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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13
“그래, 우리 아빠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 회장님이야.”
“헐 대박! 그럼 니가 재벌집 딸 같은 거네? 그런 거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우리 엄마는 말하자면 첩이었으니까.”
영숙이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첩이라니. 재벌 회장들은 공공연하게 세컨드를 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 딸이 영숙이라니. 왠지 영숙이가 짠하게 느껴졌지만 마땅히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 그랬구나. 내가 괜한 걸 물어봤네.”
“왜? 내가 불쌍해?”
“어, 아냐 아냐. 그런 게 아니고. 그냥 너 말하기 힘든 거 내가 계속 물어 본 것 같아서 미안해서 그러지.”
“됐어. 안 봤으면 모를까, 아까 일을 봤으면 궁금할 만 하지. 비밀이나 지켜 줘.”
“알았어. 근데 또 물어 봐도 돼나?”
“뭘?”
“재벌집 애들 보면 다 외국 나가서 공부하고 그러던데.”
“왜 하숙집에서 사냐고?”
“내 말이 그거지.”
“그냥 내가 원했으니까. 외국에 나가기는 싫었고. 우리 엄마가 첩이긴 한데 그래도 나 호적은 아빠한테 올라가 있어.”
“그래? 그럼 어머니하고 같이 사는거야?”
“아니, 어디 계신지 몰라.”
영숙이의 대답에 창식이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고, 둘은 각자 정면을 바라보며 침묵하였다. 잠시 후 영숙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방바닥에 놓여 있던 백에서 손지갑을 꺼내었다. 손지갑을 열고 그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창식이에게 보여 주었다. 사진 속에는 서른이 될까 말까한 예쁜 여자가 있었다.
“우리 엄마야.”
“와, 예쁘시네.”
“젊었을 때 우리 아빠 비서였대. 그 때 아빠는 유부남이었는데 큰엄마 몰래 울 엄마랑 바람을 피웠고 날 낳게 되었대. 그게 큰엄마한테 걸려서 온 집안이 난리가 났었는데, 그 때 큰엄마가 애를 못 낳았었거든. 그래서 결국 나를 호적에 아빠하고 큰엄마 이름으로 올렸다더라구.”
“그래 그랬구나. 그럼 너네 엄마는?”
창식이는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는 나 어릴 때 그 집에 나를 놔두고 떠났어.”
“한 번 찾아보지. 아버지한테 한 번 말해보든가.”
“내가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몇 번이고 찾아 봤는데 찾을 수가 없대.”
사진을 바라보는 영숙이의 눈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많이 보고 싶겠다.”
창식이의 말에 영숙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렇게 막 보고 싶진 않아. 내가 갓난아기일 때 떠나서 난 엄마에 대한 기억도 추억도 없거든. 보고 싶어서 찾은 게 아니라 그냥 혹시라도 보게 되면, 만에 하나라도 만나게 되면 묻고 싶어. 왜 날 그 집에 놔두고 갔냐고. 갈려면 데리고 떠나지 왜 혼자 떠났냐고.”
고인 눈물이 영숙의 두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창식이는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고, 사진을 들여다 보는 영숙이를 한참을 바라봤다. 자기를 쳐다보는 창식이의 안쓰러운 눈빛을 느낀 영숙이는 새침한 표정으로 창식이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야, 나 동정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나 하나도 안 불쌍한 애거든?”
“야, 재벌집 딸이 불쌍하긴 왜 불쌍해! 알바 안 한다고 엄마한테 구박 받는 내가 더 불쌍하지!”
둘은 이내 티격태격하며 싸웠고, 와중에 영숙이의 표정이 한층 밝아지자 창식이는 내심 마음이 가벼워졌다. 영숙이의 기분이 좀 풀린 것을 확인하자 창식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이제 좀 쉬어. 피곤하겠다.”
“이게 지 맘대로 숙녀 방에 들락날락이야. 진짜 비밀 지켜라 알지?”
“알았다니까. 자라.”
“응”
영숙이는 평소 은근히 자기를 신경 써 주고 챙겨주는 창식이가 고마웠고, 그 동안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털어놓으니 가슴이 후련해졌다. 영숙이는 방문을 나서는 창식이에게 말하였다.
“고맙다. 김창식.”
창식이는 영숙에게 가볍게 웃어 보이며 방문을 닫고, 계단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뒤쪽 2층 샤워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세란이 누나 지금 샤워하는 건가?”
창식이는 내려가려다 말고 발걸음을 돌려 샤워실 쪽으로 걸어갔다. 물소리와 함께 여자의 콧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세란이었다. 창식은 슬며시 문고리를 잡고 돌려 보았다. 문을 잠그지 않았는지 스르르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헉! 문 안 잠궜네.’
창식이는 문고리를 잡고 잠시 고민하였으나 고민도 잠시, 어느 새 발걸음은 샤워실 안으로 몰래 들어서고 있었다. 샤워실의 구조는 문 쪽 가까운 곳에 변기와 세면대가 놓여 있고, 중앙에 간유리를 설치하여 절반은 욕탕을 놓은 구조였다. 당연 샤워를 하는 사람은 일부러 쳐다 보지 않는 이상, 누가 들어와도 볼 수가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창식이는 슬금슬금 들어가 앉은 자세로 세란의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봤다. 간유리에 비친 살색실루엣은 세란의 날씬한 바디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슴과 잘록한 허리, 날씬한 다리 라인이 여성미를 물씬 풍기고 있었고, 간간히 몸을 돌릴 때마다 비치는 거뭇거뭇한 아랫도리는 창식이의 마음을 벌렁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잠깐을 훔쳐보던 창식이는 시간을 지체하면 걸릴 것 같아 슬며시 문을 닫고 샤워실을 빠져 나왔다.
자기 방에 들어 온 창식이는 문을 잠그고 의자에 앉아 세란의 벗은 몸을 상상하기 시작하였다. 둘은 쇼파 위에서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세란은 옷을 몽땅 벗은 상태였다. 웃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세란이 창식이의 얼굴에 키스를 퍼부으며 손으로 창식이 지퍼의 바지 지퍼를 열었다. 열린 지퍼 사이로 잔뜩 구겨진 창식이의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고, 세란은 손으로 창식이의 페니스를 어루만지며 창식이의 귓불을 입술로 애무하였다. 마치 세란이 옆에 앉아 있는 것처럼 향긋한 린스 냄새가 창식이의 코를 간지럽혔고, 슬슬 물건이 발기 하기 시작한 창식은 딸딸이를 치려고 바지와 팬티를 내렸다. 그 때였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여자친구 진영이었다. 창식이는 서둘러 옷을 입고 전화를 받았다.
“어, 여보세요.”
“뭐하고 있어?”
“나? 니 생각하고 있지.”
“또 뻥 치시네. 너 요새 숙제가 영 소홀한 거 알지?”
“나 요새 알바 알아보고 이것저것 하느라고 바빴잖아.”
“야! 알바를 무슨 하루 종일 알아보니? 하여간 핑계는. 그래 알바는 구했어?”
“아니, 다 돌아다녀 봤는데 학교 근처는 없더라. 이따가 하숙집 선배들한테 한 번 물어보려고. 너는?”
“기숙사 시간 때문에 저녁 알바 하기가 힘들어. 천천히 알아볼려구.”
“그랬구나. 너 이번 주 올라 와?”
“올라가야지. 왜 우리 자기 나 보고 싶어요?”
“죽지 아주. 빨리 올라와라. 우리 못 본지 2주가 넘어간다.”
“너도 이번 주말에 집에 갈거지? 집 근처에서 보자.”
“알았어. 기대하고 있을게.”
“기대하긴 뭘 기대해 또?”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아 쫌! 몰라. 하여간 이번 주말에 보자.”
“아라쓰 들어가. 뽀뽀.”
“쪽 안뇽!”
“쪽 빠잉!”
창식이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에 저장 되어 있는 진영이의 사진을 봤다. 못 본 지 2주 정도 되었는데, 1년은 넘게 못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주말에 볼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이번엔 꼭 하리라 다짐하는 창식이었다.
‘띵동 띵동’
“네 나가요.”
창식이는 현관문을 열었다. 아줌마였다.
“오셨어요.”
“응 그래.”
아줌마는 오면서 마트에 들렀는지 양 손에 한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창식이는 장바구니를 받아 주방으로 옮겼다.
“뭘 엄청 많이 사셨네요.”
“찬거리 좀 샀지. 이따가 오징어 볶음 해 줄게.”
“와, 저 오징어 볶음 좋아하는데.”
창식이는 장바구니에 든 물건들을 꺼내었고, 아줌마는 그런 창식이 옆으로 다가오더니 귀엣말로 속삭였다.
“창식이 물건에서 오징어 냄새 나더라. 모양도 그렇고. 니 생각나서 산거야.”
순간 창식이는 당황하여 아줌마 곁에서 한 발짝 떨어졌다. 처음에는 아줌마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밀려드는 도덕적인 죄책감에 아줌마와의 야릇한 분위기는 피하리라고 마음 먹은 창식이었다.
“저, 저 들어갈게요.”
창식이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식탁에 내려 놓고 방으로 들어갔다. 등 뒤로 아줌마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방문을 잠그고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하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숙집 아줌마만 아니었어도, 민용이형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만 아니었어도 했을 텐데. 마음은 하지 말자는 쪽으로 굳혔으나 많이 아쉬웠다. 저녁 식사 전에 민용이가 강원도로 합숙훈련을 떠난 지 3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민정이는 약속이 있다며 늦게 온다고 하여, 민정이를 뺀 5명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였다. 그 날 저녁의 메인 메뉴는 아줌마가 말한 대로 오징어 볶음이었다.
“아, 간만에 합숙 갔더니 피곤해 죽겠더라. 오늘은 푹 자야지.”
훈련을 빡시게 했는지 민용의 얼굴은 살짝 그을려 있었다.
“이제 막 개강인데 벌써부터 합숙이야?”
세란이 물었다.
“열심히 해야지. 올림픽도 얼마 안 남았는데.”
“잘 해서 국대 선발 됐으면 좋겠다. 넌 아직 기회가 있다고 했지?”
아줌마가 물었다.
“네, 원래는 선발이 다 끝난 건데, 제 체급은 사정이 있어서 선발전을 다시 한다고 하더라구요. 이번엔 잘 해 봐야죠.”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모든 종목의 국가대표 선발이 마무리 된 상황이었으나, 일부 종목의 경우 드물게 선발전을 다시 치르는 경우가 있었다. 민용의 경우, 민용이 속한 체급에서 선발 된 선수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표 선수에게 상대전적이 열세라 메달 전망이 어두울 뿐만 아니라, 선발 과정에서 이런 저런 잡음이 많았다는 이유로 선발전을 다시 치르게 되어 선발전에서 3위를 차지한 민용에게도 다시 한 번 국가대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저번에 뉴스 보니까 나오더라. 오빠 체급 이래저래 말 많다고. 잘 해라, 응원할게.”
“형, 국가대표 되는 거에요? 워 엄청 잘 하시는구나.”
창식이 놀란 표정으로 말하였다. 옆에 세란이 민용이를 치켜세웠다.
“얘 태권도 엄청 잘 해. 자기 체급에선 다섯 손가락 안에 들걸?”
“야! 세 손가락 안에 들거든?”
“그래 잘 났다 잘 났어.”
세란이 웃었다. 아줌마가 민용이에게 말하였다.
“올림픽에서 메달 따면 군대 안 가는 거지?”
“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구요. 이번에 못 따면 그냥 군대 가야죠 뭐.”
“그래, 잘 됐으면 좋겠다.”
“오빠 나두.”
“그래 고맙다.”
요새 훈련에, 약속에, 신학기라 저마다의 스케쥴 때문에 이렇게 여럿이 모여 저녁밥을 먹는 것은 오랜만이라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 하였다. 서로 못 했던 얘기를 나누다가 창식이는 낮에 세란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나서 민용에게 물었다.
“맞다 형?”
“어”
“형 혹시 학교 근처에 알바 할 만한 자리 아시는데 있으세요?”
“알아 봐야지. 왜? 아직도 못 구했어?”
“영 구하기 힘드네요. 좀 알아봐 주시면 안 돼요?”
“글쎄, 나 일했던 데는 다 후배들한테 소개시켜 주고 나와서 자리가 있을까 모르겠다. 한 번 물어보고 나중에 얘기하자.”
“네, 부탁 좀 드릴게요.”
“그래.”
모두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고, 자정 무렵이 다 되어 창식이는 음료수를 사러 집 밖으로 나섰다.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걸어 나오는데, 길가에 비상등을 켜고 있는 고급 외제차에서 낯 익은 여자가 조수석에서 내리고 있었다.
‘어? 민정이 누나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