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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하숙집에서 생긴일-29
올림픽 대표팀 선발이 좌절 된 후 군대에 가기로 마음 먹은 민용이는 훈련 때문에 만나지 못한 지인들과 하루가 멀다 하고 술 마시고 놀기 바빴다. 그 날도 친구들과 어울리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 돼서야 하숙집에 돌아온 민용이는 곧바로 영애(하숙집 아줌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누워 자고 있던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자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며 스탠드의 불을 켰고, 방에 들어온 것이 민용임을 확인하자 웃으며 맞아 주었다.
“민용이 왔구나. 많이 늦었네? 또 술 마셨니?”
민용이는 자리에 앉아 영애를 끌어 안고 키스를 하였다.
“음”
민용의 입과 몸에서 술 냄새와 안주로 먹은 곱창 냄새가 진동하였지만. 영애는 개의치 않고 민용이의 키스를 부드럽게 받아주었다. 민용이는 영애의 속옷에 손을 집어 넣어 브래지어를 끌어내리고는 그녀의 가슴을 움켜 잡았다. 키스를 하면서 한참을 손으로 가슴을 거칠게 주무르더니, 영애의 윗옷을 벗기고 그녀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빨기 시작하였다. 영애는 눈을 감은 채 민용의 머리를 감싸 안고 자신의 가슴을 애무하는 민용이의 손, 입술, 이빨, 혀의 거친 감촉들을 음미하였다. 민용이는 영애를 바닥에 눕히고 손으로 영애의 속옷바지와 팬티를 벗기고는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그녀의 음부에 밀어넣었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영애는 아랫도리에 통증을 느꼈다. 민용이는 서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급하게 피스톤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못 되어 영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움직임을 멈췄다. 사정을 한 것은 아니었으나, 지친 듯 영애를 끌어 안은 채로 말 없이 고개 숙이고 있었다. 영애는 자신의 가슴에 파묻힌 민용이의 얼굴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려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왜 그래? 피곤하니?”
민용이는 아무 말 없이 영애의 눈을 바라 보았다.
“피곤하면 올라가서 자. 얼굴이 힘들어 보인다.”
“누나.”
“응.”
“사랑해요.”
민용의 말에 영애는 아무 말 없이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키스를 하였다. 민용이는 그녀의 몸에서 내려와 옆에 나란히 누웠고, 영애는 민용이의 단단한 배를 만지작거리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뉘었다.
“누나.”
“응.”
“나 다음 달 쯤에 군대 갈거 같아요.”
영애의 만지작 거리던 손이 순간 멈췄다. 군대 간다는 얘기는 전에 들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일정에 내심 놀라웠다.
“그렇게 빨리?”
민용이 영애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네, 어차피 가기로 맘 먹은 거 빨리 갔다 오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그래, 빨리 갔다 오는 게 낫지. 사실 지금도 살짝 늦은 편이니까.”
대학교 3학년에 군대면 친구들에 비해 좀 늦게 입대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민용의 남자 동기 들 중 군대를 안 간 친구는 손가락에 셀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런 사실을 영애도 알고 있었지만, 민용이 갑자기 떠난다고 생각하니 안쓰럽고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시무룩한 표정의 영애 얼굴을 보니 민용이는 한편은 미안하면서도 뿌듯한 복잡한 심정이었다.
“누나.”
“응.”
“나 기다릴 거에요?”
영애는 민용이의 뺨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영애는 민용이를 섹스파트너 이상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둘의 나이 차는 무려 띠동갑을 두 번 감은 나이였다. 아직은 자신의 얼굴과 몸이 탱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멀리 봐도 민용이 서른 살만 되어도 자신은 50 중반의 할머니라는 것을 영애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민용이의 말이 고맙고 사랑스러웠지만, 영애는 민용이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리고 현재의 감정에 취해 하는 말일 뿐이라고 생각하였다. 미래가 없는 둘 사이에 기다림이란 단어가 얼마나 무의미하고 부질 없는 것인지를 말해 주고 싶었으나, 자신을 바라 보는 민용의 순수한 눈빛을 보고 상처 주기 싫었던 영애는 대답 없이 조용히 웃어 보였다. 그런 영애에게 민용이는 보채 듯이 다시 물었다.
“누나, 대답해 봐요, 나 기다릴 거에요?”
민용의 눈빛은 간절하였다. 그러겠노라는 거짓말로 순간을 좋게 벗어날 수도 있지만 영애는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말 없이 민용이를 바라보던 영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민용이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민용아.”
“네.”
“아마 니가 군대를 가게 돼도 난 이 자리에 이대로 있을 거야. 니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하지만 그게 널 기다리는 건 아닐 거야. 단지 시간이 흘러간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민용이는 영애의 눈에서 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기다림이지만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니.
“민용아, 넌 인정하기 싫겠지만 우리에겐 미래가 없어. 조금 시간이 지나서 니가 더 넓은 세상에 나가게 되면. 아니지. 나한테 갇혀 있는 시선을 지금 당장이라도 조금만 바깥으로 돌려 보면 아마 지금 너의 감정들은 봄이 온 처마 밑에 얼음이 녹듯이 금새 사라지고 말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민용이는 손으로 영애의 턱을 끌어 당겨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였다.
“누나가 무슨 걱정 하는지 알아요. 그런데 나 누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책임한 놈도 아니고, 어리숙한 놈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애 취급 하지 마세요.”
“민용아.”
영애는 안타까웠다. 냉정하게 둘 사이를 돌아보지 못 하는 민용이 안타까웠고, 훗날 민용이에게 상처 받게 될 자신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 민용이와 길게 말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함께 할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적어도 이 순간만은 지금의 감정을 간직하고 싶었다. 그 것이 욕심임을 알고 있었지만, 영애 자신도 오랜만에 찾아 온 이 연애의 감정을 조금 더 느끼고 싶었고,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그만 하자. 그냥 지금은 지금만 생각하자. 응?”
영애는 민용이에게 입맞춤을 하였다. 키스를 하는 내내 영애는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하였다. 그녀의 그런 가슴 찡한 감정들을 민용이는 그녀의 입술과 볼, 감은 눈썹의 미세한 떨림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민용이는 더 묻지 않았다. 그녀의 말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더는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진심을 믿어주리라 생각하는 민용이었다.
다음 날, 창식이는 아침 일찍 시외 버스를 타고 대전에 있는 진영이의 학교로 출발하였다. 어제 영숙이의 말처럼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전형적인 4월 말의 날씨였다. 아침 일찍 일어난 까닭에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 법도 했지만, 진영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창식이는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 속은 온통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기분을 풀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가득하였다. 진영이를 깜짝 놀래켜주기 위해 내려간다는 연락도 없이 출발한 창식이는 진영이를 만난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에 마치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것처럼 가슴이 설레이고 있었다. 창 밖의 풍경도 창식이의 마음처럼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화창하게 빛나고 있었다. 두 시간을 넘게 달린 버스가 진영이가 다니는 학교가 있는 대전 시내에 멈춰 섰고, 창식이는 택시로 갈아탄 후 진영이의 학교 앞 정문에서 내렸다.
“저 인문대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되나요?”
창식이는 정문 앞에서 진영이가 다니는 인문대의 위치를 물었다. 학생은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방향을 가리키며 길을 안내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창식이는 인문대로 들어가 국문학 과방을 찾아 들어갔다. 토요일임에도 과방 안에는 학생 대여섯명이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창식이는 그들에게 인사를 했고, 낯선 사람의 방문에 그들도 수다를 멈추고 인사를 하였다.
“저 여기가 국문과방 맞죠?”
“네, 그런데요?”
한 여학생이 창식이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혹시 이진영이라고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전화기를 꺼 놔서 찾을 수가 없네요.”
“이진영이요? 아, 12학번 이진영이요?”
“네, 맞아요.”
“아, 맞다. 걔 요새 핸드폰 계속 꺼져 있던데. 그런데 누구시죠?”
“아 네, 저 진영이 남자친구인데요.”
“남자 친구요?”
창식이와 대화를 나누던 여학생이 깜짝 놀란 눈으로 창식이를 쳐다 봤다. 그녀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창식이는 그런 그들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남자친구라는 말이 신기한가? 아니면 진영이 얘가 남자친구 있다는 말을 안 한건가. 그렇다고 이렇게 대놓고 놀랠 건 또 뭐야?“
창식이가 속으로 궁시렁 대는 사이, 그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 봤고, 그 중 쇼파 끝에 앉아 있던 한 여학생이 창식이의 손을 잡아 끌어 과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녀가 창식이에게 물었다.
“진짜 진영이 남자친구세요?”
“네 맞는데요. 무슨 문제 있나요?”
“아니, 진영이가 남자친구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서요.”
“아 네, 그런데 뭐 남자친구가 있으면 안 되는 건가요?”
창식이는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안 그래도 아침 일찍 출발해서 피곤하던 차에 그냥 물어보는 대로 가르쳐주면 될 일이지 괜히 남의 일에 오지랖들이라고 생각하였다. 창식이의 말을 여학생의 표정이 꽤 심각했다.
“진짜 남자친구 맞으세요?”
여학생이 똑같은 말을 재차 물었다.
“네, 맞다니까요? 아니 왜 진영이는 남자친구 있으면 안되나요?”
여학생이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흠, 전 진영이 동기인데요. 지금 상황이 좀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서. 아니 남자친구분이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어쨌든 당황하지 마시고 제 얘기 잘 들으셔야 해요.”
무슨 심각한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걸까. 창식이는 예감이 좋지가 않았다.