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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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5

밥을 다 먹은 세 여자는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기 시작하였다. 그 새 민용은 먹은 그릇을 씽크대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창식도 민용의 뒤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쇼파에 앉아 TV를 켰다. 새벽의 일도 있고, 아직은 민용이 어색한 창식은 아무 말 없이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방에 들어가서 쉬고 싶었지만, 자기가 몰래 두 사람의 섹스를 훔쳐봤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민용의 눈치를 슬슬 살피고 있는 창식이었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을 깨고, 민용이 창식에게 말을 걸어왔다. 

“지낼 만 하지?”

“네? 아 네”

“여기 애들 다 괜찮다. 아줌마도 잘 해 주고.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고. 알았지?”

“네 고맙습니다.”

이 때다 싶은 창식은 민용을 슬쩍 떠 보았다. 

“형은 어제 잘 주무셨어요? 전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눈 떠 보니 아침이더라구요.”

창식의 말을 들은 민용은 길게 기지개를 켜더니 하품을 하며 말하였다. 

“나? 잘 잤지. 나도 눈 떠보니까 아줌마가 밥 먹으라고 깨우더라. 근데 되게 피곤하네. 더 자고 싶은데 좀 이따 나가야 돼서 더 자기도 그렇고.”

민용은 양쪽 어깨를 번갈아 주무르며, 팔을 크게 원을 그리며 돌렸다. 

‘흠, 못 본 건가?’

민용은 밤새 푹 잤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밥 먹을 때부터 지금까지 민용을 쭉 살펴 본 결과, 민용이 창식이가 자신들의 섹스를 몰래 훔쳐 본 것을 알면서도 거짓으로 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이는 아줌마가 자신을 못 봤던가, 아니면 봤어도 적어도 민용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 아닌가.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인 창식이었다. 

“아 피곤하네. 형 저는 좀 더 잘게요.”

“어 그래. 푹 자라.”

창식은 쇼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베개를 베고 새벽에 있었던 일을 떠 올렸다. 사실 두 눈으로 봤지만 지금도 꿈처럼 새벽의 일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주인 아줌마와 하숙생이 섹스를 하다니! 일본 야동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아닌가. 뭐 어쨌든 민용은 창식이 몰래 훔쳐 본 것을 모르는 것 같았고, 행여 아줌마가 자신을 봤더라도 민용에게 말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니 더 이상의 걱정은 그만 하기로 하였다. 아 참! 진영이. 창식은 삐져 있을 여자친구 생각에 핸드폰을 집어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뚜루루’

신호음이 한참을 울렸으나 진영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직 안 일어났나? 창식은 한 번 더 전화를 하였다. 

‘뚜루루 뚜루루’

다시금 신호음이 길게 울렸고, 자나보다 하고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쌩쌩한 목소리가 자다가 받은 것 같진 않았다. 

“여보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어이구, 참 빨리도 전화 하셨네요. 늦게 받아서 미안합니다!”

“왜 그래. 화내지 마.”

“너 어제 하숙집 가면 바로 전화 한다고 했지? 왜 약속 안 지켜?”

전화기 너머 진영의 목소리로 보아 단단히 삐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럴 때는 무조건 싹싹 빌어야 된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창식이었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 전화 할려고 했는데, 핸드폰을 놓고 가는 바람에 못 했어. 어제 나 환영식 했거든.”

“아! 나는 하루 종일 남자친구 전화 기다리느라고 목이 빠질라는데, 우리 남친님은 밖에서 술을 드셨구나. 아 그랬구나.”

“미안 미안, 진짜 미안해. 내가 잘못 했다니까. 진짜 정신이 없어서 그랬어. 화 풀어라 응 응?”

창식은 무조건 잘 못 했다고 싹싹 빌었고, 거듭되는 창식의 사과와 애교에 진영의 기분도 조금씩 누그러 들었다. 

“하숙집은 어때? 괜찮아?”

“그냥 뭐 하숙집이 하숙집이지. 똑같애.”

“하숙 몇 명 있는데?”

“나까지 다섯 명.”

“여자도 있지?”

“있지. 세 명.”

“이뻐?”

여기서 대답을 잘 해야 한다, 라고 생각한 창식.

“내 20년 평생에 진심으로 예쁘다고 생각한 여자는 너 밖에 없어 자기야.”

“하여간 말은.”

진영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으며 말하였다. 기분이 완전히 풀린 모양이었다. 

“너 기숙사는 어때? 시설 괜찮아?”

“앙, 작년에 새로 지었다고 하더니 깨끗해. 근데 여기 통금 있다? 완전 짜증나.”

“기숙산데 통금 당연히 있지.”

“그냥 나도 하숙할 걸 그랬나 봐. 벌점 쌓이면 아웃이래.”

“잘 됐네. 여자가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지. 그럼 그럼.”

“웃기시네. 너나 잘하세요 김창식씨. 하여간 분명히 말하는데 미팅이고 소개팅이고 나갔다! 나한테 걸렸다! 바로 쫓아 올라간다 알았지? 너네 학교에 내 친구들 많으니까 조심해라.”

“야! 최영 장군이 황금 보기를 돌처럼 하랬지? 난 여자 보기를 돌처럼 하는 남자야 이거 왜 이래? 너야말로 바람 피면 난리 나니까 알아서 해.”

진영이 웃었다. 진영이 지방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OT와 기숙사 문제로 내려 가는 바람에 얼굴을 못 본 지가 오늘로 일주일 째, 초등학교 동창에 집이 걸어서 10분 거리인 창식과 진영은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친구로 지내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사귀기 시작하고부터, 휴일은 말할 것도 없고 늦은 시간에 자율 학습이 끝나는 평일에도 잠깐이라도 집 앞에서 꼭 얼굴을 보고 헤어졌던 두 사람이었다. 

“야 근데 우리 언제 하냐?”

창식이 진영에게 물었다.

“뭐, 뭘 언제 해.”

창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진영이었지만 시치미를 뚝 떼었다.

“뭐긴 뭐야. 스무 살 되면 한다며?”

올 해로 사귄 지 4년 째 된 두 사람은 아직 섹스를 해 본 적이 없었다. 키스 하며 가슴을 만져 본 것이 다였다. 고 2 때 공원에서 키스를 하며 분위기를 틈타 진영의 팬티 속으로 슬쩍 손을 넣었다가, 진영이 울며 불며 소리를 지르는 통에 다음부턴 키스조차도 쉽게 하지 못했던 창식이었다. 창식이 자기 친구들은 여자 친구랑 다 했다고 틈만 나면 졸라 댔지만, 진영은 그 때마다 스무 살 대학 가면 하자고 어르고 달랬었다. 새벽에 아줌마와 민용의 섹스 하는 모습을 보자 또 그 생각이 동해진 창식이었다. 

“야! 너는 아침 댓바람부터 꼭 그런 얘길 해야 돼? 너 그것 때문에 전화 한거지?”

“니가 약속했잖아 스무 살 되면 한다고.”

“때가 되면 알아서 하겠지. 왜 자꾸 보채 앙?”

“야 내가 무슨 스님이냐? 이러다가 사리 나오겠다.”

“아 몰라. 나중에. 나 전화 끊는다.”

상황이 불리해진 진영이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 하였다. 

“야 다음에 보면 무조건이야 알았지? 무조건이다 너.”

“됐거든! 하여간 하루에 꼭 세 번씩 전화해 알았지?”

“알았어. 알았으니까 너나 약속 지키셔.”

“몰라 나 밥 먹을거야. 이따 전화 해.”

창식은 전화를 끊었다. 오늘따라 진영이 참 보고 싶은 창식이었다. 그 때였다. 

‘똑똑!’

누군가가 노크를 하였다. 

“네 들어오세요.”

방문이 열리고 영숙이 방으로 들어왔다.

“어 왜?”

창식은 팔베개를 하고 드러누운 채로 갑자기 방으로 들어온 영숙에게 물었다. 

“야, 너 오늘 뭐 하냐?”

“그냥 집에 있지.”

“할 거 없으면 같이 학교나 가자.”

“학교는 왜?”

“왜는 왜야. 그냥 놀러가는 거지. 같이 안 갈래?”

“됐어. 난 아는 사람도 없는데 뭘.”

“뭐 꼭 아는 사람이 있어야 가니? 나 아는 사람 많으니까 같이 가자. 가면 재밌어.”

‘얘가 왜 갑자기 친한 척을 하고 그래.’

밤잠을 제대로 못 잔 창식은 뜬금 없이 놀러 나가자는 영숙이 좀 귀찮았다. 

“야, 난 사회대고 넌 인문대인데 내가 가서 뭐 해. 너 아는 사람들도 다 인문대 아냐?”

“어차피 같은 학교인데 알아두면 좋지. 애가 왜 이리 빡빡하니? 진짜 안 갈거야?”

“됐어. 어차피 낼모레 OT 갈건데 뭘. 근데 넌 누나들 따라서 산책 안 갔냐? 갑자기 너무 친한 척 하니까 살짝 당황스럽다 야.”

창식의 말에 영숙이 피식 웃었다.

“친한 척은 개뿔! 방구석에서 뒹굴 대는 동향친구 인맥이나 좀 만들어 주려고 했더니만 영 못 쓰겠네 이 친구. 그리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산책, 등산 뭐 그런 거 엉?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이 마냥 걷는 거 그런 거야.”

영숙이 주절주절 자기 얘기를 하는 동안 창식의 정신은 온통 다른 곳에 팔려 있었다. 영숙은 창식의 머리 맡에 가까운 곳에 서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짧고 넓게 퍼진 치마를 입은 탓에 팬티가 보일랑 말랑 하는 것이었다. 영숙은 얼굴과 상반신은 애기처럼 통통하게 귀여운 편인데, 작은 키에 비해 비율이 좋아서 길고 날씬한 다리를 갖고 있었다. 어제 보았을 때도 넓게 퍼지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본인도 자신의 매력을 아는지 상체는 타이트한 셔츠나 자켓을 입고, 아래는 스쿨룩 스타일의 넓게 펴지는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것 같았다. 아무리 눈알이 찢어지도록 옆으로 흘끔흘끔 거려도 치마속이 보이지 않자, 창식은 영숙이 말하는 동안 시계 바늘이 한시 방향으로 느리게 움직이듯이 슬금슬금 몸을 틀고 있었다. 간신히 몸을 틀어서 다시 곁눈질을 하니 ‘어서와! 이런 거 처음이지?’ 라고 묻듯이 영숙의 핑크색 팬티가 한 눈에 들어왔다. 남자와는 다른 평평한 아랫도리가 섹시하였고, 팬티 정 가운데에 그려져 있는 미니마우스가 특히 눈에 띄었다. 

‘미니마우스는 뭐야. 완죤 꼬맹이 취향이네 큭큭.’

“야 너 뭐 보냐?”

영숙의 낮게 깔린 차가운 음성이 창식의 귀에 꽂혔다. 

‘헉 걸렸나?’

창식은 순간 당황 하였으나,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슬쩍 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하였다. 

“뭐, 뭐가?”

“너 지금 내 팬티 훔쳐 봤냐?”

“야! 보긴 뭘 봤다고 그래!”

민망해진 창식은 반대방향으로 몸을 돌아 누우며 말하였다. 

“와 이 놈 보소. 몰래 훔쳐 봐놓고 뻔뻔스럽네. 봤자나 이 새꺄!”

영숙이 정색을 하며 창식을 몰아붙혔다. 분명 자신이 잘못 한 일이긴 했지만, 영숙이 욕을 하자 순간 발끈한 창식이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며 말하였다. 

“야 그래 봤다 봤어. 훤히 보이는데 어떻게 안 보냐?”

“와 이 변태 새끼.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지가 썽을 내고 있네? 와 진짜 노답이다 노답.”

“야 됐거든? 그런 치마 입고 머리 위에 서 있는데 어떻게 안 보냐? 엉? 그게 나 좀 봐주세요 하는 거지. 내 말이 맞아 틀려?”

창식의 적반하장 태도에 영숙은 혀를 차며 말하였다. 

“야 됐다 됐어. 앞으로 나는 널 김변태라고 부를 테니까 그렇게 알어. 흥!”

영숙이 자기 할 말을 다 하고는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였다. 

“어우 이 기지배가.”

창식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였다. 나가려는 영숙이 고개를 슬쩍 돌리며 말하였다.

“야! 꼬추나 가려. 이 변태 새꺄”

영숙의 말을 듣고 창식은 자신의 아랫도리를 보았다. 어느새 빳빳해진 똘똘이가 헐렁한 츄리닝 반바지를 고대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치 듯이 늠름하게 떠받들고 있었다. 창식은 일어서려다 말고 허리를 앞으로 숙여 불끈해진 똘똘이를 가려야 했다. 영숙은 잠시 서서 그런 창식이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고는 나가 버렸다.

“아오 이 집은 도대체 왜 이런 거야. 사람들이 하나 같이 걸어다니는 야동이야.”

아줌마와 민용이 걱정을 잊을만 하니 영숙이 때문에 또 머리가 복잡해진 창식이었다. 앞으로 영숙이 얼굴은 또 어떻게 볼 지, 다른 사람들한테 내 얘기를 하는 건 아닌지 이래저래 걱정이 말이 아니었다. 하숙집에 온 지 겨우 이틀째인데, 연달아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창식이었다. 방구석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 잠이 든 창식은 점심도 거른 채 깊이 잠들었고, 저녁 때가 돼서야 일어나서 밥을 먹었다. 모두가 모인 저녁 식탁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시끌벅적 하였다. 두 사람만 빼고. 평소와는 달리 조용한 영숙을 보고 세란이 말 하였다. 

“영숙이 웬일로 말도 없이 조용하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잠자코 밥을 먹던 영숙이 짧게 대답하였다.

“아뇨”

역시나 고개를 푹 숙인 채 밥을 먹고 있던 창식이 슬쩍 영숙을 쳐다 보았다. 헉! 영숙이 자신을 노려 보고 있었다. 당황한 창식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근데 왜 그렇게 조용해? 너답지 않게.”

세란이 재차 물었고, 영숙은 콩나물을 씹으며 대답하였다. 

“그냥 오늘은 조용히 밥을 먹고 싶은 기분이네요.”

영숙의 짧은 대답이 끝나자 창식은 다시 영숙을 슬쩍 쳐다 보았다. 헉! 아직도 자신을 노려 보고 있었다. 창식은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영숙이 옆에 앉아 있던 민용이 둘 사이의 어색한 낌새를 느끼고는 창식에게 물었다.

“야 영숙이 창식이, 니들 싸웠나? 우찌 그래 보는데?”

“에이 싸우긴 왜 싸워요. 아니에요 하하하.”

창식이 영숙이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영숙아 제발!’

혹시라도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영숙을 바라보며 웃는 창식. 그 눈빛이 너무도 애처로웠다. 창식을 쳐다보던 영숙이 말하였다. 

“신입생끼리 친하게 지내야죠. 우리가 뭐 싸울 일이 있나요?”

다행이었다. 일단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할 생각은 없나보다. 고맙다 영숙아. 창식은 애교를 한 가득 담은 눈빛으로 영숙에게 눈웃음을 날렸다. 영숙은 그런 창식을 상당히 띠꺼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밥을 먹었다. 

“야 동갑내기끼리 친하게 지내라. 싸우지 말고.”

민용이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모두가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향하였다. 창식은 1층 화장실에 갔다가 뒤늦게 자기 방으로 올라가려는 영숙의 팔을 잡아 당겨 자기 방 쇼파로 끌고 갔다. 

“놔 이 변태야.”

창식에게 이끌려 마지 못해 쇼파에 주저 앉은 영숙이 창식의 손을 뿌리치며 말하였다. 창식은 누가 보는 눈은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방에 남아 있는 아줌마는 설거지를 하느라 등을 돌리고 있었다. 주변을 확인하고는 손을 싺싹 빌며 영숙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미안 미안, 진짜 미안해. 아침엔 내가 잘 못 했어. 한 번만 용서해 주라 응?”

창식은 사과의 스페셜리스트였다. 사과 하나는 참 맛깔나게 잘 하는 김창식. 사소한 사과에도 사자가 임팔라를 잡듯 온갖 최선을 다 하는 그의 표정엔, 진한 후회와 반성, 세계평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고, 이는 사과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감탄과 진심 어린 용서를 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창식의 사과를 듣더니 급거만해진 영숙은 팔짱을 끼고는 눈을 내리깔며 창식에게 말하였다. 

“어이구 아침엔 엄청 당당하시더니 웬일이래? 사람들 앞이라서 쫄았니? 내가 말 할까봐.”

“아니 내가 잘 못 했잖아. 내가 잘 못 했는데 아침엔 내가 너무 당황해서 그랬어. 진짜 미안해. 한 번만 봐주라. 엉? 앞으로 내가 잘 할게.”

창식은 설거지 하고 있는 아줌마 쪽을 살피며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좋아. 내가 이번 한 번만 봐주지. 대신에 난 널 변태로 부를 거고, 너 나한테 한 번 빚진거다 알았지?”

“알았어 알았어. 근데 변태 소리는 우리 둘만 있을 때 하면 안 될까? 사람들이 들으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거 아냐. 영숙아 제발!”

“흥! 너 하는 거 보고! 나 간다.”

영숙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휙하니 자기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창식은 영숙의 등 뒤에다 대고 조용하게 소리 질렀다. 

“영숙아 부탁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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