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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부-청혼.그리고 지혜의 선전포고. (43/47)

27부-청혼.그리고 지혜의 선전포고.

"휴우...정말 어렵군."

프로포즈라는거...나같은 놈이 해봤을 턱이없다.

회사에서야 허구헌날 입는 정장이지만, 오늘 프로포즈를 위해 입은 수트는 너무나 불편했다.

내 앞에는 미끈한 검정 리무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늘의 프로포즈를 위해 업체를 통해 빌린 녀석이었다.

화인선이 내게 비밀을 공개했다는건...나에게 프로포즈를 받겠다는 신호와도 같았다.

때문에 난 마음이 급蠻行?밖에 없었다.

마음을 정한 화인선이 나와의 관계를 이제 공공연히 선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왕 이렇게 여기까지 온거...후딱 해치워 버려야 한다..'

취해야 할 여자는 확실히 취해야 했다. 그것이 내 사랑법이라면 사랑법이였다.

담배를 피워물다 말고 리무진의 뒷자석을 바라보았다.

넓은 공간에 와인이 비치되어 있었다.

"잘..되려나?"

나같은 놈도 이런순간엔 긴장되는 모양이다.

세삼스레 이런 과정없이 약혼해준 예린이 너무 고마운 순간이었다.

'여자들이란...왜 이런 거추장스러운걸 필수로 아는건지....'

상념에 젖을 시간이 없었다. 시간은 화인선이 연습을 끝내는 8시에 다가워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금 출발할까요?"

이벤트 회사에서 리무진과 같이 보내준 운전기사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기야...내가 운전하면 뒤에서 프로포즈를 할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지요.."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시트에 몸을 살짝 기댔다.

주머니속에서 화인선에게 줄 반지가 만지작 거렸다.

-사모님 주실건가봐요?미국에 있는...-

내가 반지하나만 준비해 달라고 했을때 유희가 한말이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부러움의 눈빛을 읽었을때...난 순간 그녀를 품을 뻔했었지..

'아니야.급할필요 없지...유희는....'

이미 고향에 있는 어머니께 며느리감이 있다고 소개한 뒤였다.

모든 것은 완벽했다. 내 계획에 헛점이란 없으리라...

혼자 중얼거리는 동안 내 차는 화인선의 연습실 앞에 도착했다.

여대다 보니 수많은 여성들의 시선이 리무진에 꽂히는게 보였다.

'없어...이렇게 많은 여자가 있지만....'

나는 살짝 긴장감이 들어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내 주변의 여자들만한 아이는...단 한명도 없어.'

"오...오빠.."

내가 내리자 깜짝 놀란 표정의 화인선이 보였다.

무용을 하는탓에 자꾸 내려오는 머리를 위로 묶어 올린 정갈한 모습.

하얀 피부와 큰 눈. 그리고 가냘픈 목선.

핑크빛 가디건에 하늘하늘한 치마를 입었지만 분명히 보이는 그녀의 균형있는 몸매.

시선을 잡아끄는 차에서 내린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 그녀는 깜짝놀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오늘따라...더 이쁘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지만 오늘만큼은 어느누구보다도 눈부신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준비된 꽃다발을 화인선에 품에 안겨주었다.

상황파악이 된 화인선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이는가 싶더니 너무도 환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서 타세요 아가씨."

싱긋웃는 나의 모습에 그녀는 새침한 아가씨처럼 차에 올라탔다.

"출발합니다."

하루 운전기사 역활을 맡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운전석과 우리 사이에 칸막이가 올라갔다.

"우..우와..오빠 이런거 어디서 난거야?"

"빌린거지.오늘을 위해서."

"너무 멋지다..근데 비쌀거 같아.."

신기한듯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는 화인선이 귀엽게 보였다.

"자 와인한잔?"

"와..와인?"

화인선이 얼떨결에 와인잔을 받아들었다.

"오늘,...무슨 날인거야?"

그녀는 아직도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날이지.당연히."

나는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들었다.

와인잔을 입에 대다 말고 화인선의 눈이 커지며 그녀의 몸이 경직되는것이 느껴졌다.

이유희의 센스에 맡긴 선택이었는데,역시 그러길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게 컷팅된 다이아몬드가 리무진의 흐린조명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이..이거.."

화인선의 손을 잡고는 네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밀어넣었다.

"너..너무 이뻐.."

"인선아."

"응?"

"결혼해줄래.나랑.."

화인선의 눈에 조금씩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대답 안해줄거야?"

내가 장난스레 웃자 그녀가 내 목에 팔을 둘렀다.

"당연히....당연히 예스야..."

"그럼 너도 끼워줘야지."

내 오른손에는 내 몫의 반지도 들려있었다.

화인선이 한손으로 눈물을 훔쳐내더니 나에게서 반지를 받아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녀가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과연 이반지가...내손에 얼마나 끼어 있을지는 의문이겠지만..

"그 다음은 없어?"

"응?"

갑작스레 내게 묻던 화인선이 내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춰주었다.

"바보야.반지주면 키스도 하는거지."

"하하...나는 그저 빨리 레스토랑으로 가고싶은 맘에.."

"미안한데..어쩌지?"

"응?"

화인선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레스토랑은 못갈거 같아."

"아..왜?"

"사실 오늘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어...동창회라서...빠질수가 없어서.."

화인선은 정말 미안하다는듯 울상을 지어보였다.

"오빠가 갑자기 와서는 멍해서 차에 타긴했는데...미안..모처럼 프로포즈인데..미안해..힝.."

"아 ...괜찮아. 어차피 프로포즈가 성공한거로 난 만족인걸."

피식웃는 내 모습에 그녀가 안겨왔다.

무용연습후인데도 그녀의 머리결엔 상큼한 샴푸냄새가 가득했다.

"이제 부모님 면접만 남은거네 우리?"

화인선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네...아..어디서 내릴거야?"

"가까운 전철역에 내려줘."

"바래다 줄게."

"아냐...사실 전철에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한아이가 있어."

화인선의 말에 칸막이를 두들기며 기사에게 지하철역쪽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내리기 전까지 나 좀 기댈래."

내 팔에 팔을 두른 화인선이 내 어깨에 살짝 기댔다.

애초에 분위기를 타는 동물이 여자인지라....

나는 그녀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려주었다.

'일단 뻔한 성공이었지만....성공은 성공이고...'

이렇게 되면 리무진을 빌릴 시간이 조금 여유가 생겨버린꼴이 되었다.

'일단 인선이 내려주고 기사분은 보내야겠군.그리고 나서...어디로 가야하지?'

애초에 오늘밤 내내 프로포즈 의식을 거행할 생각이었다.

철저하진 않았지만 나름 꽤 오래 생각해둔 로멘틱한 분위기를 위한 계획이었다.

허나 동창회 하나에 무산되자 앞으로의 귀찮음은 없어졌지만 왠지 허무한기분마져 들었다.

창밖으로 서서히 지하철역의 지하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살짝 웃었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지는 자명한 일이 되어버린듯했다.

'어디긴....답은 이미 나온거 아닌가?'

"수고하셨습니다!"

여느때와 같이 그녀는 밝게 웃으며 스튜디오 밖을 나서고 있었다.

어딜가나 시원시원한 성격은 환영받을게 분명했다.

날씨가 따뜻해진 탓에 그녀는 어깨가 살짝 드러나는 긴팔티와 청스커트를 입은 활발한 옷차림이었다.

"오...오빠.."

한영은 두번놀랐다.

한번은 리무진이 서있어서 놀랐고 다른 한번은 거기에서 내린사람이 나라는거에 대해 놀랐던 것이다.

"어..하..한영씨 남자친구야?멋있다.."

그녀의 동료들인듯한 모델들이 내게 살짝 목례를 하며 속삭였다.

"아..아니에요..이..사람은.."

한영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타.한영아. 할말이 있어."

내가 운전을 해야하니 뒷좌석에 태울순 없었다.

허나 리무진의 앞좌석은 뒷좌석에 비해 좁을뿐 전혀 초라하지 않았다.

묵묵히 차에 올라탄 그녀를 태우고 나는 다시 차를 움직였다.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내 차를 쳐다봤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오빠.."

"바쁜일있니?"

"약속은 있어...이따가.."

"잠깐만 나한테 시간좀 내줘."

"어디로 가는거야?"

한영은 여전히 내 앞에서 말수가 적어지고 어눌해진 모습이었다.

그녀가 찍은 사랑은 자신의 언니에게 가버렸으니...속으로는 얼마나 울었을까?

우리는 몇십분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화인선과의 무드조성을 위한 한강의 야경이 보이는 명당자리엔 나와 한영이 있었다.

"갑작스럽게....왔네."

"오늘 인선이한테 프로포즈를 했어."

한영의 두눈이 크게 떠지더니 이내 고개를 떨궜다.

"노..놀리러 온거라면 그만둬."

"놀리러 온거 아니야."

한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마치 빨리 보기 무서운 무언가를 보는것처럼.

"예전에...너 그사장에게 끌려갔을때 생각했어."

나는 묵묵히 앞을보며 말을이었다. 내 옆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며..

"잃고 싶지 않다는생각.너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한영을 다시 바라봤을땐 그녀의 눈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인선이를 밀쳐낼순 없었어..그 때문에...니 고백에 그렇게 반응했고...나도 널 좋아해..."

요새는 내가 하늘에서 벼락을 맞지 않을까 늘상 고민된다.

내가 생각해도 찔리는게 많았기 때문이다.

"오...오빠도...나를?"

한영의 볼은 조금씩 빨갛게 물들어갔다.

멋진몸과 쿨한 성격을 지닌 그녀지만 좋아하는 사람앞에 작아지는 여자일뿐이었다.

"미안해...어쩔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나 받아줄래...지금 이대로라도 좋다면.."

"그..그건..."

언니때문에 안돼...라고 하려했을 것이다.

허나 그녀의 말은 내 입술에 묻혀버렸다.

"음..음.."

약간의 동요는 있었지만 전혀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됐다....먹힐거 같아..'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서서히 그녀의 티셔츠위로 손을 올렸다.

쪼옥...쪽...

생각해보니 내 성적스킬은 계속 진화하고 있는듯했다.

한영은 난생처음느끼는 키스의 기술에 당황한듯 어쩔줄을 몰라하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티셔츠 안으로 내 손이 침투했다.

움찔할뿐 거부반응은 제로였다.

'나의 승리다..'

나는 웃음을 삼키며 그녀의 티셔츠를 벗겨내었다.

브라를 내리는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오...오빠..."

입술이 떨어진탓에 한영이 나를 나무라는 톤으로 입을열었다.

허나 그녀의 표정은 흥분으로 격양되어 있었다.

'역시...연상의 힘이란..'

키스의 기술은 윤민희와의 키스에서배운것이었다.

나는 30대의 노련함을 새삼 느끼며 이번엔 그녀의 치마속에 손을 넣었다.

한영은 양심과 사랑 그리고 본능이라는 세가지의 악마가 마음속에서 줄다리기를 하고있을것이다.

"아아...."

치마를 올리자 그녀의 흠뻑젖은 팬티가 드러났다.

스으으...

리무진의 한쪽편이 살짝 기우뚱하는것이 내게도 느껴졌다.

인기척 따윈 없었다.

내 프로포즈를 위한 엄선된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하앙.."

본능이라는 녀석이 한영을 지배한 모양이었다.

아름다운 나신이 드러났음에도...그녀는 야릇한 신음만을 했을뿐이었다.

'넓어서....좋군.'

다른 차에 비해 넓은것뿐, 침대에 비할수는 없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몸에 내것을 밀어넣기 시작했다.

협소함이 주는 쾌감.

그리고 한영이라는 이름의 존재는 나를 더욱더 불태우고 있었다.

"아앙...하아아..."

촉촉한 그녀의 보지의 감촉은 나를 더욱더 미치게 만들었다.

더구나,허리운동을 크게 할수 없으니 은은한 움직임만을 한탓에 그 느낌은 더욱 오래도록 전해졌다.

"오...오빠...."

"널 그냥두지 않을거야....인선이와....결혼을 하더라도..."

끼이이익...

리무진을 반납하고 돌아왔을때는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

다들 어디간것일까?

약속이 있다던 한영과 화인선은 그렇다 치고 주인누나집도,소명의 집도 불이 꺼져있다.

"어...지..지혜야.."

복도의 자동센서가 켜지며 내 시야가 환해졌다.

그 앞에는 한명의 작은 소녀가 서있었다.

평소에 언제나 순진하고 착한 미소로 내 맘을 따뜻하게 했던....지혜였다.

"지혜야~안자고 뭐...."

나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지혜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갔다와요?"

"어...?나..나는 그냥..."

"결혼이라도 하고 오는 복장이네요."

평소와는 달리 찬바람이 쌩쌩부는 그녀의 말투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인선언니와 결혼한다구요?"

"뭐...뭐라구?"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것을 느꼈다.

'아뿔싸...화인선이 벌써....'

나를 받아들였던 그 순간부터 그녀는 들뜬 한명의 여자였고,그 들뜬마음은....

'이미...퍼져버린거로군...'

어차피 끝까지 이 아슬아슬함이 계속되는 천운이 이어질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너무 이르잖아...너무...'

지혜에게 핑계거리를 만들어 내기전에 이미 그녀는 알아버린것이다.

"다 ....들었어요.차예린이라는 아이 한명이 아니군요..."

"지..지혜야..그건말이야..."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당황하고 있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더욱더 날 당황하게 하는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지혜의 차가운표정이었다.

"난,,,오빠가 회사때문에 차예린하고 결혼한다 했을때는 기다릴수 있었어요.좋아했으니까요."

"미..미안해 지혜야..그건..그건 말이야."

"변명은 듣고싶지 않아요.나를 더이상 바보만들지 말아요."

내말을 딱 잘라버리는 그녀의 눈에는 냉랭함마져 깃들었다.

지혜의눈은 살짝 부어올라 있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나서 찾은 냉정함일까...소름마져 돋는게 느껴졌다.

"오빤..내게 말을 하지 않았어요.차예린때에도...그리고...화인선언니때도..."

"미안해...사과할게...하지만...내 말좀 들어줘."

"아뇨.듣기 싫어요. 나 이제 바보처럼 오빠말만 믿고 참고 기다리는 그런애 아니에요."

지혜는 두 주먹을 꾹 쥐고 있었다.

'다른...사람같아...정말 내가아는 지혜가 맞단 말인가..'

"오빠가 했던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던거죠...거기에 속아 혼자 울고 오빠보며 행복해했던내가 너무 싫어요."

나는 법정에 선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큰일이다...이건....이 아이가 마음만 달리 먹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지도 몰랐다.

한소녀의 마음을 내가 너무 헤집어 놓은것이다. 복수심이 생길정도로...

'이건 정말 미스다...지혜를 너무 신경쓰지 않았어...순진한 성격만 믿고 너무 막나가버렸다...'

"우리 헤어져요.아니, 오빠한텐 애초에 헤어지고 말고 할것도 없겠죠."

"용서해줘.하지만 내 말좀 들어줘..."

딱히 할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당해버릴것만 같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듣고싶지 않아요. 나...언젠가 오빠에게 복수할거에요.그게 언제던...."

"보...복수?"

내 등뒤에서 식은땀이 한없이 흘러내렸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그녀의 모습은 내게 있어서 짜릿한 충격이었다.

"그래요.복수.걱정말아요.화인선언니한테 말하는 이런 유치한거 아니에요."

나는 이제 지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수 없었다.

"나...이 집나갈거에요. 그리고...그리고.."

지혜는 마지막에 울컥하는 눈물을 참는듯 땅을 바라보았다.

다시 당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민혁오빠....언젠가....이 아픔을 두배로 값아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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