹스가 아닌, 애정으로 뭉친 나의 움직임에 화인선은 평소보다 많은 양의 애액으로 보답했다.
"오....오빠..."
절정에 달한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타고 맴돈다.
'상관없어...어떤 비밀이던....너는 내가 평생 데리고 갈거야...어떤 짐을 얹고 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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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기대이하로 시시하다! 뭐가 이리 허술해!라고 생각하시면 할수 없지만!
남은 이야기 속에서 천천히 스토리를 펼쳐 나갈겁니다~많이 응원해 주시구요..
이제 거의 결말로 향해 갑니다..
재미 없으시더라도...리플과 추천좀...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