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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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9

이미 잠든 영숙은 대답 없이 힘겹게 몸을 뒤척였다. 아무래도 입고 있는 옷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아, 음”

많이 답답한지 앓는 소리를 하는 영숙을 보며 어찌 할까 고민하던 창식은 셔츠의 단추만 풀러주기로 마음 먹고, 덮고 있는 이불을 살짝 내려 셔츠의 윗단추를 한 개, 두 개 풀러주었다. 그러자 하얀 풍선처럼 가득 부풀어 오른 뽀얀 젖무덤이 모습을 드러냈다. 터질 듯이 풍만한 가슴을 하얀색 브래지어가 감싸주고 있었는데, 가슴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에 취해 꽃을 찾아 날아드는 한 마리 꿀벌처럼 창식은 저도 모르게 영숙의 가슴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향긋한 냄새, 브래지어를 풀러 영숙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혀 끝으로 올롤롤로 하고 싶은 창식. 조심조심 영숙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다 대어 영숙의 왼쪽 젖가슴을 슬쩍 주무르는 순간 잠잠하던 영숙이 다시 몸을 뒤척이다 창식이 쪽으로 비스듬하게 누웠다. 두 개의 풍만한 젖가슴이 나란히 포개어졌다. 그러나 창식은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방금 전의 자신의 행동이 후회가 되었고, 영숙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하였다.

“미안하다. 나 변태 맞아.”

영숙의 가슴을 셔츠로 가려준 후 이불을 덮어 주었다. 어떨 때 보면 미친년 같다가도, 어떨 때 보면 착한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사연인지 성수라는 친구를 엄청 좋아하는 것 같은데, 맨날 소개팅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는 영숙이를 창식이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넌 참 알 수가 없는 캐릭터다. 정체가 뭐냐 너?”

창식이 영숙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혹시 자다가 또 토할지 몰라서 창식은 방에 가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창식이가 돌아오지 않자 노래방에 있던 친구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숙소로 돌아 왔고, 창식이와 친구들은 자기들의 숙소로 돌아갔다. 시계는 이미 새벽 세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대부분이 술에 취해 자리에 뻗어 있었다. OT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OT의 마지막 날 아침, 이틀 연속 밤새 술을 마신 학생들은 모두 녹초가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조별로 방에 모여 롤링페이퍼를 통해 서로에 대한 소감을 나누고, OT에 대한 피드백을 발표하는 것으로 OT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버스는 점심 무렵에 도착 예정이라 학생들은 그 사이 씻고 휴식을 취하거나 짐을 정리하는 등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몇 시간 후 버스가 주차장에 도착하였고, 학생들은 지친 몸을 차례차례 차에 실었다. 올 때와 달리 체력 좋은 일부를 제외하곤 대다수의 학생들이 곯아떨어졌다. 버스는 초저녁이 다 되어 학교에 도착했고, 개강 하면 보자는 인사를 나누고 각자 흩어져 집으로 향하였다. 창식이는 영숙이를 만나 함께 하숙집으로 걸어갔다. 간밤에 몹쓸 짓을 한 게 은근히 마음에 걸린 창식이는 영숙의 캐리어도 들어주고 괜히 친한 척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근데 너 진짜 기억 안 나냐? 내가 너 들쳐 업고 호텔까지 가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어이구 그러셨어요?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응?”

영숙이 장하다는 듯 창식이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겉으로는 별것도 아닌 걸 갖고 생색을 내느냐는 투로 말하고 있었지만, 자기 때문에 고생한 창식이 내심 고마웠다. 

“하여간 토하고 소리 지르고 진상이 또 이런 진상이 없어요. 이기지도 못할 거 왜 마시냐?”

“몰라. 기억 안 나!”

“노래방에서 토하고 질질 끌려 다니는데 바깥에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아 쪽팔려 쪽팔려!”

“악! 안 들려! 안 들려!”

창식의 놀림에 영숙이는 소리를 지르며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깔깔 대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하숙집에 거의 다 와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창식이는 성수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야 근데 성수가 누구야?”

“응?”

방금 전까지 활짝 웃던 영숙이의 표정이 갑자기 돌변 하며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 왜 있잖아. 너 어제 계속 성수야 성수야 찾던데. 남자친구냐?”

줄곧 창식이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하던 영숙이는 창식의 질문에 굳은 표정을 짓더니, 얼굴을 돌려 앞만 보고 걷기 시작하였다.

“몰라.”

영숙이의 냉랭한 말투에 심상지 않은 뭔가가 있음을 느낀 창식이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재차 물어보았다. 

“모르긴 뭘 몰라? 기절하기 전까지 계속 불렀으면서. 야, 그러지 말고 가르쳐주라. 누구냐 그 남자?”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몰라. 몰라도 돼.”

하숙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사람들에게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였다. 하숙집에는 아줌마와 세란이 있었고, 영숙은 OT 어땠었냐고 묻는 세란의 물음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휑하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쟤 왜 저래? 무슨 일 있었어?”

창식이와 나란히 쇼파에 앉은 세란은 영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 영숙이에 대해 물었다. 

“누나, 혹시 성수라는 사람 아세요?”

창식이는 성수에 대해 세란에게 물었다. 영숙이랑 친한 세란은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름만 들어봤지 누군지 잘 몰라. 왜 또 술 먹고 성수 찾디?”

“네, 어제 술 잔뜩 취해서는 한참 동안 불러대길래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저렇게 저기압이네요? 저번 환영식 때도 그랬던 거 같은데. 맞죠?”

“술 많이 마시면 가끔 그러더라구. 근데 누군지 물어보면 되게 싫어하더라. 그냥 모른 척 해 앞으로.”

“네, 그래야겠어요.”

주방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아줌마가 큰소리로 창식이에게 물었다.

“창식아! 니들 밥 먹을거니?”

“아뇨, 전 씻고 바로 잘거에요. 영숙이도 아마 안 먹을거에요 아줌마.”

“그래, 알았다.”

“아 맞다! 누나 저 OT 때 황당한 거 봤어요.”

창식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무슨 얘긴데 갑자기 소근대? 비밀 얘기야?”

창식은 말하기 전에 비밀을 지켜야 된다고 세란에게 신신당부를 하였고, 세란이 알았다고 대답하자 자기가 잘 때 행정학과 회장과 부회장이 침대 밑에서 섹스를 했던 일을 털어 놓았다. 세란은 흥미진진하게 창식이의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오면서 들으니까 두 사람이 사귀는 게 아니라더라구요. 어떤 선배한테 들으니까 

우리반 회장이랑 사회학과 회장이 사귄다던데요?”

“니네 반 회장 이름이 이원경이지? 10학번.”

“어? 누나 아는 사람이에요?”

“내 한 다리 건너 친구라 조금 들었지. 걔 그 방면으로 유명해. 남자들한테 색기 부리고 다닌다고.”

“그래요? 헐 대박!”

“걔 별명이 뭔지 알어? 등록금이야 등록금.”

“왜 등록금이에요?”

“때 되면 알아서 온다고 히히히.”

“하하하 말도 안 돼.”

세란의 말에 창식이는 순간 빵 터졌다. 

“근데 사람들이 몰라요? 그 사회학과 회장 선배가 알면 가만 안 있을 거 같은데.”

“모르니까 사귀는 거 아니겠어? 원래 등잔 밑이 어둡잖아. 근데 OT에 사람들은 많이 왔드나?”

“네, 신입생들은 우리도 그렇고 다른 데도 꽤 많이 왔더라구요.”

“반에 이쁜 애들은 없었어? 회장이랑 부회장이랑 섹스 하는 걸 눈 앞에서 봤으니 이 짜식 아주 불끈불끈 했겠는걸?”

생긴 것과는 다르게 세란은 야한 얘길 듣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즐겼다. 그런 세란을 보며 사람 얼굴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창식이었다. 

“누나도 참, 저 여자친구 있잖아요.”

“같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 혹시 이 녀석 총각인거 아냐? 호호호”

세란의 짓궂은 질문에 더 있다간 말려 들겠다 싶은 창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거든요. 저 좀 들어가서 잘게요. 낼 봐요 누나.”

“그래 푹 쉬어.”

창식은 방에 들어가자 마자 이부자리를 펴고 잠을 청하였다. 피곤하기도 했고, 내일부터는 알바자리를 알아 보러 돌아다닐 생각이라 일찍 자기로 하였다. 다음 날, 자리에서 일어 난 창식은 밥을 먹고 알바 자리를 구하기 위해 오전부터 하숙집을 나섰다. 인터넷으로 알아 보는 방법도 있었지만, 학교 근처에서 일하고 싶었던 창식이는 직접 돌아다니며 구하는 것이 빠르겠다 싶어서 학교 주변의 PC방과 식당 등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스무 군데를 넘게 돌아다녔음에도 사람을 구하는 데는 없었고, 알바를 구하러 들어간 PC방에서 몇 시간 게임을 하고 오후 한 시가 다 되어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좀 쉬고 저녁에 주변 호프집과 술집 등 저녁장사를 하는 곳을 돌아다녀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다녀왔습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으나 혹시 누군가 있지 않을까 싶어 큰 소리로 인사를 하였으나,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따. 아침에 밥 먹으면서 듣기로 아줌마는 약속이 있어서 저녁 늦게 오신다고 하였고, 다른 사람들도 약속이 있어서 오후 늦게 온다는 말을 들었다. 창식은 현관문을 잠그고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는데, 물통을 집어 넣고 문을 닫을 때 보니 포스트잇에 아줌마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군만두 구워 놓았으니 먹어라. 밥 먹고 싶으면 밥솥에 밥 있으니 밑반찬하고 아침에 먹은 된장국 데워서 먹을 것.’

메모를 본 창식은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커다란 접시에 랩이 씌워져 있었는데, 벗겨 보니 군만두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있었다. 창식은 찬장에서 간장을 꺼내어 종지에 따라 식탁에 놓고는 만두를 맛있게 먹었다. 만두를 다 먹고 대충 설거지를 한 후, 방에 들어가 누웠다. 

“아! 심심하다.”

자리에 누운 창식은 멍하니 천장을 들여다 봤다. 뭐 할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니 아줌마와 학생회장 이원경의 섹스하던 모습이 떠올랐고, 슬며시 아랫도리를 보자 이미 페니스는 불끈 솟아 있는 상태였다.  

“하여간 내가 생각해도 너무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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